[대외무역법] 중국산 부품으로 만든 제품, '국산'이라고 써도 될까
대외무역법상 원산지 표시 규제와 형사처벌의 경계
들어가며
해외에서 부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하거나 기술을 더해 완제품을 파는 중소기업은 많습니다. 이런 사업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제품은 원산지를 어떻게 표시해야 하나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수입품의 라벨만 바꿔 다는 이른바 '라벨갈이'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원산지 표시 위반에 대한 단속과 제재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에서도 이른바 '라벨갈이 방지법'이 발의되었습니다. 미국의 고관세 정책으로 제3국 물품을 국산으로 꾸며 수출하는 '우회 수출'도 관세당국의 중점 단속 대상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악의적인 라벨갈이 업자만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원산지 기준을 정확히 몰랐던 성실한 사업자도 한순간에 형사 피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칼럼에서는 대외무역법상 원산지 표시 제도의 기본 구조를 짚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저희가 수행한 사건을 바탕으로, 수사를 받게 되었을 때 무엇이 쟁점이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박교현 대표 변호사의 이력]
경찰대학 행정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수석)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경위
법무법인(유) 광장
쿠팡(주) Global Investigation팀
경찰청 소송대리인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 법률지원 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변호사
1. 대외무역법은 원산지 표시를 어떻게 규율하는가
대외무역법 제33조는 원산지 표시 대상으로 지정된 물품을 수출하거나 수입하는 사람에게 원산지를 표시할 의무를 지웁니다. 같은 조 제4항은 수출입하는 사람뿐 아니라 '누구든지' 다음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첫째,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오인하게 하는 표시를 하는 행위입니다.
둘째, 원산지 표시를 손상하거나 변경하는 행위입니다.
셋째, 원산지 표시 대상 물품에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는 행위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단어가 '누구든지'입니다. 직접 수입한 업체만 규제받는 것이 아닙니다. 수입품을 사들여 국내에서 유통하거나 가공해 파는 사업자도 모두 이 금지 규정의 적용을 받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에 '국산'이라고 적어 올리는 행위도 '표시' 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2. '국산'이라고 쓰려면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하나
현장에서 가장 많이 혼동하는 부분입니다. 많은 사업자가 "국내에서 조립했으니 국산"이라거나 "우리 회사가 만들었으니 국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외무역관리규정이 정한 국산 기준은 그보다 엄격합니다.
수입 원재료를 써서 국내에서 제조·가공한 물품이 '국산'으로 인정되려면 대략 다음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국내 제조·가공을 거쳐 HS 품목번호 6단위가 바뀐 경우에는 국산 원가 비율이 51% 이상이어야 합니다.
6단위가 바뀌지 않은 경우에는 85% 이상이어야 합니다.
포장, 단순 조립, 라벨 부착, 단순 절단 같은 ’단순한 가공활동'만 거쳤다면 비율과 관계없이 국산으로 표시할 수 없습니다.
결국 '국산'이라는 표시는 회사의 국적이나 조립 장소가 아니라 실질적인 변형이 국내에서 이루어졌는지, 국내에서 더해진 가치가 얼마인지로 판단합니다.
3. 위반하면 어떤 제재를 받나
원산지 표시 위반에 대한 제재는 크게 세 갈래입니다.
행정상 제재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위반 물품의 판매 중지, 원산지 표시의 정정·말소 같은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습니다. 최대 3억 원의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습니다.
형사처벌의 경우,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는 등의 위반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법인의 대표나 직원이 위반하면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도 함께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범죄로 번질 위험도 큽니다. 원산지 문제는 대외무역법 위반에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산'이라는 표시로 고객이나 공공기관을 속여 물건을 팔았다고 보면 사기죄(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가 함께 문제됩니다. 공공조달 시장에 납품한 경우에는 부정당업자 제재로 이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4. 형사처벌의 관문: '고의'
여기까지 보면 원산지 기준을 조금만 어겨도 곧바로 처벌받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형사처벌은 행정 제재와 다릅니다. 형법의 대원칙에 따라 범죄가 성립하려면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원산지 표시가 결과적으로 기준에 맞지 않았더라도, 행위자에게 원산지를 속이려는 인식과 의사가 있었는지는 별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이 고의를 판단할 때 ”원산지를 적극적으로 숨기거나 꾸미려는 행위가 있었는가"를 중요하게 봅니다.
대표적인 예로 부산지방법원 2021. 10. 28. 선고 2021고단556 판결이 있습니다. 이 사건 피고인은 인보이스 등 수출 서류에 원산지를 한국인 것처럼 적었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더 중요한 서류인 원산지증명서와 수출신고필증에는 원산지를 '중국'으로 적었습니다. 법원은 원산지를 가장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그와 같이 행위했을 리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렇다면 고의가 없었다는 점은 어떻게 보여 줄 수 있을까요? 저희가 최근 수행한 사건이 좋은 예입니다.
5. 사례: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한 제품, '국산' 표시는 거짓이었나
의뢰인은 교육용 기기를 만들어 파는 소규모 사업자였습니다.
하드웨어 부품은 중국에서 수입했으나, 제품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구동 소프트웨어는 수년간 연구하여 직접 개발해 탑재했습니다. 의뢰인은 이 제품을 '국산'으로 표시해 공공조달 플랫폼을 통해 학교 등에 납품했습니다.
그러자 경쟁업체로부터 "중국산을 국산으로 속였다"는 진정이 들어왔습니다. 의뢰인은 대외무역법위반, 사기 등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원산지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의뢰인에게 원산지를 속이려는 고의가 없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고,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정황을 하나씩 찾아 제시했습니다.
먼저, 표시 기준이 일관되었습니다. 의뢰인은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모델만 '국산'으로 표시했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없는 보급형 모델은 정확히 '중국산'으로 표시해 팔았습니다. 원산지를 속여 이익을 보려 했다면 모든 모델을 국산으로 표시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은폐 행위가 전혀 없었습니다. 부품에 붙은 ‘MADE IN CHINA’ 스티커는 손쉽게 뗄 수 있었지만, 의뢰인은 이를 그대로 두었습니다. 제품을 받은 사람은 누구나 부품이 중국산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법령이 명확하지 않은 영역이었습니다. 하드웨어는 수입품이지만 핵심 가치는 국내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에서 나오는 제품의 원산지를 어떻게 정할지, 현행 기준은 분명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의뢰인이 소프트웨어를 기준으로 삼은 것은 나름의 진지한 판단이었지, 속이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수사기관은 이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대외무역법위반과 사기 모두에 대하여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외무역법위반에 대해서는 "원산지를 적극적으로 은폐하거나 가장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6. 사업자가 꼭 기억해야 할 것
이 사례에서 사업자들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국산' 표시는 감이 아니라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수입 부품을 쓴다면 품목번호가 바뀌는지, 국산 원가 비율이 얼마인지 미리 계산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판단이 어려우면 관세청이나 전문가에게 원산지 판정을 받아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둘째, 표시 기준과 그 근거를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의뢰인을 지켜 준 것은 모델별로 다르게 표시한 일관된 기준과, 소명서처럼 남아 있던 기록이었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몰랐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지만, 일관된 기준과 투명한 기록은 고의가 없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셋째, 원산지 문제는 다른 혐의를 함께 부릅니다. 공공조달이나 온라인 판매에서 원산지 문제가 불거지면 사기, 부정당업자 제재까지 연쇄적으로 따라올 수 있습니다. 혐의마다 성립 요건과 공소시효가 다르므로, 각각을 나누어 따져 대응해야 합니다.
넷째, 수사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원산지 사건에서 고의는 결국 정황 증거로 판단됩니다. 첫 조사에서 어떤 진술을 하느냐, 어떤 자료를 언제 내느냐에 따라 같은 사실관계도 전혀 다르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맺으며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순수 국산'은 오히려 드문 일이 되었습니다.
해외 부품에 국내 기술과 아이디어를 더하는 것은 많은 중소기업의 생존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원산지 표시 규제는 그런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특히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제품처럼 기준이 모호한 영역에서는 성실한 사업자도 형사 리스크에 놓이기 쉽습니다.
법률사무소 신임에서는 경찰대/3대 대형로펌 출신 형사전문변호사가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의뢰인과의 소통을 포함하여 모든 변론 활동을 직접 수행하며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고 있습니다.
원산지 표시와 관련해 진정이나 고발을 받았거나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으셨다면 혼자 판단하지 마시고, 초기부터 전문가와 함께 사실관계와 증거를 정리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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