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친절하게 다가와 고민을 들어주던 성인이 어느 순간 사진을 요구하고, 거절하면 "비밀을 퍼뜨리겠다"며 연락을 끊지 않는 일이 청소년 자녀에게 벌어지고 있다면 부모는 가장 먼저 가해자를 아이에게서 떨어뜨려 놓을 방법을 찾게 됩니다. 문제는 아이가 가해자를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으로 믿고 있어 스스로는 차단을 하지 않거나, 차단해도 계정을 바꿔 다시 접근한다는 점입니다. 법원이 가해자에게 접근과 연락을 직접 금지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제도는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고, 어느 제도를 어떤 순서로 쓰느냐에 따라 보호 기간과 실효성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그루밍·성착취 피해 자녀를 위해 법원의 접근·연락 금지 조치를 어떤 근거로, 누구를 통해, 얼마의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그루밍 성착취의 형사 틀 — 접근 차단 청구가 기댈 범죄 사실부터 정리
법원의 접근·연락 금지 조치는 대부분 형사절차에 붙어 있는 보호 장치이므로, 먼저 어떤 범죄가 성립하는지가 출발점입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제15조의2 제1항은 19세 이상의 사람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하거나,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피해자가 16세 미만이면 제1항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하고, 제3항은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대화와 유인 단계에서 이미 범죄가 되므로, 신체 접촉이나 사진 전송이 일어나기 전에도 신고와 보호 청구가 가능합니다.
이미 사진·영상을 받아냈다면 죄명은 훨씬 무거워집니다. 아청법 제11조 제1항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한 자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같은 조 제5항은 구입·소지·시청한 자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합니다. 또 위계 또는 위력으로 아동·청소년을 간음하거나 추행하면 같은 법 제7조 제5항에 따라 강간·강제추행에 준해 처벌됩니다. 그루밍은 신뢰를 쌓아 거절을 어렵게 만드는 방식이어서 폭행·협박이 없어도 위계·위력 요건이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접근 차단 청구를 준비하는 부모라면 가해자가 어떤 죄명으로 입건될지를 대략 가늠해 두어야 이후 단계의 청구 근거가 선명해집니다.
접근·연락 금지 결정은 독립된 제도가 아니라 형사절차에 붙은 보호 장치이므로, 가해자의 행위가 어떤 죄명에 해당하는지가 청구의 출발점이다.
스토킹처벌법 잠정조치 — 가해자에게 접근·통신을 직접 금지하는 가장 빠른 길
그루밍 가해자가 부모가 아닌 외부인이라면 가장 널리 쓰이는 수단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잠정조치입니다. 스토킹행위는 같은 법 제2조 제1호에 따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주거·학교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정보통신망으로 글·말·영상을 도달하게 하여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입니다. 이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면 제18조 제1항의 스토킹범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학교 앞에서 기다리기, 계정을 바꿔가며 메시지 보내기, 삭제한 대화를 다시 보내기 같은 행동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법원은 제9조 제1항에 따라 스토킹범죄의 조사·심리 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면 결정으로 서면 경고, 피해자·가족·주거로부터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유치장·구치소 유치를 할 수 있고 이를 병과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눈여겨볼 지점은 접근 금지 범위에 피해자 본인뿐 아니라 동거인·가족과 그 주거가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교가 아니라 집 주변을 맴도는 가해자도 차단 범위에 넣을 수 있습니다.
접근 금지 — 피해자·동거인·가족 또는 그 주거 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 접근을 금지.
통신 금지 — 전화·문자·SNS 메시지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을 금지.
전자장치 부착 — 재범 위험이 높을 때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
유치 — 국가경찰관서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기간 1개월 한도).
잠정조치의 기간 — 3개월씩 최장 9개월, 끝나기 전에 연장 청구를 걸어야 한다
잠정조치는 영구적인 금지가 아닙니다. 제9조 제7항은 접근 금지·통신 금지·전자장치 부착의 기간을 3개월을 넘지 못하게 하고, 유치는 1개월을 넘지 못하게 합니다. 다만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면 접근·통신 금지와 전자장치 부착에 한해 두 차례, 각 3개월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어 합계는 최장 9개월입니다. 연장은 제11조 제2항에 따라 검사가 수사·공판 과정에서 계속 필요하다고 보아 청구하는 방식이므로, 첫 결정의 만료일을 달력에 적어두고 그 전에 수사기관에 연장 의견을 전달해야 합니다.
결정을 받아도 안심하기 어려운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제11조 제5항에 따라 잠정조치 결정은 검사가 스토킹행위자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하면 효력을 잃습니다. 보호막이 수사 결과에 매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피해 진술, 대화 캡처, 접속 기록 같은 증거를 일찍 확보해 사건이 불기소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 곧 접근 금지를 유지하는 일이 됩니다. 기간이 만료된 뒤에도 접근이 이어진다면 형사 기소 및 선고 단계의 금지 조치, 민사 가처분 같은 다른 장치로 이어 붙이는 계획이 필요합니다.
스토킹 잠정조치는 3개월 단위로 두 번까지만 연장되어 최장 9개월이며, 검사가 불기소하면 그 즉시 효력을 잃는다.
청구 절차 — 부모가 직접 법원에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경찰을 통해 올린다
잠정조치는 부모나 피해 청소년이 법원에 직접 신청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제8조 제1항은 검사가 스토킹범죄의 재발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 직권 또는 사법경찰관의 신청으로 법원에 청구하도록 정하고, 제8조 제2항은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검사·사법경찰관에게 청구나 신청을 요청하고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고소장을 낼 때나 경찰 조사에서 "접근 금지와 연락 금지 조치를 신청해 달라"는 의사를 분명히 적어 두는 것이 실무의 첫걸음입니다.
수사기관이 요청을 받고도 움직이지 않는 경우에 대비한 장치도 있습니다. 사법경찰관이 신청하지 않으면 검사에게 그 사유를 보고하고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에게 지체 없이 알려야 하며(제8조 제3항), 검사가 청구하지 않으면 그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제8조 제4항). 통지가 왔다면 사유를 확인하고 보완할 증거를 정리해 다시 요청할 수 있습니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사법경찰관이 직권으로 제4조의 긴급응급조치를 내려 100미터 이내 접근과 전기통신 접근을 먼저 막을 수 있고, 이를 어기면 제20조 제3항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그루밍 사건의 특수 쟁점 — "의사에 반하여"를 아이가 부정할 때
그루밍 피해 청소년은 가해자를 연인이나 은인으로 생각해 "내가 먼저 연락했다", "좋아서 만난 것"이라고 진술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스토킹행위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할 것을 요건으로 하다 보니, 이 진술이 접근 금지 청구의 걸림돌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적 착취 목적의 대화와 유인은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아청법 제15조의2로 처벌되고, 아동·청소년의 판단력이 성인의 조종 아래 형성됐다는 점이 수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가해자가 처음에 호의를 가장해 접근한 뒤 사진을 요구하고 거절하면 협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면, 그 시점 이후의 연락은 의사에 반하는 접근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의 현재 진술에만 의존하지 말고 시간 흐름에 따른 객관적 자료를 모아야 합니다. 첫 접촉 경로와 시점, 선물이나 용돈 제공 내역, 대화의 성적 수위가 올라간 시점, 협박성 메시지, 계정 변경 후 재접촉 기록이 핵심입니다. 아이를 추궁하는 방식으로 진술을 받아내면 오히려 입을 닫으므로 상담기관이나 피해자 지원 절차를 통해 진술 부담을 줄이는 것이 낫습니다. 아청법 제30조는 피해아동·청소년과 법정대리인이 형사절차에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고 정하므로 이 특례로 부모가 진술 조력과 보호 청구를 함께 챙길 수 있습니다.
첫 접촉 기록 — 오픈채팅·게임·SNS 등 접촉 경로와 최초 대화 시점.
이익 제공 내역 — 기프티콘, 계좌이체, 선물 등 신뢰를 쌓은 정황.
수위 상승 구간 — 대화가 성적 내용으로 바뀐 시점과 사진·영상 요구 메시지.
협박·재접촉 — 거절 후 유포 협박, 차단 후 새 계정으로 연락한 기록.
가해자가 보호자일 때 — 아동학대처벌법 임시조치와 보호처분은 기간이 다르다
가해자가 친부·계부·양육자처럼 아이를 보호하는 사람인 경우에는 법 적용이 달라집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제2조 제4호에서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로서 강간·강제추행·미성년자 간음 등의 죄를 아동학대범죄로 정합니다. 판사는 제19조 제1항에 따라 임시조치로 피해아동 주거로부터의 퇴거 등 격리,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 접근 금지, 친권 행사 제한 등을 할 수 있고, 기간은 2개월을 넘지 못하되 격리·접근·통신 금지는 두 차례 연장할 수 있습니다(제19조 제4항).
사건이 보호처분 단계로 가면 기간이 길어집니다. 제36조 제1항은 접근 제한, 전기통신 접근 제한, 친권 행사 제한 등을 보호처분으로 정하고, 제37조는 그 기간을 1년까지로, 변경 시 합산하여 2년까지로 제한합니다(제40조 제3항). 같은 접근 금지라도 가해자가 외부인이면 스토킹 잠정조치(최장 9개월), 보호자이면 아동학대 임시조치와 보호처분(최장 2년 안팎)으로 틀이 갈리는 셈입니다. 다만 두 제도는 요건과 절차가 서로 다르므로 가해자가 누구인지부터 정확히 특정해야 합니다.
조치를 어겼을 때와 그 이후 — 형사 처벌, 민사 가처분, 2차 피해 차단
잠정조치가 결정된 뒤 가해자가 100미터 이내로 접근하거나 전기통신으로 연락하면 스토킹처벌법 제20조 제2항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 위반 사실을 알게 되면 즉시 112에 신고하고 위반을 입증할 메시지, 통화 내역, CCTV 확보 요청을 남겨야 합니다. 위반이 반복되면 유치나 전자장치 부착 같은 더 강한 잠정조치로 변경해 달라는 요청의 근거가 됩니다.
형사 보호 장치가 만료되거나 닿지 않는 틈은 민사로 메울 수 있습니다. 가해자를 상대로 접근 및 연락 금지를 구하는 민사 가처분은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의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 법리로 청구하고, 위반 시 간접강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또 성착취물 유포 위협이 있다면 아청법 제31조 제3항이 피해아동·청소년의 신원을 공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므로, 신상 노출 시 즉시 신고 대상이 됩니다. 접근 차단은 한 번의 결정으로 끝나지 않고 형사 잠정조치, 연장, 위반 신고, 민사 보전의 순서로 이어 붙이는 계획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자녀가 가해자와 연락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데 접근 금지를 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한 대화·유인은 아동·청소년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아청법 제15조의2로 처벌되므로, 아이의 현재 의사만으로 보호 청구가 막히지 않습니다. 다만 스토킹 잠정조치는 의사에 반한 접근이 요건이므로 거절 이후의 연락, 협박, 계정 변경 후 재접촉 기록을 함께 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접근 금지는 부모가 법원에 직접 신청하나요?
A. 스토킹 잠정조치는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며,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은 검사·사법경찰관에게 청구나 신청을 요청하고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제8조). 청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사실을 통지받습니다. 고소 단계에서 접근·연락 금지를 요청한다는 점을 분명히 기재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접근 금지 결정의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A. 스토킹 잠정조치는 접근·통신 금지가 3개월이고 두 차례 각 3개월씩 연장되어 최장 9개월입니다. 보호자가 가해자인 아동학대 사건은 임시조치가 2개월에 두 차례 연장이고 보호처분은 1년, 변경 시 합산 2년까지입니다. 만료 전에 연장 의견을 수사기관에 전달해야 공백이 생기지 않습니다.
Q. 가해자가 새 계정으로 연락하면 어떻게 하나요?
A. 통신 금지는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자체를 금지하므로 계정이 달라도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새 계정과 이전 계정의 동일인 정황(말투, 동일 사진, 이전 대화 언급)을 캡처해 즉시 신고하면 위반으로 처벌 가능성이 열립니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Q. 불기소가 나면 접근 금지도 사라지나요?
A. 스토킹 잠정조치는 검사가 불기소처분을 하면 효력을 잃습니다(제11조 제5항). 그래서 증거를 일찍 확보해 기소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보호의 연속성과 직결됩니다. 불기소가 되더라도 민사 가처분 등 다른 수단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피해 자녀를 위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나요?
A. 아청법 제30조에 따라 피해아동·청소년과 법정대리인은 형사절차상 피해를 방어하고 법률적 조력을 받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 고소장 작성, 진술 조력, 잠정조치 요청과 연장 의견 전달을 한 흐름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실익입니다.
맺음말
그루밍·성착취 피해 자녀를 지키는 접근 차단은 하나의 결정이 아니라 가해자의 지위와 사건 단계에 맞춘 여러 제도의 연결입니다. 외부인 가해자라면 스토킹 잠정조치가 3개월씩 최장 9개월, 보호자 가해자라면 아동학대 임시조치와 보호처분이 기본 틀이고, 불기소나 기간 만료로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연장과 민사 보전을 미리 이어 붙여야 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를 추궁하기보다 대화 기록과 접촉 경로를 보존하고, 가해자 계정과 연락 수단을 함부로 삭제하거나 차단하기 전에 증거부터 캡처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구 시점과 연장 시점을 놓치면 보호가 끊기므로, 사건 초기에 변호사와 함께 형사 고소와 접근 금지 요청의 순서를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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