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농협·축협 등 지역 조합에서 조합장이나 이사가 조합 자금을 집행하는 과정이 문제 되어 수사로 이어지는 사례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원분들 중 상당수는 “조합을 위해 쓴 돈이다”, “이사회에서 다 얘기가 된 일이다”, “일단 쓰고 나중에 메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조합 자금을 집행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감사나 조합원의 문제 제기로 조사가 시작되면, 그 지출이 조합의 사업 범위 안에 있었는지, 조합에 손실이 생겼는지가 정면으로 따져지고, 앞선 안심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업무상횡령죄에서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할 의사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불법영득의사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농협 임원에게는 형법 외에 농업협동조합법 제170조의 특별 처벌 규정까지 함께 적용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농협 임원이 조합 자금을 사업 목적 외로 쓰면 어떤 법조로 어떻게 처벌되는지, 그리고 문제가 제기됐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조합 자금은 조합의 사업 목적 안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
조합 자금은 임원 개인이 아니라 조합 자체의 재산이며, 쓰임새는 사업 범위와 정관으로 묶여 있습니다.
지역농협의 조합장은 조합을 대표하고 업무를 집행하며(농업협동조합법 제46조 제1항), 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감사는 재산과 업무집행상황을 감사하는 지위에 있습니다. 이 가운데 자금의 지출과 대출을 실제로 결정하고 결재하는 쪽은 조합장과 상임이사입니다.
그런데 조합 자금은 조합장 개인의 돈이 아니라 조합이라는 법인의 재산입니다. 조합원이 낸 출자금과 예탁금, 사업에서 번 수익으로 이루어진 이 돈은 정관과 사업계획으로 정해진 사업, 즉 경제사업·신용사업·교육지원사업 등의 범위 안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대개 이런 유형입니다. 조합 명의로 특정 개인이나 지인 업체에 사업과 무관한 대출을 내주거나, 조합 법인카드를 개인 경비나 접대에 쓰거나, 조합장 선거나 개인 모임 비용을 조합 예산에서 메우거나, 조합과 관계없는 사업체에 자금을 투자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지출은 결재 문서가 있고 회계 처리가 되어 있어도, 사업 목적 안에 있지 않다면 형사 문제의 출발점이 됩니다.
조합 자금은 조합장이나 이사의 개인 재량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라, 정관과 사업 범위 안에서만 집행할 수 있는 조합의 재산입니다.
2. 사업 목적 외 자금 사용으로 조합에 손실을 끼치면 농협법 제170조로 처벌됩니다
농협법은 임원의 사업 목적 외 자금 사용·대출을 별도로 처벌하고, 징역과 벌금을 함께 선고할 수도 있습니다.
농업협동조합법 제170조 제1항은 조합 임원이 조합의 사업목적 외에 자금을 사용하거나 대출하는 행위로 조합에 손실을 끼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항 제2호는 투기의 목적으로 조합 재산을 처분하거나 이용하는 행위도 같은 형으로 처벌합니다. 제2항에 따라 징역형과 벌금형은 병과될 수 있어, 징역과 함께 벌금까지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의 성립 요건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행위자가 조합의 임원이어야 합니다. 둘째, 조합의 사업목적 밖에 자금을 쓰거나 대출해야 합니다. 셋째, 그로 인해 조합에 손실이 발생해야 합니다. 손실은 대출금이 회수되지 않은 경우처럼 실제 재산상 손해를 말하므로, 사업과 무관한 대출이라도 담보가 충분하고 전액이 회수되어 손실이 없었다면 이 조항의 구성요건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경우에도 아래에서 보는 형법상 죄가 별도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하는 항변이 “나중에 다 갚았다, 메웠다”는 것인데, 불법영득의사와 관련해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즉 지출 당시 조합의 사업과 무관하게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처분했다면, 나중에 메웠다는 사정은 범죄의 성립을 막지 못하고 양형에서 참작될 뿐입니다.
사업 목적 외 사용으로 조합에 손실이 생기면 농협법 제170조가 적용되고, 사후 변제는 처벌을 면하는 근거가 아니라 양형 사정에 그칩니다.
3. 형법상 업무상횡령·업무상배임도 함께 문제 됩니다
이사회 결의나 결재 문서가 있어도, 조합 사업과 무관한 지출이면 면책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농협법 제170조와는 별도로, 조합 자금을 보관·관리하는 임원이 이를 개인 용도로 쓰면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횡령이 성립할 수 있고, 조합에 손해를 끼치는 대출이나 투자를 임무에 반해 결정했다면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배임이 문제 됩니다. 업무상횡령·배임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수사기관은 실무상 농협법 위반과 업무상횡령·배임을 함께 적용해 입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원들이 가장 자주 내세우는 방어는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결재 라인을 모두 거쳤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절차를 거쳤다는 사정은 지출이 조합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간접 사정일 뿐, 사업과 무관한 지출을 정당화하지 못합니다. 법원은 회사 대표가 이자·변제기 약정도,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도 없이 거액을 가지급금 명목으로 인출해 쓴 사안에서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를 위한 지출 이외의 용도로 거액의 회사 자금을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인출, 사용하면서 이자나 변제기의 약정이 없음은 물론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아니하는 것은 통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대표이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로 대여, 처분하는 것과 다름없어 횡령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도135 판결).
이 법리는 조합 임원에게도 같게 적용됩니다. 결국 결재 문서의 존재가 아니라 지출의 실질, 즉 그 돈이 조합의 사업에 쓰였는지,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지, 조합에 어떤 손해가 생겼는지가 판단의 중심입니다. 이사회가 형식적으로 추인했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결재·이사회 의결은 방어의 출발점일 뿐, 지출 자체가 조합 사업과 무관하다면 횡령·배임과 농협법 위반을 피할 수 없습니다.
4. 금액이 크면 특정경제범죄법으로 형이 크게 무거워지고 행정처분도 따라옵니다
이득액 5억원부터 특경법 가중처벌이 적용되고, 형사처벌과 별개로 직무정지·변상 조치까지 이어집니다.
업무상횡령·배임은 이득액 규모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56조의 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 적용되고,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대출이 여러 건에 걸쳐 이루어졌다면 개별 금액이 작아도 하나의 범죄로 묶여 합산될 수 있어, 반복된 소액 대출도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가능성을 따져야 합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조합의 업무와 회계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된다고 인정하면 시정을 명하고 관련 임원에 대해 개선, 직무의 정지 또는 변상을 하게 할 수 있습니다(농업협동조합법 제164조 제1항). 개선 조치를 요구받은 임원은 그 날부터 조치가 확정될 때까지 직무가 정지되므로(같은 조 제3항), 형사 판단이 나오기 전에도 자리를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반면 초범인지, 지출 경위, 조합의 손실 회복 여부, 합의 여부는 범죄 성립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양형 단계에서는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그래서 손실 변제를 서두르더라도, 변제가 자백으로 읽히지 않도록 시점과 방식을 신중하게 정해야 합니다.
5. 감사·고발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수사 개시 전에 지출 자료와 의사결정 기록을 정리해 두는 것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조합 임원 사건은 통상 조합 감사나 중앙회 감사, 조합원·직원의 제보나 고발로 시작되어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조합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발 또는 고소 접수 → ②관련자 조사와 계좌·회계 자료 압수수색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금액이 특경법 구간에 해당하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조합 자금 집행에 문제가 제기됐다면, 감정적으로 해명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당 지출이나 대출의 결재 문서, 이사회 회의록, 대출 심사 서류를 확보해 누가 어떤 근거로 결정했는지부터 정리합니다.
정관과 사업계획서에서 그 지출이 조합의 사업 범위에 해당하는지, 대출 취급 규정을 지켰는지 대조합니다.
대출금이 회수되었는지, 담보가 충분한지, 조합에 실제 손실이 얼마인지 회계 자료로 계산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가 있어야 사업 관련성이 있었다는 주장이나, 손실이 없었다는 주장을 수사 초기부터 일관되게 펼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료 없이 조사에 응하면 진술이 엇갈려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며
조합 자금 문제는 “지역에서 오래 알던 사이인데”, “다들 그렇게 해 왔는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감사나 수사가 시작되면 자료가 먼저 확보되고, 그때 정리한 진술은 이후 재판까지 이어집니다.
조합 자금 집행으로 의심을 받는 임원 입장에서는 “결재받았다”, “나중에 갚았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지출이 조합의 사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손실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자료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문제를 제기하는 조합원이나 감사 입장에서도 감정적인 주장보다 어떤 지출이 사업 목적 밖이었고 얼마의 손실이 생겼는지를 문서로 특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저는 조합과 회사 자금을 둘러싼 횡령·배임 사건에서 자금을 집행한 쪽과 문제를 제기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조합장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쓴 돈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이사회 의결은 방어의 간접 사정일 뿐이고, 지출이 조합의 사업과 무관하게 자기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면 업무상횡령·배임과 농협법 제170조가 문제 됩니다.
Q. 사업과 무관한 대출이었지만 전액 회수됐습니다. 농협법 위반이 되나요?
A. 제170조는 조합에 손실을 끼칠 것을 요건으로 하므로 손실이 없다면 구성요건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형법상 배임 등은 별도로 판단되므로 담보와 회수 경위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Q. 나중에 전액 변상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피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사후 반환·변상 의사가 있어도 불법영득의사 인정에 지장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변상과 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Q. 징역과 벌금을 같이 받을 수도 있나요?
A. 있습니다. 농협법 제170조 제2항이 징역형과 벌금형의 병과를 허용하므로 10년 이하 징역과 1억원 이하 벌금이 함께 선고될 수 있습니다.
Q. 얼마부터 특경법이 적용되나요?
A. 합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반복된 인출·대출은 합산될 수 있습니다.
Q. 형사 절차가 끝나기 전에 직무가 정지될 수도 있나요?
A.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개선 조치를 요구받으면 그 날부터 조치가 확정될 때까지 직무가 정지되고, 변상 조치도 따로 내려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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