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신고가 접수된 뒤, 아이가 수사기관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 부모가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문의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부모님들 중 상당수는 “내 아이 일인데 부모가 못 볼 이유가 없다”, “영상을 받아서 지인이나 상담 선생님께 보여주면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경찰서를 찾아가 요청하면 “영상은 시청만 가능하다”, “복사본은 드릴 수 없다”는 답을 듣고 당황하시거나, 반대로 어렵게 확인한 내용을 가족 단톡방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옮겼다가 오히려 사건에 불리한 상황을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19세 미만 피해자의 진술 영상에 대해 법정대리인의 신청이 있으면 재생해 시청하게 하거나 녹취서 사본을 발급하도록 하면서도, 수사·공소·재판 외의 용도로 쓰는 것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부모라고 해서 영상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아예 볼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피해 아동의 진술 녹화 영상이 왜 만들어지는지, 부모가 어떤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 확인한 뒤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법 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19세 미만 피해자의 진술은 원칙적으로 영상으로 녹화되어 보존됩니다
아이에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시키지 않기 위해, 첫 진술 과정 전체를 영상으로 남깁니다.
특례법 제30조 제1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19세미만피해자등의 진술 내용과 사실관계 확인·면담·조사 과정을 영상녹화하고, 그 영상녹화물을 보존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영상녹화는 녹음이 포함된 것이므로, 아이가 한 말뿐 아니라 질문하는 방식과 아이의 태도까지 함께 남게 됩니다.
이렇게 영상을 남기는 이유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제29조 제2항은 피해자가 편안한 상태에서 진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조사와 심리·재판 횟수를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되풀이시키면 아이의 기억이 변형될 수 있고 2차 피해도 커지기 때문에, 처음 진술을 정확히 기록해 두고 이후 절차에서 활용하는 구조입니다.
영상녹화는 아이에게도 알려야 합니다. 제30조 제2항에 따라 수사기관은 조사 전에 아이의 나이와 인지 발달 단계에 맞는 방식으로 조사 과정이 영상녹화된다는 사실, 그리고 그 영상이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해야 합니다. 아이나 법정대리인이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제3항에 따라 영상녹화를 하지 않는데, 다만 법정대리인이 가해자이거나 가해자의 배우자라면 그 거부 의사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피해 아동의 진술 영상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법이 의무적으로 남기도록 한 증거물이고, 그래서 열람과 사용에도 별도의 규칙이 따릅니다.
2. 법정대리인인 부모는 신청하면 영상을 시청하거나 녹취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부모의 확인 권리는 ‘재생 시청’과 ‘녹취서·조서 사본 발급’이라는 두 가지 방법으로 보장됩니다.
부모가 영상을 볼 수 있는 근거는 특례법 제30조 제7항입니다. 이 조항은 신청 주체와 신청에 대한 수사기관의 의무를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19세미만피해자등이나 그 법정대리인이 신청하는 경우에는 영상녹화 과정에서 작성한 조서의 사본 또는 영상녹화물에 녹음된 내용을 옮겨 적은 녹취서의 사본을 신청인에게 발급하거나 영상녹화물을 재생하여 시청하게 하여야 한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7항).
조문의 마지막이 “하여야 한다”로 끝나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재량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미성년 자녀의 친권자인 부모는 법정대리인에 해당하므로, 피해 아동 본인뿐 아니라 부모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청은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부서나 검찰청 담당 검사실에 하면 되고, 조서 사본·녹취서 사본·영상 시청 가운데 어느 방식으로 할지는 신청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밝혀 두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조문이 열거하는 방법에 영상 파일 자체를 복사해 주는 것은 없다는 점입니다. 부모가 받을 수 있는 것은 조서 사본, 녹취서 사본, 그리고 수사기관이 마련한 자리에서의 시청입니다. 그래서 “영상을 USB로 달라”는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보통이고, 이는 수사기관이 부모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열람 방식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을까 걱정되어 영상을 꼭 보고 싶다는 부모도 있지만, 실무에서는 시청보다 녹취서를 먼저 확인해도 아이가 무엇을 어떻게 말했는지 대부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시청은 아이의 표정과 말투, 질문 방식까지 확인해야 할 때, 예를 들어 유도 질문이 있었는지 의심되는 때에 의미가 큽니다.
부모는 영상 파일을 가져갈 수는 없지만, 신청하면 시청 또는 녹취서·조서 사본으로 아이의 진술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확인한 내용을 수사·재판 밖에서 쓰면 부모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영상과 녹취 내용은 수사·공소·재판 용도로만 쓸 수 있고, 아이의 신원이 드러나는 공개는 처벌 대상입니다.
특례법 제30조 제8항은 누구든지 영상녹화물을 수사, 공소 및 재판의 용도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확인한 내용을 SNS에 올리거나, 가해자 측에 항의하며 들이대거나, 학교·학원·지인에게 전달하는 행위는 모두 이 취지에 어긋날 수 있습니다. 부모의 선의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의 신원 보호입니다. 제24조는 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을 누설하거나 인적사항·사진 등을 공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제50조 제2항은 이를 위반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건 경위를 올리면서 아이가 특정될 수 있는 정보를 쓰면, 가해자를 고발하려던 부모가 오히려 형사 문제의 당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현실적인 문제는 진술의 오염입니다. 부모가 영상 내용을 보고 아이에게 “이때 이렇게 말했지?”, “왜 그것은 말하지 않았니?”라고 되묻기 시작하면, 아이의 이후 진술이 부모의 말에 영향을 받았다는 공격을 피고인 측에서 할 수 있습니다. 영상이 증거로서 갖는 가치는 아이가 처음 말한 내용이 외부 영향 없이 기록되었다는 점에 있기 때문에, 확인한 뒤에도 아이와 사건 내용을 반복해서 대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편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도 재판이 시작되면 증거를 볼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5조는 피고인과 변호인이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열람·복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제3항은 재판장이 피해자의 신변에 위험이 우려되면 열람·복사에 앞서 성명 등 개인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보호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영상 내용은 결국 상대방 측에도 전달될 수 있으므로, 부모는 이 점을 전제로 신중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영상 열람은 부모의 권리이지만, 확인한 내용을 수사·재판 밖으로 가져가는 순간 권리가 아니라 위험이 됩니다.
4. 영상이 재판에서 증거가 되는 조건과 가해자의 처벌 수위가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영상은 반대신문 기회가 보장되거나 출석이 불가능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증거가 됩니다.
피해 아동의 진술 영상이 법정에서 증거로 쓰이려면 특례법 제30조의2가 정한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먼저 영상이 제30조 제4항부터 제6항의 절차와 방식, 즉 봉인과 서명, 조서 기록, 진행 경과 기재에 따라 녹화된 것이어야 합니다. 그 위에 ① 증거보전기일·공판준비기일·공판기일에 피의자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에 대해 피해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경우, 또는 ② 피해자가 사망·외국 거주·질병이나 장애·소재불명 등으로 출석해 진술할 수 없고 영상과 진술이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음이 증명된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합니다.
②의 경우 법원은 유죄의 증거로 쓸지를 정할 때 피고인과의 관계, 범행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심신 상태, 증언으로 겪을 수 있는 심리적 외상, 진술 내용과 태도를 고려하고 전문심리위원 또는 제33조의 전문가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피해 아동이 법정에 서야 하는지, 영상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는 이 조항 구조에 따라 가려집니다.
사건의 무게도 가늠해 두셔야 합니다.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한 강간은 제7조 제1항에 따라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강제추행은 제7조 제3항에 따라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됩니다. 또 제21조 제3항에 따라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은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시간이 지나 아이가 성장한 뒤에도 수사가 가능합니다. 그만큼 초기 진술 영상이 이후 수년간 사건의 핵심 증거로 남게 됩니다.
5. 수사에서 재판까지, 부모가 영상을 확인하는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수사 단계에서는 제30조 제7항, 재판 단계에서는 소송기록 열람·등사 신청으로 길이 나뉩니다.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신고하면 전담 경찰관이 피해 아동 진술을 영상녹화로 조사하고 → ②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로 송치되어 검사가 보완 조사와 처분을 하며 → ③기소되면 성폭력범죄 전담재판부가 있는 법원(수원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열리고 → ④선고에 이르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가운데 수사 단계의 확인은 특례법 제30조 제7항으로 하고, 재판이 시작된 뒤에는 형사소송법 제294조의4에 따라 소송계속 중인 사건의 피해자, 그 법정대리인 또는 이들에게서 위임받은 변호사가 재판장에게 소송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재판장은 피해자 등의 권리구제나 진술권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열람·등사를 허가해야 하지만,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허가하지 않을 수 있고, 등사를 허가하면서 사용 목적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일 수도 있습니다. 허가 여부에 관한 재판에는 불복할 수 없다는 점도 알아두셔야 합니다.
피해 아동에게 변호사가 없다면 특례법 제27조 제6항에 따라 검사가 국선변호사를 선정해야 합니다. 피해자 변호사는 제27조 제4항에 따라 증거보전 후 관계 서류나 증거물,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나 증거물을 열람·등사할 수 있고, 조사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직접 하기 어려운 영상 검토와 쟁점 정리를 맡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아래 순서로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 담당 경찰관 또는 검사에게 법정대리인 자격(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밝히고 제30조 제7항에 따른 신청임을 분명히 하여, 시청·녹취서·조서 사본 중 원하는 방식을 특정합니다.
확인 전에 아이의 상태와 확인 목적을 정리하고, 확인한 내용은 메모하되 촬영·녹음하거나 외부로 전달하지 않습니다.
기소 이후에는 피해자 변호사 또는 국선변호사를 통해 소송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하고, 아이와 사건 내용을 반복해서 대화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순서를 지키면 아이의 진술이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부모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아이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은 “내가 무엇을 놓쳤나”라는 자책과 함께 아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 초기 대응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 아동의 부모 입장에서는 영상 내용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진술이 증거로서 온전히 유지되도록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확인하고, 확인한 내용을 어떻게 다룰지 처음부터 정해 두셔야 합니다.
반대로 가해자로 지목된 입장에서도 피해 아동 진술 영상은 재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증거입니다. 영상이 적법한 절차로 녹화되었는지, 반대신문 기회가 보장되었는지에 따라 증거능력과 사건의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아동 대상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 아동 측과 가해자로 지목된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진술 영상 하나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정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영상 확인을 앞두고 있거나 조사 통보를 받으셨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모가 경찰서에 가면 아이의 진술 영상을 바로 볼 수 있나요?
A. 법정대리인이 신청하면 수사기관은 영상을 재생해 시청하게 하거나 조서·녹취서 사본을 발급해야 합니다. 다만 일정과 장소는 수사기관이 정하므로 미리 담당자와 조율하셔야 합니다.
Q. 영상 파일을 복사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나요?
A. 조문이 정한 방법은 시청과 조서·녹취서 사본 발급이어서 영상 파일 복사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또 영상은 수사·공소·재판 외의 용도로 쓸 수 없습니다.
Q. 영상 내용을 변호사나 상담 선생님께 말해줘도 되나요?
A. 사건을 위임받은 변호사와의 상담은 재판을 위한 것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인이나 온라인 공간에 전달하는 것은 목적 외 사용과 피해자 신원 공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아이의 진술 영상을 볼 수 있나요?
A.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되면 피고인과 변호인은 형사소송법 제35조에 따라 소송기록과 증거물을 열람·복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재판장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Q. 영상이 있으면 아이가 법정에 나가지 않아도 되나요?
A.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피고인 측이 피해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경우이거나 사망·질병·소재불명 등 출석이 불가능하고 신빙성이 증명된 경우에 영상이 증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Q. 아이에게 변호사가 꼭 필요한가요?
A. 19세 미만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으면 검사가 국선변호사를 선정해야 합니다. 다만 영상 검토와 증거 대응까지 맡길 변호사는 가능한 한 초기에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아이가 영상 녹화를 원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아이나 법정대리인이 원하지 않는 의사를 표시하면 영상녹화를 하지 않습니다. 단, 법정대리인이 가해자이거나 가해자의 배우자라면 그 의사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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