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재건축·재개발 조합에서 시공사, 철거업체, 설계·감리,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와 맺은 계약이 입찰 절차 없이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이 임원을 고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조합 임원분들 중 상당수는 “아는 업체라 믿을 만하다”, “금액이 크지 않아 굳이 입찰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총회에서 박수로 통과된 일이다”라는 생각으로 수의계약을 진행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조합원 일부가 계약 과정을 문제 삼아 구청에 민원을 넣고 수사기관에 고발하면, “조합을 위해 한 일이다”, “더 싸게 계약했다”는 설명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조합의 계약 방법 자체를 법으로 정해두고, 이를 위반해 계약한 조합임원을 입찰 절차 위반만으로도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계약 금액이 적정했는지, 조합에 손해가 있었는지와는 별개로 문제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래에서는 조합이 경쟁입찰 없이 업체와 계약하면 어떤 경우에 처벌되는지, 수의계약이 허용되는 예외는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고발이나 조사에 직면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정비사업조합이 맺는 계약은 일반경쟁입찰이 원칙입니다
조합의 돈으로 하는 계약은 임원 개인의 재량이 아니라 법이 정한 방법으로만 할 수 있습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조합원들이 낸 분담금과 사업비 대출로 움직이는 단체입니다. 공사뿐 아니라 용역, 물품 구매, 제조까지 조합이 체결하는 계약은 모두 도시정비법 제29조 제1항의 적용을 받습니다. 이 조항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경쟁에 부쳐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계약에는 시공자 선정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철거업체, 설계·감리 용역, 이주 관련 용역, 홍보·정보화 용역,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까지 포함됩니다. 실무에서는 “시공사만 입찰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다가, 소규모 용역 계약들이 줄줄이 문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원칙은 임원 개인에게 향합니다. 법은 계약 주체를 추진위원장 또는 사업시행자로 적고 있고, 조합이 사업시행자인 경우 실제로 계약을 결정하고 서명한 조합장과 이사 등 조합임원이 형사책임의 대상이 됩니다. 계약 금액이 일정 규모를 넘는 일반경쟁은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해야 하므로, 현수막이나 지역 신문 공고만으로 갈음했다면 이 부분도 확인 대상이 됩니다.
“비슷한 업체 두세 곳에 견적을 받았다”는 사정도 일반경쟁입찰을 대신하지 못합니다. 견적 비교는 법이 정한 입찰 공고와 참가 기회의 개방을 거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합이 체결하는 공사·용역·물품 계약은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 한 일반경쟁입찰을 거쳐야 합니다.
2. 경쟁입찰 없이 계약한 조합임원은 3년 이하 징역까지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계약이 조합에 이익이었는지와 무관하게, 계약 방법을 어긴 사실만으로 범죄가 성립합니다.
도시정비법 제136조 제1호는 제29조 제1항에 따른 계약의 방법을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추진위원장, 전문조합관리인 또는 조합임원을 처벌 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법정형은 아래와 같습니다.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29조제1항에 따른 계약의 방법을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추진위원장, 전문조합관리인 또는 조합임원(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36조 제1호).
이 조항의 핵심은 결과가 아니라 절차를 처벌한다는 점입니다. 업체에 계약을 준 대가로 금품을 받았는지, 조합이 손해를 입었는지는 이 조항의 성립 요건이 아닙니다. 그래서 “오히려 시세보다 싸게 계약했다”, “조합에 손해는 없었다”는 항변은 무죄의 근거가 되기보다 양형에서 참작될 사정에 가깝습니다.
또한 총회 의결을 거쳤다는 점도 면책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시공자 선정은 법 제29조 제4항에 따라 조합총회에서 경쟁입찰 등의 방법으로 하도록 되어 있어, 총회에서 특정 업체를 수의로 선정하는 결의가 있었더라도 그 결의가 위법한 방법에 따른 것이라면 책임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법 제136조 제2호는 이 방법을 위반해 시공자를 선정한 자뿐 아니라 시공자로 선정된 업체 쪽도 함께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입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처벌 요건이며, 조합에 이익이 되었다는 사정으로 범죄 성립을 막을 수 없습니다.
3. 수의계약은 시행령이 정한 금액·사유 안에서만 허용됩니다
예외는 좁고 숫자로 정해져 있어서, 한 푼이라도 넘으면 예외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모든 계약을 입찰에 붙여야 하는가. 도시정비법 제29조 제1항 단서와 시행령 제24조는 계약 규모와 긴급한 사정 등 일정한 경우에 한해 지명경쟁이나 수의계약을 허용합니다.
수의계약이 가능한 경우는 시행령 제24조 제1항 제2호에 정해져 있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공사는 추정가격 2억원 이하, 전문공사는 1억원 이하, 그 밖의 공사관련 법령에 따른 공사는 8천만원 이하, 물품 제조·구매·용역 및 그 밖의 계약은 5천만원 이하일 때입니다. 이 밖에 소송·재난복구 등 예측하지 못한 긴급한 상황에서 경쟁에 부칠 여유가 없는 경우, 그리고 일반경쟁입찰이 입찰자가 없거나 단독 응찰로 2회 이상 유찰된 경우에도 가능합니다.
지명경쟁도 무제한이 아닙니다. 특수한 설비·기술·실적이 있는 자가 아니면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곤란하고 입찰대상자가 10인 이내인 경우, 또는 건설공사 3억원 이하·전문공사 1억원 이하·물품 및 용역 1억원 이하처럼 금액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합니다.
실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이른바 계약 쪼개기입니다. 하나의 용역을 4천만원짜리 두 건으로 나누면 각각 5천만원 이하라서 수의계약이 가능해 보이지만, 실질이 하나의 계약이라면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판단받을 수 있고 고의로 나눈 정황은 수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같은 업체에 반복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나뉘어 발주된 내역, 견적서 작성 일자와 업체 선정 경위가 쟁점이 됩니다.
시공자 선정은 이와 별도로 법 제29조 제4항에 따라 조합설립인가 후 총회에서 경쟁입찰 또는 2회 이상 유찰된 경우의 수의계약으로만 할 수 있고, 조합원이 100인 이하인 소규모 사업은 정관으로 달리 정할 수 있습니다.
수의계약은 금액 기준이나 유찰 요건 등 시행령이 정한 사유를 객관적 자료로 입증할 수 있을 때에만 허용됩니다.
4. 금품 수수나 조합 손해가 함께 있으면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입찰 위반에 금품이나 손해가 겹치면 별개의 더 무거운 죄가 추가됩니다.
경쟁입찰을 건너뛴 계약은 대개 특정 업체와의 유착 의심으로 이어집니다. 도시정비법 제132조는 누구든지 조합임원 선임이나 제29조에 따른 계약 체결과 관련해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주고받거나 약속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제135조는 이를 위반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주는 쪽과 받는 쪽이 모두 처벌 대상입니다.
더 나아가 같은 법 제134조는 추진위원장과 조합임원 등을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를 적용할 때 공무원으로 봅니다. 즉 업체로부터 받은 돈이 직무와 관련된 것으로 인정되면 단순한 정비법 위반이 아니라 형법상 뇌물수수죄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
입찰을 거치지 않은 계약으로 조합이 시세보다 비싼 대가를 지급했다면 업무상배임도 문제됩니다. 형법 제356조에 따라 업무상배임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공사 계약은 금액이 커서 이 구간에 들어가는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다만 단순히 입찰 절차만 어긴 사건과 금품이 오간 사건은 수사의 강도와 구속 가능성부터 다릅니다. 금품이 없었다는 점, 계약 단가가 적정했다는 점, 조합원에게 계약 내용을 공개했다는 점은 양형에서 다투어야 할 핵심 사정입니다.
5. 고발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수사기관에서 질문받기 전에 입찰·계약 자료의 시간순 정리가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조합 계약 사건은 통상 조합원 고발 또는 구청의 수사의뢰로 시작합니다.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조합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발장 접수 및 참고인·피고발인 조사 → ②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③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 → ④판결 후 항소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구청의 정비사업 관리·감독 점검에서 먼저 적발되어 시정명령과 함께 수사의뢰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조합 임원으로서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된 계약의 종류와 추정가격이 시행령 제24조의 수의계약·지명경쟁 요건에 해당하는지부터 계약서와 견적서로 확인합니다.
입찰 공고 여부, 전자조달시스템 이용 여부, 유찰 이력, 이사회·대의원회·총회 의사록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업체와의 금전 거래, 선정 과정에서 오간 연락 내용 등 금품 수수로 오해받을 수 있는 정황이 있는지 사전에 점검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수사 초기 단계에서 예외 사유를 정리해 진술하면, 입건 여부나 처분 수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치며
조합 계약 문제는 “조합을 위해 어렵게 일을 추진한 사람인데”라는 인식 때문에 문제를 일찍 인정하지 못하고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합 임원 입장에서는 계약 하나하나가 입찰 대상인지, 예외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사후라도 정리해 두는 것이 먼저입니다. 계약서, 견적서, 의사록, 공고 내역이 남아 있느냐에 따라 같은 계약도 결론이 달라집니다.
반대로 문제를 제기하려는 조합원 입장에서도 “수의계약이니 불법”이라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금액 기준과 유찰 요건을 따져 어떤 계약이 어떤 법 조항을 위반했는지 특정해야 수사기관이 움직입니다.
저는 정비사업과 조합 관련 형사 사건에서 책임을 묻는 쪽과 책임을 의심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약 한 줄의 해석과 자료 정리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진술이 굳어지기 전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조합이 경쟁입찰 없이 계약하면 무조건 처벌되나요?
A. 시행령이 정한 금액·사유에 해당하는 수의계약이라면 처벌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예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데 입찰을 거치지 않았다면 도시정비법 제136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Q. 조합에 손해가 없었고 오히려 싸게 계약했는데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제136조 제1호는 계약 방법 위반 자체를 처벌하므로 손해 발생이 요건이 아닙니다. 다만 단가 적정성과 이익 여부는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총회에서 찬성 결의를 받았는데 책임이 없어지나요?
A. 없어지지 않습니다. 총회 결의는 계약 방법이 적법해야 의미가 있고, 법이 정한 입찰 방법을 위반한 결의까지 면책해 주지는 않습니다.
Q. 계약을 두 건으로 나누면 수의계약이 가능하지 않나요?
A. 실질이 하나의 계약이라면 나눈 것 자체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판단받을 수 있고, 고의로 쪼갰다고 보이면 수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Q. 업체에서 소개비나 접대를 받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도시정비법 제135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하고,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면 조합임원은 공무원으로 의제되어 뇌물 사건으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
Q. 조합원인 제가 계약 의혹을 고발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A. 도시정비법 제124조에 따라 계약서와 의사록 등의 열람·복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 자료로 계약 종류, 금액, 입찰 여부를 대조해 위반 조항을 특정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Q.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입찰 예외 사유 입증과 금품 수수 여부 판단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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