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교통사고 직후 “차가 갑자기 튀어 나갔다”며 급발진을 주장하는 운전자가 늘고 있고, 이 주장이 수사와 재판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문의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제가 상담한 운전자분들 중 상당수는 “브레이크를 분명히 밟았는데 차가 안 섰다”, “차 결함이니 내 책임은 아니다”라는 확신을 갖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사고기록장치 분석 결과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이 밟혀 있었다는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그 순간 급발진 주장은 방어가 아니라 오히려 불리한 사정으로 돌아옵니다.
급발진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운전자의 확신이 아니라 객관적 기록으로 차량 결함과 사고의 인과관계가 뒷받침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또 주장이 배척되면 단순 과실 사고를 넘어 처벌이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급발진 주장이 형사책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어떤 자료가 결론을 가르는지, 그리고 사고 직후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급발진을 주장한다고 형사책임이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급발진은 ‘면책 사유’가 아니라, 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다투는 하나의 방어 주장입니다.
급발진 사고는 별도의 죄명이 아닙니다. 인명 피해가 났다면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사상 또는 중과실치사상이 문제 되고, 운전자라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가 함께 적용됩니다. 급발진 주장은 이 죄의 성립요건 중 ‘과실’과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주장일 뿐입니다.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차가 스스로 가속했다면 내가 예견하거나 피할 수 없었다”는 논리가 됩니다. 반대로 수사기관은 사고 당시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았는지, 제동 조작을 했는지, 차량에 실제로 결함이 있었는지를 따집니다. 결국 급발진 여부는 운전자의 진술이 아니라 차량과 도로에 남은 기록으로 판단됩니다.
또 하나 짚어둘 점은,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운전자가 “결함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이상, 실제로는 운전자 쪽에서 결함을 의심할 만한 구체적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급발진은 죄가 아니라 과실을 다투는 주장이며,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가 있어야 방어로 기능합니다.
2. 사고기록장치와 영상이 급발진 주장의 성패를 가릅니다
기록상 가속 페달 조작이 확인되면 급발진 주장은 사실상 배척됩니다.
대부분의 최신 차량에는 사고 전 수 초 동안의 속도, 가속 페달 개도량, 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을 저장하는 사고기록장치(EDR)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급발진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이 기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의뢰해 분석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차량 외부 블랙박스·CCTV 영상과 대조해 브레이크등이 켜졌는지까지 확인합니다.
분석 결과 가속 페달이 밟힌 상태로 기록되어 있다면, 법원은 운전자가 페달을 오조작한 것으로 보아 과실을 인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대로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이 분명한데도 속도가 오르는 등 운전자 조작과 차량 거동이 모순된다면 결함 가능성이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됩니다.
다만 EDR의 기록 구간이 짧고 일부 차종은 기록 항목이 제한적이어서, 결함이 있었어도 이를 직접 증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고 직후 차량을 임의로 수리하거나 폐차하지 않고 현 상태로 보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급발진 주장은 EDR·블랙박스 같은 객관적 기록과 일치할 때에만 힘을 얻습니다.
3. 급발진 주장이 배척되면 처벌이 오히려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주장이 거짓으로 보이면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평가되어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인명 피해가 있는 교통사고의 기본 법정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268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되, 신호위반·중앙선 침범·음주운전 등 같은 법 제3조 제2항 단서에 열거된 중대 사유가 있거나 피해자가 사망·중상해를 입은 경우에는 합의와 무관하게 기소될 수 있습니다.
급발진 주장이 증거와 정면으로 어긋나면 법원은 이를 책임 회피로 보아 양형에서 불리하게 참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사고 후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이탈했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3(도주치상·치사)이 적용되어 피해자 사망 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음주나 약물 운전이 겹친 경우 같은 법 제5조의11의 위험운전치사상이 문제 되어 사망 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이 크게 올라갑니다.
배척된 급발진 주장은 형을 줄여주기는커녕 양형 사정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4. 결함을 입증하려면 감정과 전문가 의견을 계획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차량 결함의 가능성을 구체적 자료로 제시해야 합리적 의심이 생깁니다.
급발진을 진지하게 다투려면 우선 사고 차량을 원상 그대로 보존하고, 제조사·정비업체가 임의로 점검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이어 수사 단계에서 차량 감정을 신청하고, 감정 범위(전자제어장치·스로틀·브레이크 계통)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합니다.
사고 직전 운행 상황도 중요합니다. 시동 직후였는지, 주차 후 출차 단계였는지, 자동변속기 조작 직후였는지에 따라 의심되는 결함 유형이 달라집니다. 동일 차종에서 유사 사고나 리콜 이력이 있는지, 사고 전 정비 이력이 있는지도 함께 정리해 감정인과 재판부에 제시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결함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으면 법원은 운전자의 오조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급발진을 주장하되, 결함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양형 자료(합의·재발방지 노력)도 병행 준비하는 이중 전략이 필요합니다.
결함 주장은 감정·정비이력·유사 사례 등 구체 자료와 함께 제기해야 합니다.
5. 사고 직후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사고 직후 24시간 안의 대응이 이후 수사 전체의 증거 구조를 좌우합니다.
급발진 사고는 통상 ①사고 현장 조치와 신고(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교통조사팀 접수) → ②운전자 조사와 차량·EDR 감정 의뢰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피해가 중대하면 조사 단계에서 구속 여부까지 검토될 수 있습니다.
사고 직후 아래 순서로 증거를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차량을 수리·폐차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며, 블랙박스 영상과 SD카드를 즉시 별도 백업합니다.
사고 전후 운행 상황(출발 지점, 시동 시점, 속도 변화, 브레이크 조작 느낌)을 기억이 선명할 때 시간순으로 기록합니다.
조사 전에 EDR 분석 결과와 정비 이력을 확인한 뒤, 변호사와 함께 진술 방향을 정리합니다.
급발진이라는 확신이 있더라도 첫 진술에서 단정적으로 말하면 이후 증거와 어긋날 때 신빙성 전체가 흔들립니다. 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사실관계 위주로 차분히 진술하고 판단은 증거에 맡기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급발진 사고를 겪은 분들은 “분명히 내 잘못이 아닌데”라는 억울함 때문에 오히려 초기 대응에서 증거 보존이나 진술 정리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고를 낸 운전자 입장에서는 확신보다 기록이 먼저입니다. EDR, 영상, 정비 이력이 주장과 맞는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하며, 맞지 않는다면 주장 방식 자체를 조정해야 합니다.
반대로 피해를 입은 쪽에서도 급발진이라는 말만으로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합의와 민사상 손해배상을 현실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교통사고 형사 사건에서 운전자 쪽과 피해자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고 직후 확보한 증거와 첫 진술에 따라 결론이 크게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급발진 주장이 걸린 사건이라면,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시점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급발진이 맞다면 무조건 무죄인가요?
A. 아닙니다. 결함으로 과실이 없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되어야 하고, 사고 이전 정비 불량이나 다른 과실이 있으면 책임이 남을 수 있습니다.
Q. 급발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형이 더 무거워지나요?
A. 법정형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증거와 어긋난 주장은 반성 없는 태도로 평가되어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합의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나요?
A.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중상해·사망이나 특례법 단서의 중대 사유가 있으면 합의와 무관하게 기소될 수 있습니다.
Q. 사고 차량은 언제까지 보존해야 하나요?
A. 감정이 끝나고 수사·재판에서 증거로 더 쓰이지 않는다는 확인이 있을 때까지입니다. 임의 수리나 폐차는 결함 입증 기회를 스스로 없애는 일이 됩니다.
Q. 사고 직후 경찰에 급발진이라고 바로 말해도 되나요?
A. 느낀 사실은 그대로 말하되 단정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감정 결과와 어긋나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Q. 사고 후 현장을 떠나면 어떻게 되나요?
A.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이탈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3의 도주치상·치사가 적용될 수 있어 형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급발진 사고라도 구호 조치와 신고 의무는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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