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법인을 설립하거나 증자를 하면서 일시적으로 돈을 빌려 자본금 통장에 넣었다가, 등기가 끝나자마자 그 돈을 다시 빼서 갚은 일로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어차피 내 돈이고 잠깐 넣었다 뺀 것뿐이다”, “나중에 회사가 정상화되면 다시 채워 넣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이런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고소나 수사가 시작되면 “이게 횡령인지, 가장납입인지”부터 혼란스러워하시고, 어떤 죄명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방어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됩니다.
최근까지도 대법원은 이 문제를 횡령죄가 아니라 납입가장죄와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의 문제로 구분하여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인출한 돈을 어디에 썼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서, 같은 행위라도 횡령이 문제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갈립니다.
아래에서는 자본금을 넣었다 바로 뺐을 때 어떤 죄가 문제되는지, 횡령이 성립하는 경우와 성립하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갈리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자본금을 넣었다 바로 빼면 ‘횡령’보다 먼저 ‘가장납입’이 문제됩니다
실제로 자본을 확보할 의사 없이 납입 외형만 갖춘 행위가 가장납입입니다.
주식회사를 설립하거나 신주를 발행할 때에는 주식인수인이 주금을 납입해야 하고, 은행 등 납입금 보관자는 납입금 보관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발급합니다. 이 증명서가 있어야 설립등기나 증자등기를 할 수 있습니다. 가장납입은 바로 이 구조를 악용하는 행위, 즉 실제로 회사의 자금으로 쓸 의사 없이 통장에 돈이 들어 있는 것처럼 외형만 만든 뒤 등기를 마치고 곧바로 돈을 빼내는 것을 말합니다.
실무에서는 사채업자나 지인에게서 단기로 큰돈을 빌려 입금하고, 증명서를 받아 등기를 마친 다음 날 바로 인출해 갚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이를 흔히 견금(見金)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돈이 통장에 머무른 시간은 하루 이틀에 불과하고, 회사의 재산은 등기 전과 후가 사실상 같습니다.
그래서 “회사 돈을 빼 썼으니 횡령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생기지만, 법원은 이 경우를 먼저 자본충실을 해치는 가장납입 행위로 보고 별도의 법 틀로 판단합니다.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보관 중인 타인의 재물을 불법영득의사로 처분해야 하는데, 가장납입에서는 애초에 회사의 자본이 실제로 늘어난 적이 없다는 점이 쟁점이 됩니다.
자본금을 넣었다 바로 빼는 행위는 횡령 이전에 가장납입인지부터 가려집니다.
2. 가장납입은 인출하는 순간 상법상 납입가장죄가 성립합니다
빌린 돈으로 납입한 뒤 곧바로 인출했다면, 채권채무 관계가 생겨도 죄는 성립합니다.
상법 제628조 제1항은 설립이나 증자 과정에서 납입 또는 현물출자의 이행을 가장하는 행위를 한 발기인·이사 등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이런 행위에 응하거나 도운 사람, 예를 들어 사정을 알면서 입출금과 증명서 발급을 해준 금융기관 직원도 같은 형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은 “회사에 그 금액만큼 빌려준 것으로 장부에 적어 두었으니 문제없다”는 생각입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진실한 주금납입의 의사 없이 형식상 또는 일시적으로 주금을 납입하고 은행으로부터 납입금보관증명서를 발급받아 증자등기를 마친 후 곧바로 그 납입금을 인출한 경우에는, 회사를 위하여 사용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입가장죄가 성립하며, 회사와의 관계에서 그 금액 상당의 채권채무관계가 발생한다는 사유와는 원칙적으로 관계가 없다(대법원 1993. 8. 24. 선고 93도1200 판결).
즉 장부에 가지급금이나 차입금으로 처리했는지, 나중에 주식을 팔아 갚게 했는지는 범행 후 정황일 뿐 죄의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이 죄는 고의범이므로 인출하면 회사 자본이 실질적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고의가 인정됩니다.
가장납입은 인출 시점에 성립하고, 사후에 장부를 맞추거나 다시 채워 넣어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3. 등기부에 허위 자본금이 올라가면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도 문제됩니다
가장납입의 증명서로 등기하면, 상업등기부에 허위 사실을 기재하게 한 죄가 함께 따라옵니다.
가장납입은 납입가장죄에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납입금 보관증명서를 첨부해 설립등기나 증자등기를 신청하면, 상업등기부(공정증서원본)에 실제로는 납입되지 않은 자본금이 기재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형법 제228조 제1항의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제229조의 불실기재 공정증서원본 행사죄가 문제되고, 두 죄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쟁점을 정리했습니다.
처음부터 실제로 자본을 확보할 의사 없이 형식적으로 주금을 납입하고 등기 직후 인출한 경우에는 납입가장죄가 성립할 뿐 아니라,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동행사죄도 성립한다(대법원 2004. 6. 17. 선고 2003도7645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에는 “납입의 효력을 인정하는 이상 불실기재죄는 성립하지 않고, 인출한 돈은 회사 자본금이므로 횡령이 된다”는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다수의견은 가장납입의 실질을 중시했습니다. 결국 가장납입은 상법 위반과 형법상 등기 관련 범죄가 함께 적용되어 처벌 부담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가장납입으로 등기를 마쳤다면, 상법 위반에 더해 불실기재와 그 행사까지 함께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4. 견금 방식의 인출은 횡령이 아니지만, 인출금을 다른 데 쓰면 달라집니다
차용금을 변제하는 데 쓴 인출은 횡령이 아니고, 개인 용도로 쓴 인출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가장납입 후 인출한 돈은 횡령죄가 되는지가 핵심입니다. 앞서 본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부분에서 종전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차용금으로 주금을 납입하고 등기 직후 이를 인출해 차용금 변제에 쓴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회사의 자본금이 변동된 바 없으므로 회사의 돈을 임의로 유용한다는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업무상횡령죄 성립을 부정한 것입니다. 이후 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3도3963 판결도 같은 취지로, 이런 방식은 실질적으로 회사의 자본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등기를 위해 납입을 가장하는 편법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결론은 어디까지나 인출금이 주금 제공자에게 돌아가 차용금 변제로 끝난 경우에 해당합니다. 가장납입으로 등기를 마친 회사에 대표이사가 관여해 인출금을 변제가 아닌 다른 용도, 예를 들어 개인 채무 변제나 생활비, 다른 사업 투자금으로 쓰면, 그 부분은 별도로 업무상횡령이나 배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인출금을 실제로 회사의 영업을 위해 썼다면 납입가장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0도5418 판결 취지). 다만 영업양수대금 명목이라도 양수가 가장되어 실제로는 주금 제공자에게 돌려준 것에 불과하다면 가장납입으로 봅니다.
따라서 “횡령인가 가장납입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인출한 돈이 어디로 갔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회사로 들어간 돈이 회사 사업에 쓰였는지, 주금 제공자에게 반환됐는지, 아니면 개인 몫으로 빠졌는지를 통장 거래내역으로 하나씩 가려야 합니다.
변제용 인출은 가장납입, 개인 유용은 별도의 횡령 위험으로 나뉘므로 자금의 최종 행선지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5. 수사 단계에서는 이렇게 진행되고, 자금 흐름 정리가 먼저입니다
어떤 죄명으로 입건되는지에 따라 방어 논리가 달라지므로, 자금 흐름부터 확정해야 합니다.
이런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회사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고발 접수 또는 수사 개시 → ②관련자 조사(대표이사, 주금 제공자, 금융기관 직원)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납입가장죄,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 횡령이 한꺼번에 적용되는 경우가 있어 죄명별 대응이 필요합니다.
수사기관 연락을 받았거나 문제 제기를 당했다면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납입에 쓰인 자금의 출처가 어디인지, 차용금이라면 차용증이나 이체 내역이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자본금 통장의 입금일, 인출일, 인출 금액을 순서대로 정리해 증명서 발급·등기 시점과 대조합니다.
인출한 돈이 차용금 변제, 회사 운영비, 개인 용도 중 어디로 갔는지 계좌 추적으로 구분합니다.
이렇게 자금 흐름이 확정되면 가장납입의 고의가 있었는지, 회사를 위한 사용이었는지, 횡령 부분이 따로 문제되는지를 나눠서 다툴 수 있습니다. 통장 거래내역과 차용 관계 자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초기에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며
자본금 문제는 “잠깐 빌려 넣었다 뺀 것뿐인데 설마 형사 문제가 되겠냐”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납입 혐의를 받는 대표자 입장에서는 횡령 여부와 별개로 납입가장과 불실기재 혐의가 이미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인출금의 행선지와 고의 여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통장 내역, 차용 관계, 등기 시점이 곧 방어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회사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주장하는 주주나 동업자 입장에서는 모든 인출이 횡령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고, 개인 유용이 있었는지 증거를 가려서 고소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저는 법인 자금과 등기 문제가 얽힌 사건에서 자금을 인출한 쪽과 문제를 제기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인출금의 행선지 하나가 죄명과 결과를 완전히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어떤 죄명이 적용될지 불분명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진술 하나로 결론이 갈리는 첫 조사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빌린 돈으로 자본금을 넣고 등기 후 바로 갚았습니다. 횡령으로 처벌되나요?
A. 차용금 변제에 쓴 경우 대법원은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업무상횡령죄를 부정했습니다. 다만 같은 행위가 납입가장죄와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로는 처벌될 수 있습니다.
Q. 장부에 대표이사 가지급금으로 처리했으면 가장납입이 아닌가요?
A. 아닙니다. 회사와의 사이에 채권채무 관계가 생긴다는 사정은 원칙적으로 납입가장죄 성립과 관계가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Q. 인출한 돈을 회사 운영비로 썼다면 어떻게 되나요?
A. 회사를 위해 사용했다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면 납입가장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영업양수 같은 명목이 가장된 것이고 실제로는 돈이 되돌아갔다면 가장납입으로 봅니다.
Q. 가장납입 후 인출금을 개인 용도로 쓰면 어떻게 되나요?
A. 변제용 인출과 달리 개인 용도 사용은 별도로 업무상횡령 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인출금의 최종 사용처를 통장 내역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Q. 은행 직원이 알고 도와줬다면 그 직원도 처벌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상법 제628조 제2항은 납입가장에 응한 사람도 같은 형으로 처벌하며, 대법원도 사정을 알면서 입출금과 증명서 발급을 해주기로 통모한 은행 직원에게 이 죄를 인정했습니다.
Q. 경찰 조사 연락을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인출 경위에 대한 초기 진술이 고의와 죄명 판단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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