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수면내시경, 치과·성형 시술, 각종 수술에서 수면마취를 받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마취에서 깬 뒤 “뭔가 이상했다”는 느낌을 받고 상담을 요청하시는 사례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기억이 전혀 없는데 그걸 문제 삼을 수 있을까”, “치료 과정에서 필요한 접촉이었다고 하면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신고를 망설이셨습니다. 반대로 의료진 입장에서는 “환자가 의식이 없었으니 알 리가 없다”, “진료 중 접촉이었을 뿐”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사건을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마취로 의식이 없는 시간은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처벌 규정이 정면으로 적용되는 시간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준강제추행죄의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깊은 잠이나 약물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까지 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수면마취 중 의료진의 추행은 이 법리가 가장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유형입니다.
아래에서는 수면마취 중 추행이 어떤 근거로 준강제추행이 되는지, 의료행위였다는 항변이 어떻게 판단되는지, 그리고 피해를 의심할 때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수면마취 중 추행은 형법 제299조 준강제추행에 해당합니다
마취로 의식이 없는 환자를 추행했다면 폭행·협박이 없어도 강제추행과 같은 형으로 처벌됩니다.
일반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합니다. 그런데 수면마취 중인 환자는 저항할 수 없는 상태이므로, 의료진이 굳이 폭행이나 협박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형법은 바로 이 공백을 막기 위해 제299조에서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을 한 자”를 제298조의 예에 따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준강제추행입니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제추행과 같습니다. 추행에 이르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 경우도 형법 제300조에 따라 처벌됩니다. 가해자가 의사든 간호사든 마취 보조 인력이든, 환자의 의식 없는 상태를 알고 그 상태에서 추행했다면 신분은 구성요건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여기서 추행이란 일반인의 기준에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신체 접촉을 말합니다. 가슴·성기·엉덩이 등 성적 부위를 만지는 행위는 물론, 의료적 필요가 없는 접촉이라면 접촉 부위와 방식에 따라 추행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은 범죄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기억을 못 하는 이유가 바로 의식이 없었기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수면마취 중이라는 사정은 피해자에게 불리한 것이 아니라, 준강제추행이 성립하는 가장 전형적인 조건입니다.
2. 의식이 완전히 없지 않았더라도 항거불능 상태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마취 약물로 정상적인 판단·대응이 불가능했다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에 해당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는 지점은 “그 순간 환자가 정말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는지”입니다. 의료진 측은 “수면마취라도 의식이 일부 있었다”, “반응이 있었다”는 취지로 다투기도 합니다. 대법원은 이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이 판시를 수면마취에 대입하면 결론이 분명해집니다. 마취가 깊어 의식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는 심신상실이고, 마취가 얕아 말소리에 반응하는 듯 보이더라도 약물 때문에 상황을 이해하고 거부 의사를 표시할 능력이 없었다면 항거불능입니다. 즉 “눈을 움찔했다”, “몸을 뒤척였다” 같은 단편적 모습만으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실제 마취 깊이는 마취기록지에 투여한 약물 종류, 용량, 투여 시각, 활력징후 변화, 회복실 입실·각성 시각으로 남습니다. 이 기록이 추행 시점에 환자의 의식 상태를 판단하는 핵심 근거가 됩니다.
마취 약물로 정상적인 판단과 대응이 불가능했다면, 의식이 일부 있었다는 주장도 항거불능 판단을 뒤집지 못합니다.
3. “치료 과정의 접촉이었다”는 항변은 행위의 필요성과 고의로 판단됩니다
의료적 필요가 설명되지 않는 접촉이라면 상태를 알고 이용했다는 고의가 인정됩니다.
수면마취 중 추행 사건에서 의료진이 가장 많이 내세우는 방어는 “진찰·처치·소독 과정에서 신체를 만진 것일 뿐 추행의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이 주장은 두 갈래로 검토됩니다. 하나는 그 접촉이 실제 의료행위로서 필요하고 정당한 범위였는지, 다른 하나는 환자가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라는 것을 알면서 그 상태를 이용했는지입니다.
고의에 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준강간의 고의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는 것과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러한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말한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준강제추행도 같은 구조입니다. 마취를 직접 시행했거나 마취 사실을 알고 있는 의료진은 환자가 의식이 없다는 점을 모를 수가 없으므로, 이 부분의 고의는 다투기 어렵습니다. 결국 쟁점은 접촉의 의료적 필요성으로 좁혀집니다. 해당 시술이나 수술과 무관한 부위인지, 시술 기록에 남지 않은 행위인지, 불필요하게 길거나 반복된 접촉인지, 다른 직원이 있는 자리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했을 행위인지가 따져집니다.
환자가 깨어날 것을 알면서 추가로 마취제를 투여해 그 상태를 만들었다면, 상태를 이용한 것을 넘어 스스로 만든 것이어서 사건의 평가는 오히려 더 무거워집니다. 어느 쪽이든 “환자가 몰랐으니 괜찮다”는 논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환자의 의식 없음을 알고 있었다면, 남는 쟁점은 그 접촉이 의료행위로서 필요했는지 하나로 모입니다.
4. 유죄가 되면 형사처벌에 더해 신상정보 등록과 면허 문제까지 따라옵니다
형량보다 무거운 것은 등록정보 관리와 의료인 자격에 미치는 파급입니다.
준강제추행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성폭력처벌법 제42조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됩니다. 등록기간은 같은 법 제45조에 따라 선고형으로 정해지는데, 3년 이하의 징역·금고형이면 15년, 3년 초과 10년 이하이면 20년, 벌금형이면 10년이며, 그 기간 동안 관할 경찰관서가 정기적으로 대면 확인을 합니다.
의료인에게는 면허 문제가 더해집니다. 의료법 제8조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등을 의료인이 될 수 없는 결격사유로 정하고, 같은 법 제65조 제1항 제1호는 이 사유에 해당하게 되면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벌금형을 넘어 징역형이 확정되는 순간 의료인 자격 자체가 흔들립니다.
마취 중 촬영까지 있었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의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가 별도로 성립해 함께 기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여러 죄명이 함께 걸리면 선고형이 올라가고 등록기간도 길어질 수 있습니다.
유죄 확정은 형벌로 끝나지 않고, 신상정보 등록과 의료인 면허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5. 의심이 들면 증거 보존부터 한 뒤 고소 절차로 진행됩니다
피해자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은 마취·진료·영상 기록이 증거의 전부입니다.
수면마취 중 추행 사건은 통상 ①증거 보존 및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의료기관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피해자·피의자·참고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피해자가 직접 목격하지 못한 사건이므로 수사의 핵심은 객관 자료의 확보입니다.
수술실 내부 영상은 의료법 제38조의2에 따라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경우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촬영해야 하고, 의료기관은 촬영한 영상정보를 30일 이상 보관하게 되어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열람·제공이 가능하므로, 보관 기간이 지나 사라지기 전에 서두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심이 들면 아래 순서로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진료기록, 마취기록지, 회복실 기록, 시술 동의서를 의료기관에 요청해 사본을 확보하고 수술실 CCTV 영상의 보존을 서면으로 요구합니다.
마취에서 깬 직후의 신체 이상, 속옷의 상태, 당시 느낀 점을 날짜와 함께 기록하고 가능한 한 빨리 병원·수사기관에서 신체 상태를 확인받습니다.
현장에 있던 의료진·직원 이름과 역할을 정리하고, 고소 전에 변호사와 함께 죄명과 증거 구조를 검토해 고소장을 작성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을 정리하면, 형사 고소와 함께 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와 의료기관 관할 행정기관에 대한 신고까지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수면마취 중 일어난 일은 기억이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상대가 의료인이라는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상과 기록이 사라진다는 점이 가장 큰 위험입니다.
피해를 의심하는 환자 입장에서는 확신이 없더라도 기록 확보를 먼저 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취기록, 진료기록, 영상은 나중에 의심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가려주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입니다.
반대로 추행 혐의를 받는 의료진 입장에서도 “치료 과정이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접촉의 의료적 필요성을 진료기록과 시술 경과로 설명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고,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정합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증거가 남아 있는 초기에 어떤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결론을 좌우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취에서 깬 뒤 기억이 전혀 없는데도 고소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기억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의식이 없었다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다만 직접 진술이 없는 만큼 마취기록, 진료기록, 수술실 영상 같은 객관 자료의 확보가 사건의 핵심이 됩니다.
Q. 수면마취가 얕았다면 준강제추행이 안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완전히 의식을 잃지 않았더라도 약물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으로 인정됩니다. 마취기록지의 약물·용량·시각이 그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Q. 의사가 치료를 위한 접촉이었다고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그 접촉이 해당 시술과 관련된 의료적 필요 범위 안에 있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시술과 무관한 부위의 접촉이거나 진료기록으로 설명되지 않는 행위라면 추행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간호사나 보조 인력이 한 경우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됩니다. 준강제추행은 행위자의 직업이나 자격을 요건으로 하지 않으므로,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를 알고 이용해 추행했다면 의사가 아니어도 같은 형법 제299조가 적용됩니다.
Q. 수술실 CCTV 영상은 언제까지 볼 수 있나요?
A. 의료법 제38조의2에 따라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으로 촬영된 영상은 30일 이상 보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보관 기간이 지나면 삭제될 수 있으므로, 의심이 들면 가능한 한 빨리 보존을 요구하고 수사기관에 알려야 합니다.
Q. 유죄가 되면 의사 면허는 어떻게 되나요?
A.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되면 의료법 제8조 결격사유에 해당해 제65조에 따라 면허가 취소됩니다.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에도 제8조의 결격 기간 규정이 적용되므로 벌금형 이외의 결과는 면허에 중대한 영향을 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