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
피고인은 대형 공사 현장에서 시공사의 전기 분야 관리감독자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전기설비(분전반)의 계전기에 작동 오류가 생기자,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같이 점검해 봐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협력업체 직원들이 분전반 내부를 점검하던 중 폭발이 일어나 근로자 5명이 4~12주의 치료를 요하는 화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현장에서 작업을 관리·감독하지 않고 절연복 같은 보호구를 착용하게 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고, 1심은 유죄를 인정했하여 금고 4월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항소를 위해 본 변호인을 찾아오셨습니다.
[변호인의 조력]
본 변호인은 1심 유죄 판단을 뒤집기 위해 항소심에서 다음과 같이 변론하였습니다.
지시·감독 의무가 없었다는 점: 피고인은 시공사 소속 직원일 뿐 협력업체 직원들의 작업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거나 감독할 의무가 없었고, 이 사고가 공사 계약 종료 후 하자보수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함께 주장했습니다.
사고를 예견하거나 피할 수 없었다는 점: 피고인이 점검을 요청한 부위는 5번·6번 차단기였는데, 실제 사고는 7번 차단기와 8번 차단기 부분에서 발생했습니다. 피고인이 현장에 있었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보호구와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 설령 보호구를 지급할 의무가 있었더라도, 이를 지급하지 않은 것과 사고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건결과]
항소심 법원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주의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 시공사 소속 근로자인 피고인에게 협력업체 직원들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관리·감독하라고 정한 법령은 없었습니다. 협력업체 직원들도 법정과 수사기관에서 "같이 점검해 달라는 취지의 말만 들었을 뿐 구체적인 작업 방법은 지시받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작업계획 확인란에도 "전기실 판넬점검"이라고만 적혀 있었고, 피고인이 현장을 떠난 것을 곧바로 주의의무 위반으로 볼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인과관계가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사고는 피해자들이 작업하던 곳이 아니라 7번 차단기와 8번 차단기 부분이 접촉하며 생긴 아크로 보였고, 피해자들의 작업이 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았습니다. 피고인이 감독과 보호구 지급 의무를 모두 이행했더라도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예견할 수 없었다: 따라서 피고인은 사고 위험을 예견하거나 피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본 사건은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까지 가기에 이르렀으나,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최종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본 사건의 의의]
이 판결은 건설현장 사고에서 시공사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협력업체 근로자의 안전까지 형사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며, 법령상 구체적인 관리·감독 의무나 개별 작업에 대한 구체적 지시·감독이 있었는지가 따져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또한 사고가 났다는 결과만으로는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주의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 사고를 미리 알 수 있었는지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사고 원인에 대한 감정 결과가 이 판단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사례로, 산업재해 형사사건에서 사고 경위를 기술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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