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법원 경매에 직접 입찰하는 분들이 늘면서, 입찰표에 금액을 잘못 적어 낙찰을 받았다는 상담이 꾸준히 들어옵니다. 2억 3천만원을 쓰려다 0을 하나 더 붙여 23억원으로 적는 식입니다.
이런 상담자분들은 대부분 “실수로 적은 것이니 법원에서 사정을 얘기하면 무를 수 있겠지”, “어차피 보증금만 포기하면 끝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개찰 결과 최고가매수신고인으로 호명되고 나면, 매각불허가를 신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대금을 내지 않으면 보증금을 잃고 재매각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까지도 대법원은 최고가매수신고인이 착오로 본래 쓰려던 금액보다 높은 가격을 적었다는 사유만으로는 매각을 불허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민사집행법이 매각불허가 사유를 열거해 두었기 때문에, 단순한 기재 실수는 그 목록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입찰가를 잘못 적어 낙찰된 경우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그리고 이미 낙찰된 뒤에 무엇을 확인하고 어떤 선택지가 남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입찰표에 적어 제출한 금액은 입찰자를 그대로 구속합니다
경매 입찰은 일반 매매와 달리 ‘실수였다’는 말로 되돌리는 절차가 없습니다.
법원 경매의 기일입찰은 입찰표에 적은 금액과 보증을 입찰봉투에 넣어 집행관에게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개찰이 끝나면 가장 높은 금액을 적은 사람이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되고, 집행관은 그 사람의 이름과 가격을 부르며 최고가매수신고를 선언합니다. 제출한 입찰표는 취소하거나 바꿀 수 없고, 금액란을 고쳐 쓰는 것도 허용되지 않아서, 잘못 적었다면 제출 전에 새 입찰표를 다시 작성해야 합니다.
개인 사이의 매매였다면 상대방과 협의하거나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는 길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매는 채권자·채무자·소유자·다른 입찰자가 모두 얽힌 집행절차이고, 매각결정기일까지 그 절차 안에서 가격을 기초로 이해관계가 정리됩니다. 한 사람의 착오를 이유로 가격을 되돌리면 나머지 이해관계인의 지위가 무너지기 때문에, 법은 불허가 사유를 따로 열거해 두었습니다.
더구나 최고가매수신고인이나 매각허가를 주장하는 매수신고인은 자신이 신청한 가격에 구속됩니다(민사집행법 제129조 제3항). 입찰장에서 호명된 금액이 곧 내가 책임져야 하는 낙찰가가 됩니다.
입찰표에 한번 적어 넣은 금액은, 제출하는 순간부터 입찰자가 책임져야 하는 낙찰가가 됩니다.
2. 착오로 높게 적었다는 사유로는 매각불허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매각불허가는 민사집행법이 정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가능하고, 기재 실수는 그 사유가 아닙니다.
낙찰자가 가장 먼저 시도하는 것이 매각결정기일 전후에 “입찰가격을 잘못 기재했다”며 매각불허가를 신청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최저매각가격이 4억 8천만원대인 아파트에서 최고가매수신고인이 직후 중대한 오기가 있었다며 불허가를 신청했고, 항고심은 이를 받아들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민사집행법에 의한 부동산 경매절차에서는 민사집행법 제121조 각 호 및 제124조 제1항에 규정된 사유가 아닌 이상 매각을 불허할 수 없고, 최고가매수신고인이 착오로 자신이 본래 기재하려고 한 입찰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기재하였다는 사유는 민사집행법 제121조 각 호 및 제124조 제1항의 어디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그러한 사유로는 매각을 불허할 수 없다(대법원 2010. 2. 16.자 2009마2252 결정).
제121조의 사유는 강제집행을 허가할 수 없는 경우, 매수 능력이나 자격이 없는 경우, 최저매각가격 결정이나 매각물건명세서 작성에 중대한 흠이 있는 경우, 천재지변 등으로 부동산이 현저히 훼손되거나 중대한 권리관계 변동이 밝혀진 경우, 그 밖에 경매절차에 중대한 잘못이 있는 경우 등입니다. 모두 ‘절차나 물건’의 문제이지 ‘입찰자의 내심’에 관한 문제가 아닙니다. 제124조 제1항은 여러 부동산을 매각할 때 한 개의 대금으로 채권이 충분히 변제되는 과잉매각의 경우인데, 이것도 입찰 실수와는 무관합니다.
입찰가가 시세나 감정가보다 터무니없이 높다는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원은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이유만으로 불허가하지 않으며, 오히려 매각대금이 커지면 채권자와 채무자에게는 이익이 되는 구조라는 점이 이 법리의 배경에 있습니다.
‘0을 하나 더 썼다’는 사정만으로는 매각불허가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3. 매각허가결정에 항고하려면 제121조 사유가 있어야 하고 보증도 공탁해야 합니다
항고는 열려 있지만, 착오만으로는 이유가 되지 않고 기각되면 공탁금 일부를 잃습니다.
매각허가결정이 나면 매수인은 이에 즉시항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항고는 민사집행법이 정한 매각허가에 대한 이의신청사유가 있다거나 결정절차에 중대한 잘못이 있다는 이유를 들 때에만 가능합니다(제130조 제1항). 즉 ‘제가 잘못 썼습니다’는 항고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항고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낙찰자 본인의 실수와는 별개로 그 경매 자체에 제121조 사유가 있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매각물건명세서에 기재되지 않은 사정(임차인의 대항력, 점유 관계, 법정지상권 여부 등)이 있어 명세서 작성에 중대한 흠이 있다면 제121조 제5호가 문제됩니다. 낙찰 직후에 건물이 크게 훼손된 것이 밝혀졌다면 제6호도 있습니다. 이런 사유가 실제로 있다면 불허가나 항고가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고, 입찰가 오기와는 별개로 대금을 낼 이유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항고를 하려면 매각대금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전 또는 법원이 인정한 유가증권을 보증으로 공탁해야 합니다(제130조 제3항). 23억원에 낙찰됐다면 2억 3천만원을 별도로 공탁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항고가 기각되면 채무자·소유자가 아닌 매수인은 항고한 날부터 기각결정 확정일까지의 매각대금에 대한 법정 이율 상당액을 돌려받지 못합니다(제130조 제7항).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금액은 커집니다.
항고는 ‘실수’가 아니라 경매절차나 물건의 하자를 이유로 할 때만 의미가 있고, 기각되면 공탁금의 이자 상당액을 잃습니다.
4. 대금을 내지 않으면 입찰보증금을 잃고 재매각이 진행됩니다
낙찰가를 내지 않는 선택은 가능하지만, 그 대가는 보증금 몰취와 해당 물건의 재매각 배제입니다.
매수신청 보증은 법원이 정하는 금액을 집행관에게 제공하는 것이고(민사집행법 제113조), 통상 최저매각가격의 10분의 1입니다. 최저매각가격이 2억원인 물건이라면 보증금은 2천만원입니다. 입찰가를 23억원으로 잘못 적어 낙찰됐다면 이 2천만원을 내고 들어간 사람이 23억원을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매수인이 대금지급기한까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차순위매수신고인이 있는 경우 법원은 그 사람에게 매각을 허가할지를 결정하고(제137조 제1항), 그 허가가 나면 매수인은 보증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없습니다(같은 조 제2항). 차순위매수신고인이 없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재매각을 명합니다(제138조 제1항). 재매각 절차에서는 종전의 최저매각가격 등 매각조건이 그대로 적용되고(제138조 제2항), 전의 매수인은 매수신청을 할 수 없으며 보증을 돌려달라고도 못 합니다(제138조 제4항).
그래서 실무에서 오기 사건은 결국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대금 전액을 마련해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대금을 모두 낸 때 권리를 취득합니다 — 제135조)이고, 다른 하나는 대금을 포기하고 보증금 몰취를 감수하는 것입니다. 후자는 입찰보증금 한도로 손실이 한정되지만, 같은 사건 재매각에는 참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재매각기일 3일 전까지 대금과 지연이자, 절차비용을 모두 내면 재매각 절차가 취소되는 길이 열려 있다는 점도 알아 두셔야 합니다(제138조 제3항).
대금 불납의 손실은 입찰보증금으로 한정되지만, 그 보증금은 돌려받지 못하고 해당 사건의 재매각에도 참여할 수 없습니다.
5. 입찰 직후부터 대금납부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입찰 직후 확인해야 할 순서를 놓치면,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빠르게 줄어듭니다.
경매 절차는 통상 ①매각기일에 최고가매수신고인 결정 → ②매각결정기일(통상 매각기일로부터 1주 뒤)에 매각허가 여부 결정 선고 → ③선고일로부터 1주일의 즉시항고 기간 경과로 허가결정 확정 → ④확정 후 법원이 정한 대금지급기한(통상 1개월 이내)까지 대금 납부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부동산이 수원에 있다면 관할은 수원지방법원 본원 경매계이고, 입찰은 법원 경매법정에서 집행관 주관으로 이루어집니다.
낙찰 직후 오기를 알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판단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입찰표 사본과 개찰 결과(최고가·차순위 금액)를 확인해 오기의 실제 금액 차이와 차순위 신고 여부를 파악합니다.
매각물건명세서·현황조사서·감정평가서를 다시 대조해 제121조 사유(명세서 흠, 훼손, 권리관계 변동)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매각결정기일과 항고 기간을 달력에 표시하고, 대금 납부 여부와 항고 여부를 그 안에서 결정합니다.
이 확인을 거치면 대금을 마련해 소유권을 취득할지, 보증금을 포기하고 빠질지, 물건의 하자를 근거로 불허가나 항고를 다툴지 비용 대비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입찰가 오기는 “이번 한 번만 봐주겠지”라는 기대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매각결정기일과 항고기간은 정해져 있고, 지나가면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실수로 높게 적은 낙찰자 입장에서는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제121조 사유가 있는지, 대금을 내지 않을 때의 손실이 얼마인지부터 숫자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같은 경매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채권자나 차순위매수신고인 입장에서도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대금을 내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재매각이나 차순위 허가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두어야 합니다.
저는 경매 입찰자 쪽과 이해관계인 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기일과 서류 하나에 결론이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입찰표 실수로 낙찰을 받았다면, 지금이 바로 기한 안에 선택지를 정리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입찰가를 잘못 적었다고 바로 말하면 법원이 무효로 해주나요?
A. 해주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최고가매수신고인이 착오로 본래 쓰려던 금액보다 높게 적었다는 사유로는 매각을 불허할 수 없다고 봅니다.
Q. 대금을 안 내면 보증금만 잃으면 끝나나요?
A. 보증금 몰취로 손실이 한정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차순위매수신고인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매각이 허가될 수 있고, 없으면 재매각이 진행되며 전의 매수인은 그 재매각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Q. 입찰보증금은 얼마인가요?
A. 법원이 정하는 금액을 내는데 통상 최저매각가격의 10분의 1입니다. 최저매각가격 2억원이면 2천만원입니다.
Q. 매각허가결정에 항고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항고하려면 매각대금의 10분의 1을 별도로 공탁해야 하고, 항고가 기각되면 매수인은 항고일부터 기각결정 확정일까지의 매각대금에 대한 법정 이율 상당액을 돌려받지 못합니다.
Q. 입찰표를 제출하기 전에 실수를 알았다면요?
A. 제출 전이라면 금액란을 고치지 말고 새 입찰표를 작성해서 내시면 됩니다. 입찰표 제출 후에는 취소·변경이 되지 않습니다.
Q. 낙찰 후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매각결정기일 전이 가장 좋습니다. 항고기간이 선고일로부터 1주일로 짧고, 매각물건명세서 하자 같은 다른 불허가 사유가 있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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