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연구개발직이나 기술직 직원이 퇴사를 앞두고, 재직 중에 만든 기술을 회사에 알리지 않은 채 외부 업체나 개인에게 넘겼다가 회사로부터 형사 고소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내가 직접 개발한 것이니 내 발명이다”, “회사에는 아직 출원하지 않았으니 괜찮다”는 생각으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다른 곳에 넘긴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나중에 이를 알고 문제를 삼으면, “개인 시간에 만든 것이다”, “회사는 승계 의사를 밝힌 적도 없다”는 식으로 방어해보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직무발명 승계 약정이나 근무규정의 적용을 받는 종업원이 회사가 승계하지 않기로 확정되기 전에는 비밀을 유지하고 회사의 권리 취득에 협력할 의무가 있고, 이를 어기고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면 배임죄가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어떤 발명이 직무발명이 되는지, 회사 몰래 넘기는 행위가 어떤 경우에 배임이 되는지, 그리고 민사책임과 대응 절차까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재직 중 업무와 관련해 만든 발명은 직무발명이 될 수 있습니다
직무발명 여부는 ‘누가 만들었나’가 아니라 ‘직무와 업무 범위에 속하는가’로 정해집니다.
발명진흥법 제2조 제2호는 직무발명을 종업원 등이 그 직무에 관하여 발명한 것이 성질상 사용자의 업무 범위에 속하고, 그 발명을 하게 된 행위가 종업원의 현재 또는 과거의 직무에 속하는 발명이라고 정의합니다. 두 요건이 모두 필요합니다.
실무에서는 “퇴근 후 집에서 내 노트북으로 만들었다”, “회사 장비는 쓰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법이 보는 것은 개발 장소나 시간이 아니라, 그 발명이 회사의 사업 범위에 속하는지와 발명자가 맡아온 직무와 이어지는지입니다. 반도체 장비 회사의 설계 담당자가 같은 분야의 구조를 고안했다면, 근무시간 밖에서 만들었더라도 직무발명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반대로 회사의 사업이나 본인 직무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만든 발명은 직무발명이 아닌 개인발명이고, 이런 발명까지 미리 회사에 넘기도록 한 근무규정 조항은 같은 법 제10조 제3항에 따라 무효입니다. 그래서 배임 여부를 따지기 전에 먼저 그 발명이 어느 쪽인지부터 가려야 합니다.
직무발명인지 여부는 발명의 장소·시간이 아니라, 회사의 업무 범위와 본인의 직무에 속하는지로 판단됩니다.
2. 승계 약정이 있다면 회사가 포기하기 전까지 마음대로 넘길 수 없습니다
직무발명을 완성했다면 지체 없이 회사에 알려야 하고, 그 전에는 비밀 유지와 협력 의무가 있습니다.
발명진흥법 제12조는 종업원이 직무발명을 완성하면 지체 없이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서면으로 알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제13조 제1항은 회사가 미리 직무발명을 승계시키는 계약이나 근무규정을 정해둔 경우, 그 권리는 발명을 완성한 때부터 회사에 승계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회사가 대통령령이 정한 기간 안에 승계하지 않겠다고 통지하면 승계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이 구조를 바탕으로 종업원이 어떤 지위에 있는지를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직무발명에 대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을 사용자 등에게 승계한다는 취지를 정한 약정 또는 근무규정의 적용을 받는 종업원 등은 사용자 등이 이를 승계하지 아니하기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임의로 위와 같은 승계 약정 또는 근무규정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것이어서, 종업원 등이 그 발명의 내용에 관한 비밀을 유지한 채 사용자 등의 특허권 등 권리의 취득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는 자기 사무의 처리라는 측면과 아울러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타인 사무의 처리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지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 종업원 등은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2도6676 판결).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만 범할 수 있는 신분범인데, 이 판결은 승계 약정의 적용을 받는 종업원이 바로 그 신분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 판결은 파기환송되었지만 위 법리는 그 후 민사 판결에서도 같은 취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즉 “아직 회사가 출원도 승계 통지도 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의무를 면하게 해주지 않습니다.
승계 약정이 있는 종업원은 회사가 승계하지 않기로 확정되기 전까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합니다.
3. 회사에 알리지 않고 제3자에게 넘겨 발명이 공개되면 배임이 됩니다
핵심은 완성 사실을 숨긴 채 이중으로 양도해 제3자가 등록까지 마치게 했는지입니다.
배임죄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합니다. 대법원은 직무발명 사안에서 이 요건을 다음과 같이 구체화했습니다.
위와 같은 지위에 있는 종업원 등이 임무를 위반하여 직무발명을 완성하고도 그 사실을 사용자 등에게 알리지 않은 채 그 발명에 대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여 제3자가 특허권 등록까지 마치도록 하는 등으로 그 발명의 내용이 공개되도록 하였다면, 이는 사용자 등에게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배임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2도6676 판결).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직무발명을 완성하고도 회사에 알리지 않았는지, 둘째,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제3자에게 넘겼는지, 셋째, 그로 인해 발명 내용이 공개되거나 제3자가 등록을 마쳐 회사가 권리를 잃게 되었는지입니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회사에 정식으로 통지했고 회사가 승계하지 않기로 통지한 뒤라면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또한 같은 판결은 이런 행위를 곧바로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누설로 보는 것은 원칙적으로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승계 전의 발명 내용 그 자체는 회사의 영업비밀이 아니라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에서 쟁점은 영업비밀 누설보다 배임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에 알리지 않은 채 제3자에게 이중양도해 발명이 공개되도록 하면 배임죄가 성립합니다.
4. 형사처벌 수위와 별도로 민사상 책임과 특허권 이전 청구도 따릅니다
배임은 징역·벌금형과 함께 손해배상, 특허권 이전등록 청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형사적으로 배임은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업무상 임무에 위배한 경우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재산상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처벌이 크게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민사에서는 대법원 2011다77313, 77320 판결(2014. 11. 13. 선고)이 같은 상황을 불법행위로 보았습니다. 종업원이 완성 사실을 알리지 않고 권리를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해 등록까지 마치게 했다면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로서 불법행위가 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제3자가 적극 가담한 이중양도는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 무효가 될 수 있고, 회사는 승계 의사를 문서로 알려 특허권 이전등록청구권을 얻은 뒤 제3자에게 대위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결국 넘긴 쪽은 형사처벌뿐 아니라 받은 대가의 환수 위험, 손해배상, 양수인과의 분쟁까지 한꺼번에 떠안게 됩니다. 양수한 제3자 역시 사정을 알고 적극 가담했다면 권리를 잃고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이득액, 반환·합의 여부, 초범 여부는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 전후로 무엇이 직무발명이고 언제 통지·승계가 있었는지를 증거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직무발명 관련 배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회사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회사가 먼저 민사 가처분이나 이전등록 청구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어 형사와 민사가 동시에 움직이는 일이 많습니다.
이 단계에서 다툼이 되는 것은 그 발명이 직무발명인지, 승계 약정이나 근무규정이 있었는지, 완성 사실을 서면으로 알렸는지, 회사의 승계 여부 통지가 있었는지입니다. 조사를 받게 되었다면 아래 순서로 자료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입사 시 작성한 근로계약서, 직무발명 규정, 보상규정에 승계 조항과 통지 절차가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발명이 완성된 시점, 연구노트·이메일·개발 일지, 회사 장비와 자료의 사용 여부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제3자와 주고받은 양도계약서, 대가 지급 내역, 특허 출원·등록 현황을 확인해 양도 시점과 공개 범위를 대조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직무발명 해당 여부와 통지·승계 경과를 정리하면, 배임의 고의나 임무 위배, 손해 발생 부분을 다투는 방어 논리를 세울 수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같은 자료가 권리 회수와 고소 방향을 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마치며
직무발명 문제는 “내가 만든 것인데 무슨 문제냐”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술을 빼앗겼다고 느끼는 회사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승계 규정, 완성 사실을 안 시점, 양도 경위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 자료에 따라 형사 고소와 이전등록 청구, 손해배상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반대로 배임을 의심받는 발명자 입장에서도 “내 발명이니 괜찮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직무발명에 해당하는지, 통지와 승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기술·영업비밀 분쟁에서 회사 쪽과 발명자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약서 한 줄과 통지 시점 하나로 결론이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집에서 개인 노트북으로 만든 발명도 직무발명인가요?
A. 장소와 장비는 결정적 기준이 아닙니다. 회사의 사업 범위에 속하고 본인의 현재 또는 과거 직무와 관련된 발명이라면 직무발명이 될 수 있습니다.
Q. 회사에 승계 규정이 전혀 없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이 경우에도 종업원은 완성 사실을 회사에 알려야 하고, 회사는 정해진 기간 안에 승계 여부를 통지해야 합니다. 회사가 기간 내 통지하지 않으면 승계를 포기한 것으로 보므로, 사건의 쟁점이 달라집니다.
Q. 회사에 먼저 알렸고 회사가 승계하지 않겠다고 했다면요?
A. 그 경우 회사가 권리를 승계하지 않기로 확정된 것이므로 배임이 문제되는 전제 자체가 달라집니다. 통지와 회신 기록을 반드시 보관해야 합니다.
Q. 발명을 넘기기만 하고 아직 특허 등록은 되지 않았다면 처벌되지 않나요?
A. 등록 여부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발명 내용이 공개되도록 한 경우 등을 배임 성립의 예로 들었으므로, 양도 경위와 공개 범위, 회사의 손해 발생을 개별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Q. 영업비밀 누설죄도 같이 문제되나요?
A. 대법원은 승계 전 직무발명의 공개를 곧바로 영업비밀 누설로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발명에 담긴 회사의 개별 기술정보가 특정되면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같이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수사 기록이 민사 이전등록·손해배상의 입증자료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병행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직무발명 해당 여부와 통지 경과에 관한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