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직장 상사나 사업주로부터 추행을 당했지만 당장은 생계 때문에 참고 지내다가, 퇴사하고 나서야 비로소 고소를 고민하는 분들의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이미 회사를 나왔으니 이제 와서 고소해도 소용없지 않을까”, “그때 바로 말하지 않았으니 인정받기 어렵겠지”라는 생각에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그대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방 쪽에서는 “퇴사했으니 더 이상 상하 관계가 아니다”, “그때는 아무 말 없다가 이제 와서 왜 그러느냐”는 식으로 맞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업무상위력추행은 퇴사했다는 사실만으로 고소할 수 없게 되는 범죄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퇴사 여부가 아니라 추행이 있던 당시 두 사람 사이에 보호·감독 관계가 있었는지, 그리고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 있는지입니다.
아래에서는 퇴사 후에도 고소가 가능한 이유, 업무상위력추행이 성립하는 기준, 공소시효 계산 방법, 퇴사 후 증거를 확보하는 방법을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퇴사했다는 이유만으로 고소할 수 없게 되지는 않습니다
업무상위력추행은 고소기간 제한이 없는 범죄이고, 퇴사는 고소 가능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아닙니다.
업무상위력추행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1항이 규정한 범죄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30조의 고소기간 제한(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에만 적용되는데, 이 죄는 친고죄가 아닙니다. 따라서 “범인을 안 지 6개월이 지났으니 고소할 수 없다”는 계산은 이 죄에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 죄의 성립 여부는 추행이 있던 시점의 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법문은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이라고 하여 행위 당시의 관계를 묻고 있을 뿐, 고소하는 시점에 아직 재직 중일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추행 당시 상사와 부하 직원이었다면, 그 뒤에 한쪽이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이미 성립한 범죄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아래 2섹션에서 보는 대법원 2019도9872 사건도 상사의 반복된 성희롱적 언동과 추행으로 괴로워하던 신입사원이 결국 사직서를 제출한 사안이었습니다. 퇴사는 피해의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곧 범죄의 부인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퇴사 후 고소에서는 별도의 현실적인 부담이 있습니다. 재직 중이라면 확보할 수 있었던 사내 메신저·CCTV·근무표 같은 자료에 접근하기 어려워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과 증거가 흐려집니다. 그래서 퇴사 후 고소는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준비의 순서가 더 중요해집니다.
퇴사 여부가 아니라 추행 당시의 관계와 남은 공소시효가 고소 가능성을 결정합니다.
2. 추행 당시 보호·감독 관계와 위력이 있었다면 죄가 성립합니다
정식 직책이 아니어도 사실상 영향력 아래 있었다면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에 해당합니다.
이 죄가 성립하려면 ①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로 인한 보호·감독 관계가 있고, ② 가해자가 위계 또는 위력으로, ③ 추행을 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보호·감독 관계를 폭넓게 봅니다.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는 직장 안에서 보호 또는 감독을 받거나 사실상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상황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채용 절차에서 영향력의 범위 안에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도5646 판결).
이 판결은 편의점 업주가 구인 광고를 보고 연락한 지원자를 채용을 빌미로 불러내 추행한 사안에서 유죄를 인정한 것입니다. 정식으로 입사하기도 전의 사람까지 포함되므로, 직속 상사가 아니라 타 부서 임원이거나 거래처 담당자였더라도 업무상 영향력이 있었다면 보호·감독 관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위력’의 의미도 중요합니다. 대법원 2019도9872 판결은 위력을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으로 보고, 폭행·협박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포함하며, 현실적으로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까지 요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위력행위 자체가 추행행위인 경우도 포함됩니다. 그래서 “그때 소리도 지르지 않았고 바로 거부하지도 않았다”는 사정이 곧바로 무죄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위력으로써 추행했는지는 행사한 유형력의 내용과 정도,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의 종류, 피해자의 연령, 두 사람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모습, 당시 정황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퇴사 후 고소에서는 이 요소들을 시간순으로 다시 세워 보여주는 일이 핵심입니다. 당시 인사평가·재계약·근무 배치에 대한 가해자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가 위력의 크기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직책 이름이 아니라 실제 영향력의 크기와 추행 경위가 성립 여부를 가릅니다.
3. 즉시 항의하지 않았더라도 고소가 늦었다는 이유로 신빙성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직장 내 성범죄 피해자가 참고 지내다 퇴사 후에야 고소하는 것은 흔한 경과로 취급됩니다.
퇴사 후 고소에서 가해자가 가장 먼저 꺼내는 주장은 “정말 불쾌했다면 그때 왜 말하지 않았느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위력에 의한 추행은 애초에 피해자가 상대방의 인사·평가권 때문에 즉각 반응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일어납니다. 그래서 재직 중 신고하지 못한 사정 자체는 위력의 존재를 오히려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9도9872 사건에서 원심은 가해자가 상급자이긴 해도 업무상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가해자의 계속된 성희롱적 언동을 수치스럽게 생각해 온 피해자에게 그 의사에 반해 신체접촉과 유사 성행위 암시 행동을 한 점, 피해자가 거부감을 보이자 일을 떠넘기거나 야근을 시키고 업무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던 점, 피해자가 우울증 진단을 받고 결국 사직서를 제출한 점을 들어 위력에 의한 추행이 인정된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이 판결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거부 이후의 불이익입니다.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밝힌 뒤 업무상 보복성 대우가 이어졌다면, 그것이 바로 당시 가해자가 위력을 갖고 있었다는 증거가 됩니다. 퇴사 후 고소를 준비한다면 추행 사실 자체뿐 아니라, 거부 이후 업무 배분·평가·인사 조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함께 정리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고소가 늦어진 이유를 숨기기보다 있는 그대로 진술하는 편이 낫습니다. 고용 유지에 대한 걱정, 가해자의 지위, 주변에 알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사정은 지연의 합리적 이유로 받아들여집니다.
고소가 늦었다는 사정보다, 늦을 수밖에 없었던 관계와 그 뒤 불이익이 더 무겁게 평가됩니다.
4. 고소 가능 기간은 공소시효가 정합니다
업무상위력추행의 공소시효는 원칙적으로 5년이며, 행위가 끝난 때부터 계산합니다.
고소기간은 없지만 공소시효는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5호가 장기 5년 미만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를 5년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이 죄의 공소시효는 5년입니다. 기산점은 같은 법 제252조 제1항에 따라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입니다. 퇴사일이 아니라 추행이 있던 날부터 흘러간다는 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따라서 퇴사한 지 3년이 지났더라도, 추행이 퇴사 1년 전에 있었다면 아직 시효가 남아 있을 수 있고, 반대로 퇴사 직전의 일이라도 추행 시점이 5년을 넘었다면 시효가 완성됩니다. 추행이 여러 번 반복된 경우에는 각 행위가 별개의 범죄로 평가되는지 하나의 범죄로 묶이는지에 따라 시효 기산이 달라질 수 있어, 날짜별로 행위를 정리해 두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피해 당시 미성년자였다면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공소시효가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합니다. 아르바이트나 인턴 중 피해를 입은 미성년자라면 시효 계산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추행 과정에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면 업무상위력추행이 아니라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될 수 있고, 이 경우 공소시효는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10년입니다. 사건의 죄명이 달라지면 시효도 달라지므로, 시효가 임박한 사건일수록 죄명 검토가 먼저입니다.
형사 고소와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지만,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라는 별도의 소멸시효가 있습니다. 형사 공소시효보다 짧을 수 있으므로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퇴사일이 아니라 추행일로부터 5년이 기준이며, 죄명과 피해 당시 나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5. 퇴사 후 고소, 이렇게 준비하고 진행합니다
퇴사 후에는 남아 있는 자료를 먼저 확보하고, 사건 경위를 날짜순으로 정리해 고소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업무상위력추행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및 참고인 조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성범죄 피해자 조사에서는 신뢰관계인 동석이나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같은 제도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퇴사 후에는 사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으므로, 내 휴대전화와 개인 계정에 남아 있는 자료가 사실상 핵심 증거입니다.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해자와 주고받은 카카오톡·문자·사내 메신저 대화, 사진, 통화 녹음 등 휴대전화에 남은 자료를 날짜별로 백업합니다. 퇴사 계정이 삭제되기 전에 화면 캡처보다는 대화 원본 내보내기를 권합니다.
피해 직후 가족·친구·동료에게 보낸 메시지, 병원·상담센터 진료 및 상담 기록, 사내 고충처리 신고나 인사팀 면담 기록이 있는지 찾아 정리합니다.
추행 장소와 시간, 당시 상황을 아는 동료의 연락처를 확인하고, 거부 이후 업무 배치·평가·근태 처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시간순으로 메모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성범죄 사건에 경험 있는 변호사와 함께 고소장을 작성하면, 시효 계산·죄명 선택·진술 정리를 한 번에 점검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형사 고소와 함께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 및 고용노동부 신고 같은 절차도 병행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직장 내 추행 피해는 “이미 지난 일”, “내가 참았던 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고소를 결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공소시효는 계속 흘러갑니다.
피해를 입은 분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추행 시점의 관계, 거부 이후의 불이익, 남아 있는 대화와 진료 기록을 날짜순으로 세워 두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 정리가 되어 있어야 고소 후 진술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고소를 당한 입장에서도 “퇴사한 뒤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거나 “그때 아무 말도 없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당시 실제로 어떤 접촉과 언동이 있었는지, 위력이라 할 만한 지위가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초기 진술을 신중히 준비해야 합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방어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시효가 남아 있는지 불안하다면, 그 확인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퇴사한 지 2년이 지났는데도 업무상위력추행으로 고소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고소기간 제한이 없고 공소시효는 추행이 있던 날부터 5년이므로, 그 기간 안이라면 퇴사 시점과 무관하게 고소할 수 있습니다.
Q. 퇴사 후에는 상하 관계가 아니므로 이 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 아닌가요?
A. 아닙니다. 보호·감독 관계는 추행이 있던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그 당시 업무상 영향력 아래 있었다면 그 뒤 퇴사해도 이미 성립한 범죄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Q. 당시 정식 직원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나 면접 지원자였는데도 해당되나요?
A. 해당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채용 절차에서 영향력의 범위 안에 있는 사람도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에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0도5646).
Q. 그때 바로 거부하지 않았는데 불리하지 않을까요?
A. 위력은 현실적으로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까지 요구하지 않고, 즉각 항의하지 못한 사정은 오히려 위력의 존재를 보여주는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당시 상황을 설명할 자료와 진술 정리가 필요합니다.
Q. 증거가 카카오톡 몇 개밖에 없는데 고소가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주변 정황과 맞는다면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대화 원본, 진료 기록, 동료 진술 같은 보강 자료가 있으면 훨씬 유리하므로 고소 전에 최대한 확보하시길 권합니다.
Q. 형사 고소와 민사 손해배상을 같이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다만 민사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있으므로 형사 시효와 따로 점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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