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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사건] 외주 프로그램이 매크로로 쓰였다면: 개발자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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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사건] 외주 프로그램이 매크로로 쓰였다면: 개발자의 책임 

천준영 변호사

[암표 사건 직업·신분별 가이드 ⑨]


"외주로 만들어 준 프로그램이 매크로로 쓰였다면: 개발자의 책임"

프리랜서 개발자 H씨는 외주 플랫폼에서 "정해진 시각에 특정 페이지를 자동으로 새로고침하고 버튼을 누르는 프로그램"을 150만 원에 만들어 줬습니다. 몇 달 뒤 경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의뢰인이 그 프로그램으로 콘서트 표 수백 장을 쓸어 담아 되팔았고, 의뢰인의 휴대전화에서 H씨와 나눈 대화가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매크로 외주 제작 사건에서 외주 개발자 책임은 결국 "무엇에 쓰일지 알았느냐"로 모입니다.

1. 개발자는 대개 방조범으로 문제됩니다
표를 사고판 것은 의뢰인이고 개발자는 도구를 만든 사람이어서, 보통은 업무방해의 방조범으로 수사가 시작됩니다. 방조범은 정범보다 형을 감경합니다. 다만 판매 수익을 나눠 받기로 했거나 운영에 직접 관여했다면 공동정범으로 의율될 수 있습니다.

2. 용도를 알았는지는 대화와 요구사항으로 판단됩니다
방조는 확정적인 인식이 아니어도 "티켓팅에 쓰일 수도 있겠다"는 미필적 인식으로 성립합니다. 수사기관은 요구사항에 특정 예매처가 적혀 있었는지, 대기열이나 보안문자 우회, 여러 계정 동시 접속 같은 기능을 요구받았는지, 시세보다 높은 대금을 받았는지를 봅니다.

3. 범용 자동화 도구라면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자동 클릭이나 새로고침 기능 자체는 업무 자동화에도 흔히 쓰입니다. 대상 사이트가 정해지지 않았고 일반적인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의뢰받았다면, 매크로로 쓰일 것을 알 수 없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집니다. 처음 받은 요구사항 문서와 견적 대화를 그대로 보존해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4. 유지보수가 고의를 만듭니다
처음에는 몰랐더라도 "예매처에서 막혔으니 우회되게 고쳐 달라"는 요청을 받고 업데이트를 해 줬다면 그 시점부터는 용도를 알았다고 보게 됩니다. 최초 납품보다 이후의 수정 작업이 고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자료가 되기 쉽습니다.

5. 악성프로그램 전달 혐의는 다툴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은 악성프로그램을 전달하거나 유포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반 이용자와 같은 경로로 작업을 반복하고 IP 우회도 시스템이 예정한 범위 안에서 이뤄진 매크로는 악성프로그램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2017도16520). 서버에 과부하를 주거나 보안 장치를 무력화하는 기능이 없다면 이 혐의는 빠질 수 있습니다.

6. 계약서의 면책 문구는 형사책임을 막지 못합니다
"불법적 사용에 대한 책임은 의뢰인에게 있다"는 조항을 넣었더라도 형사책임이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문구를 굳이 넣은 경위를 근거로 불법 용도를 예상했다고 볼 수도 있어, 계약서는 문구보다 실제 의뢰 내용과 함께 해석됩니다.

7. 대금과 민사책임도 따라옵니다
범행을 도운 대가로 받은 개발비는 몰수나 추징 대상이 될 수 있고, 예매처가 의뢰인과 개발자를 함께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외주를 받을 때는 대상 사이트와 사용 목적을 확인하고 그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어 수단입니다. 이미 수사가 시작됐다면 납품 이후 어떤 요청을 받고 무엇을 고쳐 줬는지부터 시간순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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