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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죄] 빌린 돈 못 갚으면 사기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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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죄] 빌린 돈 못 갚으면 사기죄일까 

임성환 변호사

돈 문제로 상담을 하다 보면 같은 질문을 양쪽에서 받습니다. 빌려준 쪽은 사기로 고소할 수 있느냐고 묻고, 빌린 쪽은 못 갚았을 뿐인데 사기냐고 묻습니다. 연인 사이에 빌린 돈으로 고소됐다가 혐의없음으로 끝난 사건을 바탕으로, 어디서부터 사기가 되는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빌린 돈을 못 갚았다고 모두 사기는 아닙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사기)은 사람을 속여 재물을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은 사람을 처벌합니다. 핵심은 '속였느냐'입니다. 갚지 못했다는 결과만으로는 사기가 되지 않습니다.

처벌은 무거워졌습니다. 2025. 12. 23. 형법이 개정되면서 사기죄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올랐습니다. 컴퓨터등사용사기와 준사기도 함께 올랐습니다. 시행일을 다르게 적은 글도 보이는데, 개정 법률의 부칙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릅니다(형법 제1조 제1항). 개정 전에 빌린 돈이라면 종전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법정형이 올랐다고 해서 갚지 못한 것이 곧 사기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2. 사기인지는 '빌린 날'을 기준으로 봅니다

대법원은 사기죄가 성립하는지를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돈을 빌릴 당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뒤에 갚지 못했더라도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

문제는 갚을 생각이 있었다는 마음을 어떻게 보여 주느냐입니다. 같은 판결은 본인이 인정하지 않는 한 범행 전후의 재력과 환경, 거래가 이행된 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 판단한다고 했습니다.

실무에서는 빌릴 당시의 수입, 다른 빚, 같은 시기에 다른 사람에게도 빌렸는지, 빌린 뒤 실제로 갚아 온 내역이 결론을 가릅니다. 결국 빌린 날의 사정을 보여 주는 기록 싸움입니다.

3. 연인이나 친구 사이라면 판단이 달라집니다

같은 판결에는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친척이나 지인 같은 인적 관계, 또는 계속 돈을 주고받은 관계 때문에 빌려준 사람이 상대의 형편을 알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빌려준 사람이 제때 못 받을 위험을 예상했거나 예상할 수 있었다면, 변제 의사나 능력처럼 중요한 사항에 관한 거짓말이 따로 없는 한 나중에 못 갚았다는 사실만으로 편취의 고의를 단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여러 번 빌려주고 제때 돌려받지 못하면서도 또 빌려줬다면, 갚을 능력이 있는 줄 알았다는 주장은 힘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연인 사이 돈 문제의 상당수가 사기라기보다 헤어진 뒤의 정산(?) 문제라고 봅니다.

4. 용도를 속였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반대로 사기가 인정되기 쉬운 경우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용도를 속이고 돈을 빌렸는데 진짜 용도를 말했다면 상대가 빌려주지 않았을 관계라면 기망이 있다고 봅니다(대법원 1995. 9. 15. 선고 95도707 판결).

실무에서 용도가 문제 되는 것은 대개 사업자금이나 투자금이라며 받아 전혀 다른 곳에 쓴 경우입니다. 빌려준 사람이 그 용도를 보고 돈을 내줬는지가 핵심입니다. 명목과 실제 쓰임이 조금 달랐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사기가 되지는 않습니다.

5. 연인에게 빌린 2천만 원대, 혐의없음으로 끝났습니다

의뢰인은 교제하던 상대에게 1년여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2천만 원대를 빌렸습니다. 처음에는 함께 다녀온 여행의 카드값이라고 사실대로 말하고 빌렸습니다. 그 뒤로는 생활비가 모자랐는데, 이를 들키기 싫어 수술비 같은 다른 명목을 대기도 했습니다.

빌린 뒤에는 상대와 약속한 대로 매달 일정액을 갚아 왔습니다. 그러다 사고로 다쳐 일을 그만두면서 수입이 줄었고 결국 상환이 멈췄습니다. 상대는 직업을 속여 접근했고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으며 용도까지 속였다며 사기로 고소했습니다.

저희가 경찰에 낸 의견의 요지는 네 가지였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의뢰인은 실제로 그 일을 하고 있었다는 점

빌릴 당시 일정한 수입이 있었고 매달 갚아 온 내역이 있다는 점

상대가 1년 가까이 여러 번 빌려주면서 의뢰인의 형편을 알고 있었다는 점

다른 명목을 댄 것은 체면 때문이었고 상대가 그 용도를 보고 빌려준 것은 아니라는 점

의뢰인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남은 돈을 모두 갚았고 상대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서면을 냈습니다. 경찰은 2024년 초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했습니다.

변제와 처벌불원이 결정적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사기는 합의해도 처벌될 수 있는 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었다는 말을 행동으로 보여 준 자료였다고 생각합니다.

6. 사기 사건은 한 해 43만 건, 범죄 4건 중 1건입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사기 발생 건수는 42만 9,949건으로 처음 40만 건을 넘었습니다. 전체 범죄의 4분의 1에 이르는 규모입니다. 사기 검거율은 2019년 73.9%에서 2024년 4분기 60.2%로 떨어졌습니다(뉴시스 2025. 3. 17. 보도).

상담 현장에서 보면 이 가운데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시작된 고소가 적지 않습니다. 일단 사기로 고소부터 하는 경우가 많고, 수사기관이 민사로 다툴 일이라며 불송치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7. 고소하는 쪽도 고소당한 쪽도 같은 실수를 합니다

고소 사건을 맡다 보면 비슷한 실수가 반복됩니다.

빌려준 쪽이 빌릴 때 무엇을 속였는지는 빼고 '안 갚는다'만 적은 고소장을 내는 것

빌린 쪽이 고소 소식을 듣고 연락을 끊어 버리는 것

양쪽 모두 형사 결과만 기다리며 지급명령 같은 민사 절차를 미루는 것

연락을 끊는 순간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다는 정황이 하나 더 생깁니다. 돈을 받아야 하는 쪽이라면 형사와 별개로 민사 절차를 함께 밟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제 생각에 빌린 돈 사건의 승부는 경찰서가 아니라 빌린 날의 기록에서 납니다.

돈 문제로 엮이면 관계까지 잃는 경우가 많아 마음이 더 급해집니다. 고소를 앞두었든 출석 요구를 받았든, 빌린 날의 사정을 보여 줄 자료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소개한 사건은 개별 사안에 관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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