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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금] 못 받았을 때, 판결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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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소송/집행절차

[전세보증금] 못 받았을 때, 판결보다 중요한 것 

임성환 변호사

전세보증금 상담을 하다 보면 소송만 이기면 돈은 받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판결은 석 달 만에 받았지만 그 뒤로 2년 가까이 보증금을 쫓아야 했던 사건을 바탕으로, 보증금을 못 받았을 때의 순서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만기가 지났는데 보증금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의뢰인은 1억 원대 후반의 보증금을 내고 수도권의 한 소형 주택에 전세로 살았습니다. 2023년 봄 만기를 앞두고 연장하지 않겠다고 알렸습니다. 집주인은 만기가 지나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여러 번 요구해도 답이 없었습니다.

2. 이사는 임차권등기가 된 뒤에 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임차권등기명령)에 따라 임대차가 끝났는데 보증금을 받지 못한 세입자는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등기가 되면 그 뒤에 이사를 가도 이미 갖고 있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됩니다(같은 조 제5항).

이 사건도 2023년 여름 임차권등기명령을 받고 한 달여 뒤에 집을 비웠습니다. 결정문을 받은 날이 아니라 등기부에 임차권등기가 올라간 것을 확인한 뒤에 이사해야 합니다. 등기 전에 이사하면 대항력을 잃고, 나중에 등기가 돼도 원래의 대항력이 되살아나지 않습니다(대법원 2025. 4. 15. 선고 2024다326398 판결).

3. 보증금 소송이 빨리 끝나도 회수는 별개입니다

보증금 반환 소송에는 소액사건심판법의 일부 규정이 준용됩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13조). 다만 실제 소요 기간은 송달과 상대방의 다툼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사건은 이사 직후 소를 냈고 집주인이 답변하지 않아 석 달 만에 무변론으로 전부 승소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소장이 송달된 다음 날부터 연 12%입니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여기까지는 대부분 순조롭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4. 판결문만으로는 돈이 나오지 않습니다

집주인이 판결 뒤에도 갚지 않으면 강제집행을 해야 합니다. 확정판결이나 가집행 선고가 있는 판결 등 집행할 수 있는 집행권원을 확보하고, 집행문·송달증명 등 필요한 서류를 갖춰 집주인 재산에 압류나 경매를 신청하는 방식입니다.

저희는 판결 한 달여 뒤 집주인 명의의 다른 소형 주택 두 채에 강제경매를 신청했고 법원은 경매개시결정을 했습니다. 청구금액은 보증금에 지연손해금을 더한 1억 원대 후반이었습니다.

5. 경매가 '남을 게 없다'며 취소될 수 있습니다

경매는 1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감정가 2억 원 가까운 집이 네 번 유찰되면서 최저매각가격은 감정가의 4분의 1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앞선 세입자의 보증금을 낙찰자가 떠안을 수 있는 집이라 사려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먼저 갚아야 할 돈은 앞선 세입자의 보증금과 절차비용 등 1억 원대 중반이었습니다. 법원은 최저매각가격으로 이 돈을 갚으면 남을 것이 없다고 보고 통지했고 결국 경매를 취소했습니다(민사집행법 제102조). 2025년 봄의 일입니다.

집주인이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다는 것이 곧 돈이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집마다 세입자 보증금이 먼저 걸려 있으면 경매로 남는 돈이 없을 수 있습니다.

6. 그다음 수단은 재산명시·재산조회·채무불이행자명부입니다

경매로 끝나지 않으면 다른 수단으로 넘어갑니다. 판결을 받은 세입자가 쓸 수 있는 대표적인 절차는 이렇습니다.

재산명시: 집주인에게 재산 목록을 내게 하는 절차(민사집행법 제61조)

재산조회: 법원을 통해 금융기관 등에 집주인 명의 재산을 조회하는 절차(같은 법 제74조)

채무불이행자명부: 금전 지급을 명한 집행권원 확정 뒤 6개월이 지나도록 이행하지 않는 등 법정 사유가 있는 채무자를 명부에 올리는 절차(같은 법 제70조)

이 사건은 2025년 여름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 결정을 받았습니다. 명부에 오르면 금융거래 등에서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에 압박 수단이 됩니다. 처음부터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나 의사 없이 계약했다면 사기 고소도 검토할 수 있고 이 사건도 형사 고소까지 진행했습니다.

7. 공공기관도 7조 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세입자 대신 갚아 준 전세보증금(대위변제액)은 2023년 3조 5,544억 원, 2024년 3조 9,948억 원이었습니다. 집주인에게서 아직 회수하지 못한 돈은 2025년 말 기준 7조 1,253억 원에 이릅니다(SBS Biz 2026. 9. 16. 보도).

법적 수단을 모두 가진 공공기관도 이 정도입니다. 개인 세입자에게 판결 이후가 더 길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8. 소송 전에 집주인 재산부터 봐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집주인 재산에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이 먼저 걸려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소송의 속도보다 그 사실이 결과를 좌우했습니다.

보증금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면 판결보다 먼저 집주인 명의 부동산의 등기부를 확인해 보십시오. 근저당과 임차권등기가 얼마나 걸려 있는지, 전입세대가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경매를 할지, 다른 재산을 찾을지, 형사 고소를 함께 할지가 달라집니다. 개인적인 견해로 보증금 사건은 판결이 아니라 회수까지를 하나의 사건으로 보고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 모은 돈이 묶이면 생활 계획 전체가 흔들립니다. 만기가 지났는데 집주인 연락이 뜸해졌다면 이삿날을 정하기 전에 임차권등기와 회수 가능한 재산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소개한 사건은 개별 사안에 관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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