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사건에서 처벌 범위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피해자를 직접 속이거나 돈을 받지 않았어도, 돈이 흘러가는 길을 이어 줬다면 공범이 될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으로 받은 부탁에 테더 장외거래 업자를 연결했다가 구속된 사건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기까지 무엇이 쟁점이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시작은 ‘세탁 다 된 돈이다’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의뢰인은 2025년 말 텔레그램에서 한 사람으로부터 ‘세탁 일을 하는데 테더를 살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연락은 그 뒤로도 이어졌습니다.
2026년 봄, 같은 사람이 다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테더 살 곳 없냐, 세탁이 다 된 돈이다, 안전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알고 지내던 테더 장외거래(OTC) 업자를 떠올렸고, 세 사람이 들어간 텔레그램 단체방을 만들어 둘을 연결했습니다.
그날 밤 업자는 현금을 받고 2천만 원대 테더를 지정된 지갑으로 보냈습니다. 그 현금은 검사와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조직에 속은 피해자가 건넨 금을 바꾼 돈이었습니다.
2. 직접 속이지 않아도 연결 행위가 공범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검찰은 의뢰인을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하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범죄수익은닉법) 위반의 공범으로 기소했습니다. 조직원은 돈과 지시를, 의뢰인은 연결을, 업자는 테더 구매를 나눠 맡았다는 구조였습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5조의2 제1항(벌칙)은 전기통신금융사기를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범죄수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며, 징역과 벌금을 함께 부과할 수도 있습니다. 범죄수익은닉법 제3조 제1항 제1호는 범죄수익의 취득이나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단순히 지인을 소개했다는 사실만으로 공범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범죄에 대한 인식과 가담 의사, 실제 역할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세탁’ 관련 대화와 연결 경위가 중요한 판단 자료였습니다.
실무에서 ‘저는 소개만 했다’는 말은 생각보다 힘이 약합니다. 법원은 누가 어떤 역할을 맡아 범행이 완성됐는지를 봅니다. 연결이 없었다면 세탁도 없었다는 논리입니다. 솔직히 단체방 하나 만들어 준 대가치고는 무겁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법원의 시각은 분명합니다.
3. 체포 이틀 만에 구속됐습니다
의뢰인은 2026년 상반기에 체포됐고 이틀 뒤 구속됐습니다. 저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휴대전화를 제출하고 비밀번호까지 알려 주는 등 수사에 협조한 점, 가족과 함께 사는 일정한 주거가 있는 점을 들어 불구속 수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첫 조사에서 의뢰인은 갑작스러운 체포에 겁을 먹고 솔직하게 진술하지 못했습니다. 첫 조사에서 한 말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따라다닙니다. 이후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4. 재판에서는 인정하고, 합의하고, 역할의 한계를 보여 줬습니다
공판에서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세 가지에 집중했습니다.
피해자와 합의 — 1천만 원을 지급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받았습니다
역할의 한계 — 피해자를 직접 속이거나 피해금을 받거나 관리한 적이 없다는 점
재범 방지 환경 — 가족들의 탄원과 곁에서 감독하겠다는 약속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습니다. 법정형이 1년 이상이고 집행유예는 징역 3년 이하에서만 가능하니(형법 제62조 제1항), 구형만 보면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5. 법원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 법원은 2026년 여름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구속된 지 두 달이 채 안 돼 의뢰인은 가족 곁으로 돌아갔습니다.
판결 이유 중 이 문장이 핵심이었습니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거나 그 실행을 지휘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범죄의 형태 및 수익구조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피해액 전부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다소 가혹한 측면이 있는 점”
법원은 여기에 특별한 이익을 얻지 않은 점, 피해자에게 1천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봤습니다. 피해액 전부를 갚지 못했어도 처벌불원까지 받은 합의는 분명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불리한 사정도 분명했습니다. 법원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에 공범으로 가담한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고 편취액 규모도 상당하다고 봤습니다. 실무에서 ‘피해액 전부의 책임을 지우는 것은 가혹하다’는 문장이 자주 보이지만, 그 문장 하나로 집행유예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6. 양형기준상 기본 범위는 징역 1년 6월에서 3년입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사기범죄 양형기준은 피해액 1억 원 미만의 조직적 사기에 대해 기본 권고형을 징역 1년 6월~3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감경 영역은 1년~2년 6월, 가중 영역은 2년 6월~4년입니다.
같은 기준은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 그리고 계획이나 주도 없이 단순한 행위만 한 ‘단순 가담’을 특별감경인자로 둡니다. 이러한 감경 사정은 자료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권고형과 선고형은 적용 죄명, 범행 시기, 경합범 관계와 개별 양형 사정에 따라 달라지며, 감경인자가 있다고 집행유예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도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습니다. 2025년 보이스피싱 검거 인원은 3만 2,370명으로 1년 전보다 48.3% 늘었습니다(경찰청 자료, 헤럴드경제 2026. 1. 23.).
7. 결론
‘몰랐다’로 다툴지, 인정하고 양형에 집중할지는 첫 조사 전에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화 기록과 돈의 흐름을 먼저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그 순서가 뒤바뀌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비슷한 부탁을 받았거나 이미 연루됐다면 두 가지만은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세탁 다 된 돈’, ‘안전한 돈’이라는 말이 붙은 거래는 소개도 하지 않을 것
체포됐다면 진술 전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객관적 기록에 따라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
구속 소식을 들은 가족은 대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릅니다. 진행 중인 절차와 기록을 확인하고, 피해 회복 방법과 실제 역할을 보여 줄 양형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소개한 사건은 개별 사안에 관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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