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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피해 신고 후 통장 주인 고소·손해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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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피해 신고 후 통장 주인 고소·손해배상 

임성환 변호사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경찰에 신고한 뒤 몇 달째 연락만 기다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신고는 시작일 뿐입니다. 누구를 상대로 무엇을 할지 정해서 움직여야 피해 회복에 가까워집니다.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를 대리해 통장 주인을 고소하고, 민사소송에서 피해금 전액 판결을 받은 사례를 정리했습니다.

1. 검사라는 전화 한 통에 하루도 안 돼 6천만 원대를 잃었습니다

2023년 가을 어느 오전, 의뢰인은 검찰 팀장이라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의뢰인 계좌가 성범죄 사건의 대포통장으로 쓰였고 은행 내부 횡령 사건과도 얽혀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대출을 받아 돈을 옮기고 카드를 넘기면 조사한 뒤 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상대는 텔레그램으로 모든 것을 지시했습니다. 신분증을 들고 서약문을 읽는 영상을 찍게 하고, 휴대전화 유심을 옮기게 하고, 횡령 사건 뉴스 영상까지 찾아보게 했습니다. 의심할 틈을 주지 않는 방식이었습니다. 서약문 영상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저도 혀를 내둘렀습니다.

의뢰인은 그날 7천만 원대 대출을 받았고, 열 차례에 걸쳐 4천만 원대 후반을 한 개인 명의 계좌로 보냈습니다. 체크카드도 지시대로 우편함에 넣어 두었고, 수거책이 그 카드로 1천만 원대를 인출했습니다.

2. 신고만으로는 수사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의뢰인은 피해 직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수사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었고 진척도 없었습니다. 실무에서는 신고만 해 두면 수많은 보이스피싱 사건 중 하나로 묻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2024년 상반기에 고소장을 따로 냈습니다. 돈이 들어간 계좌의 주인과 검사를 사칭한 사람을 피고소인으로 특정하고,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을 죄명으로 적었습니다. 텔레그램 대화와 대출 내역, 이체 내역도 정리해 붙였습니다.

고소장은 누가, 무엇을, 어떤 죄로 했는지를 수사기관 앞에 펼쳐 놓는 문서입니다. 신고와 가장 다른 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3. 통장 주인은 ‘작업대출’을 믿고 통장을 넘긴 사람이었습니다

수사 결과 통장 주인은 대출을 알아보다 알게 된 사람에게서 ‘거래실적을 꾸며 대출금을 늘려 주겠다’는 이른바 작업대출 제안을 받고,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OTP를 넘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접근매체 대여 금지)는 대가를 주고받거나 약속하면서 통장 같은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어기면 같은 법 제49조 제4항 제2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처벌됩니다. 통장 주인은 이 규정 위반으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의뢰인의 카드로 돈을 뽑은 수거책도 따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의뢰인을 포함해 피해자 여섯 명의 돈을 수거한 사람으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습니다. 검사가 항소했지만 기각됐습니다. 수거책은 재판 과정에서 의뢰인을 포함한 피해자 다섯 명에게 피해액의 상당 부분을 지급하고 합의했습니다.

4. 민사소송에서 통장 주인에게 피해금 전액 판결을 받았습니다

2025년 여름, 저희는 통장 주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통장으로 들어간 4천만 원대 후반 전액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했습니다.

근거는 민법 제760조(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입니다. 같은 조 제3항은 불법행위를 도운 사람(방조자)도 공동불법행위자로 봅니다. 대법원은 민사에서는 과실로 도운 경우도 방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통장을 넘겼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통장이 불법행위에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다98222 판결).

이 사건 통장 주인은 대가를 약속받고 비밀번호와 OTP까지 넘겼고, 그 일로 형사처벌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통장 주인은 재판에 나오지 않았고, 법원은 청구를 전부 받아들였습니다. 지연손해금은 피해일부터 연 5%, 소장을 받은 다음 날부터는 연 12%입니다.

판결로 인정받은 금액과 실제 회수한 금액은 구별됩니다. 다른 가담자로부터 같은 손해를 배상받았다면 중복 회수할 수 없으므로, 합의금의 지급 목적과 변제 내역을 확인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순서였다고 생각합니다. 고소로 통장 주인이 누구인지, 왜 통장을 넘겼는지가 드러났고, 그 사실이 민사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5. 보이스피싱 피해의 78.6%는 기관 사칭입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조 2,578억 원이었습니다. 이 중 검찰·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하는 기관사칭형이 9,884억 원으로 78.6%를 차지했습니다. 2021년(1,741억 원)의 약 5.7배입니다(헤럴드경제 2026. 1. 23.).

한 건당 피해액도 5,384만 원에 이릅니다(아이뉴스24 2026. 9. 23.). 이 사건처럼 ‘조사에 협조하라’며 대출까지 받게 하는 수법이 피해를 키웁니다.

6. 지금 어느 단계인지에 따라 할 일이 다릅니다

제가 보기에 보이스피싱 피해 회복은 형사와 민사를 한 줄로 이을 때 가능성이 커집니다. 단계별로 할 일을 한 줄씩 적어 봅니다.

피해 직후 — 송금한 은행에 지급정지를 신청하고, 대화·통화·이체 기록을 원본으로 남겨 둡니다

신고 뒤 소식이 없을 때 — 통장 주인과 사칭범을 특정하고 죄명을 적은 고소장을 냅니다

형사재판이 진행 중일 때 — 피해자 의견을 내고, 합의 제안이 오면 조건을 따져 봅니다

형사판결이 나온 뒤 — 통장 주인 상대 손해배상 소송과 재산 확인에 들어갑니다

누구를 어떤 죄로 고소하고 민사를 언제 낼지는 순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진행 상황과 확보한 자료를 기준으로 고소·민사소송·재산 보전의 순서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형사판결이 나와야만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소개한 사건은 개별 사안에 관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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