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신축 건물에 입주한 뒤 누수, 균열, 단열 불량 같은 하자가 드러나면서 시공사뿐 아니라 감리자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분쟁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건축주분들 중 상당수는 “감리비를 따로 냈으니 감리자가 알아서 다 잡아줬겠지”라고 믿고 계셨습니다. 반대로 감리를 맡았던 건축사분들은 “시공은 시공사 몫이고 나는 서류만 확인했다”, “문제를 건축주에게 이미 말했다”는 생각으로 대응하다가 막상 소송이 시작되면 그 말을 뒷받침할 자료가 없어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법원은 감리자를 단순한 서류 확인자가 아니라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 제3자적 독립된 지위에서 시공 상태를 확인하고 시정을 요구해야 하는 책임자로 보고, 이를 게을리한 감리자에게 시공사와 함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책임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감리 부실로 하자가 생겼을 때 감리자가 어떤 경우에 책임을 지는지, 그리고 건축주가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관련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감리자는 시공을 확인하고 시정을 요구할 법적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감리자의 의무는 서류 확인에서 끝나지 않고, 위반을 발견하면 알리고 시정을 요청하는 데까지 이어집니다.
건축법 제25조 제1항은 일정한 용도·규모·구조의 건축물을 지을 때 건축주가 건축사 등을 공사감리자로 지정해 공사감리를 하게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공사시공자 본인이나 그 계열회사는 감리자가 될 수 없습니다. 시공하는 쪽이 스스로를 감독하는 구조를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감리자가 해야 할 일의 핵심은 같은 조 제3항에 있습니다. 공사감리자는 공사감리를 하면서 건축법령에 위반된 사항을 발견하거나 공사시공자가 설계도서대로 공사를 하지 않으면, 이를 건축주에게 알린 뒤 공사시공자에게 시정하거나 재시공하도록 요청해야 합니다. 시공자가 따르지 않으면 서면으로 공사 중지를 요청할 수 있고, 그래도 시공자가 공사를 계속하면 같은 조 제4항에 따라 허가권자, 즉 시·군·구청장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제25조 제6항은 감리자가 감리일지를 기록·유지하고, 공정이 일정 진도에 이르면 감리중간보고서를, 공사를 마치면 감리완료보고서를 건축주에게 제출하도록 합니다. 이 서류들이 나중에 감리자가 실제로 무엇을 확인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감리자는 위반사항을 발견하면 건축주에게 알리고 시공자에게 시정을 요청해야 하며, 이를 하지 않은 것이 곧 감리상 잘못의 출발점입니다.
2. 감리상 잘못으로 하자가 생겼다면 감리자도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
대법원은 감리자가 부실공사를 방지할 책임을 지며, 이를 어기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봅니다.
감리자 책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법리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입니다. 감리자가 감리 의무를 소홀히 해 하자가 발생했다면, 시공사와 별개로 감리자 자신의 과실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감리계약의 상대방인 건축주는 계약상 채무불이행(감리계약 위반)을 근거로 함께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감리자의 의무 범위를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건설공사의 감리자는 제3자적인 독립된 지위에서 부실공사를 방지할 목적으로 당해 공사가 설계도서 기타 관계 서류의 내용에 따라 적합하게 시공되는지, 시공자가 사용하는 건축자재가 관계 법령에 의한 기준에 적합한 건축자재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이외에도, 위반사항이나 문제점을 발견한 때에는 지체 없이 시공자 및 발주자에게 이를 시정하도록 통지함으로써 품질관리·공사관리 및 안전관리 등에 대한 기술지도를 하여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으므로, 만약 이에 위반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1. 9. 7. 선고 99다70365 판결).
이 판결은 아파트 하자가 문제된 사건에서 감리자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입니다.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감리자의 책임이 계약 당사자인 건축주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자로 피해를 본 제3자, 예를 들어 분양받은 입주자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하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리자의 책임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감리자가 해야 할 확인·통지를 하지 않았다는 점, 그 부작위와 하자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감리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과 하자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감리자도 시공자와 함께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3. 시공자와 감리자는 손해 전부에 대해 함께 책임질 수 있습니다
감리자의 잘못이 시공자보다 가볍더라도, 피해자에 대해서는 전체 손해에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감리자가 가장 많이 하는 항변은 “하자의 직접 원인은 시공사의 부실시공이고, 나는 일부 책임만 진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시공자의 부실시공과 감리자의 감리 소홀이 함께 하자를 낳았다면 두 사람은 공동불법행위자가 됩니다(민법 제760조).
대법원은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가해자들 전원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함께 평가하여 정하여야 하고, 그 손해배상액에 대하여는 가해자 각자가 그 금액의 전부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며, 가해자 1인이 다른 가해자에 비하여 불법행위에 가공한 정도가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 가해자의 책임 범위를 손해배상액의 일부로 제한하여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9. 7. 선고 99다70365 판결).
즉 건축주는 시공사와 감리자 중 자력이 있는 쪽에 손해 전체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시공사가 폐업했거나 재산이 없어 회수가 어려운 경우, 건축사사무소가 가입해 둔 책임보험이나 감리자에 대한 청구가 실질적인 회수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감리자가 손해를 전부 배상한 뒤에는 내부적으로 시공자의 부담 부분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하게 됩니다.
청구 시에는 기간도 중요합니다.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민법 제766조). 시공사에 대한 하자담보책임은 건설산업기본법과 공동주택관리법 등에 정해진 하자담보책임기간의 제한을 받으므로, 감리자 책임과 구분해서 따져야 합니다.
시공자와 감리자가 함께 하자를 낳았다면, 감리자는 가담 정도가 가볍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줄일 수 없습니다.
4. 감리 부실은 형사책임과 행정책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감리보고서를 거짓으로 쓰거나 중대한 부실을 방치하면 건축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감리자의 책임은 민사에 그치지 않습니다. 건축법 제110조 제6호는 정당한 사유 없이 감리중간보고서나 감리완료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작성해 제출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확인하지 않은 공정을 확인한 것처럼 적어 제출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방화에 지장이 없는 재료를 쓰지 않았는데 그 재료 사용에 책임이 있는 공사감리자라면 건축법 제108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합니다. 또한 건축법 제106조는 감리 의무(제25조 제3항) 위반 등으로 건축물이 부실하게 되어, 하자담보책임 기간 중 기초와 주요구조부에 중대한 손괴가 생기고 일반인을 위험에 처하게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 사람이 죽거나 다친 경우에는 무기징역이나 3년 이상의 징역까지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단순한 누수나 마감 불량 같은 일반 하자는 대부분 민사 문제이고, 형사처벌은 구조적 위험이나 허위 보고처럼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정됩니다. 형사 문제가 될 가능성을 따질 때는 하자의 종류와 위험성, 감리자가 알고도 방치했는지 여부가 핵심 기준이 됩니다.
일반 하자는 민사 중심이지만, 허위 보고나 구조적 위험을 방치한 감리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5. 하자 확인부터 소송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소송 전에 하자 원인과 감리 기록을 확보해야 감리자의 책임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감리자 책임을 묻는 절차는 통상 ①하자 발견 및 증거 확보 → ②시공자·감리자에 대한 내용증명 발송 → ③하자 원인에 대한 전문가 감정을 전제로 한 소송 제기(수원 지역 건물이라면 수원지방법원) → ④감정 결과에 따른 판결 또는 조정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형사 고소가 필요한 사안이라면 관할 경찰서(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와 수원지방검찰청을 거치게 됩니다.
실무에서 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하자가 감리 단계에서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인지, 그리고 감리자가 이를 확인하고 시정을 요청했는지입니다. 이를 입증하려면 다음 순서로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감리계약서와 감리일지, 감리중간·완료보고서를 확보해 감리자가 어느 공정을 어떻게 확인했다고 기록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하자 부위의 사진, 시공 단계별 사진·동영상, 설계도서를 대조해 설계도서와 다르게 시공된 부분이 감리 단계에서 발견 가능했는지 정리합니다.
법원 감정을 통해 하자의 원인과 보수비용, 그리고 감리 소홀과의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 있도록 감정 신청 범위를 준비합니다.
이 자료들을 토대로 부동산·건축 분쟁에 경험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시공사와 감리자를 함께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설계해 실질적인 회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건축 하자 분쟁은 “감리까지 있었는데 설마”라는 생각 때문에, 혹은 “이미 말해 뒀는데”라는 막연한 기억 때문에 초기 증거 확보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자로 피해를 본 건축주 입장에서는 시공사만 상대할지, 감리자까지 함께 상대할지에 따라 회수 가능성이 크게 달라집니다. 감리일지와 보고서, 시공 단계별 사진이 남아 있을 때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반대로 감리 책임을 추궁받는 감리자 입장에서도 “시공은 내 일이 아니다”라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어떤 공정을 확인했고, 위반사항을 언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알렸는지가 기록으로 남아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저는 건축·부동산 분쟁에서 하자를 주장하는 쪽과 책임을 다투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기록을 확보했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시공사가 망했는데 감리자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시공자와 감리자가 함께 하자를 낳았다면 공동불법행위가 되어 각자 손해 전부에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다만 감리 의무 위반과 하자 사이의 인과관계는 입증해야 합니다.
Q. 감리자가 “시정 요청을 했는데 시공사가 따르지 않았다”고 하면 책임이 없나요?
A. 건축법 제25조에 따라 감리자는 시정 요청에 그치지 않고 건축주에게 알리고, 시공자가 따르지 않으면 공사 중지 요청과 허가권자 보고까지 해야 합니다. 이 절차를 밟았음을 기록으로 입증하면 책임을 면하거나 줄일 수 있습니다.
Q. 건축주가 하자를 알고도 준공을 받았다면 감리자 책임을 물을 수 없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건축주가 하자를 알면서 방치한 사정은 과실상계로 손해배상액을 줄이는 요소가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Q. 감리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있나요?
A. 불법행위를 근거로 하면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청구권이 소멸합니다(민법 제766조). 계약상 책임이나 하자담보책임은 별도 기간이 적용되므로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Q. 감리자가 감리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면 형사처벌도 받나요?
A. 정당한 사유 없이 감리중간보고서나 감리완료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작성해 제출하면 건축법 제110조 제6호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합니다.
Q. 소송을 준비 중인데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나요?
A. 감리계약서, 감리일지, 감리중간·완료보고서와 하자 부위 사진을 먼저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이후 법원 감정을 통해 하자 원인과 감리 소홀의 인과관계를 확정하게 되므로,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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