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거래처 담당자에게 건넨 접대비·사례금의 출처가 수사 대상이 되면서, 뇌물 문제와 함께 회사 자금 횡령 혐의까지 한꺼번에 문제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회사 일을 따내려고 쓴 돈이지 내가 챙긴 게 아니다”, “대표인 내가 승인한 돈이니 횡령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뇌물을 준 혐의에 더해, 그 돈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했는지를 두고 횡령 혐의가 추가로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은 회사 자금을 용도가 허용되지 않는 곳에 쓴 경우, 그것이 회사를 위한 것이라 해도 그 사용행위 자체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뇌물은 법이 금지한 용도이므로, 회사 돈으로 뇌물을 줬다는 사정은 횡령 판단에서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회사 돈으로 거래처에 뇌물을 준 경우 어떤 기준으로 횡령이 성립하는지, 뇌물 혐의와는 어떻게 따로 문제되는지, 의심받는 상황에서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회사 돈으로 뇌물을 줬다면 횡령이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뇌물죄와 횡령죄는 보호하는 법익이 달라 각각 따로 성립합니다.
많은 분이 “뇌물을 줬으니 뇌물죄로만 처벌받는다”고 생각하지만, 두 죄는 서로 다른 행위를 심판합니다. 뇌물 공여는 상대방에게 금품을 건넨 행위를, 횡령은 내가 보관하는 회사 재산을 회사 뜻과 무관하게 처분한 행위를 처벌합니다.
상대가 공무원이라면 형법 제133조의 뇌물공여죄가 문제되고, 민간 기업의 담당자라면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넸는지에 따라 형법 제357조의 배임증재죄가 문제됩니다. 그런데 그 돈이 내 개인 돈이 아니라 회사 계좌에서 나갔다면, 같은 지출을 두고 회사 재산을 보관하는 지위에서 임의로 처분한 것인지가 별도로 따져집니다.
대표이사, 재무 담당 임원, 경리 담당자처럼 자금 집행 권한이 있는 사람은 회사의 재물을 업무상 보관하는 지위에 있습니다. 이 지위에서 회사 돈을 정당한 용도 밖으로 내보냈다면 업무상횡령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뇌물을 줬다는 사실과, 그 돈이 회사 돈이라는 사실은 각각 별도의 죄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 “회사를 위해 썼다”는 항변은 횡령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용도가 허용되지 않는 지출은 회사를 위한 것이라 해도 불법영득의사의 실현으로 봅니다.
횡령의 핵심은 불법영득의사입니다. 내가 쓰려고 챙긴 것이 아니라 영업을 위해 쓴 돈이라는 항변이 가장 흔한데, 대법원은 자금의 용도가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경우 이 항변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회사의 경영자가 자금을 지출함에 있어 그 자금의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는 경우 그 용도 외의 사용은 그것이 회사를 위한 것이라도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라 할 것이다(대법원 1997. 4. 22. 선고 96도8 판결).
뇌물 공여는 어떤 회사 정관이나 이사회 결의로도 적법한 지출이 될 수 없는 용도입니다. 따라서 회사가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이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횡령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일부 판례는 비자금 조성 자체만으로는 불법영득의사를 단정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는 그 돈이 회사 운영을 위해 정당하게 쓰일 수 있는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고, 처음부터 뇌물로 쓸 목적이었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반대로 사후에 어떻게 처리했는지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할 의사가 있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봅니다.
회사를 위해 썼다는 목적은 뇌물이라는 지출 자체의 위법성을 지워주지 못합니다.
3. 대표가 직접 승인했다는 사정도 방패가 되지 않습니다
1인 주주나 대표의 지시라 해도 법인 재산은 개인 재산과 구별됩니다.
“내 회사의 돈을 내가 결정해서 쓴 것”이라는 항변도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법인은 주주나 대표와 별개의 권리 주체이고, 법인 계좌의 자금은 대표 개인의 재산이 아닙니다. 대표가 1인 주주여도 법인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수사기관이 특히 보는 부분은 장부와 증빙입니다. 거래처에 건넨 돈이 접대비, 광고선전비, 용역비 등으로 가장되어 회계 처리되었다면, 실제 용도와 장부상 용도가 다르다는 점이 곧 임의 처분의 정황이 됩니다. 허위 세금계산서나 가공 거래를 통해 돈을 빼냈다면 이 점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또한 대표 한 사람의 판단으로 현금을 인출해 전달했고 이사회나 내부 결재 등 적법한 절차가 없었다면, 회사의 정상적인 의사에 따른 지출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어렵습니다. 반면 비용이 실제 영업 활동에 필요했고, 법이 허용하는 접대·판촉의 범위 안에서 정상적으로 결재·정산되었다면 처음부터 횡령이 아닙니다.
법인 자금은 대표 개인의 돈이 아니므로, 본인이 승인했다는 사정만으로 횡령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4. 금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지고, 뇌물 혐의와 합쳐 평가됩니다
횡령액이 5억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은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횡령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뇌물 공여는 형법 제133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민간 거래처에 대한 배임증재도 같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처럼 두 혐의가 함께 문제되면 경합범으로 처리되어 전체 형량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뇌물이 한 번이 아니라 수개월에 걸쳐 반복되었다면 횡령액이 합산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합니다. 건별로는 소액이어도 누적되면 특경법 구간에 들어갈 수 있고, 반환이나 합의 사정은 횡령 성립을 막지는 못해도 양형에서는 참작될 수 있습니다.
횡령액의 합산 규모가 처벌의 구간을 결정하고, 뇌물 혐의는 별도로 형을 더합니다.
5. 수사가 시작되면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초기 진술과 장부 정리가 횡령 혐의 여부를 가르는 출발점입니다.
이런 사건은 통상 ①수사기관의 인지 또는 고소·고발 접수(수원 지역 업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또는 수원지방검찰청) → ②압수수색, 계좌 추적, 관련자 조사 → ③검찰의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특히 뇌물 수수자가 먼저 수사를 받으면서 공여자인 회사 쪽으로 수사가 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된 지출이 회사 장부에 어떤 항목으로 기록되었고, 실제 용도와 어떻게 다른지부터 확인합니다.
자금 집행에 대한 내부 결재·이사회 의사록·약정서 등 승인 절차의 존재 여부를 정리합니다.
상대방과의 관계, 청탁 여부, 금품 전달 경위에 대한 대화 기록을 확보해 뇌물 혐의와 횡령 혐의를 나누어 방어 논리를 세웁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두 혐의의 성립 요건을 따로 검토하면, 횡령 부분은 다툴 여지가 있는지, 양형에서 무엇을 주장할지 현실적인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회사 일을 위해 쓴 돈이라는 생각 때문에, 처음 수사 연락을 받고도 “별일 아니겠지” 하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 자금 지출로 수사받는 대표나 담당자 입장에서는, 뇌물과 횡령이 서로 다른 죄라는 점을 알고 각각의 성립 요건을 나누어 대응해야 합니다. 장부, 결재, 지출 경위가 초기에 어떻게 정리되는지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반대로 회사 자금이 이렇게 쓰인 것을 뒤늦게 알게 된 회사 측 입장에서도 감정적인 고발보다 어떤 자료로 불법영득의사를 뒷받침할지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저는 회사 자금 문제에서 자금을 집행한 쪽과 문제를 제기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가 한 푼도 챙기지 않았는데도 횡령이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불법영득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처분하는 의사를 포함하므로, 본인이 챙기지 않았더라도 회사 자금을 허용되지 않은 용도에 쓰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뇌물로 준 돈을 나중에 회사에 다시 채워 넣으면 어떻게 되나요?
A. 횡령 성립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대법원은 사후 반환·변상 의사가 있어도 불법영득의사 인정에 지장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양형에서는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거래처가 민간 기업이라 공무원이 아닌데도 문제가 되나요?
A. 됩니다.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넸다면 배임증재가 문제되고, 그 돈이 회사 자금이라면 횡령은 상대방의 신분과 무관하게 따로 판단됩니다.
Q. 정상적인 접대비로 처리했는데도 횡령이 될 수 있나요?
A. 장부상 접대비라도 실제로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였다면 문제가 됩니다. 반대로 영업상 필요한 범위의 정상적인 접대로 결재·정산되었다면 횡령이 아닙니다.
Q. 대표이사가 직접 지시한 것인데 직원도 처벌되나요?
A. 직원이 지시에 따라 현금을 인출하고 전달했다면 공범으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정을 알았는지, 지시의 내용과 경위가 어땠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뇌물 혐의와 횡령 혐의 모두의 방향을 정하고, 장부 설명이 한번 굳어지면 바꾸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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