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뒤 돈이 흘러 들어간 통장의 명의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 명의인에게 직접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피해자분들은 “통장 주인이 분명히 있는데 그 사람한테 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생각하시고, 반대로 통장 명의인 쪽에서는 “나는 통장만 빌려줬을 뿐 돈은 만져보지도 않았다”, “대출 서류용인 줄 알았다”며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지급정지가 걸리고 소송이 시작되면, 두 쪽 모두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론을 마주하게 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다른 사람의 계좌로 흘러간 사건에서 계좌 명의인이 그 돈을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했는지를 수취 경위와 명의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엄격하게 따지는 판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산 환급에 관한 특별법의 절차가 겹치면서, 청구 순서를 잘못 잡으면 소송 자체가 막히는 일도 생깁니다.
아래에서는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통장 명의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특별법상 환급 절차, 그리고 명의인이 책임을 벗어날 수 있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1. 통장 명의인에게는 부당이득반환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청구 근거는 민법상 부당이득(제741조)과 공동불법행위(제750조·제760조)이며, 둘은 선택적으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명의인의 계좌에 입금되었다면, 피해자는 먼저 민법 제741조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명의인은 피해자와 아무런 거래관계가 없는데도 계좌 잔액이라는 이익을 얻었고, 피해자는 같은 금액만큼 손해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부당이득반환청구는 명의인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어도 성립한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다만 명의인이 이미 돈을 범죄조직에 전달했거나 인출해 넘겼다면 “현존하는 이익이 없다”는 반박이 나올 수 있고, 이득을 얻을 당시 악의였는지에 따라 반환 범위가 달라집니다.
두 번째 근거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입니다. 명의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통장과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건네주었거나 직접 돈을 인출·전달했다면, 그 행위는 범죄의 실행을 용이하게 한 것이어서 조직원과 함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민법 제760조 제3항은 교사자나 방조자를 공동행위자로 보기 때문에, 직접 기망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방조에 해당하면 피해액 전부에 대해 책임을 지는 구조가 됩니다. 이 경우에는 명의인에게 최소한 과실이 있었다는 점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두 청구를 선택적으로 병합해 함께 제기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부당이득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불법행위가 인정될 여지가 남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통장 명의인에 대한 청구는 가능하지만, 어떤 근거로 어떤 사실을 입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2. 소송보다 먼저 지급정지와 피해환급금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돈이 계좌에 남아 있는 동안 지급정지를 걸고 채권소멸절차를 거치는 것이 가장 빠른 회수 경로입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알게 되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소송이 아니라 피해구제 신청입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산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3조에 따라 피해자는 송금한 계좌 또는 돈이 들어간 계좌를 관리하는 금융회사에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고, 금융회사는 제4조에 따라 거래내역을 확인한 뒤 해당 사기이용계좌의 전부에 대해 지급정지를 해야 합니다.
지급정지가 이루어지면 금융회사는 금융감독원에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를 요청합니다(제5조). 공고일부터 2개월이 지나면 명의인의 예금채권은 소멸하고(제9조 제1항), 금융감독원은 채권이 소멸된 날부터 14일 이내에 피해환급금 지급 대상과 금액을 결정해 금융회사에 통지하며, 금융회사는 지체 없이 피해자에게 지급합니다(제10조 제1항). 계좌에 남아 있는 금액이 피해액보다 적으면 각 피해자의 피해금액 비율대로 나누어 받게 됩니다(제10조 제2항 제1호).
다만 이 절차로 환급받을 수 있는 돈은 어디까지나 지급정지 시점에 계좌에 남아 있는 잔액입니다. 이미 인출되거나 다른 계좌로 이체된 금액은 환급 대상이 아니므로, 부족분이 있다면 명의인을 상대로 한 별도의 민사 청구가 필요합니다. 한편 제12조는 환급금을 받은 경우 그 한도에서 손해배상청구권 등이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환급받은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가 소송에서 다툴 금액이 됩니다.
환급 절차는 잔액을 돌려받는 길이고, 이미 빠져나간 돈은 명의인을 상대로 한 청구로 이어집니다.
3. 지급정지 상태에서는 가압류와 소송 제기가 제한됩니다
지급정지된 계좌의 채권을 두고는 압류·가압류와 일반 소송을 할 수 없고, 예외 소송만 허용됩니다.
많은 피해자가 “명의인을 상대로 소송을 내고 계좌를 가압류하면 확실하다”고 생각하지만, 특별법은 이 순서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지급정지가 된 사기이용계좌의 채권과 관련해서는 누구든지 손해배상·부당이득반환 소송을 제기하거나 압류·가압류를 신청할 수 없습니다. 지급정지가 종료된 뒤에야 가능합니다.
제1항 본문에도 불구하고 명의인 또는 피해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채무부존재확인ㆍ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산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4조의2 제2항).
즉 피해자는 명의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낼 수 있고, 명의인도 피해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낼 수 있습니다. 소송이 계속 중이면 채권소멸절차가 개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해야 합니다. 제5조 제1항은 지급정지 후 이 소송이 제기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경우 소멸채권 공고를 요청하지 않는 예외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환급 절차와 소송 중 어느 길이 유리한지는 계좌에 남은 잔액과 이미 빠져나간 금액의 비율, 명의인의 변제 능력을 따져 선택해야 합니다.
명의인 입장에서는 지급정지 통지를 받은 날부터 공고일 기준 2개월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제7조 제1항). 이 기간이 지나 채권이 소멸하면 계좌 잔액을 돌려받기가 어려워지고, 사기이용계좌 명의인으로 전자금융거래가 제한되는 불이익까지 따를 수 있습니다(제13조의2).
지급정지가 걸린 상태에서는 소송 순서와 종류를 잘못 고르면 그 자체로 막히므로, 신청 전에 경로를 정해야 합니다.
4. 명의인이 책임을 벗어나는 경우와 형사책임의 수위는 다릅니다
대가 지급 등 정당한 원인이 있고 사기 사실을 몰랐다면 반환의무가 없을 수 있지만, 통장을 넘긴 경우는 형사처벌까지 이어집니다.
명의인이 항상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돈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 변제에 사용한 사안에서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전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하면서 그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채권자의 금전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채권자가 수령한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에게 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4다216187 판결).
이 판결은 중고거래 대금으로 정당하게 물건을 판매하고 입금을 받은 사람이 피해금인 줄 몰랐던 사안이어서, 통장을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긴 명의인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당한 원인 없이 돈이 들어온 계좌 명의인인지, 물품 대금처럼 대가관계가 있는 수령인인지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는 기준은 명확합니다. 명의인이 책임을 피하려면 재화·용역의 대가로 받은 돈임을 객관적 자료로 소명해야 하고, 그 돈이 피해금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다고 인정되면 이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특별법 제7조 제1항 제2호).
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속아 통장과 체크카드를 넘겨준 경우에도 형사책임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접근매체를 양도·대여하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되고, 범행에 이용될 것을 알거나 예견했다면 형법상 사기방조죄까지 문제 됩니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며, 방조범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됩니다. 형사 사건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민사 청구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명의만 빌려준 경우와 돈을 대가로 정당하게 받은 경우는 법적 평가가 전혀 다릅니다.
5. 피해 발생부터 청구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신고와 지급정지가 먼저이고, 소송은 잔액 환급 결과를 확인한 뒤 부족분에 대해 진행합니다.
보이스피싱 피해 사건은 통상 ①경찰서(수원 지역 피해자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사건 신고 및 금융회사 지급정지 요청 → ②수사기관의 명의인 수사와 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 ③금융감독원의 채권소멸절차와 피해환급금 지급 → ④부족분에 대한 민사 소송(수원지방법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명의인이 수사 단계에서 사기방조로 입건되었다면 형사 사건 결과가 민사 청구의 방향에도 영향을 줍니다.
피해를 알게 되었다면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송금 내역, 상대방과의 통화·문자·메신저 대화 기록, 입금 계좌의 은행명과 계좌번호를 지체 없이 확보하고 금융회사와 경찰에 신고합니다.
지급정지 통지서와 채권소멸절차 공고 내용, 환급금 결정 통지를 확인해 환급받은 금액과 남은 피해액을 계산합니다.
남은 금액에 대해 명의인과 통장을 넘기게 된 경위, 돈이 이동한 경로를 정리해 부당이득반환 또는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를 만듭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기 피해와 명의인 책임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환급 절차와 민사 청구, 형사 고소의 순서를 함께 설계해 실질적인 회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일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므로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치며
보이스피싱 피해금 문제는 “이미 돈이 사라졌는데 해봐야 소용없다”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지급정지와 채권소멸 절차에는 정해진 기간이 있어 이 시기를 놓치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의 범위가 줄어듭니다.
피해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송금 경로와 명의인의 인식을 보여 주는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환급 절차를 거친 뒤 남은 금액에 대해 어떤 청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회수 가능성이 크게 달라집니다.
반대로 통장 명의인으로 지목된 입장에서도 “나는 돈을 쓰지 않았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이의제기 기간 안에 정당한 수령 경위를 객관적 자료로 소명하고, 수사 단계에서의 진술을 일관되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쪽과 계좌 명의인으로 지목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대응과 자료 정리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통장 명의인이 돈을 쓰지 않고 조직에 전달했다면 청구할 수 없나요?
A.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부당이득은 현존이익이 문제 될 수 있으나, 통장을 넘기거나 돈을 전달한 행위가 방조에 해당하면 공동불법행위로 피해액 전부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Q. 피해환급금을 받으면 명의인에게 더 청구할 수 없나요?
A. 환급받은 한도에서만 청구권이 소멸합니다(특별법 제12조). 피해액에서 환급금을 뺀 나머지는 명의인을 상대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명의인 계좌를 가압류하면 바로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지급정지 중인 계좌는 가압류가 제한됩니다(제4조의2 제1항). 지급정지 상태에서는 환급 절차를 먼저 밟고, 지급정지가 끝난 뒤나 다른 재산을 대상으로 보전 방법을 검토해야 합니다.
Q. 대출 서류인 줄 알고 통장을 줬는데 저도 책임을 져야 하나요?
A. 사정에 따라 다릅니다. 속았다는 사정이 있어도 범행에 이용될 가능성을 알았거나 예견했다면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접근매체를 넘긴 사실만으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문제 됩니다.
Q. 지급정지를 받은 명의인은 언제까지 이의를 제기해야 하나요?
A. 지급정지일부터 채권소멸절차 공고일을 기준으로 2개월이 지나기 전까지입니다(제7조 제1항). 이 기간을 넘기면 채권이 소멸하므로 서둘러 소명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Q. 소멸시효는 언제까지인가요?
A. 불법행위 손해배상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일부터 10년입니다.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즉시 자료를 정리하고 청구 방법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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