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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권자에게 다른 담보를 주면 유치권이 없어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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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권자에게 다른 담보를 주면 유치권이 없어지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시공업자가 건물을 점유한 채 인도를 거부하는 유치권 분쟁이 부동산 매매·경매 현장에서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건물주분들 중 상당수는 “공사대금만큼 근저당을 잡아주면 유치권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요”, “다른 부동산을 담보로 내놓았으니 이제 나가라고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담보를 건넸는데도 시공업자는 여전히 열쇠를 쥐고 있고, 건물은 매매도 대출도 막힌 채 시간만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법은 채무자가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고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대법원은 이 소멸청구가 담보의 제공만으로 자동 발생하지 않고 별도의 의사표시와 담보의 ‘상당성’을 요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소유자가 바뀐 경우에도 청구가 가능한지 다툼이 있었는데, 최근 대법원이 기준을 정리했습니다.

아래에서는 다른 담보를 제공하면 유치권이 어떤 요건과 절차로 소멸하는지, 어떤 담보가 ‘상당한 담보’로 인정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유치권은 다른 담보를 제공해 소멸시킬 수 있는 권리입니다

민법 제327조가 채무자에게 ‘상당한 담보 제공 + 소멸청구’의 통로를 열어두고 있습니다.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이나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에 관해 생긴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물건을 유치할 수 있는 법정담보물권입니다(민법 제320조). 채권 전액을 변제받을 때까지 물건 전체에 효력이 미치는 불가분성(민법 제321조) 때문에, 받을 돈이 적어도 유치물 전체의 처분이 막히는 불균형이 생깁니다.

민법 제327조는 이 불균형을 풀기 위해 “채무자는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고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유치권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채무자가 일방적으로 담보를 제공하고 소멸을 청구하면, 요건이 충족되는 한 유치권은 사라집니다.

다만 이 규정은 ‘다른 담보를 주면 자동으로 없어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담보가 상당해야 하고, 소멸청구라는 의사표시가 유치권자에게 도달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빠지면 유치권은 그대로 남습니다.

다른 담보는 유치권을 없애는 ‘수단’일 뿐, 제공하는 것만으로 유치권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2. 담보를 건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소멸청구의 의사표시가 있어야 합니다

유치권은 담보 제공 사실이 아니라, 담보에 근거한 소멸청구 의사표시가 도달한 때 소멸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놓치는 부분이 이 지점입니다.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거나 공탁을 해놓고도, 유치권자에게 “제327조에 따라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유치권은 소멸하지 않습니다.

제1심 제2차 변론기일에서 피고에 대하여 담보제공에 근거한 유치권 소멸청구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피고의 유치권은 민법 제327조의 규정에 의하여 소멸하였다(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다59866 판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소송 중 변론기일에 한 소멸청구 의사표시로 유치권이 소멸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담보를 마련한 뒤 내용증명으로 소멸청구 의사표시를 먼저 보내 도달 시점을 확보해 두고, 소송이 걸려 있다면 준비서면과 변론에서도 같은 주장을 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소멸청구의 효과는 청구가 도달한 때 발생하므로, 그 이후에는 유치권자의 점유가 더 이상 유치권에 기한 정당한 점유로 인정되지 않아 인도 청구와 건물 처분의 걸림돌이 사라집니다.

담보를 마련하는 일과 소멸청구 의사표시를 하는 일은 별개이고, 둘 다 해야 유치권이 소멸합니다.


3. ‘상당한 담보’인지는 담보 가치와 유치물의 담보력을 함께 봅니다

법원은 피담보채권액과 유치물 가액 중 적은 쪽을 기준으로 담보의 상당성을 판단합니다.

어떤 담보가 ‘상당’한지는 법에 숫자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근저당권, 보증보험증권, 은행 지급보증, 공탁금, 다른 부동산에 대한 담보권 등이 담보 수단으로 쓰입니다. 핵심은 그 담보가 유치권자의 채권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느냐입니다.

채무자나 소유자가 제공하는 담보가 상당한지는 담보 가치가 채권 담보로서 상당한지, 유치물에 의한 담보력을 저하시키지 않는지를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고, 유치물 가액이 피담보채권액보다 많으면 피담보채권액에 해당하는 담보를, 적으면 유치물 가액에 해당하는 담보를 제공하면 된다(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9다216077 판결).

예를 들어 공사대금 채권이 4억원이 넘더라도 유치 대상 건물의 가액이 1억 5천만원 정도라면, 건물 가액에 해당하는 담보만 제공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이 판결은 소멸청구를 채무자뿐 아니라 유치물의 소유자도 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확인했습니다. 건물을 낙찰받거나 매수한 새 소유자도 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후순위 근저당처럼 이미 선순위 채권으로 가치가 소진된 담보, 환가가 어려운 담보는 상당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담보의 평가는 제공 시점의 시가와 선순위 부담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므로, 감정평가서나 등기부 자료를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담보가 피담보채권액(또는 유치물 가액)을 실질적으로 채워야 ‘상당한 담보’로 인정됩니다.


4. 소멸청구가 인정되어도 채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유치권만 소멸할 뿐, 공사대금 등 피담보채권은 그대로 남아 담보로 갈음됩니다.

소멸청구가 받아들여지면 유치권이라는 담보물권만 사라집니다. 유치권자가 가진 공사대금 채권, 유익비 상환 채권 등 피담보채권은 그대로 남아 있고, 이제 새로 제공된 담보로 보호받게 됩니다. 채무자가 채무를 다툴 수 있는 길도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또한 유치권의 행사는 채권의 소멸시효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민법 제326조), 유치권자가 점유를 계속해왔더라도 채권의 시효는 흐릅니다. 시효가 지났다면 채무자는 시효 완성을 주장해 채권 자체를 다투는 방법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유치권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유치물을 보관하지 않거나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사용·대여·담보제공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민법 제324조 제3항에 따라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담보를 주는 방법과 별개의 소멸 사유이므로, 사안에 따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5. 담보 제공부터 인도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담보 준비와 소멸청구 통지를 먼저 끝내 두어야 이후 소송에서 흔들리지 않습니다.

통상 ①상당한 담보 마련(근저당 설정·보증보험·공탁 등) → ②내용증명으로 민법 제327조 소멸청구 통지 → ③유치권자가 점유를 풀지 않으면 건물인도 청구 소송(수원 지역 부동산이라면 수원지방법원) 제기 → ④판결 확정 후 강제집행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유치권 부존재 확인 청구를 함께 거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음 순서로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1. 유치권자의 피담보채권액과 유치물의 현재 가액을 각각 확인합니다. 둘 중 적은 쪽이 필요한 담보의 크기입니다.

  2. 제공할 담보가 선순위 부담을 뺀 뒤에도 그 금액을 채우는지 등기부와 감정평가로 점검합니다.

  3. 담보를 마련한 즉시 내용증명으로 소멸청구 의사표시를 보내고, 도달 일자를 증거로 남깁니다.

담보의 상당성은 사후에 다툼이 생기기 쉬우므로, 담보를 제공하기 전에 변호사와 상당성 여부를 먼저 검토해 두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유치권 분쟁은 “공사한 사람이 나가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시간이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대출 이자와 매매 지연 손해가 쌓입니다.

유치물을 소유한 채무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어떤 담보가 상당한지 계산하고 소멸청구를 정확히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담보를 제공하고도 의사표시를 빠뜨리거나, 담보가 부족해 소멸청구가 인정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유치권자 입장에서도 상대가 제공한 담보가 상당하다면 점유를 계속할 법적 근거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담보의 내용을 따져 대응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저는 유치권 분쟁에서 유치물 소유자 쪽과 채권자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담보의 상당성과 소멸청구의 시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담보를 내놓아야 할지 고민이라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면 유치권이 자동으로 없어지나요?

A. 아닙니다. 상당한 담보를 제공한 뒤 민법 제327조에 따른 소멸청구 의사표시를 유치권자에게 해야 유치권이 소멸합니다. 담보 제공만으로는 소멸하지 않습니다.

Q. 유치권자가 담보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유치권자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담보가 상당하다면 소멸청구 의사표시가 도달한 때 유치권이 소멸합니다. 다만 상당성을 다투면 소송으로 가려질 수 있습니다.

Q. 공사대금이 4억원인데 건물 가액은 1억 5천만원입니다. 얼마의 담보를 줘야 하나요?

A. 대법원은 유치물 가액이 피담보채권액보다 적으면 유치물 가액에 해당하는 담보를 제공하면 된다고 봅니다. 이 경우 건물 가액 상당의 담보가 기준입니다.

Q. 건물을 새로 산 소유자도 소멸청구를 할 수 있나요?

A.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소멸청구를 채무자뿐 아니라 유치물의 소유자도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Q. 담보를 제공하면 공사대금 채무도 없어지나요?

A. 아닙니다. 소멸하는 것은 유치권뿐이고 공사대금 채권은 남습니다. 채권의 존재나 금액, 소멸시효는 별도로 다툴 수 있습니다.

Q. 유치권 소멸청구는 언제 하는 것이 좋은가요?

A. 담보를 마련한 즉시 내용증명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달 일자가 증거가 되고, 이후 인도 청구 소송에서도 같은 주장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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