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강간과 강제추행을 가르는 선은 "삽입"이라는 한 단어입니다. 이 글은 같은 날 비슷하게 시작된 두 사건이 벌금형과 실형으로 갈린 이유를 나란히 놓고, 유사강간죄의 성립요건·법정형·판결 이후의 차이를 해부합니다.
경찰 출석 통보서나 고소장에 적힌 죄명이 "강제추행"이 아니라 "유사강간"이라면, 그 한 줄이 사건의 무게를 완전히 바꿉니다. 강제추행은 벌금으로 끝날 수 있지만, 유사강간은 법정형에 벌금이 아예 없습니다.
피의자든 피해자든, 지금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내 사건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가"입니다. 아래 두 사건을 따라가며 그 기준을 확인해 보십시오.
결론부터: 유사강간은 "신체 내부에 넣는 행위", 강제추행은 "그 외의 추행"
유사강간죄는 폭행·협박으로 피해자의 구강·항문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 일부나 도구를 넣는 행위를 말하며, 법정형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삽입이 없는 신체 접촉은 강제추행으로 분류되고,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이 법정형입니다.
형법 제297조의2(유사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유사강간죄는 2012년 형법 개정으로 신설되어 2013년 6월부터 시행된 비교적 새로운 조문입니다. 그 전까지는 손가락을 넣는 행위도 모두 강제추행으로 처벌되었는데, 강간에 준하는 침해를 강제추행과 같은 형으로 다루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에 따라 별도 죄명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성기를 성기에 넣으면 강간, 그 외의 신체 내부에 넣으면 유사강간, 넣는 행위가 없으면 강제추행"이라는 3단 구조가 완성되었습니다. 조문의 "성기는 제외한다"는 괄호는 강간죄와의 경계를 긋는 장치입니다.
같은 토요일 밤, 두 사건의 출발점은 거의 같았습니다
두 사건 모두 회식 뒤 2차 자리에서 시작되었고, 피해자가 상당히 취한 상태였으며, 가해자가 피해자를 부축한다는 명목으로 신체를 접촉했다는 점까지 같았습니다. 그러나 한 사건은 벌금 800만 원, 다른 사건은 징역 3년 6월 실형으로 끝났습니다.
사건 A: 노래방 소파에서의 접촉
A는 노래방 소파에 앉은 피해자의 옆에 앉아 허벅지와 가슴을 옷 위로 만졌습니다. 피해자가 손을 뿌리치자 멈추었고, 피해자는 다음 날 고소했습니다.
경찰은 강제추행으로 송치했고, A는 조사 초기부터 접촉 사실을 인정하며 피해자에게 사과와 합의를 시도했습니다. 결과는 강제추행죄 벌금 800만 원이었습니다.
사건 B: 모텔 복도에서 이어진 행위
B는 만취한 피해자를 모텔로 데려가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바지 안으로 손을 넣어 성기에 손가락을 넣었습니다. 피해자는 당시 상황을 단편적으로만 기억했지만, 다음 날 병원에서 상처가 확인되었습니다.
경찰은 처음에 준강제추행으로 입건했다가 피해자의 진술과 진단서를 토대로 준유사강간으로 죄명을 변경해 송치했습니다. B는 "만진 것은 맞지만 넣은 적은 없다"고 다투었고, 결과는 징역 3년 6월 실형, 신상정보 등록 20년이었습니다.
이제 두 사건의 결말을 가른 지점을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갈림길 1. 행위의 태양: "어디에, 무엇을" 넣었는가
유사강간이냐 강제추행이냐를 가르는 첫 번째이자 결정적인 기준은 신체 내부로의 삽입 여부이며, 삽입의 깊이나 시간은 묻지 않습니다. 사건 A는 옷 위 접촉으로 삽입이 없었고, 사건 B는 손가락이 성기 내부로 들어갔다는 점이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삽입의 정도를 엄격하게 요구하지 않습니다. 성기 내부로 손가락이 일부라도 들어갔다면 유사강간의 실행행위는 완성된 것으로 봅니다. "잠깐이었다", "깊이 넣지 않았다"는 주장은 죄명을 바꾸지 못하고 양형에서만 고려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어느 쪽인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사강간에 해당: 성기나 항문에 손가락을 넣는 행위, 구강에 성기를 넣게 하는 행위, 항문에 성기를 넣는 행위, 성기나 항문에 도구를 넣는 행위
강제추행에 해당: 옷 위나 옷 안으로 가슴·엉덩이·성기를 만지는 행위, 피해자의 손으로 가해자의 성기를 만지게 하는 행위, 입맞춤, 삽입 없이 성기를 피해자의 신체 표면에 접촉시키는 행위
강간에 해당: 성기를 성기에 넣는 행위
특히 주의할 것은 "넣으려 했지만 실패한 경우"입니다. 삽입을 시도했으나 피해자의 저항이나 제3자의 등장으로 중단되었다면 강제추행 기수가 아니라 유사강간 미수가 됩니다. 형법 제300조는 유사강간의 미수범을 처벌하므로, 미수감경이 되더라도 출발점은 2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반대로 삽입 행위가 기수에 이른 경우, 그 과정에서 함께 이루어진 가슴 접촉 등은 별도의 강제추행죄로 세어지지 않고 유사강간에 흡수됩니다. 다만 공소장에 두 죄명이 함께 적히는 일은 흔하므로, 어느 행위가 어느 죄명으로 평가되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갈림길 2. 폭행·협박의 정도, 그리고 "준(準)"이 붙는 경우
유사강간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사후적으로 따지지 않고 당시 상황 전체를 피해자의 입장에서 종합 판단합니다. 피해자가 술에 취해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폭행·협박 없이도 준유사강간이 성립합니다.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제297조의2의 행위 및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사건 B가 바로 이 경우입니다. B는 폭행이나 협박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피해자가 만취 상태라는 점을 이용했다는 사실이 인정되어 준유사강간으로 처벌되었습니다. 법정형은 유사강간과 완전히 같습니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에서 폭행 자체가 추행 행위인 "기습추행"을 널리 인정하고, 폭행·협박의 정도도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유사강간은 삽입이라는 행위 특성상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점이 드러나기 쉬워, 실무에서 폭행·협박 요건이 다투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주 다투어지는 것은 "심신상실 상태였는가"입니다. 피해자가 걸어서 이동했거나 대화를 나눴다는 사정만으로 심신상실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알코올 블랙아웃처럼 당시에는 행동했지만 기억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와, 의식 자체를 잃은 상태를 구별하면서도, 피해자가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잃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갈림길 3. 법정형의 구조가 "벌금 가능"과 "징역 하한"을 나눕니다
강제추행은 벌금형이 가능하고 집행유예 비율도 높지만, 유사강간은 벌금이 없고 2년 이상의 징역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감경 사유가 없으면 집행유예 자체가 어렵습니다. 사건 A와 B의 결말 차이는 상당 부분 이 구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숫자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강제추행: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 초범·합의 시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가 흔함
유사강간·준유사강간: 2년 이상 30년 이하 유기징역. 벌금 없음
집행유예 요건: 선고형이 3년 이하 징역이어야 함(형법 제62조). 유사강간은 하한이 2년이므로 감경 없이도 3년 이하 선고가 가능하지만, 실무상 감경 사유가 있어야 집행유예가 현실적
미수감경: 유사강간 미수는 형을 2분의 1까지 감경 가능해 하한이 1년이 됨
특별법 가중: 13세 미만 피해자에 대한 유사강간은 7년 이상(성폭력처벌법 제7조), 친족관계는 5년 이상(제5조), 장애인 대상은 5년 이상(제6조), 아동·청소년 대상은 5년 이상(청소년성보호법 제7조)
법정형 하한이 2년이라는 것은, 판사가 작량감경을 하지 않는 한 2년 미만을 선고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진지하게 반성하는 등의 사정이 있으면 작량감경으로 1년 이상까지 내려갈 수 있고, 그때 비로소 집행유예가 현실적인 선택지에 들어옵니다.
사건 B의 피고인은 혐의를 끝까지 부인하면서 합의도 하지 않았습니다. 감경 사유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법원은 3년 6월을 선고했고, 집행유예는 붙지 않았습니다.
갈림길 4. 판결 이후: 신상등록 기간과 취업제한이 달라집니다
강제추행과 유사강간 모두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지만, 등록 기간은 선고형에 따라 10년·15년·20년·30년으로 갈리고, 유사강간은 벌금형이 없어 최소 15년부터 시작합니다. 사건 A는 벌금형이어서 10년, 사건 B는 징역 3년 6월로 20년 등록 대상이 되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45조는 등록기간을 다음과 같이 정합니다.
사형·무기징역·10년 초과 징역: 30년
3년 초과 10년 이하 징역: 20년
3년 이하 징역: 15년
벌금형: 10년
그 밖에도 유죄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부가처분이 함께 붙습니다.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 500시간 범위 내(성폭력처벌법 제16조). 집행유예에는 보호관찰·사회봉사도 병과 가능
취업제한: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최대 10년(청소년성보호법 제56조). 재범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에만 면제
신상정보 공개·고지: 유사강간은 공개명령 대상 범죄로, 법원이 재범 위험성을 인정하면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
전자장치 부착: 재범이거나 재범 위험성이 인정되는 경우 검사가 청구 가능
강제추행 벌금형은 수강명령과 10년 등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유사강간 실형은 출소 이후에도 20년간 매년 경찰서에 사진을 제출하고, 주소가 바뀔 때마다 신고해야 하는 생활이 이어집니다.
두 사건의 결말을 실제로 가른 것은 "죄명"보다 "초기 대응"이었습니다
사건 B가 실형으로 간 것은 유사강간이라는 죄명 때문만이 아니라, 삽입 여부를 두고 객관적 증거와 모순되는 진술을 유지하면서 합의의 기회까지 놓쳤기 때문입니다. 같은 유사강간이라도 초기 대응에 따라 집행유예와 실형이 갈립니다.
피의자 입장에서 되짚어 보는 세 장면
첫째, 첫 조사에서의 진술입니다. B는 "만지기만 했다"고 진술했지만 진단서상 상처와 모순되었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객관적 증거와의 부합 여부를 중시하는데, 피의자 진술이 객관적 증거와 어긋나면 그 자체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요소가 됩니다.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면 분명하지 않다고 말해야 합니다. 조사 단계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단정해 진술했다가 뒤집히면, 법원은 그 번복 자체를 불리하게 봅니다. 반대로 사실관계를 과장해서 인정하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삽입이 없었는데 수사관의 유도에 따라 "그런 것 같다"고 답하면 죄명 자체가 바뀝니다.
둘째, 죄명 변경 시점의 대응입니다. 경찰이 준강제추행에서 준유사강간으로 죄명을 바꿀 때 B는 아무런 의견서도 내지 않았습니다. 죄명 변경은 수사기관이 피해자 진술과 증거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보여주는 신호이므로, 그 시점에 다툴 부분과 인정할 부분을 정리한 의견서가 필요합니다.
셋째, 합의와 반성의 시기입니다. 유사강간은 비친고죄이므로 합의해도 처벌은 피할 수 없지만, 하한 2년을 깨고 집행유예로 가는 거의 유일한 통로가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입니다. B는 1심 선고 직전에야 합의를 시도했고, 피해자는 거절했습니다. 합의는 빠를수록 성사 가능성도, 양형에 반영되는 무게도 큽니다.
피해자 입장에서 되짚어 보는 세 장면
첫째, 72시간 안의 증거 확보입니다. 사건 B의 피해자가 다음 날 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은 것이 죄명을 가른 결정적 증거였습니다. 삽입 여부는 시간이 지나면 입증이 어려워지므로, 가능하면 씻기 전에 해바라기센터(성폭력피해자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신체 증거 채취와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둘째, 고소장에서의 행위 특정입니다. "성추행을 당했다"고만 적으면 수사는 강제추행에서 출발합니다. 어디에 무엇이 들어갔는지, 기억나는 범위에서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처음부터 유사강간으로 수사가 진행됩니다. 기억이 단편적이더라도 기억나는 부분과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구분해 적는 것이 오히려 신빙성을 높입니다.
셋째, 피해자 국선변호사 신청입니다. 성폭력 피해자는 성폭력처벌법 제27조에 따라 국선변호사를 선정받을 수 있고, 조사 동석과 의견 제출을 통해 죄명 평가와 양형 단계에서 피해자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가해자 측의 합의 요청이나 공탁에 대응하는 것도 이 변호사의 역할입니다.
고소 없이도 수사가 시작되고, 공소시효는 10년입니다
유사강간과 강제추행은 모두 비친고죄이므로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와 기소가 가능하며, 공소시효는 두 죄 모두 10년이지만 DNA 등 과학적 증거가 있으면 10년이 연장됩니다.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범죄는 피해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시효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2013년 6월 친고죄 규정이 폐지되면서 성범죄는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해도 수사와 재판이 계속됩니다. 다만 처벌불원 의사는 양형에서 가장 중요한 감경 요소로 작용하므로, "고소 취하가 의미 없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공소시효는 법정형 장기를 기준으로 정해지는데, 유사강간(2년 이상 유기징역, 장기 30년)과 강제추행(장기 10년)은 모두 10년의 시효가 적용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1조는 DNA 증거 등 죄를 증명할 과학적 증거가 있으면 10년을 연장하고, 13세 미만이나 장애인에 대한 유사강간은 공소시효 자체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지금 내 사건은 어느 쪽인가: 세 가지 질문
통보서나 고소장을 손에 들고 있다면, 아래 세 질문에 답해 보면 사건의 위치와 다음 할 일이 정해집니다.
신체 내부로 들어간 행위가 있었는가? 있었다면 유사강간, 시도만 있었다면 유사강간 미수, 없었다면 강제추행이 출발점입니다. 피의자라면 이 부분을 과장도 축소도 없이 정리해야 하고, 피해자라면 진단 기록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폭행·협박이 있었는가, 아니면 취한 상태를 이용한 것인가? 후자라면 "준"이 붙지만 법정형은 같습니다. 피해자의 당시 의식 상태를 보여주는 CCTV, 메시지, 동석자 진술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
지금이 어느 단계인가? 첫 조사 전이라면 진술의 방향을, 송치 후라면 의견서와 합의 여부를, 기소 후라면 양형자료와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각각 준비해야 합니다.
사건 A와 B의 피고인은 같은 밤, 같은 술자리에서 출발했지만 한 사람은 벌금을 내고 일상으로 돌아갔고 다른 사람은 3년 6월을 복역한 뒤 20년간 신상등록 대상자로 살게 되었습니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은 행위의 태양이라는 법적 기준과, 그 기준 앞에서 어떻게 대응했는가라는 선택이었습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본문의 사례는 판례의 취지를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한 것으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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