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처방받은 식욕억제제(이른바 나비약)를 중고거래 앱이나 SNS로 팔거나 산 행위는 마약류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 매매·수수·소지에 해당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 대상입니다. 이 글은 "내 약이 마약류인가 → 내가 한 행위가 무엇인가 → 결과를 가르는 상황은 무엇인가"의 3단계로 독자가 자기 사건의 무게를 직접 가늠해 보고, 단계별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기 전까지 대부분은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인데 무슨 마약이냐"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수사기관과 법원은 정반대 자리에서 출발합니다. 처방전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약이라는 것 자체가, 그 약이 아무나 주고받을 수 없는 물질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아래 자가진단은 종이에 체크하듯 따라오면 됩니다. 각 단계의 첫 문장에 결론을 먼저 적었으니, 급한 분은 굵은 글씨만 읽어도 자기 위치가 보일 것입니다.
진단 전에 알아야 할 한 가지: 처방약이 왜 마약류인가
식욕억제제의 핵심 성분인 펜터민·펜디메트라진·디에틸프로피온·마진돌은 모두 마약류관리법이 정한 향정신성의약품입니다. 의사가 처방할 수 있다는 것과, 환자가 다른 사람에게 넘겨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마약류관리법은 마약류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을 "마약류취급자"(의사·약사·제조업자 등)로 한정하고, 그 밖의 사람은 원칙적으로 마약류를 소지·매매·수수·제공할 수 없도록 합니다. 환자는 "마약류취급의료업자로부터 투약받아 소지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될 뿐입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자의 마약류 취급 금지) 제1항 마약류취급자가 아니면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 소유, 사용, 운반, 관리, 수입, 수출, 제조, 조제, 투약, 수수, 매매, 매매의 알선 또는 제공하는 행위 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즉 "처방받아 내가 먹는다"까지가 법이 허용한 범위이고, 남은 약을 팔거나 친구에게 나눠 주는 순간부터는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의 "매매"나 "제공"이 됩니다. 돈을 받았는지는 죄가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죄명과 형량의 문제입니다.
1단계. 물질 확인: 내가 주고받은 약은 무엇인가
약 봉투나 처방전의 성분명을 먼저 확인하세요. 같은 "다이어트약"이라도 마약류인 것과 아닌 것이 있고, 여기서 사건의 성격이 갈립니다.
펜터민(디에타민 등)·펜디메트라진·디에틸프로피온·마진돌: 향정신성의약품입니다. 흔히 나비약·푸른 알약으로 불리는 것들이 여기 속합니다. 이 글의 자가진단은 이 그룹을 전제로 합니다.
졸피뎀·알프라졸람 같은 수면제·신경안정제: 다이어트약과 함께 처방되는 경우가 많고, 역시 향정신성의약품입니다. 이들은 식욕억제제보다 한 등급 위로 분류되어 법정형이 더 무겁습니다(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삭센다·위고비 같은 주사제, 오르리스타트 계열: 마약류가 아닙니다. 다만 전문의약품이므로 개인 간 판매는 약사법 위반이 됩니다. 마약류 사건은 아니지만 형사사건인 것은 같습니다.
성분을 모르겠다면 처방받은 병원이나 약국에 조제 내역을 요청하면 됩니다. 수사기관은 어차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으로 누가 언제 어떤 약을 얼마나 처방받았는지 확인하므로, 본인이 먼저 파악하고 있어야 조사에서 엇갈린 진술을 하지 않습니다.
2단계. 행위 확인: 팔았나, 샀나, 줬나, 먹었나
법은 "거래"를 하나로 보지 않고 매매·수수·제공·소지·투약으로 쪼개서 봅니다. 한 번의 중고거래에서 판매자에게는 보통 2개, 구매자에게는 2~3개의 행위가 동시에 성립합니다.
아래에서 자기에게 해당하는 항목을 모두 체크해 보세요. 항목이 많을수록 공소장에 적히는 죄명도 늘어납니다.
돈을 받고 팔았다: 향정신성의약품 "매매"입니다. 판매 글을 올린 뒤 입금이 이루어졌다면 약을 실제로 건네기 전이라도 매매의 실행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됩니다.
돈을 주고 샀다: 매수도 똑같이 "매매"입니다. 받은 약을 갖고 있는 동안은 "소지"가 추가되고, 먹었다면 "투약"이 또 추가됩니다. 구매자가 판매자보다 가볍다는 상식은 법조문에는 없습니다.
돈 없이 친구에게 나눠 줬다, 또는 받았다: 준 사람은 "제공", 받은 사람은 "수수"입니다. 무상이라는 점은 양형에서 고려될 뿐 죄의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판매 글만 올렸고 거래는 안 됐다: 매매의 미수로 처벌될 수 있고, 마약류 매매를 광고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도 따로 있습니다. "거래가 안 됐으니 괜찮다"는 가장 흔한 착각입니다.
다른 사람의 약을 대신 팔아 줬다: "매매의 알선"입니다. 중간에서 연결만 했더라도 같은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1조(벌칙) 제1항 제4조제1항을 위반하여 제2조제3호라목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매, 매매의 알선, 수수, 소지, 소유, 사용, 관리, 조제, 투약, 제공한 자 등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에 약사법이 겹칩니다. 약국 개설자가 아닌 사람이 의약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약사법상 별도의 범죄(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이고, 마약류관리법 위반과 함께 기소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래서 다이어트약 판매 사건의 공소장에는 죄명이 두 줄로 적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매자에게는 한 가지가 더 따라옵니다. 수사기관은 구매 사실이 확인되면 "먹었는지"를 반드시 묻고, 부인하면 소변·모발검사를 요구합니다. 펜터민 계열은 모발에서 수개월간 검출되므로, 복용 여부를 숨기는 전략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3단계. 상황 확인: 결과를 가르는 변수 6가지
같은 "매매"라도 아래 6가지 변수에 따라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부터 실형까지 결과가 갈립니다. 해당하는 항목이 많을수록 사건은 무거워집니다.
횟수와 기간: 남은 약을 한 번 판 것과, 여러 병원을 돌며 처방받아 반복 판매한 것은 전혀 다른 사건입니다. 후자는 상습·영리 목적으로 평가되어 형이 가중되고, 처방 자체가 "의료 목적이 아닌 취득"으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수량: 한두 달분을 넘는 분량, 특히 수백 정 단위가 오갔다면 판매 목적 소지가 인정되기 쉽습니다. 수사기관은 처방 수량과 실제 남은 수량의 차이를 계산합니다.
상대방의 나이: 미성년자에게 팔거나 건넸다면 양형에서 가장 무겁게 평가되는 요소입니다. 중고거래 앱에서는 상대 나이를 모르고 거래하는 경우가 많은데, "몰랐다"는 주장은 대화 내용으로 검증됩니다.
수익: 받은 돈은 범죄수익으로 몰수·추징 대상입니다. 몇 만원이라도 추징금이 따로 선고되고, 수익 규모는 영리 목적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복용 여부: 구매자가 복용까지 했다면 투약 혐의가 더해지고, 이후 치료·재활 프로그램 이수가 처분의 조건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록: 중고거래 앱 대화, 계좌 이체 내역, 택배 송장은 모두 남아 있습니다. 이 기록이 진술과 일치하느냐가 수사 태도 평가의 핵심이 됩니다.
대법원은 마약류 범죄에서 수량·횟수·영리성·상대방 등을 종합해 비난 가능성을 판단한다는 태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식욕억제제 사건은 필로폰 사건보다 출발점이 낮을 뿐, 평가 기준 자체는 같습니다.
진단 결과 읽기: 처분의 사다리
3단계를 거친 결과는 대체로 네 칸 중 하나에 놓입니다. 아래는 실무에서 흔히 보는 분포이지, 보장이 아닙니다.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라목 향정 한 번 거래, 소량, 초범, 수익 거의 없음, 기록과 진술이 일치하고 재활교육 이수에 동의한 경우. 마약류 사건은 단순 기소유예보다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붙이는 것이 보통입니다.
벌금형(약식명령): 거래 횟수가 2~3회이거나 수량이 다소 많지만 영리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 다만 벌금형도 마약류 전과로 남아 다음 사건에서 가중 요소가 됩니다.
징역형 집행유예: 반복 판매, 여러 병원 처방을 모아 판 경우, 수면제 등 상위 등급 향정이 섞인 경우.
실형: 조직적·상습적 판매, 미성년자 상대, 동종 전과가 있는 경우. 식욕억제제만으로 실형이 나오는 일은 드물지만, 수백 정 단위의 반복 판매에서는 실제로 선고됩니다.
어느 칸이든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기소유예라도 마약류 사범으로 수사 기록이 남고, 이후 같은 종류의 사건이 생기면 "초범"의 위치에서 출발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진단을 마친 뒤 지금 할 일, 하지 말 일
가장 먼저 할 일은 추가 거래를 멈추고 기록을 보존하는 것이고,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대화와 계좌 기록을 지우는 것입니다.
할 일
처방 내역과 처방 사유(체중, 진단명, 치료 기간)를 정리하세요. "치료 목적으로 처방받았고 남은 약을 잘못 처분했다"는 서사와, "처음부터 팔려고 처방받았다"는 서사는 결과가 다릅니다. 전자를 입증하는 자료는 진료기록입니다.
구매자라면 복용 여부를 스스로 정리하고, 복용했다면 중단 시점을 기록해 두세요. 검사 결과와 진술이 어긋나는 것이 가장 나쁜 출발입니다.
경찰 출석 전에 중고거래 앱 대화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으세요. 수사관은 그 대화를 이미 갖고 있고, 진술은 거기에 맞춰 평가됩니다.
하지 말 일
계정 탈퇴, 대화 삭제, 휴대폰 초기화는 하지 마세요. 거래 기록은 플랫폼과 은행에 남아 있어 삭제 효과가 없고, 삭제 행위 자체가 증거인멸로 평가되어 구속 사유와 양형 가중 요소가 됩니다.
거래 상대에게 연락해 "진술을 맞추자"고 하지 마세요. 상대방 휴대폰에서 그 메시지가 나오는 순간 사건의 성격이 바뀝니다.
"처방약이라 합법인 줄 알았다"는 말을 조사에서 방어 논리로 내세우지 마세요. 법률의 착오는 원칙적으로 형을 면제하지 않고, 처방전 없이는 못 사는 약을 돈 받고 팔면서 몰랐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반성의 맥락에서 사정을 설명하는 것과 혐의를 다투는 근거로 쓰는 것은 다릅니다.
마지막 점검: 처방받은 본인이 먹는 것은 문제가 없다
의사에게 처방받아 본인이 복용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이 글이 겨냥하는 것은 약이 본인의 손을 떠나는 순간입니다.
다만 경계선이 하나 더 있습니다. 여러 병원을 돌며 같은 약을 중복 처방받는 경우, 처방 자체는 합법이어도 그 약이 어디로 갔는지 설명을 요구받을 수 있고, 처방 수량과 보유 수량이 맞지 않으면 그 차이가 "제공·매매"의 정황이 됩니다.
자가진단에서 두 개 이상의 행위가 체크되었거나, 3단계 변수 중 세 개 이상이 해당된다면 경찰 출석 전에 변호인과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결과를 바꿉니다. 이 사건은 "무엇을 했느냐"보다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느냐"에서 처분이 갈리는 유형입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본문의 사례는 판례의 취지를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한 것으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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