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세금이나 대출 문제로 집을 배우자 명의로 해두었다가, 부부 사이가 틀어지면서 그 집이 아무 말 없이 팔려 나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부부끼리 무슨 문서가 필요하냐”, “등기만 남편 앞으로 해뒀을 뿐 내 집인 건 다 아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별도의 약정서나 자료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남편이 집을 팔아버린 뒤에는 “원래 내 집이었다”는 말만으로는 등기부등본 앞에서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고, 매수인은 이미 소유권을 넘겨받은 상태가 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명의신탁 부동산을 수탁자가 처분한 사안에서 그 명의신탁이 법적으로 유효한지 무효인지에 따라 횡령죄 성립 여부를 달리 판단하는 흐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2025년 말 개정된 친족 사이 범행 규정까지 더해져, 부부 사이 사건의 형사 구조도 달라졌습니다.
아래에서는 남편이 아내 소유의 집을 몰래 팔았을 때 횡령죄가 성립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그리고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횡령 여부는 ‘남편 명의 등기’가 법적으로 유효한 명의신탁인지에 달려 있습니다
부부 사이 명의신탁은 목적에 따라 유효가 될 수도, 무효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제4조는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물권변동도 무효로 정하고 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아내가 돈을 대고 등기만 남편 앞으로 했다면 그 약정은 무효입니다.
그런데 같은 법 제8조 제2호는 배우자 명의로 부동산 물권을 등기한 경우로서 조세 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제4조부터 제7조까지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부부 사이 명의신탁은 위 세 가지 목적이 없으면 유효하고, 하나라도 있으면 원칙대로 무효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목적’이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주택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고, 대출 한도나 청약 요건 같은 규제를 피하려고, 혹은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피하려고 남편 명의로 돌렸다면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단순히 관리 편의나 가족 간 신뢰로 남편 앞으로 해둔 것이라면 유효한 명의신탁이 됩니다. 한편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라면 ‘배우자’ 특례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남편 이름으로 해뒀을 뿐 내 집”이라는 사정이 형사 보호를 받는지는, 그 명의신탁이 제8조 특례로 유효한지에 먼저 갈립니다.
2. 목적이 있어 무효인 명의신탁이라면 남편은 횡령죄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무효인 명의신탁에서는 수탁자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 입장입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남편이 아내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양자간 명의신탁의 수탁자가 신탁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무효인 명의신탁 약정에 따른 위탁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신임관계가 아니라는 이유입니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된 경우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 볼 수 없어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
따라서 양도세 회피 등 목적이 있어 제8조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 부부 명의신탁이라면, 남편이 집을 몰래 팔았더라도 횡령으로 처벌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명의신탁자인 아내가 부동산실명법 제7조 제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 그리고 제5조에 따라 부동산 가액의 30% 범위 내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위험까지 있습니다. 다만 같은 법 제8조 특례 요건을 갖추었다면 이런 제재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무효인 명의신탁에서는 횡령죄 고소가 막히고, 오히려 신탁자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3. 특례로 유효한 부부 명의신탁이라면 횡령죄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유효한 명의신탁에서는 남편이 아내의 부동산을 맡아 둔 신임관계가 법적으로 인정됩니다.
제8조 특례에 따라 유효한 명의신탁이라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이 경우 약정은 법적으로 유효하므로, 남편은 대외적으로는 소유자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아내를 위해 부동산을 맡아 관리하는 지위에 있습니다. 이 신임관계를 배신하고 아내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처분했다면 횡령죄를 검토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2021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횡령 불성립의 근거로 삼은 것도 약정이 ‘무효’라는 점이었기 때문에, 약정이 유효하다면 그 논리가 그대로 옮겨오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확인한 범위에서 이 유형에 관해 대법원이 정면으로 횡령 성립을 판시한 사건번호는 따로 인용하지 않겠습니다. 이 유형의 핵심은 판결 인용이 아니라 ①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는 사실, ② 조세 포탈·강제집행 면탈·법령상 제한 회피 목적이 없었다는 사실, ③ 아내의 동의 없는 처분을 증거로 입증하는 일입니다.
입증이 중요한 이유는 남편이 방어 논리를 거의 정해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증여한 것이다”, “처음부터 내 집이다”, “아내도 팔라고 했다”라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매수 자금이 아내 계좌에서 나갔다는 이체 내역, 대출 상환 내역, 명의를 남편으로 한 경위가 담긴 문자·카카오톡, 그동안 아내가 임대료를 받거나 세금을 낸 기록이 모두 아내가 실질 소유자임을 뒷받침합니다.
유효한 명의신탁이라면 남편의 몰래 처분은 횡령죄로 이어질 수 있고, 그 승패는 약정과 자금 흐름을 증명하는 자료에 달려 있습니다.
4. 부부 사이라도 이제는 고소하면 처벌 절차가 열리고, 금액에 따라 형이 무거워집니다
친족 사이 재산범죄의 ‘형 면제’는 사라졌고 고소 기간은 6개월입니다.
과거에는 형법 제361조에 따라 횡령죄에도 준용되는 제328조가 직계혈족·배우자 사이 범행의 형을 필요적으로 면제했기 때문에, 부부 사이 횡령은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2024. 6. 27.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개정되어, 현행 형법 제328조 제1항은 친족 사이의 범행을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정하고 있습니다. 필요적 형 면제를 정한 종전 제2항은 삭제되었습니다.
그래서 부부 사이 횡령도 피해자인 아내가 고소하면 수사와 기소가 가능합니다. 친고죄이므로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에 따라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할 수 없습니다. 등기부등본으로 처분 사실을 알게 된 날이 기산점이 될 수 있으니 시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벌 수위는 집값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55조 제1항의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이지만,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감안하면 5억원을 넘는 사건이 드물지 않습니다.
다만 고소가 끝은 아닙니다. 부부 사이라는 점에서 합의와 처벌불원 의사가 사건의 결론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형사 고소를 협상 수단으로 쓸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5. 팔린 뒤에는 되돌리기 어려우니, 대응은 이 순서로 진행됩니다
처분 전에는 가처분이, 처분 후에는 손해배상·부당이득 청구와 형사 고소가 핵심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 팔리기 전이라면 막는 것입니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은 무효를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고, 유효한 명의신탁에서도 남편은 등기상 소유자이므로 선의의 매수인이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치면 집을 되찾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매매 정황을 알았다면 ①법원에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고, 이혼 소송 중이라면 재산분할을 위한 가압류·가처분도 함께 검토합니다.
이미 팔렸다면 순서는 ①등기부등본으로 매매일·매수인·대금 확인 → ②남편 계좌로 들어온 매매대금의 흐름 추적 → ③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장 접수 → ④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와 처분, 기소 시 수원지방법원 재판으로 이어집니다. 형사와 별도로 민사에서는 남편을 상대로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무효인 명의신탁이어서 횡령이 안 되는 경우에도 민사 책임은 별개입니다. 대법원은 2021. 6. 3. 선고 2016다34007 판결에서 2자간 명의신탁 수탁자의 처분과 관련해 형사 횡령 불성립과 별개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검토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신탁 자체가 불법적 목적을 띠었다면 신탁자의 청구가 제한될 수 있어 사건별 판단이 필요합니다.
등기부등본, 매매계약서, 매매대금 수령 계좌를 확보해 처분 경위부터 확정합니다.
명의신탁 경위와 목적을 정리합니다. 양도세·대출 규제 회피 목적이 있었는지에 따라 형사 가능 여부가 갈립니다.
고소 기간 6개월과 소송 전략을 고려해 형사 고소·민사 청구의 순서를 정합니다.
마치며
배우자 명의로 해둔 집이 팔렸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래도 부부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고소 기간과 소유권 이전 시점이 맞물려 있어, 망설이는 시간이 곧 불리함이 됩니다.
집을 팔린 아내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명의신탁의 경위와 목적, 자금 출처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집을 판 남편 입장에서도 “내 명의니까 내 마음대로”라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으며, 아내의 동의 여부와 약정의 유효 여부에 따라 형사와 민사 책임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부부 사이 재산 분쟁과 명의신탁 사건에서 명의를 맡긴 쪽과 맡은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약정의 목적과 증거 정리 하나로 결론이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남편 명의로 샀지만 돈은 제가 다 냈는데, 남편이 팔았다면 무조건 횡령인가요?
A. 아닙니다. 부부 명의신탁이 세금·대출 등 규제 회피 목적 없이 유효한 경우에만 횡령을 검토할 수 있고, 목적이 있어 무효라면 2021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상 횡령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Q. 부부 사이라 형 면제되는 것 아닌가요?
A. 아닙니다. 형 면제 조항은 삭제되었고, 현행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가 고소하면 처벌 절차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Q. 고소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친고죄이므로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안에 해야 합니다. 처분 사실을 안 날이 기산점이 될 수 있어 서두르셔야 합니다.
Q. 이미 매수인 앞으로 등기가 넘어갔다면 집을 되찾을 수 있나요?
A. 매수인이 정당하게 소유권을 취득했다면 되찾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 경우 남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부당이득반환과 형사 고소를 통해 대금 회수를 도모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집값이 크면 처벌이 더 무거워지나요?
A.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될 수 있습니다.
Q. 명의신탁 사실을 주장하면 제가 오히려 처벌받지 않나요?
A. 제8조 특례 요건을 갖추지 못한 명의신탁이면 제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고소 전에 목적과 경위를 정리해 전략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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