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반환 사건을 하다 보면 소송 도중에 집주인이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증금 문제가 불거지자 가족에게 명의를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때 세입자는 누구에게 보증금을 받아야 하는지, 실제로 새 집주인을 상대로 다시 소송해 전부 승소한 사안을 예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소송 도중 집주인이 친동생에게 집을 넘겼습니다
의뢰인은 2억 원대 전세보증금을 내고 입주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마쳤습니다. 계약을 한 차례 연장해 살았고, 2025년 하반기에 계약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의뢰인은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아 등기부에 올린 뒤 집주인을 상대로 보증금 반환 소송을 냈습니다. 2026년 초에는 승소 판결도 받았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에 드러났습니다. 소송이 진행되던 2025년 말, 집주인이 친동생에게 이 집을 팔아 소유권을 넘겨 둔 것입니다. 판결은 옛 집주인을 상대로 받았는데 집은 이미 동생 명의였습니다.
2. 대항력이 있으면 보증금 반환의무도 새 집주인에게 넘어갑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임차주택 양수인의 임대인 지위 승계)은 집을 넘겨받은 사람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봅니다. 전제는 세입자가 대항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항력은 주택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 날부터 생깁니다(같은 법 제3조 제1항).
대법원은 이 경우 보증금 반환채무도 집 소유권과 함께 새 집주인에게 넘어가고, 옛 집주인의 반환채무는 소멸한다고 봅니다(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다35616 판결).
쉽게 말하면 보증금 빚은 사람이 아니라 집에 붙어 다닙니다. 명의를 가족에게 넘겨도 보증금 문제는 그 집과 함께 넘어갑니다.
3. 계약이 끝난 뒤에 넘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건은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 집이 넘어갔습니다. 같은 법 제4조 제2항은 기간이 끝나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관계가 계속되는 것으로 봅니다. 대법원도 기간이 끝난 뒤 집이 양도된 경우 새 집주인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다고 봤습니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64615 판결).
같은 판결은 선택지도 열어 두었습니다. 세입자가 승계를 원하지 않으면 양도 사실을 안 때부터 상당한 기간 안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그러면 옛 집주인의 반환채무가 남습니다. 실무에서는 두 집주인 중 누구에게 재산이 있는지를 보고 고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이 사건은 집이 동생에게 넘어갔으니 새 집주인을 상대로 하는 쪽이 맞았습니다.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대항력은 계속 살고 있거나 임차권등기를 마쳐야 유지됩니다. 임차권등기가 되기 전에 이사를 나가면 대항력은 그때 사라지고, 나중에 등기를 마쳐도 원래의 대항력이 되살아나지는 않습니다(대법원 2025. 4. 15. 선고 2024다326398 판결). 이 사건 의뢰인은 그 집에 계속 살면서 임차권등기까지 해 둔 상태였습니다.
4. 새 집주인을 상대로 다시 소송해 전부 승소했습니다
옛 집주인을 상대로 받은 판결은 동생에게 쓸 수 없었습니다. 확정판결의 효력은 당사자와 변론을 종결한 뒤의 승계인 등에게 미치는데(민사소송법 제218조 제1항), 동생은 소송 도중 판결이 나오기 전에 집을 넘겨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새 집주인을 상대로 따로 보증금 반환 소송을 냈습니다. 청구는 두 가지였습니다.
보증금 전액
새 집주인이 소유권을 넘겨받은 날부터의 지연손해금
새 집주인은 임차권등기가 된 상태로 집을 넘겨받았습니다.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고, 반환할 때도 이미 지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넘겨받은 날부터 늦어진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봤습니다.
새 집주인은 재판에 나오지 않았고, 법원은 청구를 전부 받아들였습니다. 지연손해금은 소유권 이전일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12%입니다.
보증금 반환 소송에는 소액사건심판법 일부 규정이 준용되어 변론을 마친 당일 판결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13조,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이 사건도 변론종결 당일 판결이 나왔습니다.
판결 뒤에는 새 집주인 명의의 다른 아파트에 강제경매를 신청해 경매개시결정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판결은 받는 것보다 집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임차권등기 신청은 줄었지만 2021년의 3.7배입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은 2만 8천여 건(집합건물 기준)이었습니다. 역대 최다였던 2024년 4만 7천여 건보다 40% 넘게 줄었습니다.
그래도 2021년 7천 6백여 건과 비교하면 약 3.7배입니다. 계약이 끝났는데 보증금을 못 받는 세입자가 여전히 많다는 뜻입니다.
이런 분쟁이 길어지면 그사이 집주인이 집을 팔거나 가족에게 넘기는 일도 생깁니다. 소송 중에도 등기부등본을 주기적으로 떼어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6. 결론
개인적인 견해로, 보증금 소송 중에 가족에게 집을 넘기는 것은 보증금을 피하려는 시도로 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세입자가 대항력을 지키고 있다면 그 시도는 생각보다 효과가 없습니다. 보증금 문제는 집과 함께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주의할 점은 이렇습니다.
임차권등기가 등기부에 오르기 전에는 이사하거나 전출하지 말 것
소송 중에도 등기부등본을 주기적으로 확인할 것
집주인이 바뀌었다면 옛 집주인과 새 집주인 중 누구에게 청구할지 빨리 정할 것
보증금을 오래 못 받고 있으면 막막한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도 순서대로 짚어 가면 길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주인이 바뀐 사실을 알았다면 청구 상대를 정하기 전에 변호사와 상담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이런 사건을 맡으면 등기부 변동 내역부터 날짜순으로 정리합니다. 누가 언제 집을 넘겨받았는지가 청구 상대와 지연손해금의 기산점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판결 뒤 새 집주인의 재산을 찾아 강제경매까지 가는 과정은 별도로 정리해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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