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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화장실 몰카로 구속, 집행유예를 가른 것은 무엇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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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화장실 몰카로 구속, 집행유예를 가른 것은 무엇이었나 

임성환 변호사

불법촬영 사건 중에서도 화장실 몰카는 처벌이 무거운 편입니다. 촬영 횟수가 많으면 초범이라도 구속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건을 바탕으로, 양형에서 실제로 무엇이 고려됐는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일하던 건물 화장실에서 닷새 동안 10번을 찍었습니다

의뢰인은 20대 직장인이었습니다. 2026년 상반기, 자신이 일하던 건물의 여자화장실 용변칸에 숨어 휴대전화 무음카메라로 옆 칸을 촬영했습니다. 닷새 동안 10번이었습니다.

적용된 죄는 두 가지였습니다. 성적 목적으로 화장실에 들어간 행위와 몰래 촬영한 행위입니다. 의뢰인은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피해자는 10명이었는데 그중 7명은 끝내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2. 양형기준으로 보면 실형과 집행유예의 경계였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카메라등이용촬영)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제12조(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이용장소 침입)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두 죄가 함께 적용되면 경합범으로 형이 가중됩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서 촬영 범죄의 기본 형량은 징역 8개월에서 2년입니다. 집행유예를 판단할 때 불리하게 보는 주요 사정 중 하나가 ‘불특정 다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한 기간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입니다. 공용 화장실에서 여러 번 촬영했다면 여기에 걸리기 쉽습니다.

반대로 유리한 주요 사정에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한 경우’가 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불리한 사정이 분명한 상태에서 유리한 사정을 얼마나 채우느냐의 싸움이었습니다.

3. 피해자를 특정해야 합의도 공탁도 할 수 있습니다

불법촬영 사건에서 피해회복은 가장 중요한 양형 요소입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누구인지 모르면 합의를 시도할 수도 없습니다.

이 사건도 10명 중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3명뿐이었습니다. 저희는 재판부에 피해자 인적사항을 요청했고, 연락이 닿은 2명과 합의해 처벌불원 의사를 받았습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1명에게는 형사공탁을 했습니다.

형사공탁은 피해자 인적사항을 몰라도 사건번호 등으로 공탁할 수 있는 제도로, 2022년 12월부터 시행됐습니다(공탁법 제5조의2). 다만 2025년 1월부터는 공탁이 있으면 법원이 선고 전에 피해자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94조의5). 선고 직전에 돈만 맡기는 이른바 기습공탁은 예전만큼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 합의와 공탁은 형을 줄이는 수단이기 전에 피해자에게 하는 사과의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금액만큼이나 시점과 태도가 중요합니다.

4. 반성은 계획서와 가족의 시간표로 보여 줬습니다

재판부가 반성을 판단하는 근거는 말이 아니라 기록입니다. 저희가 준비한 자료는 이렇습니다.

재범방지서약서와 향후치료계획서

전문상담기관과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계획

부모님과 누나들, 매형까지 가족 다섯 명의 탄원서

특히 가족들은 탄원서에 누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곁에 있을지를 시간대별로 적었습니다. ‘앞으로 잘 지도하겠습니다’라는 한 줄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수사 과정의 태도도 정리했습니다. 의뢰인은 적발 뒤 범행을 인정했고, 경찰의 설득에 따라 클라우드 계정과 비밀번호를 제공해 백업된 촬영물까지 수사기관이 확보할 수 있게 했습니다. 촬영물이 외부로 퍼졌다고 볼 자료도 없었습니다.

5. 집행유예에도 따라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결과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었습니다. 의뢰인은 구속된 지 두 달여 만에 풀려났습니다.

법원은 판결 이유에서 반성과 치료 다짐, 가족의 선도 의지, 합의와 공탁, 클라우드 자료 제공, 유출 자료가 부족한 점, 초범인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들었습니다.

다만 집행유예라고 끝이 아닙니다. 함께 선고된 것들이 있습니다.

보호관찰

성폭력 치료 강의와 정신·심리 치료 강의 각 40시간 수강

아동·청소년 관련기관과 장애인 관련기관 3년 취업제한

신상정보 등록(성폭력처벌법 제42조)

반면 신상정보 공개명령과 고지명령은 면제됐습니다. 실무에서는 공개·고지명령 면제 여부가 실형 여부만큼 크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부터 이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6. 불법촬영은 하루 20건꼴로 일어납니다

경찰청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년 카메라등이용촬영 범죄는 7,202건이었습니다. 하루 20건꼴입니다. 2020년 5,032건과 비교하면 4년 사이 40% 넘게 늘었습니다.

그만큼 수사기관과 법원의 시선도 엄격해졌습니다. 같은 화장실 몰카라도 횟수와 장소, 유포 여부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7. 결론

개인적인 견해로, 화장실 몰카 사건에서 ‘초범이니 벌금 정도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반복성이 있으면 초범이어도 구속되고 실형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 사건처럼 피해회복과 재범방지 노력을 구체적인 자료로 보여 주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족이 갑자기 구속됐다면 이것부터 챙기시길 권합니다.

피해자가 특정됐는지, 합의할 수 있는지

상담·치료 기관을 실제로 예약했는지

가족이 함께할 감독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웠는지

구속 소식을 들으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한 것이 당연합니다. 다만 구속 사건은 재판이 빠르게 진행되니, 기소 전후로 변호사와 상담해 준비할 자료부터 정리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이런 사건을 맡으면 양형기준표를 펴 놓고 유리한 사정을 하나씩 채워 갑니다. 반성은 마음이지만 재판에서는 결국 자료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조치는 별도로 정리해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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