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술을 마신 상태에서 접촉사고를 낸 뒤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하고, 피해자와는 현장이나 며칠 안에 합의를 마쳤다며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상담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피해자와 합의했으니 사건은 끝난 것 아닌가요”, “보험도 들어 있고 다친 사람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요”라는 말입니다. 교통사고는 합의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음주측정을 거부한 사건에서는 이 안심이 그대로 깨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합의서를 받아 두었는데도 경찰 조사 통보가 오고, 결국 기소되는 분도 있습니다.
음주측정 거부는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별도의 범죄로 처벌되고, 사고 자체도 합의로 공소권이 사라지는 예외에서 제외됩니다. 합의는 사건을 끝내는 열쇠가 아니라, 양형에서 참작되는 사정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아래에서는 음주측정 거부 후 낸 사고에서 합의가 어디까지 효력이 있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법 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음주측정 거부는 사고와 별개로 독립해서 처벌됩니다
측정을 거부한 행위 자체가 범죄이고, 피해자가 용서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은 경찰공무원이 운전자가 술에 취하였는지를 호흡조사로 측정할 수 있고, 이때 운전자는 측정에 응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의무를 어기면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2항 제1호에 따라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벌금형의 하한이 500만원이라는 점에서, 음주운전 수치가 가장 낮은 구간보다도 오히려 무겁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왜 이렇게 무거울까요. 측정을 거부하면 혈중알코올농도라는 핵심 증거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법은 “측정을 거부해서 수치가 나오지 않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성립하지 않도록, 거부 자체를 음주운전과 같은 수준 이상으로 처벌합니다. 거부가 인정되려면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사고 직후 술냄새, 비틀거림, 불분명한 발음, 사고 경위 같은 사정이 있으면 이 요건은 어렵지 않게 충족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보호하는 법익입니다. 사고 피해자의 손해는 피해자 개인의 것이지만, 음주측정 의무는 도로 위 불특정 다수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측정거부죄의 성립에는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으로서 제44조제2항에 따른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아니하는 사람(자동차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경우로 한정한다)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2항 제1호).
측정거부죄는 도로 안전을 지키는 의무 위반이므로, 사고 피해자와의 합의로는 성립 자체를 지울 수 없습니다.
2. 합의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교통사고 특례는 측정 거부 사건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가 측정 불응을 명시적으로 예외로 둡니다.
일반적인 교통사고에서 합의가 힘을 갖는 이유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때문입니다. 업무상과실치상죄나 중과실치상죄를 범한 운전자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 제4조에 따라 종합보험이나 공제에 가입되어 있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합의서나 처벌불원서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같은 조항의 단서가 이 특례를 배제하는 경우를 열거합니다. 그 안에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을 위반하여 음주측정 요구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다만 운전자가 채혈 측정을 요청하거나 동의한 경우는 예외로 제외됩니다. 제4조 제1항 단서 제1호도 제3조 제2항 단서에 해당하면 보험 가입에 따른 공소 제기 불가 특례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다만, 차의 운전자가 제1항의 죄 중 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중과실치상죄를 범하고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하거나 … 같은 죄를 범하고 「도로교통법」 제44조제2항을 위반하여 음주측정 요구에 따르지 아니하거나(운전자가 채혈 측정을 요청하거나 동의한 경우는 제외한다) … 그러하지 아니하다(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즉 피해자가 합의서를 써 주고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도, 그리고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도 검사는 사고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합의했는데 왜 기소됐느냐”는 항의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이 단서는 호흡 측정을 거부했더라도 채혈 측정을 스스로 요청하거나 동의했다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현장에서 어떤 말과 행동이 있었는지가 이후 결론을 가르는 쟁점이 됩니다.
측정 불응은 교통사고 합의가 갖는 공소권 차단 효과를 그대로 무너뜨리는 사유입니다.
3. 도주하거나 음주 영향이 인정되면 합의와 무관하게 형이 훨씬 무거워집니다
사고 후 조치 위반과 위험운전 치사상이 겹치면 합의의 의미는 양형 참작에 그칩니다.
측정을 거부한 사건은 사고 후 대응에서 다른 문제를 함께 안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사고가 나면 즉시 정차해 사상자를 구호하고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할 것을 요구합니다. 사람을 다치게 하고 이 조치를 하지 않고 떠나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이 적용되어, 피해자가 상해에 이른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 사고 후 현장을 이탈했다가 나중에 출석했다면, 음주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정황으로 평가되어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또 하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 위험운전 치사상입니다. 음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운전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하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사망에 이르게 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측정을 거부해 수치가 없더라도, 사고 경위·행동 양상·CCTV·블랙박스·목격자 진술·음주 장소의 결제 내역 등으로 정상 운전이 곤란했다는 점이 입증될 수 있습니다.
이 두 죄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특례 대상이 아니므로 애초에 합의로 공소권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합의는 오직 양형 단계에서 피해 회복 정도로 참작될 뿐입니다. 그래서 같은 접촉사고라도 가벼운 접촉으로 끝난 사건과, 피해자가 크게 다쳤고 현장을 이탈한 사건은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사고가 중할수록 합의는 공소권을 막는 수단이 아니라 양형 자료로만 쓰입니다.
4. 그래도 합의는 처벌 수위를 낮추는 가장 중요한 양형 자료입니다
합의로 끝나지는 않지만, 합의 없이는 벌금과 실형의 경계에서 불리해집니다.
합의가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음주측정 거부 사건에서 합의의 역할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사고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상 부분에서 피해 회복과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양형에 반영되어 형이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둘째, 측정거부죄 자체에 대해서도 피해자와의 원만한 해결, 사고 경위, 반성 정도가 전체 양형을 정하는 판단 요소가 됩니다.
합의서에는 금액만이 아니라 처벌불원 의사, 치료 경과, 추가 청구 포기 범위가 구체적으로 적혀야 합니다. 보험 접수와 형사 합의는 별개이므로, 보험사가 대인 피해를 처리했다는 사실만으로 형사 합의가 된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가 입원 중이거나 후유증이 남을 수 있는 사안이라면 너무 이른 시점에 합의서를 받아 두는 것보다 치료 경과를 확인한 뒤 정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측정거부죄는 벌금형 하한이 500만원이고 징역형의 하한도 1년이어서, 같은 거부 사건이라도 양형 자료가 부족하면 벌금과 징역형 사이에서 결과가 갈릴 수 있습니다. 또한 과거 10년 안에 음주운전이나 측정거부로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력이 있다면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에 따라 1년 이상 6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됩니다.
합의는 사건을 끝내지는 못해도 벌금과 징역의 경계에서 결과를 바꾸는 사정입니다.
5. 경찰 조사부터 재판까지, 다음 순서로 대응해야 합니다
현장 상황을 입증할 자료를 첫 조사 전에 확보하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정합니다.
음주측정 거부 사건은 통상 ①사고 접수 및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교통조사 → ②피의자 조사와 측정 거부 경위 확인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후 운전면허 취소 같은 행정처분은 별도 절차로 진행되므로 형사 대응과 함께 챙겨야 합니다.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거부가 실제로 성립했는지입니다. 경찰이 측정 요구를 충분히 했는지, 거부 의사가 명확했는지, 측정 요구 시점에 술에 취했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채혈을 요청하거나 동의한 사실이 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음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고 현장 블랙박스, 주변 CCTV, 음주 장소 결제 내역을 확보해 측정 요구 당시 상황과 거부 경위를 정리합니다.
경찰 보디캠이나 조사 기록에 남은 측정 요구 횟수와 안내 내용, 채혈 요청 또는 동의 여부를 확인합니다.
피해자 진단서와 치료 경과, 보험 처리 내역을 확인한 뒤 합의 시점과 합의서 내용을 정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초기 진술의 방향을 정하고 합의를 병행한다면, 불필요하게 불리한 진술을 남기지 않으면서 양형 자료를 갖출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음주측정을 거부하고 사고까지 낸 분들은 “이미 합의했으니 더 할 일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대응을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합의 후에야 경찰 연락이 오는 경우가 흔하고, 그때는 이미 초기 진술이 남아 있습니다.
사고를 낸 운전자 입장에서는 합의가 곧 종결이라는 믿음부터 내려놓고, 측정 거부가 어떤 경위로 성립했는지와 채혈 요청 여부 같은 사실관계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자료를 먼저 확보하느냐에 따라 거부 성립 자체를 다툴 여지가 달라집니다.
피해를 입은 분 입장에서도 합의서를 쓰기 전에 치료 경과와 후유증 가능성, 형사 절차에서 합의가 갖는 의미를 정확히 아셔야 합니다. 합의를 해 주어도 가해자가 면책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서로 알고 있어야 분쟁이 줄어듭니다.
저는 음주운전과 교통 관련 형사사건에서 운전자 쪽과 피해자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진술과 합의 시점 하나에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합의서를 받아 두었는데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와 합의하고 처벌불원서를 받았는데도 기소될 수 있나요?
A. 기소될 수 있습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가 음주측정 요구에 따르지 않은 경우를 예외로 정하고 있어 합의와 무관하게 공소 제기가 가능합니다. 측정거부죄는 합의 대상 자체가 아닙니다.
Q.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A. 같은 단서에 해당하면 보험 가입에 따른 공소 제기 불가 특례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보험은 피해자 손해를 배상하는 수단이지, 형사 책임을 막는 장치가 아닙니다.
Q. 호흡 측정을 거부했지만 채혈은 하겠다고 했습니다. 달라지나요?
A.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례법 단서는 운전자가 채혈 측정을 요청하거나 동의한 경우를 예외에서 제외합니다. 다만 그 요청이 실제로 있었는지는 증거로 입증해야 하므로 기록 확보가 중요합니다.
Q. 측정거부의 형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A.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2항에 따라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10년 안에 음주운전이나 측정거부 전과가 있으면 제1항에 따라 더 무겁게 처벌됩니다.
Q. 사고 후 자리를 떠났다가 나중에 연락이 왔는데 어떻게 되나요?
A. 사람이 다쳤다면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구호 및 인적 사항 제공 의무 위반이 문제되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탈 경위와 이후 조치가 양형에 크게 영향을 줍니다.
Q.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는 것이 좋은가요?
A. 첫 경찰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측정 거부의 성립 여부와 채혈 요청 여부를 정하는 초기 진술이 이후 기소와 양형의 방향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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