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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수탁자가 죽자 그 상속인이 자기 집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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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수탁자가 죽자 그 상속인이 자기 집이라고 해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오래전 가족이나 지인 이름으로 등기해 두었던 집을 두고,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 그 상속인과 다투게 되었다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듣는 말은 “등기부에 이름이 있으니 이 집은 우리 아버지 것이다”, “삼촌이 돈을 냈다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는 상속인의 주장입니다. 반대로 명의를 맡긴 쪽은 “수십 년을 내가 살았고 세금도 내가 냈는데 설마 뺏기겠느냐”고 안심하다가, 수탁자가 사망하자마자 내용증명이나 명도 요구를 받고서야 상담을 오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명의수탁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등기부상 명의가 곧바로 상속인의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명의를 맡겼는지, 그리고 상속인이 그 집을 제3자에게 넘기기 전에 어떤 조치를 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갈립니다.

아래에서는 명의수탁자의 사망 후 상속인이 자기 집이라고 주장할 때 법적으로 무엇이 문제되는지, 그리고 실제 소유자가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수탁자가 사망해도 명의신탁의 무효가 상속인에게 그대로 이어집니다

상속인은 수탁자의 지위를 포괄승계할 뿐, 수탁자보다 더 나은 권리를 얻지 못합니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은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그 약정에 따라 이루어진 부동산 물권변동도 원칙적으로 무효로 정합니다. 즉 명의를 빌려준 사실이 인정되는 순간, 등기부상 수탁자 명의는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등기가 됩니다.

민법 제1005조에 따라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합니다. 수탁자가 갖고 있던 것이 “무효인 약정에 따라 이름만 올라 있는 등기”였다면, 상속인이 물려받는 것도 그 등기일 뿐이고 없던 소유권이 새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이 보호하는 ‘제3자’는 명의수탁자가 소유자임을 믿고 새로 거래관계에 들어온 사람을 뜻하는 것이어서, 수탁자를 그대로 승계한 상속인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흐름입니다.

따라서 상속인이 “등기가 우리 명의니 우리 집”이라고 주장해도, 신탁자가 명의신탁 사실과 실제 매수·자금 부담 경위를 증명하면 그 주장은 법적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문제는 이 증명을 누가, 어떤 자료로 하느냐입니다.

수탁자가 사망해도 명의신탁은 사라지지 않고, 상속인은 수탁자의 부담까지 그대로 물려받습니다.


2. 명의신탁의 유형에 따라 청구할 상대와 내용이 달라집니다

양자간·3자간·계약명의신탁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가 회복 방법을 결정합니다.

양자간 명의신탁은 신탁자가 자기 소유 부동산의 등기만 수탁자 이름으로 옮겨둔 경우입니다. 이때 소유권은 여전히 신탁자에게 남아 있으므로, 신탁자는 수탁자의 상속인을 상대로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거나 진정한 등기명의 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할 수 있습니다.

양자간 등기명의신탁에 있어서 그 명의신탁자로서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소유권에 기하여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거나 진정한 등기명의의 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부당이득반환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2다97864 판결).

청구 취지를 ‘명의신탁 해지로 인한 이전등기’로 잡으면 부동산실명법 제8조의 특례(종중·부부 등) 등에 해당하지 않는 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소장을 쓸 때 청구원인을 잘못 잡아 패소하는 경우가 실무에서 적지 않으므로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3자간 명의신탁(중간생략형)은 신탁자가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맺고 등기만 매도인에게서 수탁자로 직접 이전한 경우입니다. 이때 수탁자 명의 등기는 무효이고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남아 있으므로, 신탁자는 매도인을 상대로 매매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갖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매도인을 대위하여 수탁자(상속인) 명의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구조를 취하게 됩니다.

계약명의신탁은 수탁자가 자기 이름으로 매매계약을 맺은 경우입니다.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몰랐다면 수탁자가 소유권을 취득하고 신탁자는 매수자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데 그치며, 매도인이 알았다면 등기가 무효가 되어 매도인에게 소유권이 돌아갑니다. 같은 ‘명의신탁’이어도 어느 쪽이냐에 따라 집을 되찾을 수 있는지 돈만 돌려받는지가 달라집니다.

회복하려는 것이 ‘집’인지 ‘돈’인지는 명의신탁의 유형이 정합니다.


3. 상속인이 먼저 제3자에게 처분하면 집을 되찾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의 제3자에게 넘어가면, 선의·악의를 따지지 않고 소유권을 잃을 수 있습니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은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무효를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고, 판례는 이 제3자의 선의·악의를 묻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속인이 등기부상 명의만 믿고 매수한 제3자에게 집을 팔아 이전등기까지 마쳐 버리면, 신탁자는 그 제3자에게 말소를 청구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수탁자가 신탁 부동산을 마음대로 처분해도 형사책임은 문제되지 않는 것이 현재 판례입니다.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위탁관계는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일 뿐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

그 결과 상속인이 집을 팔아 버려도 횡령으로 형사 고소해 압박하는 길은 막혀 있고, 민사상 불법행위 손해배상(대법원 2016다34007 판결 참조)을 구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는 상속인의 변제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제3자에게 넘어가기 전에 처분을 막는 것이 사건 전체의 승부처입니다.

처분을 막는 수단은 법원에 신청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입니다. 본안 소송의 청구권(말소등기청구권 또는 이전등기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삼아 신청하고, 등기부에 가처분 기입등기가 되면 그 이후 취득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상속인이 “내 집”이라며 매각을 서두르는 낌새가 있다면 소장보다 가처분이 먼저입니다.

상속인의 처분이 끝나기 전에 가처분으로 등기부를 묶어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4. 신탁자도 과징금과 형사처벌 부담을 함께 져야 합니다

명의신탁은 신탁자와 수탁자 모두에게 제재가 따르는 행위입니다.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을 한 신탁자에게 제7조 제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을, 명의수탁자에게는 제7조 제2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제5조가 정한 부동산 가액 기준의 과징금과 제6조의 이행강제금도 부과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속인 측이 “당신도 명의신탁으로 처벌받는다”는 식으로 합의를 압박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는 소송에서 소유권을 되찾는 것과 별개의 문제이며, 명의신탁 사실을 숨긴 채로는 청구원인 자체를 세울 수 없습니다. 위법성이 문제될 수 있는 사안이라면 그 시점과 경위(조세 포탈·강제집행 면탈 목적이 있었는지, 법 시행 전 신탁인지 등)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므로, 소송 전략을 짤 때 형사 리스크를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다만 수탁자가 이미 사망하여 수탁자 본인의 형사책임은 소멸한 상태이고, 상속인에게 승계되는 것은 민사상 의무입니다. 신탁자의 책임은 그대로 남는다는 점이 균형이 맞지 않는 부분이지만, 이를 이유로 권리 주장을 포기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5. 증거 확보부터 가처분, 본안 소송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수탁자 사망 후에는 증거가 흩어지기 쉬워 자료 정리의 속도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통상 ①등기사항전부증명서와 등기원인 서류 확인 및 증거 수집 → ②관할 법원(부동산 소재지가 수원 관내라면 수원지방법원 및 그 관할 지원)에 처분금지가처분 신청 → ③상속인 전원(상속인이 여럿이면 공동상속인 모두)을 상대로 본안 소송 제기 → ④판결 확정 후 말소 또는 이전등기 집행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상속인 중 일부가 상속을 포기했거나 상속인이 불분명하다면 피고를 누구로 삼을지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명의신탁 사실의 증명은 소송의 핵심입니다. 아래 순서로 자료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1. 매매계약서, 계약금·중도금·잔금 이체 내역 등 실제 매수대금을 누가 부담했는지 보여주는 자료를 확보합니다.

  2.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납부 내역, 관리비·공과금, 수리·증축 비용 지출 등 신탁자가 소유자처럼 관리해 온 흔적을 정리합니다.

  3. 수탁자와 주고받은 문자·편지·녹취, 명의신탁 사실을 아는 가족·공인중개사의 진술 등 약정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모읍니다.

신탁자가 계속 거주하고 있다면 점유 사실도 중요한 정황이 됩니다. 소유권에 기한 말소등기청구권에는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청구가 막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인과 서류는 사라지므로 서두르는 편이 좋습니다.


마치며

명의를 맡긴 분들은 “가족인데, 오래 알던 사이인데”라는 믿음 때문에 수탁자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상속인과 대화로 풀어보려다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사이 상속인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매각을 준비하면 되돌릴 수 있는 시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명의를 맡긴 신탁자 입장에서는 감정적 호소보다 매수자금 흐름과 관리 이력 같은 객관 자료의 정리가, 그리고 가처분이라는 안전장치가 먼저입니다.

반대로 상속받은 집이 실은 남의 것이라는 주장을 받은 상속인 입장에서도 등기부만 믿고 매각하거나 점유자를 내보내려 하면 민사상 손해배상과 분쟁 확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상속재산의 실체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명의신탁과 부동산 소유권 분쟁에서 신탁자 쪽과 수탁자·상속인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유형 판단과 초기 조치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상대가 이미 “우리 집”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면, 등기부가 바뀌기 전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탁자가 사망하면 등기 명의가 자동으로 상속인 소유가 되나요?

A. 아닙니다. 상속인은 수탁자의 지위를 포괄승계할 뿐이고, 명의신탁이 무효인 이상 등기가 있다고 해서 실제 소유권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다만 신탁자가 명의신탁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Q. 명의신탁 계약서가 없는데 증명이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매수자금 이체 내역, 세금 납부 기록, 오랜 점유·관리 사실, 수탁자와의 대화 기록과 주변 사람의 진술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Q. 상속인이 집을 이미 팔아버렸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매수인이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의 제3자에 해당하면 말소를 청구하기 어렵고, 상속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가 남습니다. 그래서 처분 전에 가처분을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나요?

A. 부동산실명법상 특례에 해당하지 않으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양자간 명의신탁이라면 소유권에 기한 말소 또는 진정명의회복 이전등기 청구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 오래전 명의신탁이라 시효가 지나지 않았나요?

A. 소유권에 기한 말소등기청구권은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습니다. 다만 상대가 다른 청구원인을 내세울 수 있으므로 사안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Q. 명의신탁을 한 저도 처벌받나요?

A. 부동산실명법 제7조에 따라 신탁자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시기와 경위에 따라 달라지므로 소송 전에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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