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2026년 10월 2일 공소청이 출범하고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서, 성폭력 피해를 입고 고소를 준비하거나 이미 고소를 마친 분들이 “이제 검사님은 피해자 조사를 안 하고 면담만 한다던데, 제 진술은 어디서 어떻게 남는 건가요”라고 묻는 일이 부쩍 늘었습니다.
제가 상담한 피해자분들 중 상당수는 “검사 앞에서 직접 말해야 사건이 제대로 간다”, “면담만 하면 내 이야기가 증거로 안 남는 것 아니냐”는 불안을 갖고 계셨습니다. 반대로 “경찰 조사는 형식일 뿐이고 검사 면담에서 잘 말하면 된다”고 기대했다가, 정작 경찰 조사에서 진술이 흐트러진 채 굳어져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직접 수사를 두지 않고, 검사가 하는 일을 ‘사실관계 확인’과 ‘면담’으로 분리했습니다. 이 면담은 피해자 조사와 법적 성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어디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달라졌습니다.
아래에서는 검사의 면담이 정확히 무엇이고 피해자 조사는 누가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피해자가 챙겨야 할 권리와 불송치 시 대응 방법을 조문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검사는 직접 수사를 하지 않고, 피해자 조사는 경찰이 맡습니다
검사의 역할이 수사에서 공소제기·공소유지 책임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개정 형사소송법 제195조 제1항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서로 협력하되 “검사는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를 책임지고, 사법경찰관은 수사를 책임진다”고 정합니다. 종전에 검사의 수사 권한을 두었던 제196조는 현재 삭제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를 불러 진술조서를 받는 ‘조사’는 사법경찰관의 몫이 되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6조 제2항도 경찰서장이 성폭력범죄 전담 사법경찰관을 지정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들로 하여금 피해자를 조사하게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검사가 하는 일은 같은 법 제26조 제1항이 말하는 “사실관계 확인이나 면담”입니다. 이 역시 성폭력범죄 전담 검사를 지정해 맡기도록 하고 있어, 피해자가 아무 검사나 만나게 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피해자 조사는 경찰이, 검사는 면담과 사실관계 확인으로 공소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2. 검사의 면담에서 한 진술은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면담은 의견을 전하는 자리이지, 진술을 증거로 남기는 자리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13은 검사가 공소제기 여부, 재수사요구 여부, 공소유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하면 피의자·사건관계인·전문가·사법경찰관의 의견을 듣거나 의견서 등 자료를 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고소인과 피해자는 검사에게 면담을 신청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검사는 사실관계 확인의 필요성을 검토해 신청을 받아들일지 정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장이 제3항입니다.
검사는 사실관계 확인 및 제2항에 따른 고소인등의 면담을 통하여 취득한 진술ㆍ자료를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형사소송법 제245조의13 제3항).
즉 검사 앞에서 아무리 상세히 말해도 그 진술은 재판의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검사 면담에서 잘 말하면 된다”는 기대는 위험합니다. 재판에서 실제로 쓰이는 피해자 진술은 경찰 조사 단계의 진술과 법정에서의 증언이며, 면담은 검사가 사건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부분을 더 확인하라고 경찰에 요구할지 가늠하는 참고 자리로 보아야 합니다.
반대로 “면담만 하니 내 이야기가 사라진다”는 걱정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면담 신청은 권리이고, 경찰 조사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사정이나 불안, 추가 증거의 존재를 검사에게 직접 전달해 보완수사요구의 방향을 잡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면담은 진술을 남기는 자리가 아니라, 공소 판단에 필요한 의견을 전하는 자리입니다.
3. 경찰 피해자 조사가 사건의 중심이므로 이 단계 준비가 결정적입니다
피해자에게는 변호사 동석, 최소한의 조사, 신뢰관계인 동석 등 법이 보장한 장치가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9조 제2항은 수사기관이 피해자가 편안한 상태에서 진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조사 횟수는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조사가 반복되면 진술이 미세하게 달라져 신빙성 공격의 빌미가 되기 쉬우므로, 첫 조사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해자는 같은 법 제27조에 따라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해자등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나 면담 또는 조사에 참여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제2항).
변호사가 없는 피해자에게는 검사가 국선변호사를 선정할 수 있고, 19세 미만 피해자 등에게 변호사가 없으면 국선변호사를 반드시 선정해야 합니다(제27조 제6항). 19세 미만 피해자 등의 진술과 조사 과정은 같은 법 제30조에 따라 영상녹화하고 보존해야 하며,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원하지 않으면 녹화하지 않습니다. 또한 사법경찰관이 피해자를 조사할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221조 제3항에 따라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의 동석에 관한 제163조의2가 준용됩니다.
조사 전에는 사건 경위를 시간 순서로 적어 두고, 가해자와 주고받은 메시지·통화기록·병원 진단서 같은 객관 자료를 정리해 가야 합니다. 변호사가 동석하면 조사 중 유도성 질문이나 피해자의 인격을 훼손하는 질문에 즉시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재판에서 쓰이는 진술은 경찰 조사에서 만들어지므로, 이 단계에 변호사와 함께 대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4. 불송치나 수사 지연이 있어도 피해자가 쓸 수 있는 통로가 있습니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아도 이의신청과 재수사요구로 검사의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법경찰관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면 사건을 송치하지 않고 기록을 검사에게 송부하며, 송부한 날부터 7일 이내에 고소인과 피해자에게 서면으로 그 취지와 이유를 통지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45조의5, 제245조의6). 통지를 받은 피해자는 3개월 이내에 경찰 소속 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이의신청이 있으면 경찰은 지체 없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해야 합니다(제245조의7). 이의신청에 필요한 수사 기록은 제245조의12에 따라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검사도 불송치가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보면 사유를 문서로 밝혀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으며, 기록을 송부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하고 그 사실은 고소인에게 통지됩니다(제245조의8). 수사 개시 후 6개월 이상 정당한 이유 없이 실질적인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수사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제245조의11).
참고로 형법 제297조의 강간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제298조의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 미성년자 피해 사건은 성폭력특례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공소시효가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하므로, 시간이 지났다고 포기할 일이 아닙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면담은 경찰 조사 이후 송치된 뒤 공소 판단 단계에서 이루어집니다.
성폭력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및 전담 사법경찰관의 피해자 조사 → ②피의자 조사와 증거 수집 → ③송치 후 관할 공소청(수원 관내라면 수원지방공소청)에서 보완수사요구, 필요 시 피해자 면담을 거친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피해자가 지금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순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경찰 조사 전에 변호사 선임 또는 국선변호사 지원 여부를 정하고, 조사에 변호사와 신뢰관계인이 함께할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사건이 송치되면 담당 공소청 검사에게 면담을 신청할지 정하고, 신청한다면 경찰 조사에서 빠졌던 사정과 추가 증거를 정리해 갑니다.
불송치 통지를 받으면 날짜부터 확인해 3개월 안에 이의신청을 하고, 필요하면 기록 열람·등사를 먼저 신청합니다.
이러한 단계마다 법이 정한 권리를 놓치지 않으려면, 초기부터 성폭력 피해자 사건에 경험 있는 변호사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마치며
성폭력 피해를 입은 분들은 제도가 바뀌었다는 소식에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고소 시기를 놓치거나, 어떤 기관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입은 분의 입장에서는 검사 면담에 대한 기대보다, 경찰 조사에서 진술을 정확하게 남기고 객관 자료를 모으는 일이 먼저입니다. 불송치가 되더라도 3개월의 이의신청 기간 안에 다시 검사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반대로 가해자로 지목되어 조사를 앞둔 분의 입장에서도 검사 면담은 방어의 끝이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13 제5항은 피의자의 의견을 들을 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면담 전부터 변호인과 쟁점을 정리해야 합니다.
저는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측과 피의자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진술과 증거 정리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제도가 바뀐 지금이야말로 첫 조사 전에 방향을 잡아야 하는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가장 이른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제 검사가 피해자 조사를 전혀 하지 않나요?
A. 검사의 직접 수사는 두지 않으므로 진술조서를 받는 피해자 조사는 전담 사법경찰관이 합니다. 검사는 제245조의13에 따른 사실관계 확인과 면담으로 공소 여부를 판단합니다.
Q. 검사 면담에서 한 말이 재판에서 증거가 되나요?
A. 되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13 제3항이 사실관계 확인과 고소인 면담으로 얻은 진술·자료를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Q. 피해자가 검사에게 면담을 요청할 수 있나요?
A. 고소인과 피해자는 면담을 신청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검사가 사실관계 확인의 필요성을 검토해 받아들일지 정하므로, 신청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좋습니다.
Q. 경찰이 불송치했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하나요?
A.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경찰 소속 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하면 사건이 검사에게 송치됩니다. 신청 전에 수사 기록의 열람·등사를 요청해 불송치 이유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Q. 조사에 변호사가 함께 들어갈 수 있나요?
A. 성폭력특례법 제27조에 따라 피해자가 선임한 변호사는 조사에 참여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가 없으면 검사가 국선변호사를 선정할 수 있고, 19세 미만 피해자 등은 반드시 선정됩니다.
Q. 경찰 조사를 받은 지 오래된 사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나요?
A. 수사 개시 후 6개월 이상 정당한 이유 없이 실질적인 수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제245조의11에 따라 수사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불송치 통지 후 이의신청 기간은 별도로 3개월이므로 날짜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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