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술자리나 길거리에서 벌어진 몸싸움을 말리다가, 정작 말린 사람이 폭행 가해자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나는 싸움을 말리려고 한 것뿐인데 설마 입건되겠느냐”, “CCTV만 보면 다 드러날 테니 가만히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방이 “저 사람이 나를 밀쳤다”며 신고하면, 경찰은 현장에서 몸이 닿은 사람을 모두 입건하는 경우가 많고, 말리려던 의도는 조사 과정에서 별도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싸움 상황에서 방어행위가 위법성을 벗어나는지를 따질 때, 겉으로 쌍방 싸움처럼 보이더라도 한쪽의 일방적 공격에 대한 소극적 저항인지, 서로 공격할 의사로 맞붙은 것인지를 구체적 사정으로 가려내는 기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말리려는 행위 역시 이 틀 안에서 판단됩니다.
아래에서는 싸움을 말리다 밀친 행위가 어떤 경우에 폭행죄로 처벌되고 어떤 경우에 처벌되지 않는지, 입건된 이후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말리려는 의도였더라도 상대 몸에 힘을 가했다면 폭행죄의 구성요건에는 해당합니다
폭행죄는 의도가 아니라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 여부로 성립합니다.
형법 제260조 제1항의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대해 폭행을 가하면 성립하고,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합니다. 여기서 폭행은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를 말하며, 상대가 다치지 않았어도, 몸을 밀치거나 팔을 잡아 끄는 정도만으로도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리려고 밀었다”는 말은 구성요건 단계에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밀친 사실 자체는 인정되고, 그 행위가 위법한지 여부가 다음 단계인 위법성 조각 판단에서 다뤄집니다. 이 순서를 모르고 조사에서 “밀친 적 없다”고 부인하다가 CCTV와 맞지 않아 진술 신빙성을 잃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또한 밀친 결과 상대가 넘어져 다쳤다면 단순 폭행이 아니라 형법 제257조의 상해 또는 제262조의 폭행치상으로 입건될 수 있습니다. 상해 진단서가 제출되는지가 사건의 무게를 가르는 첫 번째 변수입니다.
말리려는 선의는 구성요건을 없애지 못하고, 위법성 단계에서 따로 입증해야 하는 사정입니다.
2. 타인을 구하려는 행위는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로 처벌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방적 공격을 막으려는 상당한 정도의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됩니다.
형법은 자기뿐 아니라 타인의 법익을 지키기 위한 행위도 정당방위로 보호합니다.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형법 제21조 제1항).
즉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일방적으로 때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떼어내려고 밀쳤다면, 제3자를 위한 정당방위가 문제됩니다.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①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고 ② 그것을 막으려는 방위 의사로 ③ 사회통념상 상당한 정도로 행위했어야 합니다. 상대의 공격이 이미 끝난 뒤에 따라가서 밀쳤다면 ‘현재성’이 없어 정당방위가 되지 않습니다.
정당방위의 요건이 모자라는 경우에도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가 별도로 검토됩니다.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형법 제20조).
싸움을 말리기 위해 양팔을 붙잡고 떼어내거나 사이에 몸을 넣어 막는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반대로 말리는 척하면서 한쪽만 주먹으로 가격하거나, 이미 넘어진 사람을 계속 밀치고 누르는 행위는 ‘말리는 행위’의 범위를 넘습니다. 법원은 행위의 목적, 수단의 상당성, 긴급성, 다른 방법이 있었는지를 종합합니다.
제3자를 구하려는 행위도 요건이 맞으면 처벌되지 않으나, 방위 의사와 상당성을 구체적 사실로 보여줘야 합니다.
3. 말리다가 같이 뒤엉켜 싸운 것으로 평가되면 정당방위는 부정됩니다
서로 공격할 의사로 맞붙은 싸움은 방어와 공격이 섞여 있어 정당방위가 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문제되는 장면은 말리던 사람이 상대로부터 욕설이나 가격을 당하고, 이에 흥분해서 맞대응하는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가해행위가 상대의 부당한 공격을 막으려는 것이라기보다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대항한 것이라면, 그 행위는 방어행위와 공격행위의 성격을 함께 가지므로 정당방위나 과잉방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0. 3. 28. 선고 2000도228 판결). 처음 의도가 말리는 것이었더라도 중간에 맞대응으로 변하면 그 이후의 행위는 싸움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쌍방 접촉이 곧 쌍방 싸움은 아닙니다.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12958 판결은 외형상 싸움처럼 보여도 한쪽이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을 하고 상대방은 자기를 보호하고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라면, 그것이 새로운 적극적 공격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습니다.
결국 핵심은 어느 지점에서 ‘말림’이 ‘싸움’으로 바뀌었는지입니다. 말리는 중 상대가 먼저 주먹을 휘둘렀는지, 말린 사람이 팔을 뿌리치는 정도였는지 되받아 때렸는지, 말린 뒤 곧바로 물러섰는지 같은 행동의 연속이 영상으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말림에서 맞대응으로 넘어간 순간부터는 정당방위 항변이 어려워집니다.
4. 실제 처분은 피해 정도와 합의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여서 처벌 의사 철회가 처분을 좌우합니다.
폭행죄는 형법 제260조 제3항에 따라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거나 고소를 취하하면 검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 공소권없음으로 종결됩니다. 쌍방이 서로 입건된 사건에서는 각자 합의서를 주고받는 방식이 흔합니다.
다만 상해로 입건되었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한 특수폭행(형법 제261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면 반의사불벌이 적용되지 않고, 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되는 데 그칩니다. 말리다가 상대가 넘어져 다친 경우가 바로 이 지점에서 폭행과 상해로 갈립니다.
합의가 되지 않고 폭행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초범이고 경미한 사안이라면 약식명령에 따른 벌금형 또는 기소유예 처분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처분이 나오는지는 쌍방의 가담 정도, 상해 유무, 피해 회복 여부, 전과에 달려 있습니다.
폭행인지 상해인지, 합의가 가능한 구조인지에 따라 같은 몸싸움도 결과가 전혀 달라집니다.
5. 입건 통보를 받았다면 영상과 목격자부터 확보하고 진술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말리려는 의도’는 주장이 아니라 현장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폭행 입건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피의자 조사 통보 → ②피의자 조사와 쌍방 대질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약식명령 또는 정식 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현장 CCTV는 보관기간이 짧아 한 달 안팎이면 삭제되는 곳이 많으므로 서둘러야 합니다.
조사를 받기 전 아래 순서로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인근 상가·건물 CCTV, 차량 블랙박스, 112 신고 기록을 확보해 누가 먼저 공격했는지와 내가 접촉한 시점·방식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현장에 있던 제3자 목격자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말리는 모습을 본 사람의 진술이나 사실확인서를 받아 둡니다.
조사 전에 나의 행동을 “밀침”, “팔을 붙잡음”, “사이에 들어감”으로 구체적으로 구분해 진술 방향을 정하되, 영상과 다른 부인은 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므로 영상 확인으로 사실관계가 정리된 뒤에 합의 여부를 검토하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서두른 합의서나 감정적 사과문이 오히려 폭행을 인정한 자료로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치며
싸움을 말리다가 입건된 분들은 “좋은 일 하려다 이런 일을 당했다”는 억울함 때문에 오히려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리다가 입건된 분 입장에서는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 어느 시점까지가 방어였는지를 영상과 목격자로 짚어내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말리던 사람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분 입장에서도, 합의와 처벌 의사 철회가 가능한 구조인지, 상해가 문제되는지를 정확히 알고 대응해야 불필요한 분쟁 확대를 피할 수 있습니다.
저는 폭행 사건에서 가해자로 입건된 쪽과 피해를 주장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몸싸움도 영상 한 장면과 진술 순서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말리려고 한 번 밀쳤을 뿐인데도 폭행죄가 되나요?
A. 구성요건에는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의 일방적 공격을 막으려는 상당한 정도의 행위라면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타인을 위한 정당방위도 인정되나요?
A. 인정됩니다. 형법 제21조 제1항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를 보호합니다. 다만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어야 하고 방위 행위가 상당해야 합니다.
Q. 상대가 먼저 때려서 저도 때렸는데 정당방위인가요?
A.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 대항한 것으로 평가되면 정당방위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상대의 일방적 공격에 벗어나려고 저항한 정도라면 위법성이 조각될 여지가 있어, 영상으로 구분되는 부분이 중요합니다.
Q. 상대방이 합의해 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단순 폭행은 반의사불벌죄여서 상대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상해나 특수폭행으로 입건되었다면 합의는 양형 참작 사유에 그칩니다.
Q. 쌍방 입건되면 둘 다 처벌받나요?
A. 아닙니다. 쌍방 입건은 수사 초기의 처리 방식일 뿐이고, 영상과 진술을 검토한 뒤 한쪽만 기소되거나 양쪽 모두 불기소될 수도 있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말림’과 ‘싸움’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CCTV도 시간이 지나면 삭제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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