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내용
피고인은 국내에서 쓸모를 다한 중장비를 해체하고 중장비소유자로부터 매도 권한을 위임받아 매매하는 자이고, 피해자는 해외 또는 국내 바이어로부터 중장비 매수 의뢰를 받아 자신의 이름으로 중장비를 매수한 후 되파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래와 같은 구조로 중고 중장비가 수출되고 있었습니다.
중장비소유자 -- 해체업자 및 중개업자(피고인) -- 중고중장비 매매업자(피해자) -- 국내바이어 -- 해외바이어 -- 해외 매수인
피고인은 중고중장비 매매업자인 김모씨로부터 필리핀으로 중고 중장비를 수출하고자 하니 괜찮은 중고 중장비가 있으면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고 중장비 2대를 물색하였습니다. 그 중 1대에 대해서는 김모씨가 여력이 없다고 하여 피해자가 매수하기로 하였습니다.
피고인은 당초 A회사의 장비를 물색하여 A회사로부터 판매권한을 받아 피해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2,000만원을 받았는데, 해외바이어가 장비의 상태를 확인한 후 너무 낡아서 다른 장비를 원한다고 하여 B회사의 장비를 제시하고 B회사로부터 판매권한을 받아 피해자와 다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기존의 계약금 2,000만원을 새로운 계약의 계약금으로 승계하도록 하고 추가로 1,000만원을 지급받았으며 잔금은 추후 지급받기로 하였습니다. 이때 잔금은 거래 관행상 최종 매수인으로부터 지급받아 전달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계약금을 받은 후 B회사에 계약금 1,000만원을 지급하였을 뿐이고 나머지 2,000만원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였습니다.
그런데 해외 매수인의 사정으로 잔금 지급이 지연되었고 B회사는 장비를 다른 곳에 처분하였습니다.
피해자는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자 피고인이 장비를 소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계약금 전액을 B회사에 전달하지도 않았다며 사기죄로 고소하였습니다.
공소사실
피고인이 장비를 소유하고 있지 않았고 피해자로부터 받은 대금을 채무변제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어서 피해자에게 약정대로 장비를 매도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3,000만원을 편취하였다는 내용.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에 관한 피고인의 입장은 피고인은 장비의 소유자는 아니었으나 장비소유자로부터 판매권한을 위임받아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며 피해자도 이를 충분히 알고 있었고 소유자가 아니라는 점은 계약상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으며,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 중 일부만 계약금으로 지급하긴 하였으나 전매차익을 고려할 때 계약금을 달리 정할 수 있는 것이고 소유자에게 지급할 계약금에 관한 사항을 고지할 의무가 없다, 최종매수인이 잔금을 제때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 것이므로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이 있는지
- 피고인이 자신이 장비의 소유자라고 기망하였는지
-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계약금을 A회사에 지급하지 않았고, B회사에 지급하기로 한 계약금이 1,000만원에 불과함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기망에 해당하는지
관련법리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행위, 착오의 야기, 처분행위, 재산상 손해, 사기의 고의라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은 '기망행위'에 관한 사건입니다.
기망행위는 '작위'에 의해서는 물론 '부작위'에 의해서도 행해질 수 있습니다.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스스로 착오에 빠져 있어야 하고, 행위자는 상대방의 착오를 제거함으로써 피해자의 재산침해를 방지해야 할 보증인지위에 있어야 하며, 보증인지위에 근거하여 행위자에게는 상대방에 대해서 사실을 알려야 할 고지의무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작위에 의한 기망과 동가치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고지의무는 어떨 때 인정되는 것일까요? 아래의 판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판례>
재산권에 관한 거래관계에 있어서 일방이 상대방에게 그 거래에 관련한 어떠한 사항에 대하여 이를 고지하지 아니하므로써 장차 그 거래관계의 효력 또는 채무의 이행에 장애를 가져와 계약상의 채권을 확보하지 못할 위험이 생길 수 있음을 알면서 이들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고 거래관계를 맺어 상대방으로부터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받고 상대방은 그와 같은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당해 거래관계에 임하지 아니하였거나 이를 지속하여 재물 등을 교부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 그 재물 등의 수취인에게는 신의 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은 고지할 사실을 묵비하므로써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를 구성한다 할 것이나 법률관계의 효력에 영향이 없고 상대방의 권리실현에 장애가 되지 아니하는 사유는 이를 고지할 의무가 없다(대법원 1985. 3. 12. 선고 84도93 판결 참조)
최변의 대응
- 피해자와 피해자를 소개한 중개업자 김모씨를 증인신문
- 거래관행을 알 수 있는 매매계약서 등 제출
- 피고인이 이 사건 장비 매매를 위해 장비를 실제로 해체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 제출
- 국내 바이어의 사실확인서 제출
하는 등 증거 제출을 하고, 이를 통하여 아래와 같은 사실들을 입증하였습니다.
- 계약서에 기재된 장비의 소재지가 피고인 사업장 소재지가 아니라 장비소유자들의 소재지이므로 피해자로서는 피고인 소유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 거래 관행상 장비 해체업자가 소유자로부터 해체와 함께 판매대행을 의뢰 받아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보통이다.
- 피고인은 A, B회사로부터 장비 매도권한을 확보하였다.
- 최종매수인이 잔금을 미지급하여 B회사가 다른 곳에 장비를 처분한 것이다
또한 이 사건 거래관계에서 피고인이 장비 매도권한을 확보하였는지가 중요할 뿐 장비소유자에게 계약금을 지급하였는지 여부가 장비 매매계약체결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계약금을 그대로 장비소유자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선고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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