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는 임대인 한 사람만 기재되어 있었지만, 반환 협의 과정에서 작성된 차용증과 이자 지급 내역을 근거로 배우자까지 연대 지급 의무를 인정받은 전세보증금 반환 사례입니다.
안녕하세요, 인천 법률사무소 송지 배성권 변호사입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 임대인의 배우자에게도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배우자가 보증금 반환채무를 함께 부담하기로 약정했거나 일상가사채무의 요건을 충족한다면 함께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임대인과 그 배우자 모두에게 보증금 5,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의 연대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받은 사건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의뢰인 보호를 위해 인적사항과 주택의 구체적 위치는 생략했습니다.
가. 계약은 끝났는데 보증금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의뢰인은 보증금 5,000만 원으로 주택을 임차했습니다. 최초 계약기간은 2년이었고 이후 묵시적으로 갱신되었습니다. 새로운 거주지로 이사하기 위해 계약 종료 의사를 전달했지만 임대인 측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았습니다. 기존 보증금이 묶인 상태에서 새 주거비와 대출이자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보증금 반환소송에서는 돈을 받지 못한 사정만큼이나 임대차가 언제 종료되었는지를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묵시적으로 갱신된 주택임대차는 임차인이 언제든지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해지의 효력이 발생합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 이 사건에서는 해지 의사를 전달한 문자 등을 토대로 계약 종료 시점과 반환채무를 확정했습니다.
나. 계약서에 없는 배우자를 함께 피고로 삼은 이유
계약서상 임대인은 아내였지만, 의뢰인과 보증금 반환에 관해 연락하고 협의한 사람은 남편이었습니다. 반환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차용증이라는 제목의 문서도 작성되었습니다. 그 문서에는 반환하지 못한 보증금이 5,000만 원이라는 점, 이를 차용금으로 전환한다는 내용, 월 50만 원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 그리고 여러 차례로 나누어 지급할 금액과 날짜가 담겨 있었습니다. 실제로 배우자가 이자 명목의 돈을 지급한 내역도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배우자가 기존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채무를 함께 부담하기로 했다는 병존적 채무인수를 주장했습니다. 병존적 채무인수란 기존 채무자의 책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른 사람도 같은 채무를 함께 부담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만 배우자가 연락을 대신하거나 이자를 한 차례 송금했다는 사실만으로 언제나 채무인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문서의 내용과 작성 경위, 당사자의 의사, 실제 이행 내역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다. 차용증이라는 제목보다 문서의 내용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의 차용증은 새로 돈을 빌려주었다는 사실을 기재한 문서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지급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그 돈을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를 정한 문서였습니다.
소송에서는 임대차계약서로 계약 당사자와 보증금 액수, 계약기간을 확인하고, 보증금 이체내역으로 5,000만 원의 지급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해지 및 반환 관련 문자로 계약 종료 의사와 협의 경위를 드러내고, 차용증으로 미반환 금액과 지급 약정, 배우자의 채무 부담 의사를 밝혔으며, 배우자의 이자 지급 내역으로 약정에 따른 실제 이행 사실을 연결했습니다.
문서에 차용증이라고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임대인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차용증을 받아두기만 하면 배우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누가 어떤 채무를 부담하기로 했는지, 기존 채무자를 책임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합의가 있었는지까지 문구와 경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라. 일상가사채무 법리도 함께 주장했습니다
병존적 채무인수와 더불어 일상가사채무에 따른 배우자의 연대책임도 주장했습니다. 민법 제832조는 부부 일방이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제3자와 법률행위를 한 경우 다른 일방도 원칙적으로 그 채무에 연대책임을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가 일상가사채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법률행위의 성질, 행위자의 목적, 부부의 실제 생활상태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16. 6. 9. 선고 2014다58139 판결). 임대차의 경우 계약을 체결한 경제적 이유, 보증금의 수령과 사용 경위가 부부 공동생활과 연결되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배우자가 임대차 관련 연락과 반환 협의를 담당한 점, 차용증이 작성된 점, 배우자가 이자를 지급한 점을 정리해 연대책임을 주장했습니다.
마. 연대 지급 판결과 확정
법원은 피고들이 연대하여 원고에게 5,000만 원과 이에 대한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소송비용도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했고 가집행도 허용되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임대인의 배우자에게 무조건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동 임대인인지, 별도로 채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했는지, 일상가사채무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등 책임의 근거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묵시적 갱신 이후에도 임차인은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원칙적으로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합니다. 실제 분쟁에서는 통지 내용과 도달 시점을 증명할 자료가 중요합니다.
집주인이 보증금 대신 차용증을 써주겠다고 한다면 문구부터 검토하셔야 합니다. 기존 보증금 채무를 확인하는 것인지, 지급기한을 늦추는 것인지, 다른 사람이 책임을 추가로 부담하는 것인지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기존 임대인을 면책하는 내용이나 권리 포기 문구가 포함되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연대 지급 판결이라고 해서 각자에게 5,000만 원씩 받는 것은 아닙니다. 동일한 보증금 5,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에 대해 두 사람이 함께 책임을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이사해야 한다면 계약 종료 여부와 주택 인도 문제를 확인하고,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유지를 위한 임차권등기명령도 검토해야 합니다. 이때 신청만 해둔 상태와 임차권등기가 실제로 완료된 상태를 구분해야 합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5항).
상담 전 준비하실 자료
보증금 반환 문제에서는 계약서뿐 아니라 반환 협의 과정에서 남긴 자료가 결정적일 수 있습니다. 임대차계약서, 보증금 지급 내역, 해지 통지 자료와 함께 차용증이나 각서, 반환 약속 문자, 일부 지급 내역을 정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계약서에 이름이 없는 사람이 협의에 관여했다면 그 사람이 어떤 자격으로 무엇을 약속했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계약 종료와 반환채무를 검토하면서 누구를 상대로 어떤 근거로 청구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핍니다. 판결을 받은 뒤 실제 회수를 위한 절차도 별도로 검토가 필요합니다. 임대차가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계시다면 보유하신 자료를 바탕으로 지금 취할 수 있는 조치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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