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부 공동명의나 형제·상속 지분으로 나뉜 부동산을 파는 과정에서, 매도인 중 한 명이 갑자기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 매수인이 당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매수인분들은 “매도인 한 명이 안 판다고 하니 이 계약은 끝난 것 아니냐”, “그럼 계약금을 돌려받고 정리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잔금 준비를 멈추거나 다른 매물을 알아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해제를 통보한 매도인도 “내가 싫다고 했으니 내 지분은 못 판다”고 안심하고 다른 매수인과 접촉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안심이 틀렸을 때 매수인은 잔금 이행 시기를 놓쳐 오히려 책임을 지게 되고, 매도인은 손해배상은 물론 형사책임까지 질 수 있습니다.
민법은 당사자가 여럿인 계약의 해제에 대해 해제는 전원으로부터 또는 전원에 대하여 해야 한다는 해제권 불가분 원칙을 두고 있고, 대법원도 이를 일관되게 적용합니다. 한 명의 통보만으로 계약이 정리되지는 않으며, 그 통보를 믿고 움직인 쪽이 가장 크게 다칩니다.
아래에서는 매도인이 두 명인데 한 명만 계약 해제를 통보한 경우 그 효력이 어떻게 되는지, 매수인은 무엇을 해야 하고 매도인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매도인 한 명만 한 해제 통보로는 계약이 해제되지 않습니다
해제는 매도인 전원이 하거나, 매도인 전원에 대해 해야 효력이 생깁니다.
민법 제547조 제1항은 계약의 당사자 한쪽 또는 양쪽이 여럿인 경우 해지나 해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하고 있습니다. 매도인이 두 명이면 매도인 쪽 당사자가 둘이므로, 이 조문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이 수인인 경우에는 계약의 해지나 해제는 그 전원으로부터 또는 전원에 대하여 하여야 한다(민법 제547조 제1항).
이 원칙은 하나의 계약관계를 일부 당사자에게만 해제되고 나머지에게는 유지되는 상태로 쪼개면 법률관계가 복잡해지고 상대방이 불측의 손해를 입기 때문에 둔 것입니다. 대법원도 공동매수인 중 한 명에게만 해제의 의사표시를 한 사안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든 매수인에게 해야 효력이 생긴다고 보았고(대법원 1994. 11. 18. 선고 93다46209 판결), 매수인이 사망해 상속인이 여럿이 된 사안에서도 상속인 전원이 해제의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22812 판결). 방향만 다를 뿐 매도인이 여럿인 경우에도 같은 법리입니다.
따라서 두 명의 매도인 중 한 명이 보낸 내용증명은 다른 매도인이 함께 하지 않는 이상 해제로서의 효력이 없습니다.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고, 매도인 두 명 모두 계약상 의무를 부담합니다. 한 명이 마음을 바꿨다는 사정은 매도인들 내부의 문제일 뿐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닙니다.
매도인 한 명의 해제 통보는, 나머지 매도인이 함께하지 않는 한 계약을 끝내지 못합니다.
2. 전원이 해제하더라도 해제할 수 있는 사유가 따로 있어야 합니다
“팔기 싫어졌다”는 이유만으로는 매도인 전원도 일방적으로 계약을 풀 수 없습니다.
더 중요한 점은, 매도인이 전원 모두 해제에 나서더라도 해제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해제 사유는 크게 세 갈래입니다. 계약서에 정해 둔 약정해제 사유,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법정해제, 그리고 계약금을 이용한 해약금 해제입니다.
법정해제는 민법 제544조에 따라 매수인이 중도금이나 잔금을 정해진 날 지급하지 않았을 때 매도인이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안에도 이행하지 않아야 비로소 가능합니다. 지급기일이 지났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해제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부동산 매매에서는 매도인의 등기서류 제공과 매수인의 잔금 지급이 동시이행 관계에 있어(민법 제536조), 매수인이 잔금을 가지고 갔는데 매도인이 서류를 내놓지 않았다면 매수인에게는 지체책임이 없습니다.
해약금 해제는 민법 제565조에 따라 계약금을 받은 매도인이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하는 방법입니다. 다만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한 이후에는 쓸 수 없으므로,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했다면 이미 이행에 착수한 것이어서 해약금 해제의 길은 닫힙니다. 매도인이 둘이라면 이 배액 상환과 해제 의사표시도 전원의 몫으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한 명이 계약금 일부를 돌려보내며 해제를 통보했다고 해서 계약이 해제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매수인이 반환받은 돈은 어떻게 될까요. 매수인이 계약금을 돌려받았다는 사정만으로 해제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입금된 돈은 이의를 유보한 채 보관하거나 반환 제공 사실과 함께 답변서를 보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해제는 사유와 방식, 두 가지가 모두 갖춰져야 하며 매도인 전원이 함께 해야 합니다.
3. 해제 통보를 믿고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배임죄가 문제됩니다
중도금이 오간 뒤의 이중 처분은 매도인에게 형사책임으로 돌아옵니다.
해제 통보를 한 매도인이 “이미 계약을 해제했으니 내 지분은 다른 사람에게 팔아도 된다”고 판단해 제3자와 새 계약을 맺는 경우가 있습니다. 앞서 본 대로 해제가 효력이 없다면, 이는 유효한 매매계약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같은 부동산을 이중으로 처분하는 행위가 됩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의 배임죄 성립 시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중도금까지 지급받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계약금만 오간 단계에서는 매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지만, 중도금이 지급된 이후에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신임관계에 놓인다고 봅니다. 업무상이 아닌 일반 배임은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매도인이 둘이면 구조가 조금 달라집니다. 부부 공동명의처럼 각자 지분을 가진 경우 해제를 통보한 사람은 자기 지분의 이전 의무가 있고, 그 지분을 제3자에게 넘기면 그 사람 자신이 배임의 책임 대상이 됩니다. 반대로 해제에 동의하지 않은 다른 매도인은 자기 지분을 이전할 의무가 그대로 있으므로, 한 사람의 변심을 이유로 자신의 이행을 거부하면 이행지체의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해제가 안 된 계약에서의 이중 처분은 민사 손해배상을 넘어 배임이라는 형사 문제로 이어집니다.
4. 대응이 늦어지면 오히려 매수인이 이행지체의 불리한 위치에 설 수 있습니다
계약이 살아 있다는 이유로 가만히 있으면 잔금 이행 제공을 놓칠 수 있습니다.
매수인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해제 통보를 받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계약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잔금 지급일은 그대로 도래합니다. 매수인이 그날 잔금을 준비하지 않거나 이행 제공을 하지 않으면, 이번에는 매도인 전원이 민법 제544조에 따라 매수인에게 이행을 최고하고 계약을 해제할 근거를 갖게 됩니다. 한 명의 하자 있는 해제 통보가 나머지 매도인의 정당한 해제를 위한 길을 열어 주는 셈입니다.
그래서 매수인은 해제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즉시 문서로 남기고, 잔금 지급일에는 잔금을 지급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 즉 이행의 제공을 증거로 남겨야 합니다. 금융기관 잔고증명이나 대출 승인서, 매도인 전원에게 보낸 이행 최고 내용증명이 대표적입니다. 매도인이 수령을 거부한다면 민법 제487조에 따라 변제공탁을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지체 책임을 면하는 근거가 됩니다.
한편 계약이 결국 해제되거나 매도인 측 귀책으로 이행이 불가능해진다면, 해제는 손해배상 청구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민법 제551조) 매수인은 약정한 위약금이나 손해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손해배상 예정액이 있다면 그 금액이 기준이 되고, 없다면 매매 목적물의 시세 상승분 같은 통상손해를 입증해야 합니다. 어느 경우든 매수인이 자신의 이행 의사를 증거로 남겨 둔 쪽이 유리합니다.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위험하며, 이행의 제공과 문서 대응이 매수인의 방패입니다.
5. 분쟁이 생기면 내용증명부터 소송과 가처분까지 이렇게 진행합니다
전원을 상대로 한 이행 청구와 처분금지가처분이 대응의 중심입니다.
실무에서는 ①해제 통보를 한 매도인과 나머지 매도인 전원에게 해제 불인정과 계약 이행 요구를 내용증명으로 보내고, ②부동산이 처분될 위험이 있으면 관할 법원(부동산 소재지가 수원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며, ③본안으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④이중 처분이 이루어졌다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배임으로 고소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중 처분 정황이 있다면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수사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해제 통보를 받은 직후에는 다음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서에서 매도인이 누구인지, 지분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해제 및 위약금 조항이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계약금·중도금의 지급 내역과 영수증을 정리해 이행에 착수했는지, 해약금 해제가 가능한 시기인지 판단합니다.
부동산 등기사항증명서를 발급받아 처분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고, 이상 징후가 있으면 바로 가처분을 준비합니다.
이 과정에서 형사 고소와 민사 이행청구를 함께 검토하면, 수사 기록으로 확보한 자료를 민사 입증에 활용하면서 매도인 측의 합의 유인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부동산 매매에서 매도인 한 명이 해제를 통보하면 “그래도 같이 팔기로 했는데 어떻게 하지” 하는 망설임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망설이는 시간이 이행 제공의 시기를 놓치게 하고 처분 위험을 키웁니다.
계약을 지키려는 매수인 입장에서는 해제가 효력이 없다는 점을 문서로 분명히 하고, 잔금 이행 제공과 가처분 같은 보전 수단을 서두르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해제를 통보한 매도인 입장에서도 한 명이 해제했다는 사실만으로 지분을 마음대로 처분하면 배임과 손해배상이라는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정말 계약을 정리하고 싶다면 사유와 방식을 갖춘 정당한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저는 부동산 매매 분쟁에서 매수인 쪽과 매도인 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통보서를 어떻게 쓰고 어떤 증거를 남기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해제 통보를 받았거나 보내려는 지금이 대응을 정할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매도인 두 명 중 한 명이 계약금의 두 배를 돌려주겠다며 해제를 통보했는데, 계약이 해제되나요?
A. 매도인 전원이 하지 않은 해제는 효력이 없습니다. 또한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하는 등 이행에 착수한 후라면 계약금 배액 상환으로 해제할 수도 없습니다.
Q. 한 명의 해제 통보 후 돌려받은 계약금을 그냥 받아도 되나요?
A. 해제에 동의한 것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이의를 유보한다는 취지를 문서로 남기는 것이 안전합니다. 받은 돈은 보관하거나 반환 제공 사실과 함께 답변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다른 매도인은 계약을 지키겠다고 하는데, 그 사람 지분만 먼저 이전받을 수 있나요?
A. 법적으로 가능한 경우가 있으나, 부동산 전체를 목적으로 한 계약이라면 일부 지분만 이전받는 것이 매수 목적에 맞는지 먼저 따져야 합니다. 이행 청구를 어떻게 구성할지는 계약 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Q. 해제 통보를 받고 잔금을 안 줘도 되나요?
A. 안 됩니다. 계약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잔금 지급일은 그대로이므로, 이행을 제공하지 않으면 오히려 매수인이 이행지체로 해제될 수 있습니다.
Q. 해제를 통보한 매도인이 지분을 제3자에게 팔면 어떻게 되나요?
A. 중도금이 지급된 뒤라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집니다. 처분 전에는 처분금지가처분으로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형사 고소와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같이 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두 절차는 별개이며,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자료가 민사 입증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 병행 전략을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