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 각 처벌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단순한 형벌 규정에 비하여 회사/동호회/SNS/커뮤니티 등 발언의 장소 및 화자와 청자의 관계, 발언의 경위, 전파의 정도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사안은 천차만별이며 법원의 판단 역시 엇갈리는바 참고가 될 만한 법원의 판결례들을 소개합니다.
Ⅱ. 관련 사례(대법원 2022도*** 판결)
가. 검찰 기소 공소사실
피고인 1은 양육비 지급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여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는 ‘Bad Fathers’ 사이트(이하 ‘이 사건 사이트’)에서 제보 접수, 운영자에 대한 신상정보 전달, 이의 처리 등을 담당하는 사람이고, 피고인 2는 피해자 E와 혼인관계에 있다가 이혼한 사람인데, 피고인 1은 2018. 9.경부터 같은 해 10.경까지 이 사건 사이트에 피해자 A, B, C, D의 사진, 실명, 거주지, 운영 업체 또는 직장명 등이 포함된 글이 게시되게 하고,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2018. 9. 6.경 이 사건 사이트에 피해자 E의 사진, 실명, 거주지 등이 포함된 글이 게시되게 하였으며, 피고인 2는 같은 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위 게시 글의 링크와 함께 “아주 재밌는 일들을 시작해보자”, “#복수 #추심” 등의 문구와 피해자 E를 비하하는 표현을 덧붙인 글을 게시하여, 각자 또는 공동으로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나. 법원의 판단 : 공공의 이익 부정 & 비방할 목적 인정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의 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드러낸 사실이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임을 인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하고, 비방할 목적은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인지와는 별개의 구성요건이다.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란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요하는 것으로,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과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형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비방할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주관적 의도의 방향에서 서로 상반되므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인되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피해자가 공인인지 사인에 불과한지, 표현이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 사이트의 신상정보 공개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라는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여론형성에 기여한 측면은 있으나, 사이트 스스로 공개의 취지를 ‘양육비를 주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고, 게시 및 삭제 여부가 양육비채권자의 일방적 제보와 양육비 지급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등 그 주된 목적은 신상정보 공개로 수치심을 느끼게 하여 의무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려는 사적 제재 수단에 가까운 점, 2) 법령상 채무불이행자 공개 제도(체납자 명단 공개, 채무불이행자 명부, 개정 양육비이행법상 명단 공개 등)는 사전 소명 기회 부여, 심의위원회의 심의 등 절차적 장치를 두고 있는 반면, 이 사건 사이트는 객관적인 공개 기준이나 사전 확인절차, 양육비를 지급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신상정보를 공개하여 양육비 지급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은 피해자나 감액된 양육비를 지급하고 있던 피해자까지 공개 대상이 된 점, 3) 얼굴 사진, 구체적인 직장명, 전화번호는 공개 시 낙인효과, 경제·사회활동 위축, 일상생활 침해 등 피해가 매우 크고, 양육비 미지급 문제의 공론화는 익명 자료나 통계수치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어 위 정보의 공개가 공익적 목적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4) 피해자들은 공적 인물이 아니고, 양육비 미지급 문제 일반이 공적 관심 사안이더라도 특정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 자체는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전파성이 강한 정보통신망을 통한 공개로 피해의 정도가 지나치게 큰 점 등을 볼 때 피고인들에게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고, 5) 피고인 2가 인스타그램에 이 사건 사이트 게시 글의 링크와 함께 피해자 E를 비하하는 표현을 덧붙여 게시한 부분 역시 비방할 목적이 인정된다.
Ⅲ. 결론
이 사건 대법원은 신상정보 공개의 목적, 공개의 경위 및 절차, 공개된 신상정보의 내용과 특성,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여부 등을 기준으로 피고인들에게 비방할 목적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한 사안으로서, 양육비 미지급 문제의 공론화라는 공익적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적 제재로서의 신상정보 공개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위와 같이 공익적인 목적이 있어 보이는 행위라도, 표현의 방법과 공개 범위, 절차 등 사건 경위의 개별·특수성에 따라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므로, 사건이 발생한 경우 쉽게 판단하지 마시고 세밀한 사항까지도 검토할 수 있는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명예훼손/모욕 사건 다수 승소·합의 경력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법 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청향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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