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돈을 빌려주거나 물건값을 먼저 보냈다가 떼였는데, 경찰서에 사기로 고소하러 갔더니 “이건 민사 사안”이라는 말만 듣고 돌아왔다는 상담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상담하러 오신 분들은 “차용증도 있고 돈 보낸 내역도 있는데 왜 접수를 안 해주나”, “민사로 가라는데 그럼 사기는 영영 안 되는 건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경찰이 한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고소를 포기하는 순간, 수사기관을 통해 상대방의 재산 흐름과 거짓말의 흔적을 확인할 기회까지 함께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사기죄에서 돈을 빌릴 당시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를 객관적 사정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약속한 날 돈을 갚지 못했다는 결과만으로는 사기가 아니지만, 빌릴 때 이미 거짓이 있었다면 민사 분쟁처럼 보이는 사건도 형사 사건이 됩니다.
아래에서는 경찰이 사기 고소를 민사 문제라고 하는 이유, 그 말에 어떤 법적 효력이 있는지, 그리고 고소를 제대로 접수시키고 불송치 결정까지 다툴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1. 경찰이 말하는 “민사 문제”는 사기 성립 여부에 대한 1차 의견일 뿐입니다
돈을 갚지 못한 것 자체는 민사이지만, 빌릴 때의 거짓말은 형사입니다.
경찰이 민사라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기죄(형법 제347조 제1항)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죄인데, 돈을 못 갚는 것만으로는 기망이 있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약속한 날짜에 변제하지 못한 채무불이행은 원칙적으로 민사 소송으로 해결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사기죄에서 따지는 시점은 갚기로 한 날이 아니라 돈을 건네받은 그 시점입니다. 그때 이미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데도 “다음 달에 들어오는 대금으로 갚겠다”, “담보가 충분하다” 같은 말로 돈을 받았다면, 그 뒤에 일부를 갚았더라도 편취 당시의 기망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같은 미변제 사건이어도 어느 쪽이냐에 따라 민사와 형사가 갈립니다.
그래서 창구에서 듣는 “민사입니다”라는 한마디는, 제출한 자료만 놓고 본 담당 수사관의 잠정적인 판단에 가깝습니다. 고소인이 기망의 구체적 장면, 즉 언제 누가 어떤 말로 무엇을 속였는지를 정리해 가지 않았다면 수사관은 단순 채무불이행으로 분류하기 쉽습니다.
경찰의 “민사”라는 말은 최종 판단이 아니라, 기망의 증거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2. 고소는 접수를 거절당할 일이 아니고, 접수 후 판단은 수사가 끝난 뒤에 이루어집니다
고소는 서면이든 구술이든 할 수 있고, 수사기관은 접수한 뒤 결론을 내려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37조는 고소를 서면 또는 구술로 사법경찰관에게 하도록 정하고, 구술 고소를 받은 사법경찰관은 반드시 서류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구술로 하는 경우에도 수사관은 진술조서를 작성해야 하고, 서면 고소를 접수한 뒤 추가 진술이 필요하면 보충 서면을 받거나 추가로 진술을 들어야 합니다(경찰수사규칙 제22조).
고소를 수리한 날부터는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쳐야 하는 기간 규정도 적용됩니다(경찰수사규칙 제24조 제1항). 즉 접수만 되면 사건은 수사기관의 처리 의무 안으로 들어오고, 불송치든 송치든 그 이유를 적은 결정서가 나옵니다. 접수 전 상담 단계에서 말로 돌려보내는 것과 접수 후 결정서가 나오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사기 사건에서 법원이 편취의 고의를 어떻게 보는지는 다음 판례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타인으로부터 금전을 차용함에 있어 그 용도나 변제자금의 마련방법에 관하여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고지하여 금전을 교부받은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3도5382 판결).
이 판결은 자력 있는 보증인이 연대보증을 했더라도 차용사기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 사례이기도 합니다. “담보가 있으니 민사 아니냐”는 방어 논리가 항상 통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결국 돈의 용도, 변제 계획, 당시의 재산·채무 상태에 관한 말이 거짓이었는지가 쟁점입니다.
접수 단계에서 돌려보내는 것과, 수사를 거쳐 혐의 없음 결정을 받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3. 고소를 접수시키려면 ‘기망의 장면’이 드러나는 고소장이 필요합니다
고소장은 감정 호소가 아니라 거짓말의 시점·내용·증거를 순서대로 적은 서류입니다.
민사 같다는 말을 듣는 고소장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돈을 빌려 갔는데 안 갚습니다”라는 사실만 있고, 빌릴 당시 어떤 거짓이 있었는지는 빠져 있습니다. 수사관은 그 문장만 보면 채무불이행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소장에는 첫째, 돈을 건넨 날짜·금액·계좌와 그 직전에 오간 대화의 내용을 시간순으로 적어야 합니다. 둘째, 상대방이 한 말 가운데 객관적으로 거짓으로 드러난 것(돈의 용도, 사업 진행 상황, 담보 부동산의 권리관계, 다른 채무의 존재 등)을 증거와 짝지어 특정해야 합니다. 셋째, 돈을 받은 뒤 그 돈이 실제로 어디에 쓰였는지 계좌 흐름과 연락 두절 시점 등으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변제 의사와 능력은 내심의 문제라 직접증거가 드물기 때문에, 법원도 차용 경위, 액수와 기간, 당시 재산·신용 상태, 다른 채무 규모, 이후의 행적 같은 간접사실을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고소장이 이 간접사실을 먼저 정리해 주면, 같은 사건도 수사관이 보는 성격이 달라집니다.
또한 사기죄의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겁고(형법 제347조 제1항), 이득액이 크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사안이 가볍지 않은 만큼, 접수를 받은 경찰도 초기에 입건 전 조사를 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합니다(수사준칙 제16조 제3항).
고소장에서 ‘안 갚았다’는 서술을 ‘갚을 생각이 없었다는 정황’으로 바꾸는 작업이 접수의 출발점입니다.
4. 불송치가 나와도 이의신청과 검사의 재수사요구로 다시 다툴 수 있습니다
경찰 단계의 불송치는 끝이 아니라, 검사에게 판단을 넘기는 통로가 열리는 지점입니다.
사법경찰관은 수사 후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지 않고 불송치 결정을 합니다. 이때 7일 이내에 고소인에게 불송치 취지와 이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고, 결정서와 이의신청 안내문도 함께 보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45조의6).
통지를 받은 고소인은 해당 사법경찰관이 속한 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기간은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이고, 이의신청이 있으면 사법경찰관은 지체 없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해야 합니다(같은 법 제245조의7 제1항·제3항·제4항). 경찰이 끝까지 혐의가 없다고 보더라도 이의신청 한 번으로 기록이 검사에게 넘어가는 구조입니다.
이의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검사는 사법경찰관의 불송치가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이유를 문서로 명시해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245조의8 제1항). 재수사요구는 기록을 송부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하고, 재수사를 요구하면 그 사실이 고소인에게 통지됩니다(같은 조 제2항·제3항). 불송치 이유를 읽어 보면 어떤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는지 알 수 있어, 이의신청서에 그 부분을 보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다만 불송치 결정서에 ‘각하’가 적힌 경우는 사정이 다릅니다. 고소장 내용만으로도 범죄가 성립하지 않음이 명백해 더 수사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경우에 각하가 가능하기 때문에(경찰수사규칙 제108조 제1항 제4호 가목), 이 단계에서도 이의신청 기간 안에 부족한 사실관계를 보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찰의 불송치는 고소인의 이의신청으로 사건이 검사에게 넘어가는 절차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5. 접수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접수 전 자료 정리가 이후 이의신청과 재수사까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사기 고소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피고소인 주소지나 사기 행위지가 수원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와 계좌추적 → ③경찰의 송치 또는 불송치 결정, 송치되면 수원지방검찰청의 처분 → ④기소 시 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불송치가 되면 앞서 본 이의신청 절차가 중간에 들어옵니다.
경찰이 접수를 주저한다면,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돈을 건넨 계좌이체 내역, 차용증·각서·문자·카카오톡 대화를 날짜순으로 정리해 상대방이 한 말과 실제 사실이 어긋나는 지점부터 표시합니다.
상대방이 밝힌 돈의 용도, 변제 재원, 담보 등이 실제와 달랐는지 등기부등본·사업자 정보·다른 채권자 존재 여부로 확인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기망 시점과 내용을 특정한 고소장을 서면으로 제출하고, 접수일과 사건번호를 확인해 둡니다.
고소 전에는 상대방의 재산에 대한 가압류 같은 민사 보전 조치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은 병행할 수 있고, 형사 절차에서 확보한 자료가 민사 청구에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며
사기를 당한 분들은 경찰서에서 “민사로 가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닌가 싶어 그대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는 사이 상대방의 재산은 빠져나가고, 증거가 되는 대화 기록과 계좌는 시간이 흐르며 확인하기 어려워집니다.
돈을 떼인 쪽에서는 접수 거절 자체를 다투기보다, 거짓말이 드러나는 증거를 정리해 고소장의 내용을 바꾸는 편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불송치가 나오더라도 3개월 안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반대로 사기로 고소당한 쪽에서도 “빌린 돈이니 민사일 뿐”이라는 말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습니다. 돈을 빌릴 당시 용도와 변제 계획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지, 그 말이 사실이었는지가 수사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기 사건에서 돈을 받은 쪽과 돈을 건넨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미변제 사실도 증거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민사와 형사의 결론이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접수를 거절당했거나 불송치 통지를 받아 막막하다면, 이의신청 기간이 흐르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찰이 민사라고 하면 고소장을 접수할 수 없나요?
A. 고소는 서면이나 구술로 할 수 있고, 구술 고소를 받은 경찰은 서류를 작성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37조). 다만 기망의 내용이 드러나지 않은 고소장은 접수 후에도 불송치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내용 보강이 필요합니다.
Q. 차용증이 있으면 오히려 민사 아닌가요?
A. 차용증이 있다고 사기가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돈을 빌릴 당시 용도·변제 계획·재산 상태를 속였다면 차용증이 있어도 사기가 성립할 수 있고, 대법원도 그 취지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Q. 일부라도 갚았는데 사기가 성립하나요?
A. 성립할 수 있습니다. 판단 기준은 돈을 받은 시점의 기망이고, 이후의 일부 변제는 편취 당시의 기망을 지우지 못합니다. 다만 변제 사실은 당시 변제 의사가 있었는지를 보는 간접사실로 쓰이기도 합니다.
Q. 불송치 통지를 받았는데 언제까지 이의신청을 해야 하나요?
A.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해당 경찰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해야 합니다. 이의신청이 있으면 경찰은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45조의7).
Q.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같이 해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절차는 수사기관의 계좌추적 등으로 사실관계가 밝혀지는 장점이 있고, 민사는 가압류 등으로 재산 보전을 하는 장점이 있어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고소를 준비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는 게 좋을까요?
A. 고소장 제출 전이 가장 좋습니다. 접수 단계에서 기망의 구조를 어떻게 적었는지가 이후 불송치 여부와 이의신청 전략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