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사람을 치고 그냥 가면 뺑소니가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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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사람을 치고 그냥 가면 뺑소니가 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자전거와 전동 이동수단을 타는 인구가 늘면서, 보행자와 부딪친 뒤 그대로 현장을 떠나 형사 문제로 번지는 상담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자전거인데 설마 뺑소니까지 되겠냐”, “살짝 스쳤을 뿐이고 상대방도 괜찮다고 해서 그냥 갔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고, 피해자가 병원 진단서를 끊어 고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동차도 아닌데 왜 처벌을 받느냐”며 당황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사고 후 조치의무 위반을 판단할 때 사고를 인식하고도 구호 및 인적 사항 제공 의무를 이행하기 전에 현장을 이탈했는지를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이 기준은 운전한 수단이 자동차인지 자전거인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자전거인지, 전기자전거인지, 전동킥보드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조와 형량은 크게 갈립니다.

아래에서는 자전거로 사람을 치고 현장을 떠났을 때 어떤 경우에 뺑소니, 즉 사고 후 미조치로 처벌되는지, 그리고 도주치상과는 무엇이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


1. 자전거도 도로교통법상 ‘차’이므로 사고 후 조치의무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운전대가 없어도, 페달을 밟아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운전자’로서 구호·신고 의무를 집니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17호는 ‘차’를 자동차, 건설기계, 원동기장치자전거, 자전거 등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자전거는 법적으로 자동차와 같은 범주의 ‘차’이고, 자전거를 탄 사람은 ‘운전자’입니다. “자전거는 차가 아니라 놀이기구 수준”이라는 인식은 법과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경우, 운전자는 즉시 정차하여 ①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② 피해자에게 성명·전화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제공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경찰공무원이나 가까운 경찰관서에 사고 장소, 사상자 수와 부상 정도, 조치 내용을 지체 없이 신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도로’는 도로법상 도로만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처럼 불특정 다수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도 포함하고, 제54조 제1항은 아예 도로 외의 곳에서 일어난 사고에도 적용되도록 ‘운전’의 범위를 넓혀 두었습니다. 공원 산책로, 아파트 단지, 학교 앞 이면도로에서 난 접촉사고도 예외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자전거도 도로교통법상 ‘차’이므로,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멈춰서 구호하고 인적 사항을 알려줄 의무가 생깁니다.


2. 사람을 다치게 하고 구호·인적 사항 제공 없이 떠나면 사고 후 미조치로 처벌됩니다

자전거 뺑소니의 기본 죄명은 도로교통법 제148조 사고 후 미조치이며, 법정형이 가볍지 않습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는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운전자도 그대로 적용 대상이고, 피해자가 합의서나 처벌불원서를 써주더라도 이 죄 자체가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공소가 제한되는 죄가 아니어서 사건이 바로 종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뺑소니’일까요? 대법원은 사고 후 도주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2도9697 판결).

이 판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에 관한 것이지만, 구호조치와 인적 사항 제공 의무를 정한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사고 후 미조치를 판단할 때도 같은 구조로 읽힙니다. 핵심은 ① 사고로 사람이 다친 사실을 인식했는지 ② 의무를 이행하기 전에 현장을 이탈했는지 두 가지입니다.

그래서 “부딪친 줄 몰랐다”는 항변은 인식 여부를 다투는 것이어서 실제로 가장 많이 쟁점이 됩니다. 반대로 사고가 매우 경미해 피해자에게 구호가 필요하지 않았고 인적 사항도 이미 알려진 상태라면 도주로 볼 수 없는 경우가 있지만, 법원은 운전자가 사고 직후 피해자를 직접 확인했는지, 연락처를 주고받았는지를 엄격하게 따집니다. “괜찮다고 해서 갔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대화를 뒷받침할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피해자가 다친 사실을 알면서도 구호나 인적 사항 제공 없이 현장을 떠났다면, 자전거라도 사고 후 미조치가 성립합니다.


3.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은 자전거에 적용되지 않지만, 전동킥보드는 다릅니다

같은 ‘탈것’이어도 자전거인지 원동기장치자전거인지에 따라 형량이 1년 이상 유기징역까지 달라집니다.

흔히 뺑소니를 중하게 처벌하는 근거로 들리는 법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3입니다. 이 조항은 적용 대상을 ‘자동차, 원동기장치자전거 또는 건설기계’의 교통으로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운전자로 한정합니다. 그래서 순수한 자전거 운전자는 이 조항의 도주치상·도주치사로 처벌되지 않고, 앞서 본 도로교통법 제148조 사고 후 미조치가 적용됩니다.

그런데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자전거와 페달을 밟아야 구동되는 전기자전거를 말합니다. 반면 전동킥보드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는 원동기장치자전거에 속하고, 일정 기준 이상의 전동 이륜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수단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고 도주했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3이 적용되어 피해자가 다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 피해자가 사망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문제가 됩니다. 피해자를 사고 장소에서 옮겨 유기하고 도주한 경우에는 상해라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따라서 “자전거였으니 가볍겠지”라는 판단은 자신이 탄 것이 법적으로 어떤 수단인지부터 확인한 다음에야 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차량 종류를 사고 장면과 장비 사양으로 확인하는 경우가 많아, 이 부분을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사건의 출발점입니다.

순수한 자전거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도주치상에서 빠지지만, 전동킥보드 등 원동기장치자전거는 그대로 적용됩니다.


4. 피해자의 상해 정도와 과실에 따라 처벌 수위와 합의의 효과가 달라집니다

도주 사실이 있으면 합의만으로 형사 책임이 사라지지 않고, 양형에서 크게 불리해집니다.

사고 자체에 대한 책임은 별도로 따집니다. 자전거 운전자의 부주의로 보행자가 다쳤다면 형법 제266조 과실치상죄(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또는 제268조 중과실치상죄(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가 문제됩니다. 보도 위 질주, 음주 상태 운행, 신호 위반처럼 과실이 무거우면 중과실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과실치상과 중과실치상은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죄입니다. 그러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는 차의 운전자가 업무상과실치상 또는 중과실치상을 범하고도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에는 이 예외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도주가 얹히는 순간 합의가 있더라도 기소 여부를 가르는 사정이 아니라 양형에서 참작되는 사정으로 격하됩니다.

실무에서 법원은 피해자의 부상 정도, 사고 직후 구호 시도 여부, 도주 시간과 거리, 자진 신고 또는 현장 복귀 여부, 피해 회복 정도를 보고 형량을 정합니다. 초범이고 피해자와 합의가 되었으며 스스로 경찰에 알린 경우에는 벌금형이나 선고유예로 마무리되는 사례도 있지만, 증거를 은닉하려 하거나 연락을 피했다면 형이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한편 주차된 차량만 손괴하고 인적 사항을 남기지 않은 경우에는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0호에 따라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되어, 사람이 다친 경우와 법정형이 크게 다릅니다.


5. 경찰 연락 이후 조사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첫 조사 전에 사고 경위와 인식 여부, 피해자 연락 시도 내역을 정리해야 합니다.

자전거 뺑소니 사건은 통상 ①피해자 신고 또는 고소(수원 지역 사고라면 수원남부경찰서·수원중부경찰서 등 관할 경찰서 접수) → ②CCTV·블랙박스·피해자 진술 확보 후 피의자 소환 조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불기소 처분 → ④약식명령 또는 정식 재판(수원지방법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자전거에는 번호판이 없어 신원 특정이 어려울 것 같지만, 공공 CCTV 경로 추적과 인근 가게 영상으로 특정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조사에 대비해 아래 순서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1. 사고 당시 상황, 즉 접촉 부위와 충격 정도, 피해자의 반응, 현장에서 나눈 대화를 시간 순서로 기억나는 대로 정리합니다.

  2. 사고 이후 피해자나 경찰에 연락을 시도했는지, 현장에 돌아갔는지 등 사후 행동을 정리하고 통화·문자 기록을 보관합니다.

  3. 피해자의 진단서 내용과 치료 경과를 확인하고,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등 가입된 보험이 있는지 확인한 뒤 합의 가능성을 검토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고 인식이 정말 없었는지, 구호가 필요 없는 경미한 사고였는지를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결론을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부터 변호사와 함께 진술 방향을 잡으면 혐의 자체를 다투거나 정상 참작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치며

자전거 사고는 “그 정도는 아니겠지”라는 마음이 앞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연락을 받고 나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미 수사기관이 CCTV와 피해자 진술을 상당 부분 확보한 뒤일 때가 많습니다.

자전거에 부딪혀 다친 피해자 입장에서는 사고 직후의 사진, 진단서, 치료 기록, 목격자 연락처를 확보해 두는 것이 우선입니다. 가해자를 알지 못해도 주변 CCTV는 보존 기간이 짧아 신속한 신고가 중요합니다.

반대로 현장을 떠난 자전거 운전자 입장에서도 늦지 않았습니다. 자진해서 연락하고 피해 회복에 나선 사정은 결과를 크게 바꾸는 요소이고, 사고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그 근거를 객관적 자료로 정리해야 합니다.

저는 교통사고 후 조치 문제를 포함해 가해자 쪽 사건과 피해자 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고라도 초기 진술과 정리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사고 후 조치 문제로 경찰 연락을 받았거나 혼자 고민하고 계시다면, 지금이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시기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자전거는 면허도 없는데 뺑소니로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이고, 운전면허 유무와 관계없이 제54조 제1항의 구호·인적 사항 제공 의무가 적용됩니다. 위반하면 제148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합니다.

Q. 자전거 사고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도주치상이 적용되나요?

A. 순수한 자전거는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전동킥보드 같은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적용되어 피해자가 다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합니다.

Q. 상대방이 괜찮다고 해서 그냥 갔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A. 문제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병원에서 진단서를 끊으면 사고 후 미조치가 문제될 수 있고, 구호가 필요 없었는지는 사고 정도와 대화 내용을 증거로 판단합니다. 인적 사항을 주고받았는지도 중요합니다.

Q. 부딪친 줄 몰랐다면 처벌되지 않나요?

A. 사고로 사람이 다친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도주의 고의가 없어 사고 후 미조치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충격 정도, 피해자의 반응, 주변 상황에 비춰 인식 여부를 법원이 객관적으로 따지므로 입증이 쉽지 않습니다.

Q. 피해자와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A. 사고 후 미조치는 합의로 공소가 제한되는 죄가 아니어서 합의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합의와 피해 회복은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되는 중요한 사정입니다.

Q. 지금이라도 경찰에 알리면 도움이 되나요?

A. 자진 신고와 피해 회복 노력은 정상 참작 사유로 평가됩니다. 다만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므로, 가능하면 신고 전에 변호사와 사고 경위와 진술 방향을 먼저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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