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에서 사람을 치고 가도 뺑소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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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차장에서 사람을 치고 가도 뺑소니인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이나 상가 주차장에서 후진·출차 중 사람이나 차량을 접촉하고 그대로 떠났다가, 블랙박스와 CCTV 때문에 뒤늦게 경찰 조사를 받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여긴 도로가 아니라 아파트 안인데 뺑소니까지 되겠나”, “살짝 스친 정도라 상대도 괜찮다고 했다”는 생각으로 현장을 벗어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경찰에서 연락이 오면, 도로가 아니라는 이유로 처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던 기대는 대부분 무너집니다.

도로교통법은 사고 후 조치 의무에 관한 한 ‘도로 외의 곳’까지 적용 범위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차장이라는 장소가 면죄부가 되지 않고, 오히려 사람이 다친 경우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으로 1년 이상의 유기징역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사람을 치고 현장을 벗어났을 때 뺑소니가 되는 이유와 그 기준, 처벌 수위, 그리고 이미 현장을 떠났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아파트 주차장 사고도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조치 의무가 적용됩니다

‘도로가 아니다’라는 항변은 사고 후 조치 의무 앞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1호는 도로를 도로법상 도로 등으로 정하면서, 그 밖에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를 포함시킵니다. 입주민 전용 차단기가 있는 아파트 단지 내부는 이 기준에서 도로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여기는 도로가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같은 법 제2조 제26호는 ‘운전’을 정의하면서, 제54조 제1항(사고 발생 시의 조치)·제148조(사고 후 미조치 처벌) 등의 경우에는 도로 외의 곳을 포함한다고 따로 정해 두었습니다. 주차장이 도로인지 여부를 따질 필요 없이, 그 안에서 차를 운전하다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구호조치와 인적 사항 제공 의무가 그대로 생긴다는 뜻입니다.

다만 도로 여부가 완전히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속도위반·신호위반 같은 운행 중 법규 위반은 도로에서만 문제되기 때문에, 주차장 사고에서는 ‘운전 중 사고를 냈는가’와 ‘사고 후 조치를 했는가’가 따로 판단됩니다. 사고 자체에 대한 책임이 가볍더라도, 현장을 벗어나는 순간 별도의 범죄가 성립합니다.

주차장이 도로가 아니어도, 사고 후 조치 의무는 도로 밖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2. 사람이 조금이라도 다쳤다면 구호조치 없이 떠난 순간 뺑소니가 됩니다

구호조치와 인적 사항 제공,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조치 의무 위반입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즉시 정차한 뒤 ①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 ②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 제공, 두 가지를 모두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상대가 “괜찮다”고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연락처 교환 없이 떠났다면, 두 번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됩니다.

조문의 핵심은 아래와 같습니다.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경우에는 그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은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와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성명·전화번호·주소 등) 제공을 하여야 한다(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쟁점은 ‘사고를 인식했는가’입니다. 도주치상이든 사고 후 미조치든 운전자가 사람을 충격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도 필요한 조치 없이 떠났을 때 성립하므로, 사고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면 고의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후진 중 ‘쿵’ 하는 소리와 차체 진동, 피해자가 넘어지는 모습이 블랙박스·CCTV에 남아 있으면 인식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또 하나 흔한 오해가 ‘피해자가 다친 데가 없어 보였다’는 항변입니다. 상해 여부는 운전자의 눈대중이 아니라 진단서와 치료 경과로 판단되고, 염좌·타박상처럼 병원에서 2주 안팎의 진단이 나오는 경미한 상처도 상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당장 통증이 없었더라도 다음 날 병원에 가면 상해가 되고, 그때 도주 여부가 문제됩니다.

구호조치와 인적 사항 제공은 사고 직후 현장에서 둘 다 이행해야 합니다.


3. 사람을 다치게 하고 떠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다쳤다면 단순 미조치가 아니라 도주치상으로 형이 무거워집니다.

사람이 다치고 운전자가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3 제1항이 문제됩니다. 이 조항은 자동차 등의 교통으로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치상)의 죄를 범한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를 가중처벌합니다.

피해자가 상해에 그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 피해자가 사망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피해자를 사고 장소에서 옮겨 유기하고 도주했다면 제2항에 따라 상해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사망은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더 무거워집니다.

사고 직후 정차해 상태를 살피고 연락처를 주고받았다면 이 조항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사고를 내고 잠시 주차한 뒤 돌아왔더라도, 피해자가 이미 현장을 떠난 뒤였다면 도주로 판단되는 경우가 있어 시점과 경위가 중요합니다. 어린이나 고령자가 대상이면 상해 정도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한편 사고 자체의 처벌은 별도로 따집니다. 종합보험에 가입된 차량이라도 도주(뺑소니)한 경우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공소제기 제한의 혜택을 받지 못하므로, 피해자와 합의했는지와 무관하게 형사 절차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다쳤다면 도주치상, 사망했다면 도주치사까지 갈 수 있습니다.


4. 물건만 손괴했을 때에도 인적 사항을 남기지 않으면 처벌됩니다

사람이 다치지 않았더라도 현장 조치를 건너뛰면 책임이 따릅니다.

주차장 사고는 사람보다 차량 접촉이 훨씬 많습니다. 이때도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해야 합니다. 법정형은 제148조가 정하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원칙입니다.

다만 같은 조 괄호에서 주·정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않은 사람은 제148조 대상에서 제외하고,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0호에 따라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주차된 차를 긁고 간 사안은 대부분 이 가벼운 구간에서 처리되지만, 달리던 차량이나 사람이 타고 있던 차량을 접촉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경우에도 ‘연락처를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은 쉽게 입증됩니다. 주차 차량 주인이 블랙박스 영상을 입주민 관리사무소에 요청하거나 단지 CCTV로 번호판을 특정하면 며칠 안에 운전자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피해 차량 수리비 정도로 끝날 일이 형사 입건과 보험 처리 지연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차량 손괴에 그치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접촉 당시에는 몰랐던 탑승자가 나중에 목이나 허리 통증으로 진단서를 내면 사안이 인적 피해 사고로 바뀌고, 그 순간 위에서 본 도주치상 문제가 따라붙을 수 있습니다.

차량만 손괴했더라도 인적 사항 제공은 반드시 해야 하고, 사람이 타고 있었다면 상해 가능성까지 열어두어야 합니다.


5. 이미 현장을 떠났다면 경찰 조사 전에 대응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주 의사 판단에 불리해지고, 먼저 연락하는 것이 양형에서 유리합니다.

뺑소니 사건은 통상 ①피해자의 112 신고 또는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아파트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교통조사팀) 사고 접수 → ②CCTV·블랙박스 확보를 통한 가해 차량 특정 → ③운전자 소환 조사 → ④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와 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도주 사실이 있으면 운전면허 취소 등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 있고, 보험사의 구상·자기부담 문제도 따로 생깁니다.

사고를 내고 현장을 벗어난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면 아래 순서로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도주 의사가 있었는지는 사고 직후 행동과 이후 태도를 종합해 판단하기 때문에, 순서가 곧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1. 피해자의 인적 사항과 부상 여부부터 확인하고, 가능한 한 빨리 직접 연락해 사과와 치료 의사를 전합니다.

  2. 블랙박스 원본 영상(사고 전후 장면 포함)과 차량 접촉 흔적, 당시 이동 동선을 훼손 없이 보존합니다.

  3. 경찰 출석 요구 전이라도 자진 출석 여부와 진술 내용을 변호사와 사전에 정리한 뒤 대응합니다.

자진 신고와 합의, 재범 방지 노력은 도주치상에서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가는 데 중요하게 작용하는 사정입니다. 다만 이미 CCTV로 특정된 뒤 출석하는 경우보다 특정되기 전에 먼저 연락한 경우가 더 유리하게 평가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마치며

주차장 사고는 “이건 도로도 아니고 별일 아니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사고 직후 조치가 가장 많이 빠지는 유형입니다. 그 짧은 판단이 사고 자체보다 훨씬 무거운 형사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사고를 낸 운전자 입장에서는 사고를 인식했는지, 피해자와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 이후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현장을 떠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곧바로 도주치상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사고 인식 여부와 구호의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 사정이 다투어집니다.

피해를 입은 입장에서도 당장 통증이 없다고 넘기기보다 진단서와 사고 경위 자료를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떠났다면 단지 CCTV와 블랙박스로 충분히 추적할 수 있습니다.

저는 사고를 내고 현장을 떠난 운전자와 그런 사고로 다친 피해자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대응이 사건의 결론을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이미 현장을 떠났다면 경찰 연락을 기다리지 마시고,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금 단계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파트 주차장은 도로가 아닌데 왜 뺑소니가 되나요?

A.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가 제54조 제1항의 사고 후 조치 의무에는 ‘도로 외의 곳’을 포함한다고 정했기 때문입니다. 장소가 아파트 단지 내부여도 구호조치와 인적 사항 제공 의무는 그대로 적용됩니다.

Q. 상대방이 괜찮다고 해서 그냥 갔는데 처벌되나요?

A. 연락처를 주고받지 않았다면 인적 사항 제공 의무 위반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병원 진단이 나오면 상해 사건이 되고, 현장 조치가 없었다면 도주 여부가 따져집니다.

Q. 사고가 난 줄 몰랐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사고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고의가 부정되어 도주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충격음, 차체 진동, 피해자 모습이 영상에 남아 있으면 인식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Q. 주차된 차만 긁고 연락처를 안 남겼다면요?

A. 주·정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0호에 따라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됩니다. 다만 사람이 타고 있었거나 달리던 차량이면 더 무거운 제148조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종합보험이 있으면 형사처벌은 피할 수 있나요?

A. 도주(뺑소니)한 경우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공소제기 제한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합의나 보험과 별개로 수사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Q. 하루 지나 뒤늦게 연락하면 도움이 되나요?

A. 도움이 됩니다. 이미 도주 행위가 성립했더라도 먼저 연락해 치료와 합의 의사를 밝히면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다만 CCTV로 특정된 뒤보다는 그 전이 훨씬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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