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아들 채혈에 부모가 동의했는데 증거가 되나요
미성년 아들 채혈에 부모가 동의했는데 증거가 되나요
법률가이드
음주/무면허

미성년 아들 채혈에 부모가 동의했는데 증거가 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미성년 자녀가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운전하다 사고를 낸 뒤, 병원 응급실에서 경찰관이 부모에게 “채혈에 동의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상담이 적지 않습니다.

부모님들은 대개 “아직 어린 아이이고 의식도 없으니 보호자인 내가 동의하면 되는 것 아니냐”, “경찰이 하자는 대로 협조해야 선처받는다”는 생각으로 서류에 서명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재판에서 그 혈액 검사 결과가 증거로 쓸 수 있는지를 두고 다툼이 벌어지면, 부모의 동의가 법적으로 아무 효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미성년 피의자의 채혈에 관하여 의사능력이 있으면 본인만, 의사능력이 없어도 법정대리인이 대신 동의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동의 없이 영장도 없이 채취한 혈액은 위법수집증거가 되어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증거로 쓰는 데 동의하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래에서는 부모의 채혈 동의가 왜 효력이 없는지, 채혈 증거가 배제되면 사건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연락을 받았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부모가 동의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채혈이 적법해지지 않습니다

채혈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피의자 본인뿐입니다.

채혈은 몸에 바늘을 찔러 혈액을 가져가는 신체에 대한 강제처분입니다. 수사기관이 이를 하려면 원칙적으로 법원의 영장 또는 감정처분허가장이 필요하고, 영장이 없다면 피의자 본인의 유효한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사고를 낸 미성년자가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 오면, 출동한 경찰관이 가장 가까운 보호자인 부모에게 동의서를 받는 방식으로 채혈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의 법정대리인이니 동의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형사절차에서 법정대리인이 피의자를 대신해 소송행위를 할 수 있는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26조가 정한 예외, 즉 피의자에게 의사능력이 없고 형법 제9조부터 제11조가 적용되지 않는 범죄사건에 한정됩니다.

음주운전 도로교통법 위반은 14세 이상 미성년자에게 형사책임이 인정되는 범죄이므로 그 예외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채혈에 대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허용하는 명문 규정도 없습니다.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대법원 판결이 있습니다.

음주운전과 관련한 도로교통법 위반죄의 범죄수사를 위하여 미성년자인 피의자의 혈액채취가 필요한 경우에도 피의자에게 의사능력이 있다면 피의자 본인만이 혈액채취에 관한 유효한 동의를 할 수 있고, 피의자에게 의사능력이 없는 경우에도 명문의 규정이 없는 이상 법정대리인이 피의자를 대리하여 동의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3도1228 판결).

이 사건에서는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사고를 내고 의식을 잃은 채 응급실로 후송된 피고인에 대해, 경찰관이 영장이나 감정처분허가장 없이 피고인의 아버지 동의만 받고 채혈했습니다. 대법원은 아버지의 동의가 유효하지 않다고 보아 그 혈액의 감정 결과를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모의 동의서는 채혈의 적법성을 만들어 주지 못하고,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은 피의자 본인뿐입니다.


2. 본인에게 의사능력이 있으면 본인의 동의만 효력이 있습니다

미성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본인의 동의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판례의 문언은 피의자에게 의사능력이 있다면 본인만이 유효하게 동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고 직후 의식이 또렷한 고등학생이 경찰관의 설명을 듣고 스스로 채혈에 동의했다면, 미성년자라는 사정만으로 그 동의가 곧바로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은 경찰공무원이 운전자를 호흡조사로 측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호흡 측정 결과에 불복하는 운전자에 대해 운전자의 동의를 받아 혈액 채취 등의 방법으로 다시 측정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법문이 말하는 동의의 주체는 운전자 본인입니다. 따라서 호흡 측정 수치가 마음에 들지 않아 혈액 검사를 요구한 미성년 운전자가 직접 동의한 경우에는, 그 동의가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동의의 유효성은 본인이 채혈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는지, 경찰관이 거부하면 불이익이 있다는 취지로 압박하지는 않았는지 같은 구체적 사정으로 따집니다. 의사능력의 유무에 대해 연령으로 일률적으로 선을 그은 기준은 판례에 없으므로, 사고 경위·의식 상태·응급실에서의 대화 내용을 하나씩 확인해야 합니다. 의식이 흐린 상태에서 주변에 떠밀려 서명한 동의는 다투어 볼 여지가 큽니다.

미성년자의 채혈 동의는 연령이 아니라, 본인이 그 의미를 이해하고 자유롭게 한 동의였는지로 판단됩니다.


3. 유효한 동의도 영장도 없이 채취한 혈액은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위법하게 채취한 혈액은 피고인이 증거에 동의해도 유죄의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수사기관이 채혈을 하려면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에 따른 영장, 감정처분이라면 제221조와 제173조에 따른 허가장이 필요합니다. 범행 직후 긴급한 때에는 영장 없이 할 수 있으나 제216조 제3항에 따라 사후에 지체 없이 영장을 받아야 합니다.

이 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혈의 증거능력에 대해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영장 또는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피의자의 동의 없이 피의자의 신체로부터 혈액을 채취하고 사후적으로도 지체 없이 이에 대한 영장을 발부받지도 아니한 채 강제채혈한 피의자의 혈액 중 알콜농도에 관한 감정이 이루어졌다면, 이러한 감정결과보고서 등은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증거동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2109 판결).

이 판결의 사안도 의식을 잃은 운전자가 응급실로 호송되자 경찰관이 영장 없이 동서의 동의만 받아 의사에게 채혈하게 한 사건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음주운전 채혈에 영장을 요구하면 증거가치가 없어질 위험이 있다거나 의식불명 상태였다는 사정이 있어도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정의에 반하는 예외적인 경우로 볼 수 없다고 하여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또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도15258 판결도 같은 법리를 재확인했고, 2013도1228 판결이 이를 그대로 따랐습니다.

결국 부모 동의 채혈이 문제되는 사건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본인의 유효한 동의가 있었는지, 그리고 동의가 없었다면 영장 또는 사후영장이 있었는지입니다. 둘 다 없다면 그 혈액 감정서와 그에 기초해 작성된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는 증거로 쓰지 못합니다.

본인의 동의도, 영장도 없는 채혈은 위법수집증거이고 증거동의로도 되살릴 수 없습니다.


4. 채혈 증거가 배제되어도 무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혈액 수치 외의 증거로 음주 사실이 인정되면 처벌은 그대로 가능합니다.

부모 동의 채혈이라는 사정을 알고 안심하는 경우가 많지만, 배제되는 것은 위법하게 채취한 혈액의 감정 결과와 그에 기초한 증거뿐입니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 이루어진 호흡 측정 결과, 음주 사실을 인정한 진술, 술자리 카드 결제 내역, 목격자 진술, 블랙박스·CCTV 영상, 경찰관의 현장 관찰 내용 등 다른 증거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할 수 있다면 유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다만 피고인의 자백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고 보강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2013도1228 사건에서도 채혈 증거가 배제되자 피고인의 자백 외에 이를 보강할 만한 증거가 없어 음주운전 부분이 무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채혈 외에 어떤 증거가 남아 있는지가 승패를 가릅니다.

처벌 구간도 알아두셔야 합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3항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0.08% 미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0.08% 이상 0.2% 미만은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 0.2% 이상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호흡 측정 자체를 거부하면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음주운전 못지않게 무겁습니다.

아울러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은 소년법에 따라 사건이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되어 보호처분을 받는 경로도 열려 있으므로, 어느 절차로 가느냐에 따라 대응 방향이 달라집니다.


5. 연락을 받은 직후부터 재판까지, 이 순서로 확인하십시오

동의서 서명 여부와 영장 유무를 처음 단계에서 확정해 두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미성년 자녀의 음주운전 사건은 통상 ①사고 현장 또는 병원에서 호흡 측정·채혈 → ②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조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후 기소 또는 소년부 송치 판단 → ④법원(수원지방법원 또는 수원가정법원 소년부)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채혈 증거의 적법성은 이 모든 단계에서 가장 일찍 확인해 두어야 하는 쟁점입니다.

자녀에게서 채혈 동의 사실을 전해 들었거나 경찰관으로부터 동의서 작성을 요구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다음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채혈 동의서에 누가 서명했는지, 서명 시각이 채혈 시각보다 앞인지, 자녀가 그 시점에 의식이 있었는지를 병원 기록과 대조합니다.

  2. 채혈 전후로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이나 감정처분허가장, 사후영장이 있는지, 있다면 발부 시각과 대상이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3. 호흡 측정 결과, 사고 전 음주 동선, 블랙박스·CCTV 등 채혈 외의 증거가 어떻게 확보되어 있는지 정리합니다.

이 확인을 마치기 전에는 자녀가 경찰 조사에서 음주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서를 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서명했다 하더라도 그 효력과 이후 증거관계를 따져볼 여지는 남아 있으므로 초기에 바로잡으시기 바랍니다.


마치며

자녀가 사고를 냈다는 연락을 받으면 부모님은 경황이 없고, 경찰관이 내미는 서류에 서명하는 것이 곧 협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동의서의 법적 의미를 따져볼 시간 없이 초기 대응이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는 어떤 서류에 서명했는지, 채혈이 어떤 절차로 이루어졌는지를 기록으로 확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병원 기록과 동의서, 영장 유무가 이후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가르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수사를 담당하는 쪽의 절차 위반을 다투는 입장에서도 “절차가 위법했으니 무죄”라는 주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호흡 측정 결과나 진술 등 남아 있는 증거가 무엇인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음주운전 사건에서 채혈 증거의 적법성을 다투는 쪽과 위법성이 문제되지 않는 사건을 정리하는 쪽 양쪽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동의서 한 장과 영장 유무가 결과를 바꾸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자녀의 채혈과 관련해 서명을 했거나 서명을 요구받고 있다면, 그때가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첫 단계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들이 의식이 없어 제가 대신 채혈 동의서에 서명했습니다. 이 동의는 유효한가요?

A. 대법원은 의사능력이 없는 경우에도 명문 규정이 없는 이상 법정대리인이 피의자를 대리해 채혈에 동의할 수 없다고 봅니다. 영장이나 사후영장이 없었다면 그 혈액 감정 결과는 증거로 쓰기 어렵습니다.

Q. 미성년자이면 본인이 동의해도 효력이 없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의사능력이 있다면 본인만 유효하게 동의할 수 있고, 미성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압박이나 오해 속에서 한 동의였는지는 다툴 수 있습니다.

Q. 부모 동의 채혈이 위법이면 재판에서 무조건 무죄가 되나요?

A. 아닙니다. 위법한 채혈의 감정 결과가 배제될 뿐이고, 호흡 측정 결과·진술·영상 등 다른 증거로 음주 사실이 인정되면 유죄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자백만으로는 안 되고 보강증거가 필요합니다.

Q. 변호인이 증거로 써도 좋다고 동의하면 위법한 채혈 증거도 쓸 수 있나요?

A. 영장주의를 위반해 강제채혈한 증거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증거로 쓰는 데 동의하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Q. 호흡 측정을 거부하면 오히려 유리하지 않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음주 정황이 있는 운전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측정을 거부하면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2항에 따라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Q. 자녀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됐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첫 진술과 동의서가 이후 증거능력 다툼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고준용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0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