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사기 사건에서 먼저 조사를 받은 공범이 수사기관에서 “저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고, 계획은 그분과 함께 짰습니다”라며 다른 사람의 이름을 대는 일이 부쩍 늘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그 사람 말뿐인데 증거가 되겠느냐”, “나는 돈도 받은 적이 없으니 공범 말만으로는 처벌 못 한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경찰 조사에서 공범의 진술이 담긴 조서를 눈앞에 두고 추궁을 받으면, 부인하면 되겠지 하던 안심이 흔들리고 진술이 엇갈리면서 사건이 오히려 불리하게 굳어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최근 실무와 대법원은 공범의 자백에는 형사소송법 제310조의 보강증거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그 진술이 법정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는 통로와 신빙성 판단 기준은 엄격하게 따지고 있습니다. 공범 한 명의 말이 곧바로 유죄를 뜻하는 것도, 반대로 아무 힘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공범의 자백이 나를 겨냥했을 때 어떤 경우에 증거가 되고, 어떤 경우에 증거로 쓰일 수 없는지, 그리고 조사 단계에서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공범의 진술은 법정에 가면 내 사건의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공범의 자백은 ‘그 사람 자신의 자백’일 뿐, 나에 대해서는 일반 진술 증거로 취급됩니다.
사기죄는 혼자 하는 범행이 아니라 여럿이 역할을 나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사람은 피해자를 만나 속이고, 한 사람은 계좌를 빌려주거나 돈을 받아 전달하고, 한 사람은 서류를 꾸미는 식입니다. 이런 역할 분담이 인정되면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이 되어, 직접 속이지 않았거나 돈을 받지 않은 사람도 전체 범행에 대한 책임을 집니다.
그래서 먼저 붙잡힌 공범이 “내가 한 일이고, 그 사람과 같이 했다”고 진술하면, 수사기관은 그 진술을 나의 공모 사실을 입증하는 핵심 자료로 삼습니다. 이때 많은 분들이 “공범 말 한마디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공범의 진술 자체가 증거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고, 어떤 형식으로 법정에 들어오느냐, 그리고 그 말을 믿을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되는 것입니다.
실제 사건에서 공범 진술은 크게 세 가지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수사기관이 작성한 공범 피의자신문조서, 공범이 나와 함께 재판을 받으면서 법정에서 하는 진술, 그리고 공범이 따로 재판을 받으면서 나의 사건에서 증인으로 나와 하는 진술입니다. 각각 증거로 쓰일 수 있는 요건이 달라서, 방어 전략도 달라져야 합니다.
공범의 진술은 그 자체로 무가치하지 않으며, 어떤 형식으로 법정에 들어오느냐에 따라 증거능력이 갈립니다.
2. 공범의 자백에는 보강증거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자백보강법칙은 피고인 본인의 자백에만 적용되고, 공범의 자백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10조는 자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의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형사소송법 제310조).
이 규정이 말하는 ‘피고인’은 재판을 받는 바로 그 사람입니다. 대법원은 공범은 이 조항의 피고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공범의 자백에는 보강증거가 없어도 그 공범의 자백을 다른 공범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대법원 1990. 10. 30. 선고 90도1939 판결 등). 따라서 “공범 말뿐이고 다른 증거는 없으니 무죄”라는 기대는 위험합니다.
다만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과 그 말을 믿고 유죄를 선고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법원은 공범의 진술이 증거로 들어온 뒤 그 신빙성을 따로 따집니다. 먼저 붙잡힌 공범은 자신의 형을 줄이기 위해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거나 자신의 역할을 축소할 동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공범 진술이 시간이 지나며 번복되었는지, 진술 내용이 계좌 내역·통화 기록·메신저 대화 같은 객관적 자료와 맞아떨어지는지, 나를 지목한 구체적 경위가 일관되는지를 살핍니다. 객관적 자료와 어긋나거나 구체성 없이 이름만 대는 진술이라면 신빙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사기 사건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기망의 고의와 공모입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데, 내가 사기 범행을 알고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 즉 공모 사실은 검사가 증명해야 합니다. 공범이 “같이 계획했다”고 말해도, 내가 그 계획을 알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정이 없다면 공모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공범의 자백은 보강증거 없이도 증거가 될 수 있지만, 그 신빙성은 객관적 자료와의 부합 여부로 엄격하게 검증됩니다.
3. 수사기관이 작성한 공범 조서는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쓰기 어렵습니다
공범 조서의 증거능력은 ‘내가 그 내용을 인정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공범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은 대부분 조서에 담겨 법정에 제출됩니다. 이때 핵심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입니다.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
조문의 ‘피의자였던 피고인’은 조서에 기재된 진술을 한 당사자, 즉 공범 본인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에 대한 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도 당해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3도7185 전원합의체 판결). 즉 경찰이 받은 공범의 자백 조서가 있더라도, 내가 법정에서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조서로는 나를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공범이 법정에 나와 직접 말하는 경우는 어떨까요. 공범이 나와 함께 재판을 받는 공동피고인이라면 법정에서 하는 진술은 증거로 쓰일 수 있고, 나는 그 공범에게 직접 질문하여 진술의 모순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범의 재판이 따로 진행되어 증인으로 나오는 경우에는 선서를 하고 진술하며, 나의 변호인이 반대신문을 통해 진술의 동기와 일관성을 검증하게 됩니다. 이 반대신문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 공범 진술의 증거능력과 신빙성 판단에서 중요한 이유입니다.
또한 공범이 법정에서 “내가 그 사람에 대해 한 이야기는 거짓이었다”고 번복하면, 조서만 남고 법정 진술은 부정되는 상황이 됩니다. 이때 조서를 증거로 쓸 수 있는지가 다시 쟁점이 되는데, 어느 경우든 나의 법정에서의 태도, 즉 조서 내용을 인정하느냐 부인하느냐가 결과를 가르는 출발점이 됩니다. 수사 단계에서 서둘러 “그렇다”고 인정해 버린 진술이 있다면 이후 번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경찰 작성 공범 조서는 내가 법정에서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으므로, 수사 단계의 진술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4. 공범 진술이 받아들여지면 처벌은 주범과 같은 수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면 가담 정도가 작아도 사기 전체의 책임을 지게 됩니다.
공범 진술이 신빙성을 인정받아 공모가 인정되면, 나는 내가 직접 받지 않은 돈까지 포함한 전체 피해액에 대해 책임을 집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에 따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법정형이고, 여러 명의 피해자에 대한 범행이 하나의 계획 아래 반복되었다면 합산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이때 가담 정도와 이익을 얻은 정도, 즉 내가 실제로 받은 몫은 유죄 여부가 아니라 양형 단계에서 주로 반영됩니다. 따라서 역할이 작았다는 사정,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사정, 공범 사이의 역할 서열 등은 공범 진술과 별도로 꼼꼼히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반대로 내가 범행을 몰랐다는 점이 핵심이라면, 계좌를 빌려주었거나 돈을 대신 받아준 사정이 범죄인 줄 몰랐다는 정황으로 설명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대가를 받았는지, 상대방과 어떤 관계였는지, 이상함을 알아챌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가 모두 고의 판단의 자료가 됩니다.
5. 조사부터 재판까지, 공범 진술에 대응하는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조서를 보기 전에 한 첫 진술이 이후 방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사기 공범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피의자 조사 → ②공범과의 대질조사 또는 진술 대조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판단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공범이 이미 나를 지목했다면, 수사기관은 대질을 통해 진술이 엇갈리는 지점을 확인하려 할 수 있습니다.
공범이 나를 지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감정적으로 반박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범의 진술이 정확히 무엇인지, 나의 역할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를 열람·등사 가능한 범위에서 파악하고 그 진술과 모순되는 객관적 자료(계좌 거래내역, 메신저 대화, 통화 기록)를 확보합니다.
내가 그 사람과 어떤 관계였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연락했는지, 범행을 알 수 있었던 시점이 언제인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대질조사나 조서 열람 전에 변호인과 함께 진술 내용을 정리하고, 확실하지 않은 사항을 단정적으로 답하지 않도록 준비합니다.
이렇게 준비하면 공범 진술의 허점이 어디인지, 조서를 부인할지 인정할지, 법정에서 반대신문을 어떻게 설계할지 일관된 전략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공범이 나를 지목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억울함과 배신감에 서둘러 해명하다가, 정리되지 않은 진술을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첫 진술은 이후 번복하기 어려운 기준선이 됩니다.
공범에게 지목된 입장에서는 그 진술이 어떤 형식으로 증거가 될 수 있는지, 신빙성에 어떤 약점이 있는지를 침착하게 따져 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수사기관에 자백하고 공범을 언급한 입장에서도 자신의 진술이 자신의 책임과 양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저는 사기 사건에서 공범으로 지목된 쪽과 먼저 자백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진술도 어떤 증거로 들어오고 어떻게 반박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공범의 진술이 나왔다면 지금이 방어 방향을 정해야 할 시점입니다. 첫 진술을 남기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범 한 명의 자백만 있고 다른 증거가 없으면 무죄 아닌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보강증거를 요구하는 형사소송법 제310조는 피고인 본인의 자백에 적용되고, 대법원은 공범의 자백에는 보강증거가 필요 없다고 봅니다. 다만 그 진술의 신빙성은 엄격하게 따져집니다.
Q. 경찰이 작성한 공범 조서를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에 대한 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당해 피고인이 법정에서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입장입니다.
Q. 공범이 법정에서 말을 바꾸면 어떻게 되나요?
A. 번복 경위와 이유가 신빙성 판단의 중요한 사정이 됩니다. 조서와 법정 진술이 엇갈릴 때 법원은 어느 쪽이 객관적 자료와 부합하는지를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Q. 저는 돈을 받지 않았는데도 공범이 될 수 있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범행을 알고 역할을 분담했다면 직접 돈을 받지 않았어도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범행을 알았다는 공모 사실은 검사가 증명해야 합니다.
Q. 대질조사는 꼭 받아야 하나요?
A. 수사기관이 진술 대조를 위해 요청할 수 있지만, 사전 준비 없이 임하면 불리한 진술이 남을 수 있습니다. 변호인과 상의해 대질 여부와 방식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조사 전에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공범이 이미 나를 지목한 사건이라면 첫 조사 전에 선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첫 진술이 이후 조서 인정·부인의 판단과 전체 방어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