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 중에 부상을 입으면 훈련을 지휘한 부대의 과실이 분명해 보여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길이 막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이 국가배상 대신 별도의 보상제도로 이 손해를 정리하도록 해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보상만 받고 끝나는 것은 아니며, 가해자가 누구인지와 훈련과의 관련성에 따라 청구할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리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예비군 훈련 중 다친 경우에 국가배상이 제한되는 법적 근거, 그 대신 받게 되는 보상의 내용, 그리고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 상황을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국가배상 청구가 막히는 근거 — 헌법 제29조 제2항과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
국가배상의 기본 규정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입니다.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같은 항 단서는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단서의 뿌리는 헌법 제29조 제2항입니다.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기타 법률이 정하는 자가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받은 손해에 대하여는 법률이 정하는 보상 외에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는 규정입니다. 여기서 '기타 법률이 정하는 자'에 예비군대원이 포함된 것이 국가배상법 단서입니다. 예비군대원은 평소에는 일반 민간인이지만, 훈련소집에 응해 훈련을 받는 동안에는 위험을 내포한 공적 직무를 수행하는 지위에 놓이므로 군인과 같은 틀로 묶인 것입니다.
그러니 같은 사고라도 길에서 국가기관의 과실로 다친 일반 시민과 훈련장에서 같은 과실로 다친 예비군대원은 출발선이 다릅니다. 일반 시민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에 따라 곧바로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예비군대원은 단서의 요건에 해당하는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단서에 해당하면 민법상 불법행위 청구까지 함께 막힌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예비군대원이 훈련 중 입은 공상은 헌법 제29조 제2항에 근거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다른 법령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한 국가배상과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가 모두 제한된다.
제한의 이유 — 이중배상 금지와 확실한 보상의 교환
이 제한이 만들어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됩니다. 하나는 이중배상 금지입니다. 국가가 이미 법률에 따른 보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같은 손해에 대해 국가배상까지 인정하면 국가가 동일한 피해를 두 번 책임지는 구조가 되어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논리입니다. 다른 하나는 보상의 확실성입니다. 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5다226137 판결은 이 입법 취지를, 위험한 직무를 수행하는 군인 등이 간편한 보상절차에 따라 자신의 과실 유무나 정도와 관계없이 무자력의 위험부담이 없는 확실하고 통일된 피해보상을 받도록 보장하는 대신, 국가에 대한 불법행위 배상청구는 하지 못하게 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합니다.
보상제도의 특징은 국가의 과실이 있었는지를 따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훈련 중 다쳤다는 사실과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면 국가나 지휘관의 잘못을 입증하지 않아도 보상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국가배상은 공무원의 고의·과실과 위법성, 인과관계를 모두 입증해야 하고 소송 기간도 깁니다. 법은 입증의 부담이 없는 대신 청구액이 보상 기준에 묶이는 쪽으로 정리한 셈입니다.
헌법재판소도 이 구조를 반복해서 합헌으로 보았습니다. 헌재 2001. 2. 22. 2000헌바38 결정이 있고, 가장 최근에는 헌재 2024. 8. 29. 2021헌바86 결정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 중 순직한 군인의 유족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결정은 헌법 제29조 제2항의 적용 범위가 성질상 고도의 위험성을 내포한 공공적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보상을 받을 권리가 발생한 이상 그 권리를 실제로 행사했는지와 관계없이 제한이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일부 재판관은 개헌 시 이 조항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보충의견을 냈습니다.
예비군법 제9조의 보상 — 국가유공자법·보훈보상자법으로 연결되는 구조
국가배상이 막히는 대신 받게 되는 보상은 예비군법 제9조에 근거합니다. 제1항은 예비군대원으로 동원되어 임무수행 또는 훈련 중에 부상을 입은 사람과 그 가족, 그리고 사망한 사람의 유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또는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상 대상자로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동원명령이나 훈련소집에 응해 지정된 장소로 이동하는 중이거나 훈련을 마치고 귀가하는 중도 훈련 중에 포함됩니다.
제2항과 제3항은 치료에 관한 규정입니다. 훈련 중 부상을 입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료시설 또는 민간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그 치료비용은 국가가 부담합니다. 따라서 훈련 중 다친 직후에는 우선 훈련 부대에 사고를 보고하고 치료 경위를 공식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이후 모든 절차의 출발점이 됩니다.
국가유공자법 — 직무수행 중 상이를 입은 정도가 일정 기준 이상이면 공무상 부상 군경 등으로 인정되어 보상 대상이 됨.
보훈보상자법 — 국가유공자법상 요건에는 못 미치더라도 직무수행 중 부상·사망한 경우를 재해부상군경·재해사망군경 등으로 보상.
치료비 — 예비군법 제9조 제3항에 따라 훈련 중 부상의 치료비용은 국가가 부담.
대상 범위 — 훈련 장소 이동 중과 훈련 종료 후 귀가 중의 부상도 포함.
중요한 것은 이 보상이 '청구할 수 있다'는 지위만 있어도 이중배상 금지가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앞의 2015다226137 판결은 보상을 받을 권리가 발생했다면 실제로 그 권리를 행사했는지와 관계없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적용된다고 보았고, 국가유공자법·보훈보상자법에 따른 보상이 단서가 말하는 '다른 법령에 따른 보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보훈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배상의 길이 열리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배상이 제한되지 않는 경우 — 직무 관련성과 보상 가능성이 핵심
단서가 적용되려면 두 요건이 함께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 손해가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발생했어야 합니다. 둘째, 본인이나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른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단서는 작동하지 않고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이 다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직무 관련성이 문제되는 전형적인 장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훈련 시간 이후 숙소나 훈련장 밖에서 벌어진 사적인 활동 중의 사고, 훈련과 무관하게 훈련장 시설의 결함 때문에 발생한 사고 중 훈련 수행과의 관련이 약한 경우가 그렇습니다. 직무 관련성은 사고가 일어난 장소와 시각, 당시 하던 행위가 훈련 수행의 일부이거나 그 필수적 부수 행위였는지를 종합해 판단하기 때문에, 사고 당시의 상황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어야 다툴 수 있습니다.
보상 가능성 요건은 반대 방향에서 쟁점이 됩니다. 부상의 정도가 보훈법상 기준에 이르지 못하거나 보상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판단은 개별 사실관계에서 법원이 판단하는 영역이므로, 보상 신청 결과 통지서와 상이 정도 판정 자료를 갖추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직무 관련성 없는 사고 — 훈련 수행과 무관한 사적 활동 중 부상이면 단서 요건 미충족.
보상 불가 — 다른 법령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지위 자체가 없다면 단서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음.
입증 자료 — 사고 일시·장소·훈련 일정표·지휘관 보고서·진단서로 직무 관련 여부를 정리.
제3자 가해로 다친 경우 — 가해자 개인을 상대로 하는 청구
훈련 중 부상의 원인이 국가기관의 과실이 아니라 제3자의 행위라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같은 훈련에 참가한 다른 예비군대원의 과실이나 외부 업체 직원, 민간 차량 운전자 등이 가해자인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국가배상법 단서가 막는 것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배상 청구이고, 민간인 가해자 개인에 대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청구까지 일률적으로 봉쇄하는 규정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때 실무에서 정리해야 할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국가의 보상금을 이미 받은 경우 그 금액이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는지 여부입니다. 같은 손해를 이중으로 전보받지 못하도록 조정하는 문제여서, 어떤 보상이 어떤 손해 항목을 메우는 것인지 구분해서 계산해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국가가 보상 후 가해자에게 구상할 수 있는 관계가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해자와 합의하려는 경우 합의서의 범위가 국가 보상 신청이나 구상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 미리 점검해야 합니다.
자동차 사고라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운행자 책임과 보험 처리가 별도로 움직입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른 책임이 있을 때에도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사고 차량의 소유·운행 주체가 누구인지를 먼저 확인해 청구 상대를 정해야 합니다.
유족의 위자료 — 국가배상법 제2조 제3항의 예외
훈련 중 사망 사고라면 유족의 지위에서 또 하나 확인할 조항이 있습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3항은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전사하거나 순직한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의 유족은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망인 본인의 일실수입이나 위자료는 보상으로 정리되지만, 유족 자신이 겪은 정신적 고통은 별도로 청구할 여지를 열어 둔 것입니다.
이 조항은 국가배상법이 개정되며 들어온 내용이어서 오래된 자료나 설명에는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보상 안내만 받고 국가배상은 전부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는 유족이라면 제3항의 적용 여부를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청구 범위는 유족 본인의 위자료이고, 청구의 상대방과 입증 요건은 국가배상법의 일반 요건인 공무원의 직무상 위법행위와 과실에 따릅니다.
다만 공상을 입고 생존한 경우에는 제3항이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항은 전사·순직한 예비군대원의 유족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상자 본인과 가족의 경우에는 보상이 중심이 되고, 가족 고유의 위자료를 별도로 청구할 수 있는지는 단서의 문언과 보상 수급 여부를 기준으로 개별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훈련 중 다친 직후 해야 할 일 — 증거와 절차 순서
보상이든 가해자 청구든 출발점은 사고 사실과 부상의 직무 관련성을 서류로 남기는 것입니다. 훈련이 끝난 뒤 시간이 지나면 현장 상황을 기억하는 사람도, 훈련 일정 기록도 흐려집니다. 사고 직후에 갖춰 둘 자료를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고 보고 — 훈련 부대에 사고 일시·장소·경위를 서면이나 기록으로 남기고 확인을 받음.
진단서와 진료기록 — 훈련 중 부상임을 알 수 있는 최초 진료 기록을 확보하고 후유 증상은 추적 진료로 이어서 기록.
훈련 소집통지서와 훈련 일정 — 소집 사실과 당시 훈련 내용을 입증.
목격자 확보 — 같은 훈련 참가자의 연락처와 진술을 가능한 한 일찍 확보.
보훈 신청 — 국가유공자법·보훈보상자법에 따른 보상 신청을 관할 기관에 접수하고 접수증 보관.
보상 신청 결과가 불인정으로 나오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투는 경로가 있고, 이때 부상과 직무수행 사이의 인과관계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이미 보상 불인정 처분을 받은 상태에서 국가배상을 청구하려는 경우에는 단서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 해당하는지가 다시 쟁점이 되므로, 처분 사유와 소송 진행 경과를 함께 정리해야 합니다. 어느 길이든 청구권 행사에 시효가 있으므로 사고 직후부터 일정을 관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예비군 훈련 중 다치면 국가배상은 전혀 받을 수 없나요?
A. 훈련 직무와 관련된 공상이고 다른 법령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로 국가와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됩니다. 다만 직무 관련성이 없거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지위가 없다면 단서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별 사실관계로 판단하는 부분입니다.
Q. 보훈 신청을 하지 않으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대법원 2015다226137 판결은 보상을 받을 권리가 발생했다면 실제로 그 권리를 행사했는지와 관계없이 단서가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배상의 길이 열리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보상 신청 기회를 놓칠 수 있어 요건 확인이 먼저입니다.
Q. 훈련장에 가는 길이나 귀가 중 사고도 보상 대상인가요?
A. 예비군법 제9조 제1항은 동원명령 또는 훈련소집에 응해 지정된 장소로 이동 중이거나 훈련 종료 후 귀가 중인 경우도 훈련 중에 포함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동 경로와 시각을 입증할 자료를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같이 훈련받던 다른 예비군 때문에 다쳤다면 그 사람에게 청구할 수 있나요?
A. 국가배상법 단서가 막는 것은 국가를 상대로 한 청구이므로 제3자 개인에 대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청구는 별도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받은 보상금과의 조정, 국가의 구상 문제가 함께 얽힙니다.
Q. 훈련 중 사망했다면 유족은 아무것도 청구할 수 없나요?
A. 유족은 보훈 보상 대상이 되고, 국가배상법 제2조 제3항에 따라 유족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망인 본인의 손해는 보상으로 정리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Q. 헌법재판소는 이 제한을 위헌으로 보지 않았나요?
A. 헌재는 2001. 2. 22. 2000헌바38 결정과 2024. 8. 29. 2021헌바86 결정 등에서 이 제한이 헌법 제29조 제2항에 근거한 것이라며 합헌으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2021헌바86 결정에서 일부 재판관은 개헌 시 조항 개정이 필요하다는 보충의견을 냈습니다.
맺음말
예비군 훈련 중 부상에서 국가배상이 제한되는 이유는 헌법 제29조 제2항과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이중배상을 금지하고, 그 대신 과실 입증이 필요 없는 보상제도를 두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한이 적용되려면 직무 관련성과 보상 가능성이라는 두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하므로, 사고 장면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3자가 가해자인 경우, 유족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경우, 보상 불인정 처분을 받은 경우는 각각 다른 법리가 적용됩니다. 사고 직후 보고서와 진료기록, 훈련 일정 자료를 갖춰 두고 어떤 길이 열려 있는지부터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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