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나 폭행으로 다친 뒤 가입해 둔 상해보험에서 보험금이 나오면, 가해자 측 보험사나 변호사가 "이미 보험금을 받았으니 그만큼은 빼고 배상하겠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같은 부상에 돈이 두 번 들어오니 이중으로 받는 것 아니냐는 직관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상해보험금을 가해자의 배상액에서 공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취해 왔고, 그 근거는 보험금의 성격과 상법 제729조에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손익상계가 무엇이고, 어떤 급여는 공제되고 어떤 급여는 공제되지 않는지, 합의 단계에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손익상계란 무엇인가 — 손해배상에서 이익을 빼는 기준
손익상계는 피해자가 불법행위 때문에 손해를 입는 동시에 이익도 얻었다면, 그 이익을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해 실제 손해만 배상하게 하는 법리입니다. 손해배상의 목적이 손해의 전보이지 피해자를 불법행위 이전보다 부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데서 나옵니다. 민법에 손익상계를 직접 정한 조문은 없고, 손해배상 범위를 정하는 민법 제393조와 공평의 원칙을 바탕으로 판례가 발전시켰습니다.
핵심 기준은 이익과 손해 사이의 관계입니다. 판례는 그 이익이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고, 같은 손해를 메우는 성격의 이익일 때에 한해 공제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사망한 피해자의 일실수입을 계산할 때 본인이 살아 있었다면 썼을 생활비를 공제하는 것이 손익상계의 전형입니다. 반대로 피해자가 불법행위와 무관한 별도의 원인으로 받는 돈, 특히 피해자가 스스로 보험료를 내서 쌓아 둔 권리는 가해자가 가져갈 이익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보험금을 받았다"는 사실 하나로는 공제 여부가 정해지지 않습니다. 어떤 보험인지, 누가 보험료를 냈는지, 급여가 손해를 메우는 성격인지를 따져야 합니다. 이 구분이 이 글 전체의 뼈대입니다.
손익상계는 같은 손해를 메우는 이익만 공제한다 — 보험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공제 여부가 정해지지 않는다.
정액보험인 상해보험금 — 보험료의 대가이지 손해의 보상이 아니다
대법원은 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다25061 판결에서 상해보험의 성격을 가진 해외여행보험 급부금이 손익상계로 공제할 이익에 해당하는지를 다뤘습니다. 판결의 결론은 분명합니다. 상해보험의 급부금은 이미 납입한 보험료의 대가적 성질을 가지므로, 그 부상에 대해 제3자가 불법행위나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더라도 보험계약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배상액 산정에서 손익상계로 공제할 이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논리를 풀면 이렇습니다. 피해자는 사고가 나기 전에 보험료를 꾸준히 냈고, 보험금은 그 대가로 보험회사와의 계약에 따라 받는 것입니다. 가해자는 이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고, 가해자가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피해자는 보험료를 냈을 것입니다. 사고라는 우연한 사정 때문에 가해자가 보험료를 낸 적도 없는 계약의 혜택을 가져가게 하면 불법행위자만 이득을 보게 됩니다. 판결은 보험금 지급이 있다고 해서 그 나머지 손해에 대한 가해자의 책임까지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치료비·휴업손해·위자료로 판결상 인정될 배상액이 5,000만원이고 피해자가 자신의 상해보험에서 2,000만원을 받았더라도, 가해자는 이 2,000만원을 이유로 3,000만원만 배상하겠다고 할 수 없습니다. 5,000만원 전액이 배상 대상입니다.
정액 지급 상해보험 — 피해자 본인이 보험료를 부담한 계약이므로 공제 대상이 아님.
상해 후유장해·입원일당·수술비 특약 — 실제 손해액과 무관하게 약정 금액이 지급되므로 같은 법리로 보호됨.
보험계약에 보험자대위를 허용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 — 보험자와 가해자 사이의 정산 문제이고, 피해자 몫은 침해되지 않아야 함.
상법 제729조 — 보험자대위 금지가 공제 불가의 법적 뿌리
공제 불가의 또 다른 기둥은 상법 제729조입니다. 이 조문은 보험자가 보험사고로 생긴 보험계약자 또는 보험수익자의 제3자에 대한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회사는 가해자에게 "내가 대신 줬으니 나에게 갚으라"는 구상을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인보험인 상해보험에서는 사람의 신체가 입은 손해를 금액으로 환산해 보전하는 구조가 아니라 사고 발생 시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구조이므로, 보험자가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청구권을 넘겨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입법 취지입니다.
이 규정은 손익상계와 맞물려 작동합니다. 보험자가 대위할 수 없다면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대로 피해자 손에 남고, 가해자는 보험금만큼 책임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만약 가해자가 보험금을 공제받을 수 있다면 보험자대위가 금지된 상태에서 피해자의 청구권만 쪼그라들고 가해자만 이득을 보는 결과가 됩니다. 98다25061 판결이 "상법 제729조에 의하여 보험자대위가 금지됨은 물론 손익상계로서 공제할 이익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둘을 함께 적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같은 조문 단서가 상해보험에 대해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있으면 피해자의 권리를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보험자대위를 인정합니다. 약관에 이런 대위 특약이 있다면 보험사가 먼저 구상을 요구할 수 있으나, 피해자가 충분히 배상받지 못한 부분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로 제한됩니다. 계약서와 약관의 대위 조항을 미리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상해보험금은 보험료의 대가이므로 상법 제729조상 보험자대위가 금지되고, 가해자의 배상액에서도 공제되지 않는다.
공제되는 급여와의 구분 — 산재보험·실손의료보험·건강보험
모든 보험급여가 공제 대상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급여가 실제 손해를 보상하는 성격이고 보험자에게 구상권이 인정된다면, 같은 손해에 대한 이중 배상을 막기 위해 공제되거나 보험자가 대신 가해자에게 청구합니다. 대표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험급여는 근로복지공단이 같은 법 제87조에 따라 가해자에게 구상할 수 있어, 피해자가 받은 급여 범위에서 가해자의 배상액이 줄어듭니다. 대법원 1981. 6. 23. 선고 80다2316 판결도 산재보험급여로 치료비를 받아 가해자에게 별도의 치료비를 청구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치료비 중 피해자의 과실에 해당하는 부분만 공제해야 한다고 정리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 급여도 비슷합니다. 공단이 피해자의 치료비를 급여로 지급하면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에 따라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취득합니다. 그래서 피해자는 건강보험에서 처리된 치료비를 가해자에게 이중으로 청구할 수 없고, 가해자는 공단에 구상금을 냅니다. 실손의료보험은 손해보험이라 상법 제682조의 보험자대위가 적용되어, 보험사가 지급한 의료비만큼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청구권을 넘겨받을 수 있습니다.
상해보험(정액형) — 공제 안 됨. 보험자대위도 안 됨. 피해자가 배상금과 보험금을 모두 받음.
산재보험급여 — 공단이 가해자에게 구상. 피해자는 급여 범위에서 가해자에게 이중 청구 불가.
국민건강보험 급여 — 공단이 가해자에게 구상. 치료비 중 공단부담금은 피해자가 청구하지 않음.
실손의료보험 — 손해보험이라 보험사가 보험자대위로 구상 가능. 피해자는 보험사가 지급한 의료비를 이중으로 받을 수 없음.
합의서를 쓰기 전 확인할 것 — 상해보험금은 합의금 계산에서 빼지 않는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문제는 판결 전 합의 단계에서 생깁니다. 가해자 측 보험사가 합의금을 제시하면서 "피해자 본인 보험에서 이미 얼마 받으셨으니 그 금액은 차감했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법리상 상해보험금은 공제 대상이 아니므로 이런 차감은 근거가 약합니다. 피해자는 자신이 가입한 상해보험에서 받은 금액을 가해자 측에 고지할 의무가 없고, 합의금 협상에서 그 금액을 이유로 깎아 줄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합의서에 "일체의 청구를 포기한다"는 부제소 합의 문구가 들어가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합의 후에는 추가 후유장해가 확정되어도 가해자에게 더 청구하기 어렵습니다. 상해보험금과 별개로, 후유장해의 영구성 여부가 나중에 확정되는 사건에서는 합의 시점을 장해 진단이 어느 정도 확정된 뒤로 잡는 것이 안전합니다. 소멸시효도 챙겨야 합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피해자 본인의 과실이 있는 사고라면 민법 제396조의 과실상계가 별도로 적용됩니다. 과실상계는 손해 자체를 줄이는 것이고, 손익상계가 막힌다고 해서 과실상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배상액은 먼저 과실을 반영해 줄이고, 그 뒤에 공제될 급여가 있는지를 따지는 순서로 계산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해보험금을 받았다고 가해자 보험사가 그만큼 공제하겠다고 하면 따라야 하나요?
A. 따를 이유가 없습니다. 대법원은 정액 상해보험금이 보험료의 대가이므로 손익상계로 공제할 이익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다만 약관에 보험자대위 특약이 있다면 보험사 간 정산 문제가 별도로 생길 수 있어 약관 확인은 필요합니다.
Q. 실손의료보험에서 받은 치료비는 어떻게 되나요?
A. 실손의료보험은 손해보험이라 보험자대위가 가능합니다. 보험사가 지급한 치료비 범위에서는 가해자에게 구상하므로, 피해자는 그 부분을 가해자에게 이중으로 청구할 수 없습니다. 보험사가 낸 금액과 본인부담금을 구분해 청구하시면 됩니다.
Q. 산재보험급여와 상해보험금은 왜 취급이 다른가요?
A. 산재보험은 공단에 가해자에 대한 구상권이 법으로 인정되어 이중 배상을 막는 구조입니다. 반면 정액 상해보험은 상법 제729조상 보험자대위가 금지되어 가해자 몫으로 돌릴 이익 자체가 없습니다. 급여의 성격과 구상권 유무가 기준입니다.
Q. 이미 합의서에 서명했는데 상해보험금을 받은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나요?
A. 상해보험금을 공제 대상으로 보지 않는 이상 고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합의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합의서에 특별히 고지 의무나 진술 조항이 있다면 그 문구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Q. 상해보험금을 받은 뒤에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나요?
A. 위자료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으로 상해보험금과 성격이 달라 별개로 청구합니다. 상해보험금이 있다는 이유로 위자료 산정액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Q. 가해자가 보험금을 받은 만큼 감액해 달라며 소송을 걸면 어떻게 대응하나요?
A. 상해보험의 보험료 부담 주체가 피해자 본인이라는 점, 상법 제729조상 보험자대위 금지, 98다25061 판결의 법리를 근거로 공제 불가를 주장합니다. 보험증권과 보험료 납입 내역을 증거로 준비해 두면 유리합니다.
맺음말
정액형 상해보험금은 피해자가 보험료를 내고 얻은 권리이고, 상법 제729조상 보험자대위도 금지되어 가해자의 배상액에서 공제되지 않습니다. 반면 산재보험·국민건강보험·실손의료보험은 구상권이 있어 이중 배상을 막는 방식으로 정산됩니다. 어떤 급여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급여의 성격부터 구분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합의 단계에서 보험금을 이유로 감액하는 제안이 나오면 근거를 확인하고, 합의서의 청구 포기 문구와 후유장해 확정 시점을 반드시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배상금과 보험금을 각각 어떻게 계산할지 고민되신다면 서류를 갖추어 상담을 받아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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