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대마를 몇 그루 키우다 적발되면 "흡연"이 아니라 "재배"로 조사받고, 씨앗을 산 순간부터 판매하는 순간까지 행위가 한 칸씩 올라갈 때마다 적용 조문과 법정형이 달라집니다. 이 글은 그 사다리를 아래 칸부터 위 칸까지 차례로 올라가며, 각 칸에서 수사기관이 무엇을 보고 어떤 항변이 통하지 않는지 정리합니다.
인터넷에서 대마 씨앗을 사서 베란다나 옷장 안 텐트에서 키우는 이른바 "홈그로잉" 사건은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흡연보다 가볍게 보는 분들이 많지만, 법은 정반대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글은 "집에서 대마를 키우다 적발된 사람"과 "지금 키우고 있거나 씨앗을 주문한 사람"을 독자로 상정합니다. 어느 칸에 서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그 칸에서 해야 할 일을 보세요.
0칸: 대마초 씨앗은 "대마"가 아니다, 그런데 왜 처벌되나
대마초 종자 자체는 법률상 "대마"의 정의에서 제외되지만, 흡연할 목적으로 소지하거나 그 사정을 알면서 사고파는 행위는 별도 조항으로 처벌됩니다. "씨앗은 합법"이라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제4호 "대마"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대마초의 종자·뿌리 및 성숙한 대마초의 줄기와 그 제품은 제외한다. 가. 대마초와 그 수지 나. 대마초 또는 그 수지를 원료로 하여 제조된 모든 제품 (이하 생략)
그래서 씨앗을 단순히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대마 소지"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법 제3조 제10호는 흡연·섭취할 목적으로 대마초 종자를 소지하는 행위, 그리고 그런 목적임을 알면서 종자를 매매·알선하는 행위를 따로 금지하고, 제61조 제1항 제4호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수사 실무에서 "흡연 목적"은 어떻게 인정될까요. 해외 종자 판매 사이트의 주문 내역, 재배 조명·환풍기·배양토 구매 기록, 검색 기록, 텔레그램 대화가 모두 목적을 보여주는 간접사실로 쓰입니다. 발아 키트와 LED 조명을 함께 샀다면 "관상용"이라는 설명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1칸: 싹이 트는 순간 "재배"가 된다
대마초 종자가 발아해 식물이 되는 순간부터는 허가 없는 "대마 재배"로, 그루 수나 크기와 관계없이 제61조 제1항 제6호가 적용됩니다. 이 칸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1조(벌칙) 제1항 제6호 제4조제1항을 위반하여 대마를 재배·소지·소유·수수·운반·보관하거나 이를 사용한 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마초를 재배할 수 있는 사람은 섬유나 종자를 채취할 목적으로 허가를 받은 "대마재배자"와 학술연구자뿐입니다. 개인이 자가 흡연용으로 키우는 것은 어떤 명목으로도 허가 대상이 아닙니다.
흔한 오해 하나를 짚습니다. "아직 꽃이 안 피어서 THC가 없다", "수확한 적이 없다"는 항변은 재배죄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재배죄는 종자를 심어 식물을 기르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기 때문에, 수확 여부나 성분 함량은 양형에서나 고려될 뿐입니다. 대법원도 재배의 의미를 종자를 파종해 발아시키고 기르는 일련의 행위로 넓게 봅니다.
또 하나, 재배를 시작했다가 말라 죽었거나 중간에 뽑아 버린 경우에도 재배 기간 동안의 행위는 이미 완성된 범죄입니다. 다만 스스로 중단한 사정은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됩니다.
2칸: 수확해서 말리고 보관하면 "소지·보관"이 겹친다
수확한 꽃대를 건조해 보관하는 순간 재배죄에 더해 대마 소지·보관(제61조 제1항 제6호)이 성립하고, 피울 목적이 인정되면 제3조 제10호 나목의 흡연 목적 소지도 함께 문제됩니다. 같은 조문의 같은 법정형이지만, 죄명이 늘어날수록 양형기준상 "다수범" 가중이 적용됩니다.
이 칸에서 수사기관이 집중하는 것은 보관량과 보관 형태입니다. 밀폐 용기 하나에 뭉쳐 둔 것과, 1g 단위로 소분해 지퍼백 수십 개에 나눠 둔 것은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소분 포장, 전자저울, 진공 포장기는 다음 칸인 "매매 목적"을 추정하는 핵심 물증이 되기 때문입니다.
압수 현장에서 "이건 제 것이 아니다", "친구가 맡긴 것이다"라고 말하는 분이 많은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친구는 매매·수수로, 본인은 보관으로 각각 조사받게 됩니다. 거짓이라면 수사 초기에 진술의 신빙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가 됩니다.
3칸: 직접 피웠다면 "흡연"이 추가되고, 모발이 증거가 된다
재배한 대마를 직접 피운 사실이 확인되면 제61조 제1항 제4호 가목의 대마 흡연죄가 추가되며, 흡연 사실은 소변검사(약 1~2주)보다 모발검사(수개월)로 입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홈그로잉 사건에서 흡연 혐의가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검사 절차에 대해 알아 두어야 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변검사는 대마 성분이 비교적 짧은 기간만 검출되므로, 재배 사건에서는 주로 "최근 흡연" 여부를 보는 보조 자료로 쓰입니다.
모발검사는 머리카락 길이에 따라 수개월 전 흡연까지 검출되고, 구간별로 잘라 분석하면 흡연 시기까지 대략 추정됩니다. 재배 기간과 검출 구간이 겹치면 "키우기만 했다"는 말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검사 결과가 음성이어도 재배죄와 소지죄는 그대로 남습니다. 흡연 부분만 빠질 뿐입니다.
간혹 "검사를 거부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분이 있습니다. 임의 제출을 거부할 수는 있지만, 그 경우 수사기관은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받아 강제로 채취하며, 거부 사실 자체가 구속 사유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4칸: 친구에게 한 번 나눠 줬다면 "수수", 돈을 받았다면 "매매"
재배한 대마를 대가 없이 건네면 수수(제61조 제1항 제6호, 5년 이하)에 그치지만, 돈이나 다른 이익을 받고 건넸다면 제59조 제1항 제7호의 대마 매매로 올라가 법정형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바뀝니다. 이 칸이 사다리 전체에서 가장 가파른 구간입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9조(벌칙) 제1항 제7호 제3조제7호를 위반하여 대마를 제조하거나 매매·매매의 유인·권유·알선을 한 자 또는 그러할 목적으로 대마를 소지·소유한 자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벌금형이 없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이 가능한 재배·소지와 달리, 매매는 징역형만 규정되어 있어 집행유예가 아니면 실형입니다. 게다가 제59조 제4항은 매매를 목적으로 한 예비·음모까지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는 지점이 "돈이 오갔는가", "오갔다면 그것이 대마의 대가인가"입니다. 법원이 매매로 인정하는 전형적인 정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마를 건넨 날 전후로 계좌·간편송금·코인 지갑에 설명되지 않는 입금이 있는 경우
텔레그램·디스코드 대화에 "g당", "한 개", "입금 확인" 같은 단가와 수량을 전제한 표현이 있는 경우
재배 규모가 혼자 피울 양을 명백히 넘고, 소분 포장과 저울이 함께 발견된 경우
상대방이 수사기관에서 "돈 주고 샀다"고 먼저 진술한 경우
반대로 "재배 비용을 나눠 냈을 뿐이다", "같이 피우려고 사 온 음식값과 섞였다"는 식의 사정은 수수에 그치는 쪽으로 다투어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런 주장은 송금 내역과 대화 기록이 뒷받침해야 하며, 조사 단계에서 즉흥적으로 꺼내면 오히려 매매 고의를 자인하는 꼴이 되기 쉽습니다.
5칸: "팔려고 키웠다"가 인정되면 재배 자체가 1년 이상 징역이 된다
대마를 팔거나 수출·제조할 목적으로 대마초를 재배했다고 인정되면, 재배죄의 근거 조문이 제61조에서 제59조 제1항 제11호로 바뀌어 법정형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뛰고 벌금형 선택지가 사라집니다. 실제로 판매한 적이 없어도 "목적"만으로 적용되는 조항입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9조(벌칙) 제1항 제11호 제4조제1항을 위반하여 대마의 수출·매매 또는 제조할 목적으로 대마초를 재배한 자 (1년 이상의 유기징역)
이 조항이 적용되느냐를 가르는 것은 결국 재배 규모와 주변 정황입니다. 법원은 "혼자 피우기 위한 재배"와 "팔기 위한 재배"를 다음과 같은 요소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루 수와 재배 설비: 두세 그루를 창가에 둔 경우와, 텐트 여러 동에 수십 그루를 조명·환풍·양액 시스템으로 돌린 경우는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예상 수확량 대비 본인 흡연량: 모발검사상 흡연 빈도가 낮은데 수확량이 수백 그램에 이른다면 판매 목적이 추정됩니다.
판매 준비 흔적: 가격표, 고객 목록, 광고 글, 익명 계정, 택배 포장재가 결정적입니다.
재배 기간과 반복성: 한 번 수확하고 그만둔 경우보다 여러 사이클을 돌린 경우가 무겁게 평가됩니다.
이 칸에 이르면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비율이 크게 올라갑니다. 수사기관은 판매 목적 재배를 단순 투약 사건이 아니라 "공급 사범"으로 분류하기 때문입니다.
6칸: 상습 또는 영리, 그리고 해외 반입
매매나 판매 목적 재배를 상습적으로 했다고 인정되면 제59조 제2항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되고, 완성된 대마를 국경 너머로 들여오거나 내보냈다면 제58조 제1항 제5호의 수출입죄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올라갑니다. 홈그로잉 사건이 여기까지 가는 일은 드물지만, 해외 종자 주문과 완성 대마 반입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은 알아 두어야 합니다.
종자 자체는 "대마"가 아니므로 해외에서 씨앗을 주문한 것만으로 대마 수입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세관에서 종자가 적발되면 흡연 목적 소지 또는 그 미수로 수사가 시작되고, 집에 이미 재배 중인 식물이 있으면 그대로 압수수색으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상습"은 전과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법원은 반복된 행위의 횟수와 기간, 수법의 동일성을 보고 습벽을 판단하므로, 초범이라도 여러 차례 재배와 판매를 되풀이했다면 상습범으로 기소될 수 있습니다.
옆 칸: 장소를 빌려준 사람, 같이 키운 사람
자기 집이나 창고를 재배 장소로 내어 준 사람은 제3조 제11호의 "장소·시설 제공"으로 제61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물을 주거나 조명을 관리하는 등 재배에 가담했다면 재배죄의 공동정범이 됩니다. "내 것이 아니다"라는 말로 빠져나오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동거인이나 가족이 특히 걱정하는 부분입니다. 단순히 같은 집에 살면서 대마가 자라는 것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처벌되지는 않지만, 다음 사정이 더해지면 혐의가 구체화됩니다.
재배 설비 구입비나 전기요금을 함께 부담한 흔적
본인 명의 계정으로 종자나 장비를 주문한 사실
재배 식물을 직접 관리한 사진·대화 기록
수확물을 함께 흡연한 사실(이 경우 흡연죄는 별도)
장소 제공 혐의를 받는 가족이라면, 재배 사실을 언제 알게 되었는지와 그 뒤 어떤 조치를 했는지가 핵심입니다. 알게 된 즉시 중단을 요구했거나 설비를 치우게 한 사정은 반드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어느 칸이든 따라오는 것: 압수·몰수·추징
재배에 쓴 텐트·조명·환풍기·양액 장비와 재배 수익은 마약류관리법 제67조에 따라 필요적으로 몰수되고, 몰수할 수 없으면 그 가액을 추징합니다. 판매 대금이 이미 쓰여 없어졌더라도 추징금은 그대로 선고됩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몰수) 이 법에 규정된 죄에 제공한 마약류·임시마약류 및 시설·장비·자금 또는 운반 수단과 그로 인한 수익금은 몰수한다. 다만, 이를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
"필요적 몰수"라는 말은 법원이 재량으로 빼 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재배 장비는 사실상 돌려받지 못하고, 판매가 인정되면 거래 금액 전부가 추징 대상이 됩니다. 공범이 여럿이면 각자가 실제로 취득한 몫을 기준으로 추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서 매매 금액을 다투는 것은 형량뿐 아니라 추징금 액수를 줄이는 의미도 있습니다. 상대방 진술만으로 거래 횟수가 부풀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송금 내역과 대조해 실제 거래분만 인정되도록 정리해야 합니다.
지금 서 있는 칸에서 할 일
아직 적발되지 않았다면 당장 재배를 중단하고 식물과 설비를 처분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이미 적발되었다면 자신이 몇 칸에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한 뒤 그 칸에 맞는 방어를 준비해야 합니다. 모든 칸에 똑같은 대응법은 없습니다.
씨앗만 주문했거나 막 발아시킨 단계
스스로 폐기하고 더 나아가지 않는 것이 유일한 정답입니다. 이 단계에서 적발되더라도 흡연 전력이 없고 재배 규모가 미미하다면 기소유예나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그루를 키우며 혼자 피운 단계
재배·소지·흡연이 함께 기소되는 전형적인 사건입니다. 초범이고 판매 정황이 없다면 집행유예가 가능한 범위이지만, 조사에서 재배 동기와 흡연 빈도를 일관되게 진술하고, 치료·재활 의지를 보여 주는 자료를 선고 전까지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눠 주거나 판 적이 있는 단계
매매로 평가되느냐 수수에 그치느냐가 실형 여부를 가릅니다. 송금 내역, 대화 기록, 상대방 진술을 사전에 확보해 "대가성"을 다투고, 그루 수와 수확량이 판매 목적 재배로 비약되지 않도록 재배 규모를 객관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이 단계부터는 구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변호인과 함께 초기 조사에 임해야 합니다.
가족이 적발된 단계
가족 본인에게 장소 제공이나 공동 재배 혐의가 번지지 않도록 사실관계를 먼저 정리하고, 동시에 피의자가 치료보호나 재활 프로그램에 연결되도록 돕는 것이 양형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대마 재배는 "조금 키워 본 것"으로 시작해 "공급 사범"으로 끝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사다리의 어느 칸에 있든, 한 칸 더 올라가지 않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입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본문의 사례는 판례의 취지를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한 것으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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