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은 "폭행·협박", "추행", "고의", 그리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할 것"이라는 네 개의 조각이 모두 맞아야 성립합니다. 이 글은 그 네 조각을 하나씩 떼어 놓고, 법원이 각각을 어떤 잣대로 판단하는지와 실제로 결론이 갈린 지점을 정리합니다.
"그게 추행이 되나요?"라는 질문은 고소를 고민하는 쪽과 고소를 당한 쪽 모두에게서 거의 같은 말로 나옵니다. 어깨에 손을 올린 것, 술자리에서 허리를 감싼 것, 지나가며 엉덩이를 스친 것이 과연 형법상 강제추행인지, 대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가 아니라 "네 요건 중 어디서 걸리느냐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특히 대법원이 폭행·협박 요건의 기준을 바꾼 뒤로는 예전 상식으로 판단하면 틀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아래에서 요건 하나하나를 뜯어봅니다.
먼저, 조문과 법정형부터
강제추행의 기본 조문은 형법 제298조이고,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어디에서, 누구에게 했느냐에 따라 적용 법률이 성폭력처벌법이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로 바뀌고 형이 달라집니다.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같은 "추행"이라도 상황에 따라 적용 조문이 갈립니다.
지하철·버스·공연장 등 사람이 붐비는 장소에서의 추행은 성폭력처벌법 제11조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이 적용되며,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 조문은 폭행·협박을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직장 상사·교사·시설 종사자 등 보호·감독 관계를 이용한 추행은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술에 취해 잠든 사람 등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경우는 형법 제299조 준강제추행이며, 강제추행과 같은 형으로 처벌됩니다.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면 성폭력처벌법 제7조가,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이면 아청법 제7조가 적용되어 법정형이 크게 올라가고 벌금형 선택지가 사라집니다.
이 글은 그중 가장 많은 사건이 몰리는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의 성립요건을 중심으로 봅니다.
조각 1. 폭행·협박: 기준이 바뀌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법원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가 있으면 폭행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의 고지"가 있으면 협박으로 보고, 피해자가 저항하기 곤란했는지는 더 이상 따지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법원은 강제추행의 폭행·협박을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고 해석해 왔습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거나, 가해자가 세게 붙잡은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다투는 사건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이 기준을 폐기했습니다. 피해자가 얼마나 저항할 수 있었는지가 아니라, 행위자가 피해자 의사에 반하여 신체에 힘을 행사했는지를 보겠다는 것입니다. 손목을 잡고 끌어당기는 정도, 어깨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정도도 그 자체로 폭행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기습추행: 폭행이 곧 추행인 경우
폭행이 추행보다 먼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대법원은 상대방이 예상하지 못한 순간 갑자기 신체를 만지는 이른바 기습추행에서 추행 행위 자체가 폭행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뒤에서 껴안는 행위, 지나가며 특정 부위를 만지는 행위가 대표적입니다.
따라서 "때리거나 위협한 적이 없으니 강제추행이 아니다"라는 항변은 대부분 통하지 않습니다. 이 요건에서 다툴 수 있는 지점은 신체 접촉 자체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것이 의사에 반하는 것이었는지로 좁혀집니다.
이 요건에서 결론이 갈린 지점
성립 쪽으로 기운 사례: 회식 자리에서 옆자리 직원의 허리를 팔로 감싸 당긴 경우, 피해자가 몸을 빼려 했다는 사정만으로도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가 인정되었습니다.
불성립 쪽으로 기운 사례: 좁은 통로에서 몸이 스친 사건에서, 접촉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그것이 고의적 유형력 행사인지가 입증되지 않아 혐의를 벗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쟁점은 폭행 요건이라기보다 뒤에서 볼 고의 요건입니다.
조각 2. 추행: 어디까지가 추행인가
법원은 추행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정의하며, 신체 부위가 어디냐보다 행위의 맥락 전체를 봅니다.
흔히 "가슴·엉덩이·성기 같은 부위를 만져야 추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법원의 기준은 부위 목록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성별·연령, 행위 전후의 경위,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구체적 행위 태양, 주위 상황을 종합해 판단한다고 반복해서 밝혀 왔습니다.
부위별로 보면
가슴·엉덩이·허벅지 안쪽·성기 부위: 접촉 자체가 인정되면 거의 예외 없이 추행으로 평가됩니다. 옷 위인지 속인지는 유무죄가 아니라 양형에서 고려됩니다.
허리·어깨·손·머리카락: 부위만으로는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허리를 감싸 안으며 밀착한 경우, 손을 잡고 자신의 신체에 갖다 댄 경우, 머리카락 냄새를 맡으며 얼굴을 가까이 댄 경우는 추행으로 인정된 반면, 업무 중 어깨를 짧게 두드린 경우는 부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볼·입술 등 얼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입을 맞추거나 볼에 입을 대는 행위는 추행으로 인정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신체 접촉이 없는 경우: 피해자 앞에서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거나 피해자에게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게 하는 행위도 추행이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추행에 반드시 행위자의 신체가 피해자 신체에 닿을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맥락이 결론을 바꾼 경우
같은 "손을 잡은 행위"라도 결론이 다릅니다. 업무상 서류를 건네며 손이 닿은 것과, 노래방 어두운 조명 아래서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으며 몸을 밀착시킨 것은 법원에서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행위 전후에 어떤 말이 오갔는지, 피해자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행위자가 그 반응을 보고도 계속했는지가 결정적입니다.
그래서 이 요건을 다툴 때는 "어디를 만졌느냐"가 아니라 "그 장면 전체가 어떻게 흘러갔느냐"를 재구성하는 것이 핵심이 됩니다. CCTV, 동석자 진술, 직전·직후의 메시지가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조각 3. 고의: 성적 의도가 필요한가
강제추행의 고의는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다는 인식"이면 충분하고, 성욕을 채우려는 의도까지 요구되지 않습니다. 다만 접촉 자체가 우연이었는지는 고의 판단에서 핵심 쟁점이 됩니다.
피의자 측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이 "성적인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강제추행죄가 성욕의 자극·만족이라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장난으로, 친근함의 표현으로, 술김에 했다는 사정은 고의를 부정하는 사유가 아니라 양형에서 참작될 뿐입니다.
그렇다면 고의로 다툴 수 있는 지점은
고의가 실제로 쟁점이 되는 것은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다투지 않되, 그것이 의도적 행위였는지가 불분명한 경우입니다.
만원 지하철에서의 접촉: 열차 흔들림으로 몸이 닿은 것인지, 손이나 신체를 특정 부위에 반복해 밀착시킨 것인지가 갈림길입니다. 법원은 접촉의 지속 시간, 반복 여부, 열차가 멈춘 뒤에도 접촉이 유지되었는지, 피해자가 몸을 피했을 때 따라붙었는지를 봅니다.
술자리에서의 접촉: 만취 상태였다는 주장은 형법 제10조 심신장애 주장으로 이어지는데, 성폭력처벌법 제20조는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게 하고 있어 실무에서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직장·학교에서의 접촉: 지도나 격려 목적이었다는 주장은 접촉 부위와 방식이 그 목적에 비추어 통상적인 범위를 넘었는지로 판단됩니다.
정리하면 "의도는 없었다"는 말보다 "접촉이 있었다면 그것은 이런 경위로 발생한 우연한 것이다"라는 구체적 설명이 고의 요건에서 의미 있는 항변입니다. 두 주장은 전혀 다른 방어 전략이며, 조사 초기에 어느 쪽인지 정해야 진술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조각 4. 피해자의 의사: 동의가 있었다는 주장
피해자의 진지한 동의가 있었다면 강제추행은 성립하지 않지만, 법원은 "거부하지 않았다"를 "동의했다"로 보지 않으며, 동의 여부는 접촉 당시의 피해자 반응과 관계의 맥락으로 판단합니다.
연인 사이, 친한 동료 사이, 오래 알고 지낸 사이에서 발생한 사건에서 특히 많이 등장하는 주장입니다. 이 요건에서 법원이 보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전 관계가 아니라 그 순간의 의사: 과거에 신체 접촉을 허용한 관계였다는 사정은 그날 그 행위에 대한 동의를 뜻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교제 중이었다는 사정이 곧바로 추행을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즉각적 거부 표시의 유무: 피해자가 손을 뿌리치거나, 몸을 돌리거나, "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면 의사에 반한다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다만 대법원은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강하게 항의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동의를 추단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위계적 관계나 공개된 자리에서는 즉각 거부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합니다.
사건 이후의 태도: 피해자가 직후에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 다음 날 행위자에게 보낸 항의 문자, 반대로 아무 일 없다는 듯 이어진 대화 내용은 모두 양쪽에서 증거로 제출됩니다. 어느 한쪽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진술의 일관성을 뒷받침하거나 깨뜨리는 역할을 합니다.
이 요건은 결국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으로 수렴합니다. 대법원은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이 주요 부분에서 일관되고 경험하지 않았다면 말하기 어려운 구체성을 갖추고 있다면, 사소한 불일치나 통념과 다른 피해 후 행동만으로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네 조각을 한 장면에 적용해 보기
실제 사건은 네 요건이 동시에 문제 되는 경우보다, 한두 요건에서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요건이 내 사건의 쟁점인지 먼저 특정해야 증거 수집 방향이 정해집니다.
예를 들어 회식 후 2차 자리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의 허리를 감싸고 볼에 입을 맞췄다는 사건을 떠올려 봅니다.
폭행·협박: 허리를 감싸 당긴 행위 자체가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이자 기습추행에 해당하므로 이 요건은 거의 다툼의 여지가 없습니다.
추행: 허리 밀착과 볼 입맞춤은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로 평가되어 이 요건도 대부분 인정됩니다.
고의: "격려 차원이었다"는 주장은 고의를 배제하지 못합니다. 접촉 사실 자체를 부인한다면 동석자 진술과 CCTV가 쟁점이 됩니다.
피해자 의사: 평소 친밀한 관계였다는 주장이 나오더라도, 직장 내 위계가 있고 피해자가 다음 날 인사팀에 신고했다면 의사에 반한다는 점이 뒷받침됩니다.
결국 이 사건의 승부처는 접촉 사실의 존부와 그 태양입니다. 피의자라면 접촉 자체를 부인할 근거가 있는지, 피해자라면 접촉 직후의 반응과 신고 경위를 어떻게 입증할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성립이 인정되면 따라오는 것들
강제추행이 유죄로 확정되면 형벌 외에 신상정보 등록, 취업제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이 함께 부과될 수 있으며, 벌금형이라도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됩니다.
성립요건을 따지는 이유는 단순히 유무죄 때문만이 아닙니다. 강제추행은 성폭력처벌법 제42조에 따른 등록대상 성범죄여서, 벌금형이 확정되어도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고 등록기간은 형에 따라 10년에서 30년까지입니다.
또한 아청법 제56조에 따라 법원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대한 취업제한 명령을 함께 선고하는 것이 원칙이며, 면제하려면 재범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6조에 따른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도 유죄 판결 시 원칙적으로 함께 부과됩니다.
따라서 "벌금으로 끝나니 그냥 인정하자"는 판단은 신중해야 합니다. 벌금형이라도 등록·취업제한이 뒤따르는 구조를 알고, 성립요건 중 실제로 다툴 수 있는 지점이 있는지 먼저 살펴야 합니다. 반대로 요건이 모두 충족되는 것이 분명하다면, 부인으로 시간을 끌기보다 초기 합의와 양형자료 준비에 집중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요건별로 챙겨야 할 증거
어느 요건이 쟁점인지에 따라 모아야 할 증거가 다릅니다.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 자기 사건의 쟁점 요건을 먼저 특정한 뒤 그에 맞는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폭행·협박 요건이 쟁점일 때: 접촉의 방식과 세기를 보여주는 CCTV, 당시 입었던 옷의 상태, 몸에 남은 자국 사진, 동석자의 목격 진술.
추행 요건이 쟁점일 때: 접촉 전후의 대화 내용, 행위자가 한 말, 자리의 분위기와 조명·위치를 보여주는 자료, 같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진술.
고의 요건이 쟁점일 때: 접촉이 우연이었음을 뒷받침하는 공간 구조 사진, 지하철이라면 혼잡도와 열차 운행 기록, 접촉 직후 행위자의 반응을 보여주는 영상.
피해자 의사 요건이 쟁점일 때: 사건 직후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 행위자와 주고받은 문자, 신고·상담 기록과 그 시점, 이전 관계를 보여주는 대화 내역.
피의자 입장에서는 휴대폰 대화 내역을 삭제하거나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이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증거인멸 정황은 구속 사유가 될 뿐 아니라 고의와 의사에 반한다는 점을 오히려 뒷받침하는 자료로 쓰입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CCTV가 삭제되므로, 사건 발생 장소에 보존 요청을 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입니다.
마치며
강제추행은 "만졌느냐"로 끝나는 죄가 아니라, 폭행·협박, 추행, 고의, 피해자의 의사라는 네 요건이 그 장면 안에서 어떻게 맞물렸는지를 따지는 죄입니다. 폭행·협박 요건의 기준이 바뀐 지금은 저항 여부로 다투는 길이 좁아졌고, 그만큼 접촉의 존부와 태양, 전후 맥락의 재구성이 중요해졌습니다.
내 사건이 네 요건 중 어디에서 갈리는지를 특정하는 것, 그것이 피해자든 피의자든 첫 번째 할 일입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본문의 사례는 판례의 취지를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한 것으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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