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개요
의뢰인은 자동차 수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였습니다. 해외 바이어와 계속적 공급계약을 맺고 수십 건의 차량 수출을 처리해 왔고, 국내 공급업자를 통해 신차를 조달하고 있었습니다.
바이어로부터 승합차 수십 대의 주문을 받은 의뢰인은 공급업자에게 차량 확보가 가능한지 확인한 뒤 계약을 체결하고, 바이어로부터 대금을 받아 공급업자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하였습니다.
그런데 약속한 납품일이 지나도 차량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공급업자는 받은 돈을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이미 써 버렸고, 차량 출고를 위해 해 둔 일은 전혀 없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결국 차량을 받지 못한 바이어는 의뢰인과 공급업자가 공모하여 10억 원대의 차량 대금을 가로챘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및 같은 법 위반(횡령) 혐의로 의뢰인을 고소하였습니다.
2. 이 사건의 쟁점
① 사기: 의뢰인이 대금을 받을 당시 차량을 인도할 의사와 능력이 없으면서 바이어를 속였는지
② 횡령: 바이어가 지급한 차량 대금이 '바이어 소유의 돈'으로서, 의뢰인이 이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는지
③ 공모: 의뢰인이 공급업자의 범행에 가담하였는지
3. 변호인의 대응
① 정상적인 거래 관계에서 생긴 채무불이행이라는 점을 증명하였습니다
사기죄의 고의는 거래 전후의 재력, 거래의 이행 과정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변호인은 다음 사실들을 자료로 정리하였습니다.
- 의뢰인 회사가 이 사건 이전부터 바이어와 수십 건의 거래를 성실히 이행해 왔다는 점(인보이스 및 차량 인도내역 도표)
- 공급업자 역시 그동안 약속한 기한과 사양을 대부분 지켜 납품해 왔다는 점
- 대금을 받은 직후 실제로 공급업자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송금했다는 점(계좌 거래내역)
- 의뢰인이 공급업자와 수차례 통화하며 출고 시점과 선루프 장착 방법 같은 세부 사양까지 협의했다는 점(통화 녹취록)
즉 의뢰인은 차량을 인도하기 위해 실제로 움직이고 있었고, 공급업자의 배신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정 때문에 이행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 책임의 문제일 뿐 사기죄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② 의뢰인 역시 공급업자에게 속은 피해자라는 점을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공급업자가 직접 작성한 사실확인각서와 자술서, 공급업자 회사의 계좌내역을 제출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의뢰인이 지급한 돈을 공급업자가 임의로 써 버렸다는 사실과, 그 뒤에도 공급업자가 거짓 해결책을 내세우며 의뢰인을 계속 속여 왔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습니다. 의뢰인이 공급업자를 사기 혐의로 따로 고소했다는 점도 함께 소명하였습니다.
③ 횡령죄가 법리상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매매계약에 따라 매수인이 지급한 대금은 그 순간 매도인의 소유가 됩니다. 매도인이 물건을 인도할 의무를 지는 것과는 별개로, 그 돈을 '남의 돈'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변호인은 이 법리를 그대로 적용한 판결을 제시하였습니다. 아울러 양측 계약서에 당사자가 '구매자'와 '판매자'로 표시되어 있고 대금의 용도를 제한하는 조항이 없다는 점, 바이어 스스로도 별건 지급명령 신청서에서 '물품대금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④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 주었습니다
의뢰인은 바이어가 제기한 대금 반환 지급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을 스스로 취하하며 민사상 책임을 받아들였습니다. 변호인은 다툴 부분과 인정할 부분을 분명히 나누어 주장함으로써, 의뢰인의 진술 전체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자 하였습니다.
4. 결과
경찰은 의뢰인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및 같은 법 위반(횡령) 혐의에 대하여 모두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하였습니다.
경찰은 공급업자와 공모했다거나 바이어를 속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고, 의뢰인이 받은 차량 대금을 목적에 맞게 공급업자에게 송금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변호인이 계좌 거래내역으로 증명한 '실제 이행 노력'이 결론의 핵심 근거가 된 것입니다.
5. 마치며
무역이나 납품 거래에서 중간 공급업자의 잘못으로 물건을 인도하지 못하면, 거래 상대방은 계약 당사자를 상대로 사기·횡령 고소부터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액이 크면 특정경제범죄법이 적용되어 처벌도 매우 무거워집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그동안의 거래 이력, 실제 이행 노력, 돈의 흐름을 빠짐없이 정리해 '사기가 아니라 거래 실패'라는 점을 객관적으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이셨다면, 고소장 내용을 확인하는 단계부터 함께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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