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아이가 같은 아파트나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에게 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부모님들의 상담이 적지 않습니다. 사건이 신고된 뒤에도 가해자가 같은 엘리베이터와 같은 놀이터, 같은 등굣길을 그대로 오가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아이를 건드린 사람인데 당연히 법원이 접근을 막아주겠지”, “경찰에 신고했으니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주겠지”라는 기대입니다. 그런데 막상 확인해 보면, 고소장을 냈다는 사실만으로는 접근을 막는 어떤 효력도 생기지 않고, 이웃이라는 이유로 이용할 수 없는 제도도 있습니다.
접근금지는 하나의 제도가 아니라 사건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에 따라 쓸 수 있는 수단이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수단을 잘못 고르면 시간만 흘러가고, 그동안 아이는 가해자와 계속 마주치게 됩니다.
아래에서는 아이를 추행한 이웃에게 어떤 접근금지 수단을 쓸 수 있는지, 각 수단의 요건과 한계는 무엇인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1. 아동학대처벌법의 임시조치는 보호자에 의한 학대에만 적용되어 이웃에게는 쓸 수 없습니다
피해 아동에 대한 100미터 접근금지라는 가장 빠른 길은, 가해자가 보호자일 때만 열립니다.
아동 피해라고 하면 아동학대처벌법의 임시조치를 떠올리는 분이 많습니다. 이 법 제19조는 판사가 피해아동의 주거·학교에서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같은 임시조치를 결정으로 할 수 있게 하고, 기간은 2개월을 넘지 못하며 연장은 두 차례까지 가능합니다. 청구 후 24시간 안에 결정하는 절차도 있어 속도 면에서 가장 강력한 수단입니다.
그런데 같은 법 제2조 제4호는 아동학대범죄를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로 정의합니다. 강제추행이 열거된 죄에 들어 있더라도, 행위자가 부모·친권자·후견인·시설 종사자 같은 보호자가 아니라 옆집 주민이나 같은 단지의 어른이라면 이 법의 임시조치와 보호처분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이 점을 모르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근금지를 기대했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웃이 가해자라면 다른 수단을 처음부터 병행해서 준비해야 합니다.
이웃이 행위자인 사건에서는 아동학대처벌법 임시조치가 아니라 스토킹처벌법, 구속·보석 조건, 민사 가처분 쪽에서 접근금지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2. 반복되는 접근과 기다림은 스토킹처벌법의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로 막을 수 있습니다
우연한 마주침은 스토킹이 아니지만, 아이의 동선을 따라 접근하거나 기다리면 스토킹행위가 됩니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이나 가족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행위, 주거·학교·일상 생활 장소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로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스토킹행위로 정하고, 이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스토킹범죄로 봅니다. 아이의 가족에게 한 행위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어쩔 수 없이 마주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반면 아이의 하교 시간에 맞춰 현관이나 놀이터에서 기다리거나, 아이의 집 앞을 서성이거나, 부모에게 합의를 요구하는 연락을 반복하는 정황이 있다면 요건에 들어갑니다. 이때는 시간·장소가 찍힌 CCTV, 엘리베이터 기록, 문자·SNS 캡처가 핵심 증거가 됩니다.
요건이 갖춰지면 두 단계의 조치가 가능합니다. 먼저 사법경찰관은 제4조에 따라 스토킹행위가 반복될 우려가 있고 긴급을 요하는 경우 직권으로 또는 상대방·법정대리인의 요청으로 긴급응급조치(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를 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검사는 제8조에 따라 법원에 잠정조치를 청구할 수 있고,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은 검사나 사법경찰관에게 그 청구·신청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하는 잠정조치의 내용은 제9조 제1항에 다음과 같이 정해져 있습니다.
법원은 스토킹범죄의 원활한 조사ㆍ심리 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스토킹행위자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 2. 피해자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이나 그 주거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접근 금지 … 4. 국가경찰관서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의 유치(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접근금지·통신금지 잠정조치의 기간은 3개월이고 두 차례, 각 3개월씩 연장할 수 있으며 유치는 1개월을 넘을 수 없습니다. 사법경찰관이 신청 요청을 받고도 신청하지 않으면 검사에게 사유를 보고하고 피해자에게 알려야 하므로, 요청은 구두보다 서면으로 남겨두는 편이 좋습니다.
스토킹처벌법의 접근금지는 ‘추행 사실’이 아니라 ‘반복되는 접근 행위’를 근거로 하므로, 마주친 날짜와 장소를 기록으로 쌓는 일이 곧 신청의 재료입니다.
3. 구속과 보석 조건은 재판 전 가해자를 피해 아동의 생활권에서 떼어놓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구속 여부를 가르는 것은 죄명이 아니라 증거인멸·도주 염려와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입니다.
고소가 접수되면 수사기관은 불구속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피의자가 아파트 같은 주거지에 계속 사는 것을 막지 못합니다. 이웃과의 물리적 분리가 필요하다면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사실상 가장 큰 변수입니다.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은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구속할 수 있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를 고려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강제추행은 성폭력처벌법 제7조 제3항에 따라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되는 중한 죄이고, 피해자가 가까운 곳에 사는 이웃이라는 사정, 피의자가 피해 아동 가족에게 접촉을 시도하는 정황은 위해우려와 증거인멸 판단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고소 단계에서 피해 아동의 진술 외에, 가해자가 부모나 아이에게 합의를 종용하거나 진술을 바꾸라고 압박한 정황(문자·통화 녹음·방문 기록)을 함께 제출하면 구속 판단에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재판 중 구속된 피고인이 보석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98조 제4호는 보석 조건으로 피해자나 그 친족의 생명·신체·재산에 해를 가하는 행위를 하지 않고 주거·직장 등 그 주변에 접근하지 않을 것을 정할 수 있게 하고, 이를 어기면 보석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보석 허가 사실을 알게 되면 피해자 측은 이 조건이 붙었는지 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필요하면 조건 추가를 의견으로 낼 수 있습니다.
구속이 되지 않더라도 보석이나 불구속 재판 단계에서 접근 금지 조건이 붙도록 의견을 내는 것이, 재판 중 이웃과의 접촉을 막는 현실적인 수단입니다.
4. 유죄가 확정되면 보호관찰 특별준수사항과 신상정보 등록 등 사후 장치가 뒤따릅니다
재판이 끝난 뒤에도 접근을 막는 길은 판결 선고 시점에 정해집니다.
판결 단계에서 가장 직접적인 접근금지 장치는 보호관찰입니다. 집행유예와 함께 보호관찰을 받게 되는 경우 법원은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3항에 따라 특별준수사항을 따로 과할 수 있고, 그중 제3호가 접근금지입니다.
법원 및 심사위원회는 판결의 선고 또는 결정의 고지를 할 때에는 제2항의 준수사항 외에 범죄의 내용과 종류 및 본인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필요하면 보호관찰 기간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특별히 지켜야 할 사항으로 따로 과(科)할 수 있다. … 3. 피해자 등 재범의 대상이 될 우려가 있는 특정인에 대한 접근 금지(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3항).
다만 이 특별준수사항은 보호관찰 기간 안에서만 효력이 있고, 준수사항을 위반하면 보호관찰소의 신청이나 검사의 청구로 집행유예 취소 등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형이 선고된 경우에는 복역 중에는 물리적으로 분리되지만 출소 후 접근 문제는 별도 대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피해자 측은 재판 중 양형 의견서에 접근금지 필요성을 적어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상정보 등록도 알아두어야 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42조에 따라 제3조부터 제15조까지의 죄 등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고, 법원은 판결 확정일부터 14일 이내에 판결문을 법무부장관에게 송달해야 합니다. 또한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는 같은 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피해 미성년자가 성년이 된 날부터 진행하므로, 아이가 어려 고소가 늦어졌다고 바로 시효가 지난 것은 아닙니다.
확정 판결 뒤의 접근금지는 판결 선고 시점에 법원에 어떤 준수사항을 요청했는지에 달려 있으므로, 재판 중에 의견을 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를 알아두고 접근 상황을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접근금지는 신청한 사람이 요청하고 자료를 내야 움직이는 절차입니다.
이웃이 아이를 추행한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와 피해 아동 진술 조사 → ②가해자 조사와 증거 수집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모든 단계에서 접근금지 수단은 각각 달리 작동합니다.
접근 문제가 시급한 분들은 아래 순서로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가해자와 마주친 날짜·시간·장소와 행동(기다림, 따라옴, 연락 시도)을 CCTV 보관 기한 안에 확보하고, 부모가 직접 본 내용은 날짜별 메모로 남깁니다.
담당 수사관에게 스토킹처벌법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 신청을 서면으로 요청하고, 구속 필요성에 관한 의견서(합의 종용·압박 정황 포함)를 제출합니다.
기소되면 피해자 의견 진술과 양형 의견서로 보석 조건·보호관찰 특별준수사항에 접근금지가 들어가도록 요청합니다.
이와 별도로 민사 가처분으로 접근금지를 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300조에 따른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을 이용해 일정 거리 안 접근 금지를 구하는 것인데, 형사 절차보다 입증 부담과 비용이 크므로 형사 쪽 수단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 보충적으로 검토합니다.
마치며
자녀가 겪은 일을 확인한 부모님은 충격 때문에 판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웃이라 얼굴 보기 불편하다”는 생각에 신고 자체를 미루기도 합니다. 그러는 사이 접근 자료가 사라지고 조사의 시작도 늦어집니다.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부모님 입장에서는 어떤 수단이 지금 쓸 수 있는 것인지,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를 정리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이웃이라는 이유로 아동학대처벌법의 임시조치는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스토킹처벌법과 구속 의견, 양형 단계 요청을 처음부터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반대로 추행 혐의를 받는 이웃 입장에서도 같은 단지에서 부모나 아이와 접촉하려는 시도는 구속 판단과 양형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진위와 별개로 접촉을 끊고 법적 절차 안에서 대응하는 것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저는 아동 대상 성범죄에서 피해 가족 측과 혐의를 받는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어떻게 정리했는지에 따라 접근금지 가능 여부와 사건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접근금지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상황에 맞는 수단을 가려내는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고소장만 내면 가해자가 아이에게 접근할 수 없게 되나요?
A. 아닙니다. 고소장 접수만으로는 접근을 막는 효력이 없습니다. 스토킹처벌법의 긴급응급조치·잠정조치, 구속, 보석 조건처럼 별도의 요건과 결정이 있어야 접근이 제한됩니다.
Q. 이웃이 가해자여도 아동학대처벌법의 접근금지를 받을 수 있나요?
A. 어렵습니다. 아동학대범죄는 같은 법 제2조에 따라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를 말하므로 보호자가 아닌 이웃에게는 임시조치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Q. 같은 아파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것도 스토킹이 되나요?
A. 우연한 마주침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이어져 불안감을 일으켜야 합니다.
Q. 잠정조치의 접근금지는 얼마나 유지되나요?
A. 접근금지·통신 접근금지는 3개월이고 두 차례 각 3개월씩 연장할 수 있습니다. 유치는 1개월을 넘을 수 없습니다.
Q. 아이가 어려서 고소가 늦어졌는데 시효가 지났나요?
A. 미성년자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년이 된 날부터 진행하고, 13세 미만에 대한 강제추행 등은 시효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규정이 있습니다. 다만 증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므로 빠른 대응이 좋습니다.
Q. 민사 가처분으로도 접근을 막을 수 있나요?
A. 가능성은 있지만 형사 수단보다 입증 부담과 비용이 큽니다. 형사 절차의 접근금지로 부족한 경우 보충적으로 검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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