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SNS와 오픈채팅으로 만난 미성년자와 연인 사이가 되었다가, 부모의 신고나 연인 관계의 파탄을 계기로 성범죄 수사를 받게 되는 사례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상대도 좋다고 했고 서로 합의한 관계였다”, “17살이면 거의 성인 아닌가요”, “16세 미만만 문제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기관에서는 형법이 아니라 아동복지법과 청소년성보호법을 들이대고, 합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아동·청소년이 외관상 동의로 보이는 말과 행동을 했더라도, 그것이 곧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라고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연령, 관계의 성격, 합의에 이른 경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어떤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우선입니다.
아래에서는 17세와 합의하고 성관계를 했을 때 어떤 경우에 아동복지법 위반이 문제 되는지, 그리고 다른 처벌 규정은 무엇이 있는지 조문과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17세는 형법상 미성년자의제강간 연령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의제강간은 13세 미만 또는 19세 이상이 16세 미만을 상대로 한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형법 제305조는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한 간음·추행은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강간·강제추행의 예에 따라 처벌하고,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서는 행위자가 19세 이상일 때 같은 예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상대방이 17세라면 이 조항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16세만 넘으면 합의한 성관계는 처벌되지 않는다”고 이해합니다. 이 이해는 형법 제305조에 한해서는 맞습니다. 상대가 만 16세 이상이고 폭행·협박이 전혀 없었다면 강간이나 의제강간으로는 처벌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판단이 끝나지 않습니다. 17세는 아동복지법상 아동(18세 미만)이고,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19세 미만)이기 때문에 그 법들의 별도 조항이 남아 있습니다. 형법의 의제강간 연령을 넘었다는 사실은 하나의 조항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일 뿐, 성관계 자체가 안전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17세와의 합의 성관계는 의제강간은 아니지만, 아동복지법·청소년성보호법의 다른 조항이 별도로 문제 됩니다.
2.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의 ‘성적 학대행위’가 핵심 쟁점입니다
합의가 있었더라도 아동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한 것인지를 법원이 따로 가려봅니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는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같은 법 제71조 제1항 제1의2호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 조항에서 문제 되는 것은 성관계가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대법원은 아동복지법상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경우 아동이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기인한 것인지 가려보아야 한다(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도12419 판결).
이 사건에서 원심은 피해아동이 이전에 피고인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적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성적 학대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는데, 대법원은 피해아동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면책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난 대목입니다.
실무에서는 나이 차이, 만난 경위, 교제 기간, 상대방의 성숙도, 금품·편의 제공 여부,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압박한 대화 내용 등이 종합 고려됩니다. 같은 17세라도 오랜 기간 대등하게 교제한 사이와, 온라인으로 알게 되어 몇 번 만나지 않은 성인이 이끈 관계는 평가가 크게 다릅니다.
아동복지법 위반 여부는 ‘합의가 있었는가’가 아니라 ‘아동이 온전한 자기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가’로 판단됩니다.
3. 기망이나 지위 이용이 있었다면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외관상 동의처럼 보여도 위계·위력에 의한 것이면 합의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 제5항은 위계 또는 위력으로 아동·청소년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을 같은 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에 따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간음의 경우 제1항의 예에 따르므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매우 무거운 형이 가능합니다. 형법 제302조도 미성년자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추행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합니다.
위계란 상대방에게 오인·착각·부지를 일으키거나 이용해 성관계에 이르는 것을 말하고, 위력은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힘의 행사를 뜻합니다. 나이를 속였거나, 교제와 결혼을 약속하며 신뢰를 쌓은 뒤 성관계를 요구했거나, 교사·고용주·선배 같은 지위를 이용했다면 이 쟁점이 곧바로 열립니다. 대법원은 이 지점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아동·청소년이 외관상 성적 결정 또는 동의로 보이는 언동을 하였더라도, 그것이 타인의 기망이나 왜곡된 신뢰관계의 이용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아동·청소년의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도12419 판결).
위 판결이 참조한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역시 같은 취지에서, 피해자가 외관상 동의했더라도 그 동의가 위계로 형성된 것이라면 온전한 자기결정권 행사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연인 관계라는 이름만으로 방어가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상대방이 19세 이상이고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욕망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했다면, 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의2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별도로 문제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성관계에 이르기 전의 메시지 내용이 수사의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합의의 외관이 있어도 기망·지위 이용이 개입되었다면 그 합의는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4. 금품이나 대가가 오갔다면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대가를 제공하거나 약속한 성관계는 청소년성보호법 제13조의 ‘성을 사는 행위’입니다.
합의 사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대가 관계입니다. 청소년성보호법 제2조 제4호는 아동·청소년에게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 직무·편의제공 등 대가를 제공하거나 약속하고 성교 행위 등을 하는 것을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로 정의하고, 제13조 제1항은 이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가는 현금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용돈, 선물, 숙박비·식비 대납, 게임 아이템, 편의 제공도 포함될 수 있어서, 연인 사이의 데이트 비용과 대가성 지급을 구분하는 일이 수사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됩니다. 대가가 인정되면 상대방이 17세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 조항이 적용되고, 합의 여부는 구성요건에서 의미가 없습니다.
반대로 대가 관계가 전혀 없었고 위계·위력도 없었으며 아동복지법상 성적 학대행위로 평가될 사정도 없다면, 적용 가능한 처벌 규정 자체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17세와의 합의 성관계’라도 결과가 무죄·불기소부터 징역형까지 극단적으로 갈립니다.
미성년자임을 몰랐다는 주장도 자주 등장합니다. 이 경우 연령을 인식할 수 있었는지, 대화 중 학교·학년·나이를 언급한 흔적이 있었는지가 고의 판단의 자료가 됩니다. 단순히 “성인인 줄 알았다”는 진술만으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외모·프로필·대화 내용 같은 객관적 자료가 필요합니다.
초범인지, 합의 여부,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는 성립 자체를 막지는 못하지만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수사 단계에서는 이렇게 대응해야 합니다
첫 진술 전에 대화 기록과 만남 경위를 정리하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이런 사건은 통상 ①피해자 부모 등의 신고 또는 고소로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사건이 접수되고 → ②피해자 조사와 피의자 조사가 이뤄진 뒤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을 거쳐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으로 이어집니다.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 성범죄는 피해자 진술이 중요한 증거로 쓰이므로, 초기 진술이 사건의 방향을 크게 좌우합니다.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대응에 앞서 다음 순서로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의 정확한 생년월일과, 내가 그 나이를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또는 알 수 없었는지)를 대화 내용으로 확인합니다.
만나게 된 경위, 교제 기간, 성관계를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를 메신저 대화와 통화 기록으로 정리합니다.
금품·선물·숙박비 등이 오간 내역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성격이었는지 계좌이체·결제 기록으로 확인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어느 조항이 적용될 수 있고 어떤 점을 다퉈야 하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상대방이나 그 가족에게 직접 연락해 사건을 무마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변호사를 통해 진행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미성년자와의 관계가 문제 되었을 때 많은 분들이 “서로 좋아서 한 일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을 미루다가, 대화 기록이 삭제되거나 진술이 엇갈린 뒤에야 도움을 구하십니다.
수사를 받게 된 입장에서는 연령 인식, 대가 여부, 교제의 실질을 증거로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가 먼저입니다. 감정적인 해명보다 객관적인 자료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반대로 자녀가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보호자 입장에서도 어떤 조항이 적용될 수 있는지, 어떤 자료를 보존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에서 수사를 받는 쪽과 피해를 주장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법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17살도 아동복지법상 아동인가요?
A. 그렇습니다. 아동복지법은 18세 미만을 아동으로 정의합니다. 청소년성보호법은 19세 미만을 아동·청소년으로 봅니다.
Q. 16세만 넘으면 합의한 성관계는 처벌되지 않나요?
A. 형법상 미성년자의제강간은 피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위계·위력이 있었거나 대가가 오갔거나 성적 학대행위로 평가되면 별도 조항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Q. 상대방이 먼저 좋아한다고 했고 거부 의사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문제가 되나요?
A.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아동이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더라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기인한 것인지 가려봐야 한다고 봅니다.
Q. 상대가 나이를 속였는데 저도 피해자 아닌가요?
A. 미성년자임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은 고의를 다투는 중요한 사정입니다. 다만 대화 내용과 프로필 등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Q. 데이트 비용을 내주거나 선물을 준 것도 대가인가요?
A. 모두 대가로 평가되는 것은 아니지만 성관계와 연결된 금품·편의 제공이면 대가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급 시점과 경위, 성관계와의 관련성이 쟁점이 됩니다.
Q. 피해자 측과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합의했다고 사건이 자동으로 종결되지는 않지만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습니다. 직접 접촉은 피하고 변호사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이후 진술을 바꾸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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