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에서 영입한 경력직이 이전 회사의 거래처 목록과 설계 도면을 들고 왔고, 그 자료로 만든 제안서가 이미 영업에 쓰이고 있다면 형사책임은 그 직원 한 사람에게서 끝날까요. 영업비밀 침해는 행위자 개인만이 아니라 그 업무로 이익을 본 회사에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는 범죄입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은 법인에게 개인 벌금형의 최대 3배까지 과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어, 회사 규모에서는 수억 원대 벌금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직자가 가져온 자료를 회사가 쓸 때 어떤 요건에서 양벌규정이 적용되는지, 회사가 책임을 피하려면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영업비밀 양벌규정 — 부정경쟁방지법 제19조가 회사를 처벌하는 구조
양벌규정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9조에 있습니다.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8조 제1항부터 제5항까지의 위반행위를 하면,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법인에게는 해당 조문에 규정된 벌금형의 3배 이하의 벌금형을, 개인 사업주에게는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내용입니다. 즉 행위자 처벌과 별개로 회사 자체가 독립된 처벌 대상이 됩니다.
여기서 '3배'는 징역이 아니라 벌금에만 적용되는 배수입니다. 법인은 징역을 받을 수 없으므로 회사에는 벌금형만 과해지고, 행위자인 직원은 징역과 벌금을 모두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양벌규정은 회사가 직접 지시했는지와 무관하게 '업무에 관하여' 이루어진 위반행위이면 적용 가능성이 생깁니다. 이직자가 입사 후 맡은 업무 과정에서 전 직장 자료를 꺼내 쓴 경우가 전형적입니다. 아래 인용박스의 문장이 이 조문의 뼈대입니다.
법인은 행위자와 별도로, 해당 조문 벌금형의 3배 이하까지 처벌받을 수 있다 — 단,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했다면 면책된다.
어떤 자료가 영업비밀인가 — 3요건과 이직자 자료의 문제
양벌규정 이전에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이직자가 가져온 자료가 법이 말하는 영업비밀인지입니다. 제2조 제2호는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 정의합니다. 실무에서는 이를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의 3요건으로 나누어 봅니다. 셋 중 하나라도 빠지면 영업비밀이 아니므로, 침해 여부를 다투는 쟁점은 대부분 이 요건에 몰립니다.
이직 사건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요건은 비밀관리성입니다. 전 직장이 접근권한을 직급별로 제한했는지, 자료에 '대외비' 표시를 했는지, 보안서약서를 받았는지, 반출을 막는 시스템이 있었는지가 증거가 됩니다. 반대로 누구나 열람 가능한 공유폴더에 표시 없이 방치된 자료라면 비밀관리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또 업계에서 통상 알려진 일반 지식이나 퇴사자가 직무 중 몸에 익힌 일반적 경험·기술은 영업비밀로 보호받기 어렵다는 점도 방어에서 중요합니다.
비공지성 — 간행물 등에서 쉽게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니어야 함.
경제적 유용성 — 경쟁자에게 알려지면 보유자의 경쟁상 이익이 줄어드는 정보.
비밀관리성 — 접근 제한, 비밀 표시, 보안서약 등 합리적인 관리 노력의 존재.
고객명단·단가표·설계도면·소스코드·제조공정 자료가 대표적 유형.
영업비밀 침해 사건은 '자료를 가져왔는가'보다 '그 자료가 법적으로 영업비밀인가'에서 먼저 갈린다.
이직자의 처벌 — 제18조 제1항·제2항의 구성요건과 법정형
양벌규정은 행위자의 위반행위가 있어야 작동하므로 행위자 처벌 조문부터 봐야 합니다. 제18조 제2항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하는 행위, 지정된 장소 밖으로 무단 유출하는 행위, 삭제·반환 요구를 받고도 계속 보유하는 행위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벌금형의 경우 위반행위로 인한 재산상 이득액의 10배가 5억원을 넘으면 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단서도 있습니다.
해당 영업비밀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 같은 행위를 하면 제18조 제1항이 적용되어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이 무거워집니다. 징역과 벌금은 병과할 수 있고(제18조 제6항), 미수범도 처벌하며(제18조의2), 제1항의 죄를 범할 목적의 예비·음모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제18조의3). 이직자가 퇴사 직전 USB에 담거나 개인 메일로 보내는 데서 그쳤더라도 '무단 유출'로 수사가 시작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회사가 쓴 경우 — 제18조 제2항 제3호와 양벌규정 적용 단계
이직자가 가져온 자료를 새 회사가 쓰는 장면은 두 갈래로 나누어 봐야 합니다. 첫째는 회사 구성원이 영업비밀을 직접 취득·사용한 경우로, 그 구성원의 행위가 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이루어졌다면 제19조 양벌규정의 검토 대상이 됩니다. 둘째는 이직자의 유출행위가 이미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거나 사용한 경우로, 제18조 제2항이 인용하는 제1항 제3호가 이를 독립된 범죄로 규정합니다. 이때 요건은 '알면서도'이므로 고의가 필요하고, 단순히 모르고 썼다면 형사처벌 요건은 충족되지 않습니다.
다만 민사에서는 기준이 다릅니다. 제2조 제3호 나목은 부정취득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는 행위도 침해행위로 봅니다. 그래서 형사에서는 고의가 부족해 무혐의가 될 수 있는 사안도, 민사에서는 금지청구와 손해배상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경쟁사 핵심 연구원을 영입하면서 이전 회사의 도면을 그대로 쓴다는 사정이 이메일과 개발일지에 드러나 있다면, 회사가 '몰랐다'고 항변하기는 어렵습니다. 입사 면접 단계의 자료 요청, 경영진 보고 라인, 자료의 사내 공유 범위가 모두 고의 판단의 자료가 됩니다.
행위자의 위반행위 존재 — 제18조 제1항부터 제5항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함.
법인·개인의 업무에 관한 행위 — 사적 목적의 개인 일탈이면 업무 관련성이 부정될 수 있음.
행위자가 대표자·대리인·사용인·종업원일 것.
회사의 면책사유(상당한 주의와 감독)가 입증되지 않을 것.
벌금 3배의 실제 계산 — 회사는 최대 얼마까지 받을 수 있나
법인에게 과하는 벌금은 '해당 조문에 규정된 벌금형의 3배 이하'입니다. 국내 사용·유출에 해당하는 제18조 제2항의 벌금 상한 5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법인 상한은 15억원이고, 국외 사용과 관련된 제18조 제1항의 15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법인 상한은 45억원이 됩니다. 이득액을 기준으로 한 단서 규정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는 이득액이 클수록 기준이 되는 벌금 상한 자체가 올라가므로 실제 처벌 수준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법정 상한이며 실제 선고액은 침해 규모, 이득액, 회사의 대응 태도에 따라 정해집니다.
형사 벌금만이 부담의 전부는 아닙니다. 영업비밀 보유자는 제10조에 따라 침해행위의 금지·예방과 침해물 폐기 등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고, 제11조에 따라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제14조의2 제6항은 영업비밀 침해가 고의적인 경우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같은 조 제7항은 그 판단 때 침해행위에 따른 벌금도 고려하도록 합니다. 형사 벌금과 징벌적 손해배상이 한 사건에서 동시에 문제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18조 제2항 기준 법인 벌금 상한은 15억원, 국외 사용 관련 제1항 기준은 45억원이고, 민사에서는 고의 침해 시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액이 정해질 수 있다.
회사의 면책 —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어떻게 입증하나
제19조 단서는 법인 또는 개인이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양벌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면책을 주장하려면 회사가 이를 구체적 자료로 보여주어야 하며, 단순히 직원 개인의 일탈이라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법원은 사업 규모, 영업비밀 취급 빈도, 사고 전력, 사전 교육과 점검의 실효성 같은 요소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실무에서 면책 입증 자료로 쓰이는 것은 구체적입니다. 경력직 입사 시 '전 직장의 영업비밀을 가져오거나 사용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받았는지, 입사 직후 자료 반입 금지 교육을 했는지, 신규 입사자의 PC와 업무용 계정에 외부 자료가 올라오는지 점검했는지가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경쟁사 자료를 가져오라고 독려하거나 성과 압박만 가하고 관리를 방치한 정황이 있다면 면책은 어려워집니다. 사건이 터진 뒤에 급히 규정을 만든 것은 인정되기 어렵고, 사고 이전부터 운영된 기록이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경력직 입사 시 타사 영업비밀 미반입 확약서 징구.
입사 직후 교육과 그 이수 기록 보관.
신규 입사자 PC·계정·공유폴더에 대한 사전 점검과 로그 보관.
경쟁사 자료 요청·활용을 금지하는 사규와 위반 시 조치 기록.
수사·소송 단계의 대응 — 회사가 먼저 해야 할 일
고소나 압수수색이 들어오면 회사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합니다. 하나는 자료 출처와 사용 범위의 사실관계를 내부에서 빠르게 확정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증거 인멸로 오해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는 일입니다. 문제의 자료가 사내 서버나 개발 저장소에 이미 올라가 있다면 임의로 삭제하는 것은 위험하며, 오히려 포렌식 이미지를 확보해 어느 시점에 누가 반입했는지 정리해 두는 것이 방어에 유리합니다. 삭제는 증거인멸 의심은 물론, 손해배상 단계에서 고의 판단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보유자 측이 가처분을 신청하는 경우 법원은 제10조에 따른 금지청구의 보전 필요성을 심리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문제 자료와 자사 개발 자료가 독립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 즉 독자 개발의 증거를 시간순으로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개발 일정표, 버전 관리 이력, 외주 계약 내역이 그 역할을 합니다. 한편 이직자 개인과 회사의 이해관계는 갈릴 수 있으므로 한 변호인이 둘을 함께 대리할 때는 책임 전가 가능성을 점검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직자가 몰래 가져온 자료를 회사는 몰랐다면 처벌받지 않나요?
A. 제18조 제2항이 인용하는 제1항 제3호의 취득·사용 죄는 유출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면서도' 한 경우에 성립해 고의가 필요합니다. 다만 양벌규정은 직원의 위반행위가 회사 업무에 관하여 이루어졌다면 회사의 인식과 별개로 문제 될 수 있고, 회사가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했음을 입증해야 면책됩니다. 민사에서는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도 침해로 보므로 별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Q. 양벌규정으로 법인이 받는 벌금은 최대 몇 배인가요?
A. 제19조에 따라 해당 조문에 규정된 벌금형의 3배 이하입니다. 제18조 제2항 기준으로는 5억원의 3배인 15억원, 제1항 기준으로는 15억원의 3배인 45억원이 상한입니다. 실제 선고액은 침해 규모와 이득액, 회사의 대응에 따라 정해집니다.
Q. 개인 사업자에게도 양벌규정이 적용되나요?
A. 적용됩니다. 다만 법인에게는 벌금형의 3배 이하를 과하는 반면, 개인에게는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고 규정되어 있어 배수 가중은 법인에게만 있습니다. 개인 사업주도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했다면 면책됩니다.
Q. 회사가 이직자에게 자료를 가져오지 말라고 말만 해도 면책이 되나요?
A. 구두 당부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확약서, 교육 이수 기록, 신규 입사자 PC 점검 기록처럼 사고 이전부터 운영된 객관적 자료가 있어야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입증하기 쉽습니다. 반대로 성과를 압박하면서 경쟁사 자료 활용을 묵인한 정황이 있으면 면책이 어렵습니다.
Q. 이미 쓰고 있는 자료를 발견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즉시 사용을 중단하되 자료를 임의로 삭제하지 말고, 반입 경로와 사용 범위를 보전한 상태로 정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증거를 지우면 증거인멸 의심과 고의 인정의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후 보유자와의 협의나 수사 대응은 사실관계를 확정한 뒤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Q. 형사 벌금을 내면 민사 손해배상은 끝나나요?
A. 별개입니다. 형사 벌금은 국가에 내는 제재이고, 손해배상은 보유자의 손해를 메우는 민사 책임입니다. 오히려 제14조의2 제7항은 고의 침해에 대한 배상액을 정할 때 침해행위에 따른 벌금도 고려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어 두 절차는 서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맺음말
영업비밀 침해는 이직한 직원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그 자료를 업무에 쓴 회사에도 개인 벌금형의 최대 3배까지 책임이 미칠 수 있습니다. 회사의 책임은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위반행위가 회사 업무에 관하여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했는지로 가려집니다. 민사에서는 고의 침해에 대해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액이 정해질 수 있어, 형사와 민사를 함께 놓고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가장 확실한 예방은 경력직 입사 단계에서 타사 자료 반입을 막는 확약과 점검 체계를 갖춰 두는 것입니다. 이미 분쟁이 시작되었다면 시화·정왕 공단처럼 제조·기술 기업이 밀집한 지역에서도 흔히 벌어지는 일인 만큼, 자료를 지우기 전에 사실관계와 증거를 먼저 정리하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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