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자금을 다루거나 거래처와 계약을 맺는 직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자기 몫을 챙겼을 때, 이를 형법상 배임으로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직원이 지배인이거나 회사 영업의 특정 사항을 위임받은 사용인이라면 적용되는 법은 형법이 아니라 상법 제622조의 특별배임죄가 될 수 있습니다. 법정형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고, 이사나 감사뿐 아니라 지점장·구매책임자 같은 중간 관리자도 주체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사용인이 특별배임죄의 주체가 되는지, 일반 업무상배임과 무엇이 다른지, 수사를 받게 되면 어떤 점을 다퉈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상법 특별배임죄 — 제622조가 정한 주체와 법정형
상법 제622조 제1항은 일정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반한 행위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한 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같은 조에 열거된 주체는 발기인, 업무집행사원·이사·집행임원·감사, 일정한 직무대행자, 지배인, 그 밖에 회사영업에 관한 어느 종류 또는 특정한 사항의 위임을 받은 사용인, 검사인·공증인·감정인입니다. 이사 같은 임원만 떠올리기 쉽지만, 조문은 회사 내부에서 재산을 맡아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폭넓게 열거하고 있습니다.
이 죄는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와 제356조의 업무상배임죄(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의 특별규정입니다. 즉 같은 행위가 형법상 배임과 상법상 특별배임 양쪽의 구성요건에 겹치면 신분이 있는 사람에게는 상법 규정이 우선 적용되는 법조경합의 관계로 이해됩니다. 법정형의 숫자만 보면 업무상배임과 같아 보이지만, 죄명과 적용 법조가 달라지면 공소장의 구성, 신분 요건에 대한 다툼의 지점, 공범 처리 방식이 달라집니다. 미수범도 상법 제624조에 따라 처벌되므로, 손해가 확정되기 전에 적발된 경우에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상법 제622조는 이사 같은 임원뿐 아니라 지배인과 영업의 특정 사항을 위임받은 사용인까지 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의 주체로 삼는다.
지배인과 위임받은 사용인 — 누가 여기에 해당하나
지배인은 상법 제11조에 따라 영업주에 갈음하여 그 영업에 관한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입니다. 본점이나 지점의 영업 전체를 총괄하는 지점장·지사장이 대표적이고, 지배인으로 선임되어 등기가 되어 있는지 여부는 참고가 될 뿐, 실제로 그 정도의 포괄적 권한을 맡았는지가 실질적인 기준이 됩니다. 반대로 직함이 부장이나 팀장이어도 실제 권한이 내부 보고와 결재 범위 안에 머문다면 지배인이라 볼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사용인은 상법 제15조가 정한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사용인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됩니다. 영업의 어느 한 종류나 특정한 사항에 대해 위임을 받아 그 사항에 관한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 구매 전반을 맡은 구매본부장이나 특정 상품의 판매 계약 전체를 맡은 영업이사급 직원이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용인이 적어도 영업의 어떤 종류나 특정한 사항에 관하여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리할 수 있는 포괄적인 대리권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고, 위임받은 업무가 개별적·구체적 사항에 그치는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보고 있습니다.
지배인 — 상법 제11조에 따라 영업 전반에 포괄적 대리권을 가진 사람(지점장 등).
사용인 — 영업의 특정 종류·사항 전체에 대해 대외적 대리권을 위임받은 사람(구매총괄, 특정 사업부 책임자 등).
제외 — 개별 거래 한 건의 처리나 단순 보조·집행만 맡은 직원은 업무상배임 문제로 다뤄진다.
판단 자료 — 위임장, 직무규정, 결재권한표, 대외 계약서에 찍힌 직인·서명 권한 등.
사용인이 특별배임죄의 주체가 되려면 직함이 아니라 영업의 특정 사항에 대한 대외적 포괄대리권이 있어야 한다.
임무위배와 재산상 이익 — 성립요건은 무엇인가
특별배임죄는 형법상 배임죄와 마찬가지로 네 가지가 갖춰져야 성립합니다. 첫째 신분 요건, 둘째 임무에 위반한 행위, 셋째 본인 또는 제3자의 재산상 이익 취득, 넷째 회사에 대한 손해 발생입니다. 임무위배는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서 법령, 정관, 내부 규정, 위임 계약의 취지에 비추어 당연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거나 해서는 안 될 행위를 한 것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구매 담당 사용인이 시가보다 현저히 비싼 가격에 거래처와 계약하고 그 차액의 일부를 되돌려 받았다면 임무위배와 이익 취득이 모두 문제됩니다.
손해는 실제로 재산이 줄어든 경우뿐 아니라 재산상 실해를 발생시킬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오래된 입장입니다. 따라서 담보 없이 거액을 빌려주어 회수가 불확실해진 경우처럼, 아직 변제 기일이 오지 않아 확정 손실이 없어도 손해 요건이 충족될 수 있습니다. 다만 손해액이 얼마인지는 법원이 증거로 산정해야 하는 부분이어서, 시가 감정이나 회계자료로 다툴 여지가 큽니다. 또한 고의와 함께 본인이나 제3자가 이익을 얻는다는 인식, 즉 불법이득의사도 있어야 하므로 단순한 경영상 판단 착오와는 구별됩니다.
실무에서는 이익을 취득한 사람이 반드시 행위자 본인일 필요가 없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조문이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어 그 업체가 이익을 얻게 한 경우도 포섭됩니다. 이 경우 행위자가 직접 금품을 받았는지와 상관없이 회사에 입힌 손해와 제3자의 이득이 연결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업무상배임과의 차이 — 어떤 법을 적용받는가
같은 직원의 같은 행위라도 신분에 따라 적용 법조가 갈립니다. 지배인이나 포괄대리권 있는 사용인은 상법 제622조, 그에 미치지 못하는 일반 직원은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배임죄로 다뤄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두 죄 모두 법정형의 상한이 10년 이하 징역, 벌금 3천만원 이하로 같아서, 신분 판단이 형량을 직접 가르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수사기관이 어떤 죄명으로 입건했는지에 따라 방어 전략의 초점이 달라지므로, 입건된 죄명이 상법 위반이라면 먼저 자신이 이 신분에 정말 해당하는지를 따져볼 이유가 있습니다.
신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형법상 업무상배임으로 죄명이 바뀌어 기소될 수 있고,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범위에서 적용 법조를 달리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신분이 없는 사람이 신분 있는 사람과 함께 범행에 가담했다면 형법 제33조에 따라 신분범의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구매총괄 사용인과 짜고 납품가를 부풀린 거래처 대표는 스스로 신분이 없어도 공범으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분이 없다는 항변만으로는 처벌을 피할 수 없고, 가담 정도와 이득의 귀속을 함께 다퉈야 합니다.
구체적 적용 예시 — 이런 행위가 특별배임으로 문제된다
수사기관에서 상법상 특별배임으로 다루는 전형적인 사례는 대체로 몇 가지 유형으로 모입니다. 지점장이 회사 명의로 담보 없이 대여나 보증을 해주고 그 대가로 사례금을 받거나, 구매총괄이 특정 업체에 시가보다 비싸게 발주하고 차액을 나눠 갖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또한 회사의 영업 비밀이나 거래처 정보를 경쟁 업체나 자신이 세운 회사에 넘겨 영업기회를 빼돌린 경우도 임무위배와 제3자 이득이 함께 문제됩니다. 이때 개별 행위가 곧바로 범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내부 규정과 위임받은 권한의 범위, 거래의 합리성이 판단 기준이 됩니다.
담보 없는 대여·보증 — 회수 불확실을 알면서 회사 자금을 내어주고 대가를 받은 경우.
고가 발주·리베이트 — 시가보다 부풀린 단가로 계약하고 차액을 분배받은 경우.
영업기회 유용 — 회사가 얻을 거래를 자기 회사나 지인 회사로 돌린 경우.
재고·자산 무단 처분 — 위임 범위를 벗어나 헐값에 처분하여 제3자가 이익을 본 경우.
반면 회사에 이익이 되리라 믿고 한 거래가 결과적으로 손실로 끝난 경우에는 고의와 불법이득의사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행위 당시의 상황에서 합리적 근거가 있었는지, 회사에 알리고 정해진 결재 절차를 밟았는지, 개인적 이익 취득이 있었는지를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결재 라인 전체가 관여한 거래라면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의사결정 기록이 방어의 핵심 자료가 됩니다.
고소·수사 대응 — 입건 직후 해야 할 일
이 사건은 대개 회사가 내부 감사나 퇴사 후 정산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해 고소하거나, 거래처의 진정, 세무조사 단서로 시작됩니다. 수사기관은 계좌 거래 내역, 이메일·메신저, 계약서, 결재 기록, 회계장부를 압수하고 대조해서 이익의 흐름을 추적합니다. 피의자 신분 통보를 받았다면 첫 조사 전에 자신이 맡았던 권한의 범위와 실제 결재가 이루어진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첫 진술에서 임무 범위나 이득 수령을 모호하게 인정하면 이후 번복하기 어렵습니다.
방어에서 가장 먼저 점검할 것은 신분 요건, 임무위배 여부, 손해와 이득의 인과, 고의입니다. 아울러 회사에 대한 피해를 변제하고 합의에 이르면 양형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합의는 처벌 의사 철회와 달리 형사처벌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어서, 합의서에는 변제 금액과 처벌불원 의사를 분명히 적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증거 인멸로 보일 수 있는 자료 삭제나 계정 초기화는 오히려 불리한 사정이 되니 피해야 합니다.
공소시효와 손해배상 — 형사 이후에도 남는 문제
법정형이 10년 이하 징역이므로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에 따른 공소시효는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의 10년이 기준이 됩니다. 업무상배임이나 상법 특별배임은 범행이 반복되면 마지막 행위가 끝난 때를 기준으로 시효를 따지는 경우가 많아 오래된 거래가 뒤늦게 문제되기도 합니다. 입사 이후 누적된 거래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형사 절차와 별개로 회사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회사가 입증해야 할 것은 임무위배, 손해액, 인과관계이고, 형사 판결이 확정되면 그 사실 인정이 민사에서 강한 증거가 됩니다. 따라서 형사 단계에서 사실관계를 다투는 방향과 민사에서 책임을 제한하는 방향이 서로 모순되지 않게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야 합니다. 손해액 산정에서 정상 거래가와 회수 가능성을 다투면 형사와 민사 모두에서 책임 범위를 줄이는 근거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점장이 아니라 부장이나 팀장도 특별배임죄가 되나요?
A. 직함이 아니라 영업의 특정 사항에 대한 포괄적 대리권이 있는지가 기준입니다. 결재 범위가 내부 보고에 그치는 팀장이라면 형법상 업무상배임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구매 전반에 대해 대외 계약 권한을 위임받은 부장이라면 상법 제622조의 사용인이 될 수 있습니다.
Q. 상법 특별배임이 형법 업무상배임보다 형이 무거운가요?
A. 법정형 상한은 둘 다 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같습니다. 다만 신분이 있는 사람에게는 상법이 우선 적용되고, 죄명이 달라 신분 요건 다툼 여부가 방어 전략에 영향을 줍니다. 최종 형량은 피해액, 변제 여부, 범행 경위 같은 양형 요소가 좌우합니다.
Q. 이익을 직접 받지 않았는데도 처벌되나요?
A. 조문이 제3자로 하여금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를 포함하므로, 지인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경우처럼 본인이 받은 돈이 없어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이득과 회사 손해가 연결된다는 점과 고의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Q. 미수에 그쳤어도 처벌되나요?
A. 상법 제624조가 제622조의 미수범을 처벌하므로 손해가 발생하기 전에 적발된 경우에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행의 착수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되어, 계획 단계의 준비 행위에 그친 경우와는 구별됩니다.
Q. 회사에 피해를 변제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변제와 합의는 양형에서 중요한 유리한 사정이지만 범죄의 성립 자체를 없애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가 이루어지고 회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기소유예나 집행유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 퇴사한 뒤에도 고소를 당할 수 있나요?
A. 퇴사 여부와 상관없이 재직 중의 행위가 문제되므로 공소시효 안이라면 고소와 수사가 가능합니다. 퇴직 후 정산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 뒤늦게 고소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맺음말
상법 특별배임죄는 이사나 감사 같은 임원뿐 아니라 지배인과 영업의 특정 사항을 위임받은 사용인까지 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입니다. 어떤 직원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직함이 아니라 영업의 특정 사항에 대한 대외적 포괄대리권으로 가려지며, 그에 미치지 못하는 직원은 형법상 업무상배임이 문제됩니다.
입건 단계에서는 신분 요건, 임무위배, 손해와 이득의 연결, 고의를 하나씩 점검하고, 회사 결재 기록과 위임 범위를 입증할 자료를 일찍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 내부 거래가 얽힌 사건은 수원지검 수사 단계에서 초기 진술이 이후 전체 방향을 정하는 경우가 많으니 조사 전에 권리관계와 쟁점을 먼저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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