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자고 속이고 관계한 상대를 처벌할 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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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결혼하자고 속이고 관계한 상대를 처벌할 수 없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결혼하자”는 말을 믿고 관계를 맺었는데, 알고 보니 상대방에게 결혼할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는 상담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은 “분명히 결혼하자고 해서 허락한 건데, 이런 것도 처벌이 안 되나요”라는 질문입니다. 반대로 상대방은 “서로 좋아서 만난 것이고 결혼 얘기는 분위기상 나온 말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한때 형법에 혼인빙자간음죄가 있었기 때문에 많은 분이 지금도 그 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지만, 그 조항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혼인빙자간음죄를 규정한 형법 제304조를 위헌으로 결정했고, 결혼 약속에 속아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형사처벌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만 결혼을 미끼로 돈을 받아냈거나 상대방의 지위를 이용했다면 사기죄,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 또는 민사상 손해배상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혼인빙자간음죄가 왜 없어졌는지, 지금 어떤 경우에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순서로 대응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혼인을 빙자한 간음만으로는 더 이상 처벌되지 않습니다

혼인빙자간음죄는 위헌 결정 후 폐지되어, 결혼 약속에 속은 성관계 자체는 범죄가 아닙니다.

옛 형법 제304조는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를 처벌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09. 11. 26. 선고 2008헌바58 등 결정에서 이 조항이 남녀평등에 반하고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아 위헌으로 결정했고, 이 조항은 2012년 형법에서 삭제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결혼하겠다고 속여서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고소해도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성인 사이의 합의된 성관계에서 상대방이 결혼 의사에 관해 거짓말을 했더라도, 그 거짓말이 성관계에 대한 동의를 폭행·협박으로 빼앗은 것이 아니므로 강간죄나 강제추행죄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반항을 곤란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죄이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모르고 바로 성범죄로 고소했다가 혐의없음 처분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성관계 자체가 아니라, 그 거짓 약속을 이용해 무엇을 얻어냈는가입니다. 돈, 부동산, 연대보증, 취업 알선 같은 재산상 이익이 오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결혼 약속에 속은 성관계만으로는 처벌되지 않지만, 그 약속을 이용한 별도의 이익 취득과 피해는 다른 죄와 책임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2. 결혼을 미끼로 돈이나 재산을 받았다면 사기죄가 문제됩니다

결혼 의사가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속여 금품을 받았다면 사기죄의 기망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결혼 약속이 사기가 되려면 ①상대방이 결혼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있는 것처럼 속였고(기망), ②그 말을 믿은 피해자가 스스로 돈이나 재산을 건네는 처분행위를 했으며, ③그 결과 상대방이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는 점이 모두 인정되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쟁점은 거의 항상 “처음부터 속일 생각이었는가”입니다. 사기죄의 기망은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돈을 받은 뒤에 마음이 변해 헤어진 경우와 구별해야 합니다. 수사기관은 돈을 받을 당시 이미 다른 사람과 혼인 중이었는지, 혼인 사실을 숨겼는지, 같은 방식으로 여러 사람에게 돈을 받았는지, 받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 갚을 능력이 있었는지 등 객관적 정황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결혼 약속과 금전 요구가 담긴 메신저 대화, 송금 내역, 상대방의 혼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핵심 증거입니다. 반대로 고소를 당한 쪽은 연인 사이의 자발적 증여나 생활비 분담이었다는 점,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는 점을 자료로 다퉈야 합니다. 연인 사이에 오간 돈이 대여인지 증여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사기죄는 관계가 아니라 돈의 흐름과 처음의 의도를 보고 판단하며, 결혼 약속은 그 기망의 내용이 될 때에만 의미가 있습니다.


3. 상대방의 지위나 상태를 이용했다면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반 성인 사이의 거짓말은 처벌되지 않지만, 보호·감독 관계나 취약한 상대를 노렸다면 별도 범죄입니다.

혼인빙자간음죄가 사라졌어도 형법에는 위계나 위력을 이용한 간음을 처벌하는 규정이 남아 있습니다. 형법 제302조는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에게 위계 또는 위력을 써서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고, 제303조 제1항은 업무·고용 기타 관계로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게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한 사람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결혼하자는 말을 한 상대가 직장 상사, 지도교수, 코치처럼 사실상 내 업무나 신분을 쥐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단순한 연애 관계의 거짓말로만 볼 수 없습니다. 이때는 결혼 약속이 성관계에 대한 동의를 얻기 위한 위계로 쓰였는지, 그 지위가 관계를 거절하기 어렵게 만들었는지가 쟁점입니다. 또 상대가 미성년자라면 결혼이나 교제를 약속하며 접근한 경위 자체가 중요한 수사 대상이 됩니다.

이런 사건은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를 따지는 사건이므로 수사 초기부터 진술이 중요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말로 약속했고, 이후 관계를 거절하기 어려웠던 사정이 무엇인지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고소를 당한 쪽에서는 지위를 이용한 사실이 없었고 관계가 자발적이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화 내용과 정황이 중요합니다.

일반 성인 사이의 거짓말은 처벌되지 않지만, 보호·감독 관계나 미성년·심신미약 상태를 이용했다면 위계·위력 간음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4. 형사처벌이 어려워도 민사상 위자료와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형사로 처벌되지 않는 사안도 약혼 파기나 불법행위로 인정되면 위자료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민법 제806조는 약혼을 해제한 경우 과실 있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재산상 손해뿐 아니라 정신상 고통에 대한 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약혼이 성립했다고 보려면 결혼을 약속하고 양가에 인사하거나 예물을 교환하는 등 혼인 의사의 합치를 보여주는 사정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약혼을 파기했다면 위자료와 함께 예식 준비 비용, 예물, 혼수 등 실제 지출 비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약혼이라고까지 볼 수 없더라도 상대방이 결혼할 마음이 없으면서 결혼을 약속해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고, 제751조에 따라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임신·출산·낙태와 관련된 피해가 있는 경우에는 그 경위가 위자료 산정에서 중요한 사정이 됩니다.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민법 제766조). 오래전 일이라면 시효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피해자는 대화 기록, 결혼 약속과 관련된 문자, 예식장 예약 내역, 양가 상견례 자료를 확보하고, 상대방은 혼인 약속이 확정적인 것이 아니었다거나 파기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을 다툴 수 있습니다.

혼인 약속을 믿고 입은 피해는 형사처벌과 별개로 약혼 파기 또는 불법행위를 근거로 민사상 위자료와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습니다.


5. 고소부터 민사소송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어떤 죄명으로 갈지 먼저 정하고 자료를 갖춘 뒤 접수해야 불필요한 불송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사기 사건이라면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와 계좌 거래내역 확인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위계·위력 간음 사건은 성폭력 사건으로 분류되어 피해자 진술 조력과 신뢰관계인 동석 등이 활용됩니다. 민사소송은 형사와 별개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위자료청구소송은 동시에 준비할 수 있습니다.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접수하기 전에 아래 순서로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1. 금전이 오갔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송금 내역과 그 시점의 결혼 약속 대화를 날짜순으로 맞춰 정리합니다.

  2. 상대방이 약속 당시 이미 혼인 중이었거나 다른 사람과 교제 중이었는지 등 기망을 뒷받침할 객관적 사실을 확인합니다.

  3. 상대방이 상사·교수 등 보호·감독 관계에 있었는지, 상대가 미성년자·심신미약 상태였는지를 확인해 죄명을 정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 사기 고소, 위자료 청구 등 어떤 대응이 실익이 있는지 정리하면, 형사와 민사를 함께 고려한 현실적인 회수·구제 방안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결혼 약속을 믿었던 사건은 “내가 어리석었다”는 자책과 수치심 때문에 상담과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속았다고 느끼는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대화 기록, 송금 내역, 상대방의 혼인 상태 등 증거부터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처벌 가능한 사안인지, 민사 청구만 가능한 사안인지는 사실관계에 따라 완전히 갈립니다.

반대로 고소나 소송을 당한 입장에서도 “연애하다 헤어진 것일 뿐”이라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금전 거래의 성격, 약속의 내용, 관계의 경위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연인 사이의 금전 문제와 성범죄 혐의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자료 정리와 진술 방향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결혼하자고 해서 관계했는데 결혼할 마음이 없었다면 처벌되나요?

A. 그 사실만으로는 처벌되지 않습니다. 혼인빙자간음죄는 2009년 위헌 결정을 받고 폐지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돈을 받았다면 사기, 상대방의 지위를 이용했다면 위계·위력 간음 등이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결혼을 약속하고 돈을 빌려 간 뒤 연락이 끊겼습니다. 사기인가요?

A. 돈을 받을 당시 갚을 의사나 능력, 결혼 의사가 없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나중에 사정이 바뀌어 갚지 못한 것이라면 사기가 아닌 민사 문제가 될 수 있어, 당시의 객관적 정황이 핵심입니다.

Q. 이미 결혼한 사람이 미혼이라고 속였다면 어떻게 되나요?

A. 혼인 사실을 숨긴 것은 기망의 중요한 정황이 될 수 있고, 돈을 받았다면 사기 판단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형사처벌이 어렵더라도 민법 제750조에 따른 위자료 청구는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상대방이 직장 상사인데 결혼을 약속하며 관계를 요구했습니다.

A. 업무상 보호·감독 관계에서 위계나 위력을 이용했다면 형법 제303조 제1항의 위계·위력 간음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지위와 관계를 거절하기 어려웠던 사정을 자료로 정리해야 합니다.

Q. 형사 고소가 어려우면 위자료는 포기해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형사와 민사는 별개입니다. 약혼 파기에 해당하면 민법 제806조, 그렇지 않더라도 불법행위로 인정되면 제750조·제751조에 따라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몇 년 전 일인데 지금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민사상 손해배상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일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가 완성됩니다(민법 제766조). 사기 등 형사 사건도 공소시효가 있으므로 가능한 한 빨리 확인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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