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메신저 앱이나 채팅 앱에서 알게 된 상대와 영상통화를 하다가, 신체를 보여 달라는 요구에 응하게 되었다는 상담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요구한 쪽도, 요구받은 쪽도 “직접 만진 것도 아닌데 추행이 되겠느냐”는 질문을 가장 먼저 합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화면으로 본 것뿐이니 강제추행까지는 아니다”, “상대방이 스스로 보여준 것이라 내 책임은 아니다”라고 생각하신 분이 많았습니다. 반대로 피해를 입은 분들은 “몸에 손 하나 안 댔으니 신고해도 성범죄로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사가 시작되어 대화 내용과 영상통화 기록이 확인되면, 양쪽 모두 생각과 전혀 다른 결과를 마주하게 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았더라도, 피해자를 도구로 삼아 피해자의 신체를 이용해 추행행위를 한 경우 강제추행죄의 간접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다만 영상통화로 신체를 보게 된 모든 경우가 강제추행이 되는 것은 아니고, 어떤 방법으로 노출을 하게 했는지가 결론을 가릅니다.
아래에서는 영상통화를 통한 신체 노출이 어떤 경우에 강제추행이 되고, 어떤 경우에 다른 죄명으로 처리되는지 판례와 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직접 접촉이 없어도 영상통화를 통한 노출 강요는 ‘추행’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추행 여부는 신체 접촉이 아니라, 성적 자유를 침해했는지로 판단합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조문 어디에도 ‘신체 접촉’이라는 요건은 없습니다. 법원이 보는 것은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며,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는가입니다.
그래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다른 장소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추행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영상통화는 화면을 통해 상대방의 신체를 실시간으로 보게 만드는 수단이고, 가해자가 그 화면 앞에서 피해자에게 옷을 벗게 하거나 특정 행동을 하게 했다면 그 과정 자체가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됩니다.
실무에서는 영상통화 중 노출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강제추행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래 요소를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피해자가 어떤 경위로 통화에 응했는지, 노출 요구가 어떤 말로 이루어졌는지, 거절하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요구가 계속되었는지, 두 사람의 이전 관계는 어땠는지, 피해자의 나이는 몇 살인지입니다.
영상통화라는 수단이 추행을 막아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노출하게 했는지가 추행 여부를 결정합니다.
2. 피해자를 도구로 삼으면 강제추행의 간접정범이 성립합니다
자기 몸을 직접 쓰지 않았더라도, 피해자의 몸을 이용해 추행했다면 가해자의 범죄입니다.
영상통화 노출 사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방어 논리가 “내가 만진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스스로 벗은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형법 제34조 제1항은 어느 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않는 자를 이용해 범죄 결과를 발생하게 한 사람을 간접정범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고, 대법원은 강제추행죄가 이 방식으로도 범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강제추행죄는 사람의 성적 자유 내지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죄로서 정범 자신이 직접 범죄를 실행하여야 성립하는 자수범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처벌되지 아니하는 타인을 도구로 삼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는 간접정범의 형태로도 범할 수 있다. 여기서 강제추행에 관한 간접정범의 의사를 실현하는 도구로서의 타인에는 피해자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피해자를 도구로 삼아 피해자의 신체를 이용하여 추행행위를 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죄의 간접정범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18. 2. 8. 선고 2016도17733 판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피해자들에게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기존에 받은 신체 사진과 개인정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고, 겁을 먹은 피해자들이 스스로 나체나 속옷만 입은 모습을 촬영해 보내거나 자위하는 영상을 촬영하도록 했습니다. 원심은 피해자 신체에 대한 접촉이 있는 경우와 동등한 정도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보았지만, 대법원은 피고인이 직접 하지 않았거나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더라도 달리 볼 것이 아니다라며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이 법리는 사진 전송 사건에서 나왔지만, 실시간 영상통화에는 더 쉽게 적용됩니다. 가해자가 화면을 보면서 “가슴을 보여라”, “바지를 내려라”라고 단계별로 지시하고 피해자가 협박에 눌려 따랐다면, 피해자의 몸은 가해자의 지시를 실현하는 도구가 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의 몸을 도구로 삼았다면, 손끝 하나 대지 않았어도 강제추행의 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3. 강제추행이 되려면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하고, 설득과 요청만으로는 다른 죄명이 문제됩니다
핵심은 노출이 피해자의 자유로운 선택이었는지, 협박에 눌린 결과였는지입니다.
형법 제298조는 구성요건에 ‘폭행 또는 협박’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영상통화 노출 사건은 먼저 협박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대표적인 유형은 이전에 받은 사진·영상이나 개인정보를 쥐고 “안 하면 지인들에게 보내겠다”, “학교와 회사에 알리겠다”고 겁을 주는 방식입니다. 이런 경우 피해자가 한 노출은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므로 강제추행의 협박 요건이 충족됩니다.
반대로 협박이 없고, 호감이나 거짓말에 이끌려 상대가 먼저 보여준 경우라면 강제추행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때는 가해자가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영상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했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의 통신매체이용음란이 문제되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협박이 인정되는 사안이라면 강제추행 외에 형법 제324조의 강요도 함께 검토됩니다. 협박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위 2016도17733 사건에서도 공소사실의 강제추행이 강요로 인정된 죄명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즉 같은 행위가 수사 단계에서는 강제추행, 재판 단계에서는 강요로 정리될 수도 있습니다.
추행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자체는 다음과 같이 확립되어 있습니다.
강제추행죄에서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나이,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2. 8. 선고 2016도17733 판결,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 참조).
한편 영상통화 중 피해자가 스스로 촬영한 화면을 상대방이 휴대전화에 저장한 경우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의 촬영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 판단이 있습니다. 다만 그 영상이나 이전에 받은 사진을 이용해 협박했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이 별도로 적용되어, 협박만으로도 1년 이상의 유기징역, 그 협박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가능합니다.
“스스로 보여준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 뒤에 협박이 있었다면, 강제추행·강요·촬영물 이용 협박이 모두 검토 대상입니다.
4. 피해자의 나이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지고, 영상이 남으면 더 무거워집니다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면 같은 행위도 법정형 하한이 징역형으로 올라갑니다.
성인 피해자 사건에서 강제추행은 형법 제298조의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기본입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3항에 따라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하한이 생깁니다. 위계 또는 위력으로 아동·청소년을 추행한 경우에도 같은 형으로 처벌됩니다(같은 조 제5항).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라면 성폭력처벌법 제7조 제3항이 적용되어 5년 이상의 유기징역까지 올라갑니다. 형법 제305조에 따라 13세 미만은 물론이고 13세 이상 16세 미만이라도 가해자가 19세 이상이면 동의가 있었다는 주장이 통하지 않는 영역이 있어, 나이는 사건 전체의 방향을 정합니다.
여기에 영상통화 중 캡처하거나 녹화한 자료가 남아 있으면 문제가 커집니다.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 경우 그 화면을 저장한 영상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해당할 수 있고, 제작하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소지하거나 시청한 경우에도 제5항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문제됩니다.
마지막으로, 강제추행은 미수범도 처벌됩니다(형법 제300조). 상대방이 끝내 노출하지 않았더라도 협박으로 요구한 사실만으로 미수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5. 신고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대화 기록과 통화 이력을 남겨두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영상통화 노출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 또는 신고 접수 → ②피해자 진술과 피의자 조사, 휴대전화 포렌식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성범죄 사건은 휴대전화 압수수색과 디지털 증거 분석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지운 대화도 복구될 수 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되었거나 피해를 입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메신저 대화 전체와 영상통화 발신·수신 이력을 삭제하지 말고 그대로 보존하며, 상대방 계정 정보와 닉네임을 캡처해 둡니다.
노출이 이루어지기 전후로 협박이나 요구가 있었는지, 누가 먼저 어떤 말을 했는지 시간 순서로 정리합니다.
상대방과의 나이, 알게 된 경로, 주고받은 사진·영상의 유무를 확인하고, 경찰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첫 조사 전에 진술 방향을 점검합니다.
특히 자료를 임의로 지우면 증거인멸로 오해받거나 불리한 정황으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상대방과 직접 연락해 합의를 시도하기 전에 전문가와 먼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영상통화 노출 문제는 “화면으로 본 것뿐인데”, 혹은 “스스로 보여준 것뿐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이에 대화 기록이 사라지거나, 불리한 진술이 굳어집니다.
피해를 입은 분 입장에서는 직접 접촉이 없었다는 이유로 신고를 망설일 필요가 없습니다. 협박이 있었다는 사정과 이를 보여주는 대화 기록이 확보되어 있다면 강제추행, 강요, 촬영물 이용 협박 등으로 수사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소를 당한 분 입장에서도 “상대방이 동의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협박이 있었는지, 호감에 의한 자발적 행동이었는지, 상대방의 나이를 알았는지에 따라 결론이 강제추행에서 통신매체이용음란, 혹은 혐의 없음까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고소하는 쪽과 고소당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대화 맥락과 진술 하나가 죄명 자체를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상통화로 보기만 했을 뿐 만지지도 않았는데 강제추행이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협박으로 피해자가 스스로 신체를 노출하게 했다면, 피해자를 도구로 삼은 간접정범으로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신체 접촉은 요건이 아닙니다.
Q. 상대방이 먼저 보여준 것이라면 어떻게 되나요?
A. 협박이나 폭행이 없고 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였다면 강제추행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상대가 원하지 않는 성적 영상을 보내 도달하게 한 경우에는 통신매체이용음란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안 하면 사진을 퍼뜨리겠다”고 말하기만 했는데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가능하고, 그 협박으로 노출까지 하게 했다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까지 문제됩니다.
Q. 상대방이 미성년자인지 몰랐다면 달라지나요?
A. 달라질 수는 있지만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화 내용, 프로필, 알게 된 경로를 종합해 나이를 알 수 있었는지 판단하므로, 이 부분의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영상통화 화면을 캡처하거나 녹화했는데 그것도 문제인가요?
A. 상대가 스스로 촬영한 화면을 저장한 것을 촬영죄로 보지 않은 대법원 판단은 있으나, 그 자료로 협박하거나 반포하면 별도의 처벌 대상이 됩니다.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라면 성착취물 문제까지 번질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협박의 존재 여부와 죄명을 사실상 정하고, 휴대전화 포렌식에 대비한 자료 정리도 먼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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